옛날 어느 나라에, 으리으리한 집에 어마어마한 금을 쌓아놓고 사는 부자가 있었다. 그는 겉으로는 선량하고 평판 좋은 캐러밴이었지만, 실은 가난한 상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고리의 대금을 받는 악덕 고리 대금업자였다. 그는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돈될만한 모든 것을 빼앗고, 심지어 그 사람과 그 사람의 가족들까지 노예로 팔아먹었다. 그렇게 쌓은 부가, 땅을 사자면 오아시스 몇개를 통째로 살 수 있을 정도였고, 후추를 사자면 일만섬이나 살 수 있는 양이었다. 그의 창고, 책상 서랍, 금고는 모두 금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그의 손에서는 금이 떨어질 날이 없었다.

 

 "주인님! 큰일났습니다!"

 어느날과 다를 바 없이, 빚쟁이와 그 가족을 팔아 받은 금화를 세고있던 부자는, 하인의 다급한 목소리에 놀랐다.

"무슨 일이냐!"

그가 물었다.

"큰일났어요, 주인님! 마당에, 집 마당에 마신이 와서 행패를 부리고 있습니다!"

하인의 대답에 부자는 입이 떡 벌어졌다.

"마신이 왔다고?"

부자가 하인의 어깨를 흔들며 물었다.

"네! 마신입니다! 마신이 주인님을 모셔오라고 했습니다!"

하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어서 가보자."

부자는 겉옷을 걸치면서 말하였다.

 

부자는 마당에 도착했다. 그리고 정원에서 아름다운 꽃을 짖밟고, 나무를 꺾고, 또 시녀들과 동물들에게 더이상 심할 수 없는 모욕을 주고있는 마신을 발견했다.

"마신이여! 왜그렇십니까! 일단 멈추어주십시오!"

부자가 소리쳤다. 그 소리에 마신은 하던 모든 것을 멈추고 부자를 바라보았다.

"오냐, 네가 이 집의 주인이냐?"

마신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마신의 물음에 부자는 공손하게 대답하였다.

"내가 배가 고프던 참에, 마침 맛있는 금 냄새가 솔솔 나길래 따라와봤더니 이 집이더군."

마신은 헛기침을 하였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내 배를 채워줄 생각은 없는가? 금을 가져오게나."

그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하였다. 부자는 딜레마에 빠졌다. 금을 가져오자니 금이 아깝고, 그렇다고 내쫓으려고 하니 목숨이 아까운 것이었다. 부자는 한참을 골똘히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금을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부자는 생각끝에 목숨을 선택했다.

"알겠다. 원하는 양 만큼 가져와 접대하도록 해라."

마신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부자는 창고에서 금을 한접시 가져왔다. 그리고는 마신 앞에 호화로운 상을 가져다놓고 그 위에 금을 차렸다. 마신은 입을 벌려 접시를 털어넣었다. 으적으적 금 씹는 소리가 집을 가득 채웠다.

"으음. 정말 이정도만 가져오는건가? 부족한데?"

마신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하였다.

"아닙니다. 더 있습니다. 더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부자는 허겁지겁 창고로 달려갔다. 창고에서 바구니에 금을 한가득 담아 마신에게 가져다주었다. 이번에도 마신은 한입에 금을 털어넣고 금을 씹어삼켰다. 그리고는 팔짱을 끼고 화난 표정을 지었다.

"날 굶겨죽일 참이냐? 이걸로는 부족하지. 더 가져와라!"

 마신의 고함에 부자는 놀라서 창고로 달려갔다. 하인에게 수레를 가져오도록 하여 금을 가득 퍼담아 마신에게 가져갔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신은 수레째 금을 삼켜버리고는 정말로 화난 듯이 부자를 노려보았다.

"더 가져와!"

마신이 소리쳤다.

 

 부자는 다시 창고로 향했다. 이번엔 마차를 가져다가 금을 퍼담던 중, 손을 멈추었다. 머릿속으로 자신이 입은 피해를 계산해본 부자는 경악하였다. 생각보다 입은 손실이 큰 것이다.

"망할 악마놈! 감히 나에게 이런 손해를 입히다니! 이제 그정도 먹었으면 가도 되는 것 아닌가!"

 부자는 뿌득뿌득 이를 갈았다. 그는 자신의 창고 한켠이 비는 것을 도저히 못참는 모양이었다.

"저 악마는 분명 내 집을 다 먹을 때 까지 배가 차지 않을거야. 그 전에 쫓아내야해!"

 그는 악마를 쫓아 낼 궁리를 하였다. 그리고는 반짝하고 좋은 생각을 해냈다. 그는 최대한 슬픈 표정을 짓고 마신의 앞으로 향하였다.

 

 정원에서, 마신은 이에 낀 금가루를 빼내며 바닥에 엎드린 부자를 바라보았다.

"마신님! 정말 죄송합니다."

 부자가 말하였다.

"무엇이? 그리고, 왜 금을 안가져오지?"

 마신은 부자를 내려보며 말하였다.

"죄송하게도, 집 안에 금이 모두 동이나버렸습니다. 대접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대접해드릴게 없습니다."

 부자는 울면서 말하였다. 부자가 사는 나라의 법에 따르면 대접할 음식이 떨어졌을 경우 손님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있다. 부자는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래? 뭐, 배도 거의 다 차서 조금만 더 먹으면 될 것 같은데..."

 마신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자에게 다가갔다.

"뭐야, 아직 남아있었네?"

 그는 부자를 바라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뭐, 뭡니까?"

부자는 마신의 그림자 안에서 바들바들 떨며 물었다.

"여기 있잖아. 항상 금을 만지고 금과 함께 살아서 뼛속 깊숙히까지 금냄새가 배인 고기!"

 마신은 입을 쫘악 벌렸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부자를 삼켜버렸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세번 고개숙인다. 부모님의 위대한 사랑 앞에, 자연의 위대함 앞에, 그리고 신의 거룩함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