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로 변신한 드루이드를 또 볼 수 있을까요]


블리자드가 얼마 전에 게임 <디아블로 3>를 공개했습니다. 아직 공개 초반이라 줄거리, 게임 시스템, 플레이어 클래스 등 중요 사항은 대부분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확실한 것 몇 가지는 완전히 소멸한 줄 알았던 디아블로가 다시 나온다는 것, 여전히 무대는 생츄어리 대륙이라는 것, 악마 군대가 적이라는 것, 확정된 클래스로 바바리안과 윗치 닥터가 있다는 것 등입니다. 이 중에서 인구에 자주 오르내리는 사안은 줄거리(어떻게 디아블로가 다시 살아났을까, 3대 악마를 제외한 다른 악마들도 등장하는가)와 플레이어 클래스(바바리안은 다시 나오는데 기존의 다른 클래스는 어떻게 되었는가, 새로운 클래스로는 무엇이 있나)일 겁니다. 특히 플레이어 클래스는 동일한 게임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분기점과 같아서 모두가 극도로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이죠. 개인적으로는 클래스 중에서도 드루이드가 다시 나올지 어떨지가 참 궁금합니다. 야수 변신을 컨셉으로 잡은 게 꽤 괜찮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 켈트 역사에서 어떠했든 간에 대개 판타지에 나오는 드루이드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조화를 부려 적에게 타격을 주는 마법사, 상처를 치료하는 치유사, 동식물과 정령으로 변하는 변신술사, 동식물이나 정령을 소환하는 소환사 등입니다. 판타지에 나오는 드루이드들은 이 중에 두어 가지 특징이 나타나는 게 보통이며, <던전스 앤 드래곤스>처럼 광범위한 게임에서는 네 가지 특징이 모두 나옵니다. <디아블로 2>에 나오는 드루이드는 치유사를 제외한 나머지 3가지 즉, 마법사, 변신술사, 소환사의 특징으로 밀고 나갔습니다. (치유사가 없는 이유는 <디아블로>란 게임의 전략이 워낙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악마 떼거리를 휩쓰는 게 전부라서 굳이 탱커나 힐러, 스카우터 등으로 역할을 나눌 필요가 없거든요) 엘레멘탈 스킬을 찍으면 불과 바람으로 광역 공격을 하는 마법사였고, 서몬 스킬을 찍으면 늑대와 정령을 불러내는 소환사였습니다. 쉐이프 쉬프트 스킬을 찍으면 야수로 변해 접근전을 하는 변신술사가 되었죠.

이 중에서 <디아블로 2> 전성기 때 각광을 받은 스킬은 쉐이프 쉬프트였습니다. 마법을 부리거나 소환을 하는 거야 소서리스나 네크로멘서 같은 다른 클래스도 다 하는 일입니다. 오히려 드루이드의 스킬들은 소서리스나 네크로멘서보다 뒤떨어졌죠. 하지만 변신을 한다는 개념은 드루이드에게만 있었고, 그래서 드루이드 유저는 대개 쉐이프 쉬프트 스킬을 찍었습니다. 그것도 느려터진 곰 말고 날렵한 늑대 쪽을 선호했습니다. 문제는 늑대 변신 드루이드에게 광역 공격 능력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아마존의 멀티플 샷이나 소서리스의 아이스 오브, 바바리안의 휠윈드처럼 한꺼번에 많은 적에게 타격을 주는 스킬이 있어야 게임이 수월했습니다. 그러나 늑대 드루이드의 다수 공격 기술이래봤자 퓨리가 전부였고 이걸로는 멀티플 샷이나 휠윈드를 따라가기 역부족이었죠. 그래서 드루이드는 마이너 클래스로 밀려났습니다. 여하튼 간에 야수 변신이란 독특한 재미를 보기엔 충분한 클래스였지요.

블리자드가 <디아블로 2>에 드루이드를 내보낸 이후로 블리자드 판타지 게임에는 야수 변신을 내세운 드루이드가 계속 나왔습니다. <워크래프트 3>에는 다이어 베어와 스톰 크로우로 변하는 드루이드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는 곰, 살쾡이, 바다표범 등 각종 동물로 변하는 드루이드가 계속 등장했습니다. 블리자드는 드루이드를 동물 변신 클래스로 잡아놓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추세로 <디아블로 3>에도 야수 변신 드루이드가 나올 것도 같은데… 글쎄요, 2편 시절에 그리 인기가 없던 클래스라서 다시 등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게다가 새로운 게임이니 새로운 클래스를 내보낼 게 분명한데, 그 틈에 드루이드가 끼는 것도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드루이드가 또 나온다면 분명히 야수 변신이 중점일 테지만, <와우>에서처럼 다양한 동물로 변하진 않을 겁니다. 정해진 스테이지만을 돌아다니는 게 전부니까 두어 가지의 전투 형태면 충분하겠지요. 곰 형태는 분명히 나올 거고, 늑대나 표범 등을 덧붙일 것 같습니다. 드루이드에 여성을 금한다는 설정이 없으니까 여성 드루이드를 볼 수 있을 거고요. 성별에 따라 야수 형태가 달라지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군요.

아직까지 확실한 건 없기에 장담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드루이드가 또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블리자드가 판타지 게임에 야수 변신 컨셉을 넣어 계속 이어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