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개봉예정인 영화 <킹콩>의 데모게임 영상을 봤습니다. 킹콩과 T-렉스가 싸우는 부분이었는데, 우와, 굉장했어요. 들이받고, 치고, 물고, 집어 던지는데 정말 박력 그 자체였습니다. 과연 실제 영화가 얼마나 이 정도 박력을 자랑할지 모르지만, 더 나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다른 영화에서 피터 잭슨이 보여준 영상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보고 나니까 문득 영화 <AvP>의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싸우는 부분이 생각나더군요. 바둑이 에일리언이 프레데터를 하나 죽이고, 바로 이어지는 대결 있잖아요. 스크린 사상 처음이라고 부를 만한 에일리언과 프레데터의 대결…. 그런데 이 장면이 어찌나 초라해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킹콩과 T-렉스가 싸우는 것에 비하면 너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분인가 그러셨는데, 이 장면을 보고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펜싱하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상당히 잘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봅니다. 둘이 서로 버티고 서서 칼질만 챙챙 거렸으니 펜싱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죠, 뭐. 두 괴물이라면 치열하게 치고 받는 걸 떠올리는데, (어찌 보면 참 점잖게) 칼부림을 주고 받았으니 말입니다. 저야 펜싱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이게 너무 인간답게 보였어요. 중력을 무시하고 나무 사이를 훨훨 날아다니는 외계괴물이 아니라 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처럼 보였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게 <AvP> 제작진의 잘못은 아닙니다. 시나리오나 설정에서 흠을 잡을 수는 있어도 특수효과는 어느 정도 이해해야죠. 사실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대결한다는 소재치고 제작비가 너무 부족했다고 하니까요. 일종의 실험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그러니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킹콩> 같은 영화와 비교가 되겠습니까. 애초부터 한계가 드러난 걸 제작진 탓으로 돌릴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2편이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거기서는 이 두 괴물을 좀 더 괴물답게 표현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킹콩과 T-렉스의 대결을 보고 혀를 내두르는 것처럼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싸우는 걸 보고 탄성을 질렀으면 합니다. 그래서 외계괴물 싸움의 원형 내지는 전형을 만들었으면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