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AvP 2> 제작이 공식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내년 여름에 결과물을 볼 수 있겠지요. 솔직히 2편이 나온다는 건 반가운 일이긴 하나 한편으로는 걱정이 좀 앞서기도 합니다. 이런 영화는 속편 공식이 눈에 보일 정도로 뻔한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액션은 좀 더 많아지지만 여전히 스토리라든가 구조는 엉성해서 ‘2편은 스케일만 커진다’는 사례를 입증하는데 좋은 본보기로 쓰이기도 합니다.

사실 <AvP>는 스케일만 커져도 되는 영화이긴 합니다. 흔히 쌈마이 무비라고 하나요, 이 영화도 어디까지나 그런 감성에 충실하거든요. 여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플롯이나 내러티브가 아니라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얼마나 피를 떡칠하며 싸우는가 입니다. 짬뽕 영화 태생이니까 본분에 충실해야죠. 솔직히 이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도 저 먼 우주에서 전해지는 공포라든가 이런 건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AvP는 액션을 위주로 만들어야지, 공포는 어디까지나 양념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쌈마이 무비나 짬봉 영화도 기본 골격은 있어야 합니다.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이나 뒷통수를 때리는 반전 등은 몰라도 최소한의 필연은 있어야죠. 즉,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과연 어떻게 해서 싸우게 되는가 입니다. 1편에서는 둘을 싸움 붙이려고 억지를 부리다 보니 기본 설정이라든가 애초에 정했던 규칙이 전부 망가졌습니다. 뛰어난 스토리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평균은 가야 한다는 겁니다. 전투에 이르는 과정도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어야 막상 싸움이 벌어질 때 손에 땀을 쥐게 마련이죠.

그리고 액션만 키우는 게 아니라 크리쳐 구축도 제대로 했으면 합니다. 의견 차이가 있겠지만, 1편에서 주인공 렉스에게 창을 만들어주는 프레데터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혹독한 사냥꾼이 아니라 다정다감한 동료 같은 모습이랄까요. 명예롭게 싸우는 걸 제아무리 중시한다고 해도 아무한테나 그렇게 대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았나요. 프레데터는 다른 크리쳐와 달리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되는 편이지만, 한 순간에 입장이 바꾸는 게 어색했습니다. 렉스와 애매한 교감을 나누는 것도 그랬고요. <프레데터 2>에서 권총을 넘겨주는 마지막 부분은 공감이 갔지만, <AvP>에서는 영 아니었습니다. 프레데터는 완전한 우리편이 되면 안 됩니다. 일정한 선을 긋고 거기서 넘어오면 안 됩니다. 심지어 캡콤 게임 <AvP>에서도 그 선을 지켰습니다. 앞으로 나올 <AvP 2> 영화에서도 그 선을 지켰으면 하는군요. 우리를 도울 수는 있지만, 여전히 적으로 남아있는 그 애매모호함을 나타냈으면 합니다.

결론이라면, 액션이 커지는 것도 좋지만 캐릭터 구축과 이야기 구조도 조금 신경 썼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특히나 프레데터를 제대로 살렸으면 합니다) 걸작까지는 안 바라니 그 정도만 하면 자기 본분을 다하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