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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루카스가 클래식 3부작을 만든 뒤, 프리퀄과 시퀄에 대한 야심을 밝혔던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실제로 80년대에는 프리퀄도 프리퀄이지만 시퀄에 대한 기대도 상당한 수준이었고, 마크 해밀 씨의 경우, 루카스로부터 "60대의 루크를 연기해줄 수 있는가"라는 제안을 받은 적도 있을 정도다. 때문에 한때 네이버 등지를 뜨겁게 달궜던 에피소드 7,8,9 관련 떡밥들에 대해, 그리고 사기꾼 미키 서틀의 낚시질에 대해 조지 루카스도 전혀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라 하겠다.

1. 초창기 루카스필름 측의 언급에 의하면, 에피소드 7,8,9, 그러니까 "시퀄" 트릴로지는 에피소드6 제다이의 귀환 종결 후 약 40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용은 당연히 루크 스카이워커 - 예순을 넘긴 제다이 마스터가 제다이 기사단을 재건하고 공화국을 재구축해가는 과정을 다루는 것이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시퀄 트릴로지의 주적이 될 존재에 대한 언급이었는데, 클래식 3부작의 전작격에 해당되는 프리퀄 3부작의 결말 부분, 그러니까 이후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로 구체화된 파트에서, 원래는 어떤 거대한 악이 "봉인되는" 결말을 의도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거대한 악이 풀려나면서 시퀄 트릴로지에서 루크와 맞서게 된다는 것이었다. 루카스는 시퀄의 내용이 '에피소드3에서 봉인된 악에 대처하는 주인공들과 그 악의 모험담'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했다.

2. 1983년 타임지에서도 시퀄 트릴로지에 대해 언급된 적이 있는데, 클래식 트릴로지가 압제에 저항하여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을 다루는 작품이었다면, 시퀄 트릴로지는 요즘 식으로 말하면 빛과 어둠의 싸움, 당시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이 지향해야 할 올바른 길에 대한 탐구가 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해 데니스 워렐과 가진 인터뷰에서 루카스는 역시 시퀄 트릴로지에 대해 굉장히 모호한 언급만을 했었는데, 여기서 언급된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루크 스카이워커, 60대 초엽, 제다이 마스터
2) 한 솔로와 레아는 맺어진다.
3)루카스는 마크 해밀에게 '당신이 이 역할을 맡기에 적당한 나이가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4)클래식이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보다 가까웠다면, 시퀄은 좀더 개인, 그러니까 루크의 내면에 촛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제다이 기사로서 스스로를 완성시켜나가는 과정, 정의를 위한 거대한 악과의 대결, 그리고 요다가 마지막에 그러했듯 그 자신이 배우고 완성한 모든 것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3. 에피소드 4, 5의 제작을 담당했던 게리 커츠의 증언에 의하면 에피소드 5가 제작될 당시, 루카스의 시퀄에 대한 구상은 굉장히 모호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에피소드 7,8,9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제다이 기사로서의 여정과, 황제 팰퍼틴과의 최종 대결을 소재로 하고 있었다. 동시에 에피소드5에서 암시만 되고 끝났던 루크의 혈육(누이)이 등장할 예정이었고(레아 공주가 아니었다), 황제 팰퍼틴의 실체는 에피소드 7,8에서 암시만 되다가 최종편이라 할 에피소드 9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1999년 게리 커츠가 밝힌 바에 의하면 에피소드 6, 그리고 에피소드 7,8,9의 초기 구상은 다음과 같다.

에피소드 6 : 2차 데스스타는 없다. 반군 함대와 제국 함대와의 최종 결전) -> 한 솔로의 죽음. 루크 스카이워커와 다스 베이더의 최종 결전.
에피소드 7 : 제다이 기사가 된 루크, 레아는 한 솔로의 죽음을 극복하고 앨더란의 유민들을 규합하여 앨더란의 새로운 여왕으로 등극한다.
에피소드 8 : 루크 스카이워커, 제다이 기사. 루크의 누이를 찾는 과정. 루크는 제다이 마스터가 되어 누이를 훈련시킨다.
에피소드 9 : 황제 팰퍼틴이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루크는 누이와 함께 제국 수도 해드 아바돈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황제와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4. 에피소드 10에서 12까지는 루카스의 언급에 의하면 ABY 40년부터 203년에 이르는 기간을 커버한다. 이외에는 알려진 바 없으며 팬덤의 불확실한 추측만이 난무할 뿐이다.

에피소드 6의 메카닉 제작을 담당했고, 이후 쓰론 트릴로지를 비롯한 90년대 EU의 기반을 마련한 켄너 사에 의하면, 원래 5개의 트릴로지로 총 15부작을 기획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5. 독일 모 과학잡지에 의하면 에피소드 7,8,9의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에피소드 7 : 자유의 재생
에피소드 8 : 새로운 도전
에피소드 9 : 미지의 존재


6. 마크 해밀의 증언에 의하면, 조지 루카스가 그에게 제안한 시퀄에서의 루크 스카이워커는 에피소드 4의 오비완 케노비와 같은 캐릭터로서, "엑스칼리버"를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존재였으며 일종의 카메오와 같은 역할을 맡게 될 거라고도 했다. 제작은 약 2011년 무렵에 이루어지리라고 했다고 한다. 루카스는 이를 부인했다.

2004년 인터뷰에서 마크 해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뭐, 다들 알다시피 내가 처음 스타워즈에 참가했을 때, 그건 무려 4개의 트릴로지로 이루어져 있었죠. 12부작이었다구요! 근데 뭐 이러저러 흐지부지... 자유시간만 잔뜩 남아돌데요. 조지는 나한테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나는 말했죠, "왜 4, 5,6부터 시작해요? 말도 안되요." (루카스가 투덜대는 모습을 흉내냄) "홍보부터 해야 하니까. 지금 찍는 건 그걸 위한 부분이오." 조지의 말에 의하면 첫번째 트릴로지는 좀더 어둡고 심각할 거라고 하더군요. 나는 괜찮겠다 싶었죠, 그런데 그가 말하더군요. "어때요, 9부에 출연해볼래요?" 이때가 76년도의 일입니다. 나는 말했죠. "언제 할 건데요?" "2011년."

누가 자기 인생에 36년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더할 수 있겠어요. 8살짜리 아이도 이렇게 말하잖아요. "싫어, 난 마흔일곱살이 되지 않을거야." 그래서 나도 그걸 상상해보면서 내 나이가 그때되면 대체 몇살이 되는 건가 계산해봤죠. 그리고 말했어요. "글쎄요. 내가 뭘 하길 바라세요?" 그가 말하더군요. "그냥 카메오 정도요. 다음 세대의 새로운 희망에게 라이트세이버를 넘겨주는 오비완 같은 역할.""

참고로, 루카스는 자신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딱 잘라 부인했다.

7. 어쨌든 현재까지도 시퀄 트릴로지의 제작 여부는 많은 팬들의 관심사이다. 허나, 루카스가 이를 제작할 생각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미 티모시 잰의 쓰론 트릴로지(1991~93)의 제작과 함께 시퀄의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해도 좋다. 83년도에 루카스와 그 주변인물들이 밝혔던 내부 구상들은 켄너社의 에피소드6 이후의 스토리를 소재로 한 토이라인 "신화는 계속된다" 프로젝트에 도입될 예정이었던 요소들과, 마블 스타워즈 코믹스에서 도입되었던 요소들의 중심축이 되어 티모시 잰에 의해 변형되었다.

제국의 진정한 수도 해드 아바돈은 클론 시설의 저장고 웨이랜드로,
황제 팰퍼틴이 되어야 했을 봉인되었던 악은 미친 클론 제다이 마스터 조루우스 츠바오스(원래 티모시 잰의 구상에 의하면 오비완 케노비의 실패한 클론이어야 했을)로,
그리고 루크의 밝혀지지 않았던 누이는 마블 코믹스에 등장했던 루크의 연인 메리(Mary)와 애증의 대상 루미야(Lumiya)가 결합된 여인 마라 제이드(Mara Jade)로 새롭게 바뀌었으며, 이후 이 여인은 결국 루크의 반려자가 된다.

한때 쓰론 트릴로지는 루카스가 제작하려는 시퀄 트릴로지의 소스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유력했고, 때문에 고려원 미디어에서 출간되었던 한국어판 쓰론 트릴로지의 소개문에서도 이를 스타워즈 시리즈의 속편으로 언급했으나, 이는 애초부터 부정되던 사항이었으며, 루카스가 프리퀄 트릴로지 제작 계획을 밝히면서 티모시 잰의 설정 상당수를 매장하는 등의 강경책으로 완벽하게 사장시킨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이외에도 다크 엠파이어, 테일즈 오브 더 제다이 등의 코믹스 시리즈에서 시퀄 트릴로지의 소재로 검토되던 사항들은 대부분 변형을 거쳐 채용되었다.

또한 해드드 아바돈, 제국의 수도이자 제다이의 발흥지로 구상되었던 이 신비로운 행성에 대한 설정은 현재 진행중인 코믹스 시리즈 스타워즈 : 레거시(2006~)에서 재등장하였으나 더이상 초기 구상과는 그 역할이 같지 않다.

8. 그러나 시퀄의 가능성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는 부정되고 있지 않으며, 마크 해밀, 캐리 피셔, 해리슨 포드 등에 대한 스타워즈 관련 상품 제작진의 예우는 그러한 태도 - "언젠가는" 이들이 출연하는 시퀄 트릴로지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 를 반영하고 있다(이 세 배우가 모두 사망하기라도 한다면 모를까, 이들이 건재한 이상 클래식 트릴로지의 리메이크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암묵적인 방침이기도 하다.).

실제로 델레이 출판사가 90년대 스타워즈 소설 출간을 담당하던 밴텀 스펙트라로부터 소설 라이센스를 인수한 뒤 착수한 대작 "뉴 제다이 오더" 시리즈는 마크 해밀의 나레이션으로 이루어진 광고를 내보내기도 하였으며, 이 시리즈 진행중 태어날 것으로 예정되었던 루크의 아들 벤 스카이워커의 캐릭터를 설정할 당시에는 마크 해밀 본인에게 루카스필름 측에서 직접 "루크의 아들을 벤이라고 이름지을 생각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문의한 뒤, 마크 해밀의 허락을 받아 설정을 완료한 바 있다.

9. 요약.

1) 시퀄 및 세컨드 시퀄(10,11,12) 관련 계획 자체는 존재했었다.
2) 굉장히 중구난방, 생각나는 대로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였던 것.
3) 현재는 사실상 폐기된 것과 마찬가지다.
4) 루카스가 입으로 헐리우드질 한 것이라고밖에는 보기 어렵다.
5) 마크 해밀 씨는 공수표 지불 기다리다 인생 다 보낼 뻔 했다.
6) 쓰론 트릴로지 비롯 이후 등장한 EU작품들은 속편 아니며, 사실상 시퀄의 가능성은 이들로 인해 전무에 가까워졌다
스타워즈 덕후 삼국지 덕후 되다만 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