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제목을 ‘공중전’이라고 했는데, 그렇다고 프레데터 우주선과 마린 드롭쉽이 날아다니며 싸우는 내용은 아닙니다. 사실 이런 걸 쓰고 싶어도 영화로만 따지면 설정이 참 부족한 편이죠. 게임이나 만화 등에는 저런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만, 순전히 영화만 가지고 말하자면 어렵죠. 프레데터 우주선이 마린 드롭쉽을 플라즈마 포로 격추시키는 장면은 아직까지 게임 <AvP 2> 같은 데서나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땅에 발을 딛지 않고 싸우면 어떻게 될까’ 입니다. 에일리언의 경우,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공간을 활용합니다. 수직벽면도 기어 올라가고, 벽과 천장을 마음대로 누비고, 먼 거리도 휙휙 뛰어다닐 수 있죠. 프레데터는 에일리언보다야 못하지만, 그래도 뛰어난 운동신경을 자랑합니다. 높을 곳을 무서워하지 않고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듯 오가니까요. 이렇게 두 괴물이 땅에서 벗어나 싸우면 재미있겠다, 싶은 거죠.

이건 <AvP 2>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기도 한데, 둘이 너무 땅에서만 엎치락 뒤치락 합니다. 한 번쯤은 정신 사납게 사방팔방으로 옮겨가며 싸울 법도 한데 말이죠. 가령, 에일리언이 벽으로 붙어 다니면 프레데터가 공격하기 위해서 벽과 벽 사이를 날아다니는 겁니다. 아니면 발 디딜 틈이 없는 높은 곳에서 주변 지형을 의지해 싸우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요. 산만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그래도 땅바닥에 붙어서 옥신각신하는 것보다야 낫다고 봐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싸우면 에일리언 쪽이 더 유리할 것 같습니다. 서로 간의 활동성을 제쳐두고서도 말이죠. 저렇게 싸우려면 프레데터는 접근전 무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플라즈마 포가 있다면 굳이 에일리언의 뒤를 쫓을 필요가 없죠. 그러니 칼이나 창을 써야 하는데, 이것들은 ‘손에 쥐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벽에 갈라진 틈을 붙잡는다든가 하기가 어렵죠. 반면, 에일리언은 입이나 발톱, 꼬리 등으로 언제고 공격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프레데터도 꼭 무기를 손에 쥐어야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손목칼의 경우 발톱처럼 튀어나오는 무기이며, <AvP 2>에서 선보인, 팔꿈치 부근에서 튀어나오는 커다란 칼날도 있으니까요. 어쩌면 창보다 이런 무기에 더 의지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그래도 프레데터니까 가능한 싸움이라고 할 법 합니다. 이렇게 접었다 펼 수 있는 무기(휴대성 무기)는 프레데터의 특기 중 하나이니 말입니다. (창도 손에 쥐긴 하지만, 접을 수 있으니 휴대성 무기죠)

결론은 손목칼 등이 접이식이라 불편해 보여도 사실은 나름대로 쓸모가 있다, 뭐, 이런 겁니다. 우리 인간에겐 칼집에 차지 않는 손목칼이 이상해 보일지 몰라도 프레데터에겐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생명체, 활동성이 극도로 많아서 모든 장비를 몸에 넣고 다녀야 하는 사냥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