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어떻게 전력을 끊을 수 있지!?

영화 <에일리언> 2편을 보면, 에일리언들이 콜로니에 갇힌 해병대를 공격하려고 건물 전력을 끊는 부분이 나옵니다. 그냥 공격해서는 효과가 없다는 판단 아래 전술 계획을 짜고 그걸 실행에 옮긴 거죠. 그걸 보고 허드슨이란 해병대원은 “동물이 그럴 리가 없다!”고 외칩니다. 해병대 눈에는 에일리언이 그저 기계도 다루지 못하는 동물로 보였나 봅니다.

에, 그러니까 에일리언은 언뜻 봐서 동물 같다는 느낌을 많이 줍니다. 일단 그들은 문화라든가 문명이 없습니다. 그냥 자연 상태에서 살아갈 뿐입니다. 도구를 개발하지도 않고, 외부 재료를 이용해 건물을 짓지도 않습니다. 물론 외계 생명체가 야생에서 살아간다고 그걸 꼭 지구에 있는 동물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생명이 살아가는 방법은 굉장히 다양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구 동물과 뚜렷한 차이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평가하기가 굉장히 애매합니다.

또한 에일리언은 이성보다 본능이 앞섭니다. 그들은 일단 상대를 만나면 공격하려 듭니다.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다른 종과 타협한다든가 교류를 하려하지도 않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면 무조건 이빨부터 까는 거죠. 지구인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런 행동은 ‘동물 같다’는 느낌을 주게 마련입니다. 에일리언과 곧잘 비교하는 프레데터도 이 점은 마찬가지입니다만, 적어도 그들에겐 명예욕이 있습니다. 좀 더 높은 차원의 문제로 상대와 싸운다는 것이죠. 하지만 에일리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생존’ 밖에 들어있지 않은 듯 싶습니다. 자아 개념도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참 사소한 이유이기도 한데, 에일리언에겐 꼬리가 있습니다. 꼬리, 이거 인간 사회에서 보자면 참 난감한 신체 기관입니다. 대부분 척추동물에겐 꼬리나 꼬리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포유류와 파충류, 양서류에겐 꼬리가 있고, 새에겐 꽁지가 있고, 물고기에겐 꼬리 지느러미가 있습니다. 헌데 그 중에서 인간을 비롯한 몇몇 유인원만 없습니다. 그러니 꼬리가 있는 에일리언은 알게 모르게 동물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긴 하겠지만, 전 꼬리 문제가 참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연유들로 저는 에일리언이 ‘동물에 가깝다’고 보는 편입니다. 사고 능력이 어느 정도는 있지만, 지구 생물로 따지자면 동물에 가깝다는 거죠. 그러나 외계 생명체가 동물처럼 보인다고 해서 단순히 분류해도 되는지 의문이군요. 역시 이것도 들쑥날쑥한 설정처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걸까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다른 생명체(또는 생명체처럼 보이는 존재)를 구분한다는 게 굉장히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