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를 쫓아가는 여왕 에일리언

영화 <AvP> 후반부 중 여왕 에일리언이 활약하는 장면입니다. 주인공 렉스가 창으로 여왕을 찌르자 화가 난 여왕이 득달같이 쫓아가는 상황이죠. (물론 별다른 힘이 없는 주인공은 도망갑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보시고서 T-렉스가 생각난다고 하신 분들이 많더군요. 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티라노사우루스 말입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떠올렸는데, 이건 그만큼 거대한 동물(생물)이 활동하는 영화가 적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여왕 에일리언은 티라노사우루스도 아니고 지구 동물도 아니지만, 어딘지 비슷한 느낌이 풍기잖아요. 여왕이 공룡만큼 크지는 않습니다만, 위압감이 워낙 대단한 데다가 인간에 비하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으니 그런 느낌을 주기엔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의 장점이라면, 여왕이 꽤나 활발하게 움직이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모습도 다 보여줍니다. 에일리언 최신작답게 시각효과도 어색하지 않고요. 물론 파워 로더와 싸우던 여왕에 비해 액션이 약하긴 합니다. 프레데터가 그저 얻어맞기만 하고 별다른 활약을 못했으니…. 공중에 붕 떠올라 창으로 찌르는 장면은 인산 깊었지만, 너무 단발성 활약으로 그쳤지요. 프레데터 혼자서 여왕과 대등하게 싸우는 건 균형감이 좀 안 맞지만, 어느 정도는 피해를 줄 것으로 생각했으니까요. (무기 몇 번 쏘고 나서 꼬리에 맞아 나가 떨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부분이 나름대로 괜찮은 긴박감을 조성했다고 봅니다. 여왕 에일리언이 모습을 다 드러내며 이것저것 부수고 다니는 것도 괜찮았고요. 커다란 생물(괴물)이 인간을 쫓아가는 영화야 흔하지만, 보통 그런 영화에서 인간 대 괴물 두 축으로 나누기 일쑤입니다. 허나 <AvP>에선 인간&괴물 대 괴물로 관계가 약간 복잡하죠. 뭐, 앞서 말씀 드렸듯이 프레데터가 일찌감치 나가떨어져 그리 큰 영향은 안 줍니다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여왕이 더 무섭게 보이기도 합니다. '무서운 괴물을 제압한 더 무서운 괴물'이란 식이죠. 역시 시각효과가 탁월했다는 것도 한몫 했고요.

아쉬운 부분도 있고 섭섭한 감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마음 졸이며 본 장면이었습니다. 괴물 영화를 마무리하기엔 그럴듯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