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개구리 침입자

만화 <개구리 중사 케로로>에는 안티 배리어란 장치가 나옵니다. <케로로>는 케론인이란 개구리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략하는 내용인데, 이들은 안티 배리어를 사용해 모습을 감춥니다. 대략 투명한 장막을 발생하는 장치인데, 이것 때문에 케로로 소대는 지구인들 눈에 띄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요. (사람만이 아니라 전함 등 온갖 곳에 이용합니다) 헌데 툭하면 고장 나기 일쑤이라서 이것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상당히 많습니다.

저는 이러한 안티 배리어를 보고 프레데터를 떠올렸습니다. 투명 기술을 이용해 지구에 침입한다는 점이 비슷해서요. 물론 투명 기술을 이용한 외계 침입자는 프레데터 말고도 쌔고 쌨습니다. (게다가 안티 배리어는 프레데터 클로킹과 원리가 달라 물에 들어가도 풀리지 않습니다) 다만, 뭐랄까, 소위 말하는 코드가 비슷하다고 할까요. 흔히 프레데터 클로킹을 <공각기동대>의 광학 미채와 비교하곤 하지만, 오히려 저는 케로로 소대 쪽이 더 비슷하다고 봐요. 모습이 드러나 곤란을 겪는 외계 침입자들이니까요.

특히나 투명 장치에서 중요한 건 이 장치가 풀렸을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 케로로 소대나 프레데터는 모두 투명 장치가 풀리는 걸 주요 스토리로 삼습니다. 반면, <공각기동대> 같은 만화는 투명 장치가 풀리는 게 주요 스토리와 거리가 좀 있어 보입니다. 저는 만화책을 전부 안 봐서 모르지만, 어쨌거나 공안 9과는 침입자가 아니라 특수 부대입니다. 평상시에 몸을 숨길 만한 일이 없으니 투명 장치가 고장이 나도 분위기가 케로로 소대나 프레데터와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죠. 시각효과야 광학 미채와 더 비슷하지만, 저는 투명 장치를 사용하는 의미에 더 중점을 두자는 겁니다.

그래서 안티 배리어가 망가져 허둥대는 케로로를 보면 클로킹이 풀려 된통 당하는 프레데터가 종종 떠오릅니다. 모습을 숨긴 채 지구로 접근하는 케론인 우주선은 클로킹 상태에서 지구로 프레데터를 떨어뜨리는 우주선 생각이 나게 하고요. <케로로>는 각종 SF 작품들의 전형을 모아놓은 만화인데, 안티 배리어는 이런 투명 외계인 부류를 패러디하는 걸 겁니다. 그 중에는 프레데터도 들어갈 테고 말이죠. (제작자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코드는 비슷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