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시리즈의 무대는 주로 우주선과 (미개발) 행성이었습니다. 1편에서는 우주 화물선 노스트로모,
2편에서는 식민지 개발행성 LV-426, 3편은 감옥행성 퓨리161, 4편은 전함 아우리가였죠. 우주선, 행성, 행
성, 우주선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1편에서 스페이스 쟈키가 있는 행성으로 내려
간다거나 2편에서 여왕 에일리언과 슐라코에서 싸우기도 합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대략 무대가 저렇
다는 겁니다.

저는 둘 중에서 우주선을 무대로 했을 때가 더 극적으로 느껴지더군요. 우주선은 그야말로 폐쇄된 공간입니
다. 비상탈출을 하지 않고서야 아무데도 갈 수가 없죠. 게다가 제대로 수리하지 않으면 우주선 자체가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고립되어 있다는 소외감도 더 클 수밖에 없고요. 무엇보다도 우주선은 인간이 만들었
기 때문에 에일리언이 더욱 '침입자'라는 점을 강조하죠. 지구를 떠나면 다른 행성에 발을 딛기 전까지는 우주
선이 인간의 유일한 보금자리가 되니까요.

물론 행성도 에일리언의 무대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Lv-426이나 퓨리161 같은 행성도 충분히 폐쇄성을 살릴
수 있지요. 무대가 넓은 만큼 더 다양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하지만 역시나 행성은 갈
곳이 많기 때문에 우주선보다는 소외감이 덜해요. 숨을 곳이나 도망칠 곳이 상대적으로 많으니까요. 2편이나
3편은 거의 대부분 건물 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여차하면 밖으로 피신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와는 달
리 우주선에서는 나가고 싶어도 갈 데가 없죠.

행성을 무대로 한 영화가 재미없다거나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들 서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노스
트로모에서는 2편처럼 대규모 병사들이 싸우는 장면을 연출하기 어렵겠죠) 개인적인 입장에서 우주선이 더욱
극적이라는 것뿐입니다.

※ 사실 행성도 하나의 거대한 우주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거대한 만큼 더 안락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