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H.R.기거에 따르면 <에일리언 3>에 나올 에일리언은 원래 독버스터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
가 애초에 만든 에일리언은 육감적인 입술을 가진 지노모프였죠. 기거는 성을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유
명한데, <에일리언 3>에서도 그걸 나타내고 싶었나 봅니다.

이제부터 설명하려는 내용은 좀 선정적이고 잔인합니다.

애초에 기거가 디자인했던 에일리언의 생김새는 대략 이러합니다. 일단 전체적인 모습은 독버스터와 비
슷합니다. 그런데 입술이 인간의 입술처럼 부풀어올랐죠. (솔직히 그리 섹시하게 보이진 않습니다. 인간
의 입술을 가진 에일리언이라니…) 게다가 혀도 참 특이한데, 기존의 이빨 달린 혀 대신에 가시 달린 꼬
챙이 같은 혀가 있습니다. 사람을 보면 이 육감적인 입술로 입을 맞춘 다음에 꼬챙이 같은 혀를 몸 안쪽
으로 밀어넣는 겁니다. 그리고 혀를 끄집어 내면 내장이나 기타 장기가 입 밖으로 딸려 나오는 거죠.

기거는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저런 걸 생각해내다니…. 본인도 끔찍할 거라며 멋적게 웃더군요.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지금의 독버스터가 100배 낫다고 봅니다. 작고, 우아하고, 재빠른 독버스터는 스포
츠카를 연상케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성적인 변종은 독특하긴 하지만, 그다지 끌리진 않
네요. 이미 기존의 이미지에 길들여져서 그렇기도 합니다만, 갑작스레 외형이 변하는 것도 별로 좋은 생각
이 아닌 것 같아서요.

하여간 독버스터의 탄생 과정은 정말 험난하군요. 처음에는 육감적인 변종이었다가 다음엔 황소였다가….
저주받은 걸작이니 뭐니 해도 지금의 독버스터가 나왔다는 게 고마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