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동안 나온 폴아웃3의 비디오들과 프리뷰들과 몇몇 리뷰를 읽고 얻은 부정적인 인상들 몇가지를 적어보았습니다.





1. 미니게임을 통한 스킬사용

미니게임이라는 개념 자체에는 별 유감이 없습니다만 문제는 그 미니게임들의 수준입니다.
그저 단순한 반사신경을 시험하거나 거의 두뇌에 부하가 없는 수준의 유치한 퍼즐들로 이루어져 있을경우 미니게임은 가면 갈수록 지루하고 귀찮은 요소가 되버릴뿐 아니라 게임 분위기까지 망쳐버립니다.
미니게임을 집어넣을려면 최소한 시스템쇼크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오블리비언을 봤을때 그럴 확률은 제로죠.



2. VATS

저는 폴아웃이 1인칭이 되는것에 그다지 반감은 없습니다. 이미 1인칭 rpg에 익숙해져 있기도 하고 일체감과 몰입감의 측면에서는 쿼터뷰보다 더 뛰어나니까요. 하지만 턴제의 느낌을 살린답시고 만든 이 괴상한 VATS라는 시스템은 좀 어거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턴제를 할려면 확실히 턴제를 하던가 아니면 확실히 실시간 액션에 중점을 두던가 했으면 좋겠습니다. VATS로 수류탄을 던지는 동안 달려오면 적이 그대로 얼어있는 모습을 보면 코메디가 따로 없습니다.



3. SPECIAL룰의 간소화

원래 폴아웃의 스킬종류는 그다지 많은게 아닙니다. 전투관련 스킬을 빼면 정말 rpg로서의 최소한의 스킬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스킬을 더 줄여버렸습니다. 게다가 핵폭탄의 뇌관을 해제하는데 Science스킬이 아닌 Explosive스킬을 쓰는등 전작의 스킬사용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레벨이 오를때마다 Perk를 얻는다는것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특히 Trait을 Perk를 통합시킨것은 가장 큰 불만사항입니다.
베데스다가 손본 SPECIAL룰은 제가보기엔 rpg룰로써 전혀 흥미가 안갑니다.



4. 오블리비언 엔진을 그대로 사용

오블리비언에 사용된 엔진의 단점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둥둥 떠다니는듯한 어색한 캐릭터 에니매이션, npc와 대화시 변화가 없는 시체같은 표정, 오브젝트의 그림자 부재, 마을과 필드의 단절등 기술적으로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3년 전에야 놀라운 비주얼이었지만 요즘 기준에는 너무나 뒤떨어져 있습니다.



5. 주인공의 나이가 19세로 고정되어 있음

저는 이제 19세에는 감정이입이 안됩니다. ㅠㅠ



6. 지나치게 안전한 게임성

폴아웃의 큰 매력중 하나는 의외성이었습니다. 아주 친절한 대답을 해도 갑자기 총알이 날아올수 있는게 폴아웃의 세계였습니다. 그냥 무심코 문을 열었다가 다진고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베데스다의 폴아웃3에서는 그럴일이 없을거 같습니다. 제작자의 인터뷰를 보면 대화지문은 결과와 반응을 예측할수 있게 꾸몄다고 합니다. 예측하지 못한 반응을 게이머는 싫어한다고 하더군요. 음... 최소한 저는 아닙니다.
또한 마을에서 나쁜짓을 해서 쫒겨나도 3일만 지나면 다들 잊어버리기 때문에 마을에 다시 들어가는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카르마도 플레이어 마음대로 조절이 가능하답니다. 착한 사람을 죽이면 카르마가 떨어지고 나쁜 사람을 죽이면 카르마가 올라간다더군요. -_-;
오블리비언과 마찬가지로 게임 자체가 너무 안전한것같습니다. 게임 내에서 어떤 실수를 하던지 돌이킬수 있게 하는게 베데스다의 게임철학인것 같습니다.
원래 폴아웃의 철학과는 완전 정 반대죠.



7. 전작과의 연계성 부족

완전히 새로운 장소에서 완전히 다른 등장인물들과 완전히 다른 사건이 벌어지는데 왜 폴아웃 "3" 이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8. 좁은 월드맵

미국대륙의 웨스트코스트 대부분을 돌아다니던 전작에 비하면 이번 폴아웃3는 그냥 도시 하나에 불과합니다.
물론 그안에 내용물이야 잔뜩 있겠지만 도시가 한개뿐이라 각각의 도시마다의 독특한 문화와 개성같은건 기대할수가 없겠죠.

 

9. 너무 오블리비언 스러운 게임시작

볼트에서 나가기 까지가 오블리비언에서 감옥 탈출하는것과 똑같습니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스탯이 하나씩 결정되고 마지막 탈출하기전에 성별과 외모를 포함한 지금까지 결정된 모든것을 바꾸는게 가능한것까지 그대로 오블리비언입니다.
안그래도 오블리비언 엔진을 써서 오블리비언 모드같은 느낌이 드는데 시작부터 오블리비언 냄새를 풀풀 풍겨야겠습니까?



10. 비주얼 스타일이 너무 얌전함

아직 모든 장소를 본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나온 스샷들을 볼때 비주얼 스타일이 너무 진부하고 얌전하다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습니다.
원래 폴아웃의 비주얼 스타일은 매드맥스에 크게 빚지고 있었습니다. 현대의 고철과 쓰레기로 새로만든 선사시대라는 느낌이 들정도로 파격적이고 막나가는 느낌이 있었는데 폴아웃3의 스샷으로는 그런 재창조된 문명의 느낌보다는 그냥 전쟁후의 폐허처럼만 느껴집니다.






물론 게임을 직접해봐야 그 게임에 대해 평가할수 있겠지만 그동안 얻은 몇가지 정보들 만으로도 제 기대를 크게 꺾어놓았음이 사실입니다.
최근에 오블리비언을 플레이 하면서 받았던 큰 실망감이 베데스다에 대한 믿음을 잃게 만들었던것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것 같습니다.
분명 재미있는 게임이 될것임은 확신하지만 폴아웃 "3" 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게임은 아닌것같습니다. 폴아웃에 못미친다는게 아니라 폴아웃과는 아주 다른 게임이 될것 같다는 얘기입니다.
베데스다가 폴아웃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냈다면 구입할지도 모르겠지만 폴아웃3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상 아무리 재미있더라도 위의 이유들 때문에 구입할 생각이 달아나 버리는군요.
이미 지나간 얘기지만 베데스다가 판권을 구입하지 않고 바이오웨어가 판권을 사들인 다음에 밴 뷰런의 자료와 함께 옵시디안에 하청을 줬다면 진정한 폴아웃3가 나왔을 거라는 씁쓸한 상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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