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의 페로몬 탐지 (프레데터는 녹색입니다)

게임 <AvP 2>에서 각 종족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탐지 능력을 지녔습니다. 우주 해병대나 회사 용병은 동작 감지기로, 에일리언은 페로몬으로, 프레데터는 열이나 전기 감지로 상대를 확인합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이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게임에서 승리하기 어렵지요. 단지 화력만 강하다고 이기는 게 아니라 상대를 얼마나 잘 탐지하는가도 게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칩니다. 일종의 소규모 정보전이라고 할까요.

이 중에서 가장 비중이 낮은 게 프레데터의 탐지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프레데터는 한 번에 한 종족만 탐지할 수 있기에 해병대나 에일리언에 비해 불리하거든요. 게다가 어깨포나 원반을 사용할 때가 아니면 아예 탐지 모드를 바꾸지도 않아요. (그래서 프레데터는 유일하게 탐지 기구 즉, 가면을 잃어버리는 종족입니다) 더군다나 플라즈마 권총이 대세이다 보니 가면이 떨어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기도 하죠. 하지만 어깨포나 원반으로 적을 추적해서 제거하는 건 상당한 스릴과 쾌감을 맛보게 해줍니다. 종종 상대를 죽이는 것보다 추적하는 과정이 더 큰 스릴을 안겨줄 정도지요.

반면 해병대의 동작 감지기는 매우 민감한 기계로서 게임을 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조건입니다. 열리고 닫히는 문이나 작은 벌레들이 움직이는 것까지 모두 잡아내거든요. (그래서 문이 열리는 걸 보고 에일리언이 덮치는 것으로 착각하는 때도 있지요)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습격을 하기 때문에 항상 감지기를 주시해야 합니다. 문제는 대상을 구분할 수 없다는 것과 지형이 표시되지 않는다는 점이죠. 움직이는 것도 찾아낼 수 없고요. 그래서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는 공격을 하다가 멈추어서기도 합니다. 감지기에 안 잡히게 ‘죽은 척’을 하는 거죠. 때로는 이렇게 속고 속이는 심리전이 총질보다 더 재미있을 때도 있습니다.

에일리언은 페로몬으로 상대를 추적합니다. 저는 에일리언의 탐지 능력이 다른 두 종족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프레데터를 잡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팀 매치에서 해병대, 에일리언, 프레데터가 같이 있다고 합시다. 프레데터는 당연히 모습을 감출 테고, 해병대는 어지간해서 클로킹 프레데터를 찾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주 사냥꾼이 모습을 드러내려면 에일리언이 공격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게임 균형이 깨지거든요. 실제로 해병대와 프레데터만 있는 서버에서는 거의 100%로 해병대가 깨집니다. 그러니까 탐지 능력이 뛰어난 에일리언이 있기에 3자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는 뜻이지요.

이렇듯 <AvP 2>에서는 탐지 능력이 나름대로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FPS 게임이라고 하면 화력만 강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상은 그게 아니라는 거죠. 물론 20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아웃 포스트4’ 같은 좁은 맵에서 정신 없이 팀 매치를 벌인다면 탐지 능력은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그러나 넓은 맵에서 팀 매치를 할 때, 생존 게임을 할 때, 어두운 구석에서 론 울프가 될 때, 적을 속일 수 있는 카드가 주어졌을 때 탐지 능력은 요긴하게 쓰입니다. 서로 다른 탐지 능력으로 대결하는 것도 <AvP 2>의 재미 요소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