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3를 할까 했다가 퀘이크4를 선택. 하프라이프2랑 함께 해서 그런지 두 작품이 왠지 굉장히 비슷하다는 느낌이 자주 들었습니다. 이동차량을 타고 움직이는 미션이 있는 것도 그렇고 어두운 톤에 동료들이 함께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다만 무기 업그레이드가 있다는게 좀 더 다채롭다고나 할까. 특히 중간에 한 번 쓰러진 뒤 신체개조 당하고 나서 능력치가 더 올라가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몬스터와 마지막에 한번 더 붙는다는 것도 괜찮은 연출이었던 거 같구요. (근데 두번째로 만났을 때가 훨씬 더 쉬워서 어째...-_- 아무리 무기가 업그레이드 됐다지만 너무 싱겁게 쓰러지더군요. 처음 만났을 때는 퀵로드를 몇 번이나 했는데.)

스토리적인 면에서는 신체개조를 당한 주인공만이 넥서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를 담당해야 할 자가 주인공이어야 하는 필연적인 흐름이 있다는 게 좋았던 거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건 신체 공장에서의 엄청난 분위기. 포로의 인체로 단말기나 소모품 혹은 병기를 개조해서 사용하는 살벌한 공장 분위기가 아주 잘 구현 돼 있었슴.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 사이를 뛰어 다니면서 기구들을 피하는 건 어쩐지 하프라이프1 느낌이 좀 많이 나긴 했습니다만 뭐 그정도야...)

다만 역시 이 게임도 트랜드가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화면이 전체적으로 너무 어두워서 게임 플레이에 지장이 좀 있더군요. 어두운 분위기에서 공포감을 조성하는 건 뭐 AVP 시리즈부터 시작해서 이젠 흔하것이기는 합니다만 이 게임은 좀 과도하게 그럽니다. 하프라이프2에서 라이트 보조전력을 관리하는 것이 좀 껄끄러웠다면 퀘이크4의 경우 그런 문제는 없습니다. 근데 문제는 라이트를 지원하는 무기가 권총하고 라이플밖에 없다는 거죠.

그러나 권총은 무한 탄약스럽게 데미지가 너무 낮아 사실상 안쓰이다보니 라이플을 자주 사용하게 되는데, 뭐 최 후반에 가서도 기본 무기를 자주 사용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이런게 그리 나쁜 것은 아니지만요(그리고 줌인으로 정확하게 사격할 수 있는 무기가 레일건과 네일건 외에 라이플밖에 없다는 것도 취후반까지 계속 쓰게 하는 요소지요. 레일건은 딜레이가 길고 네일건은 탄착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의 차이때문에도 라이플을 자주 쓰게 됩니다.) 이 경우는 그게 너무 심한 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좁고 복잡한 터널류의 레벨에선 적을 근접 상황에서 갑자기 맞닥드리게 되므로 샷건이 가장 적당한 무기죠. 하지만 퀘이크4의 경우 이런 레벨에서도 앞이 안보여서 거의 반 강제적으로 라이플을 들고 다니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권총 다음의 기본 무기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강력한 무기들은 탄약이 꽉 차 있는데도 라이플의 탄약이 부족해서 게임을 진행하기가 힘든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되죠.

즉 최후반까지 가도 무기의 운용폭이 너무 좁다는 느낌이 난달까요. 한번에 다량의 탄약을 장전할 수 있는 샷건, 유도 네일건, 라이트닝건, 연사 로켓런처, 레일건, 그레네이드, 반사 플라즈마 소총 등등 매력적인 무기가 잔뜩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 나온김에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멀티플레이 중심이었던 퀘이크3의 무기 컨셉을 그대로 살려서 싱글플레이 게임에 집어넣었다는데 기존 퀘이크 팬으로서 점수를 좀 수고 싶었습니다.) 일부러 그 무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쓰기가 힘들었다는 게 좀 아쉬웠습니다.

레벨 내내 라이플로 플레이하다가 중간보스나 보스전 혹은 가끔 적이 몰려 나올 때 그동안 탄약이 남아돌던 무기를 한꺼번에 몰아서 쓰는 느낌이랄까? 심지어 퀘이크 시리즈 전통의 최강무기인 BFG(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엿같이 큰 총?)조차도 그 성능에도 불구하고 라이플보다 적게 쓰죠. 어느 게임이나 그렇듯 최강 무기는 탄약이 아까워서 자주 못쓰지 성능이 나뻐서 자주 못쓴다는 컨셉은 없습니다.
근데 퀘이크4에선 그렇더군요. 특히 퀘이크4의 BFG는 무기를 오래간만에 꺼내 들면 총기 윗면에서 소형 웜홀같은 걸 만들어내는 아주 멋들어진 연출을 하는 바람에 딜레이가 특히 엄청납니다. 이거 꺼내다가 로딩 좀 했다죠.

그리고 이번 BFG는 폭발형 데미지를 주는 무기가 아니라 쓰기가 더 힘들더군요. 둠에서는 정통으로 맞추지 않고 대충 아무데나 갈겨도 적들을 한큐에 보내는 위력인데 퀘이크4의 이 무기는 커다란 에너지 덩어리가 느릿느릿 지나가면서 지속 데미지를 주는 그런 방식.
그리고 여기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공격 범위가 넓긴 하지만 탄속이 느려서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커다란 녀석들은 이 무기를 써서 처리하느니 차라리 원거리에서 강한 데미지를 주는 레일건으로 저격하는 게 더 괜찮다보니........흠.
최종보스전에서 체력 깎는 용도 외에는 딱히 쓸모가 없어 보이더군요.

그런 부분 외에는, 역시 이름 값을 하는 재미를 주더군요. 


사족.
퀘이크와 둠의 컨셉이 유사해지는 거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ID 소프트에서 이 두 게임의 방향을 다르게 잡았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배경도 분위기도 사실 아주 비슷하죠. 심지어 무기 체계도 절반쯤은 거의 동일합니다. 언리얼토너먼트 같은 경우도 무기의 컨셉은 퀘이크나 둠과 비슷하지만 무기의 위상이 좀 달라서 느낌은 꽤 다릅니다. 예를들어 둠과 퀘이크에서 산탄형 무기는 라이플 윗단계 정도에 위치하죠. 하지만 언리얼토너먼트에서는 산탄형 무기의 역할을 플릭캐논이 하는데, 이 무기는 상당히 상위 단계에 있는 무기고 위력드 그만큼 다르죠.
저는 퀘이크 시리즈는 사실 퀘이크3 이후부터 멀티플레이 위쥐로 최적화된 모습으로 쭉 나아갈 줄 알았습니다. 둠이 싱글쪽으로 최적화되고 말이지요. 뭐 일단은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제 생각은 그렇달까.

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