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절친한 친구가 과거시험을 보러 올라가고 있었다.
그중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물었다.

"이봐. 인생을 살아가며 가장 훌륭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해?"

"그것은 바로 실력이지. 실력이 있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어."

"아니 틀렸어 그건 바로 운이네. 운만 좋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부든 명예든 무엇이든 가질 수 있지."

"흥. 운을 자랑해 봐야 나의 실력에는 못 당할 걸?"

"그 알량한 실력만 믿다가 좌절한 사람이 한둘인 줄 알아?"

"좋아 그럼 이번 시험으로 판가름해 볼까?"

"그러도록 하지. 본때를 보여주마."
두 사람은 한양에 올라가는 동안 자신이 믿는 바를 충실히 지켰다.
운을 믿는 친구는 항상 부정한 것을 멀리하고 정한 것, 길한 것을 몸에 지니고 다니며 길한 것만을 생각했다.
실력을 믿는 친구는 단 한순간도 책을 멀리하지 않고 공부하여 책을 모두 외울 정도가 되었다.
그리하여 시험 당일 두 사람은 자신의 실력과 운을 시험하게 되었다.

"이것 봐라! 내가 공부한 실력으로 장원은 따놓은 당상이다!"
"하하하. 이것 봐. 길한 것을 가까이 지닌 터라 단 한번 본 책의 귀절이 고스란히 나오지 않았겠나.
답을 알고 시험을 보는 격이니 무서울 것이 없지! 장원은 내것이다."
두 사람은 열심히 답안을 적어갔다.

그리고 대망의 발표일....

장원급제는 정승댁 큰아들로, 빽이 좋은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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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원래 비정한 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