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AvP>에서 에일리언과 프레데터의 본격적인 싸움은 그리드와 켈틱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둘이 엉켜
붙어서 열심히 치고 받다가 켈틱이 그리드의 꼬리 끝을 잘라 버리죠. 그리고 잡아다가 냅다 던져 버립니다.
그리드는 달려오는 켈틱에게 산을 뿌리고 그 틈에 몰래 숨죠. 그리고 켈틱이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 어둠
속에서 몰래 덮칩니다. 싸움은 기습에 실패한 그리드가 프레데터의 그물을 뚫고 나와 켈틱의 머리를 관통
하는 걸로 끝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드가 싸우는 도중에 숨는다는 거죠. 이게 이상한
이유는 일반적인 에일리언과 행동하는 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에일리언은 사실 본능에만 충실할 뿐 머리를
굴리는 생명체가 아닙니다. 여왕 계급은 다르지만, 전사들은 상대가 죽든가 자신이 죽을 때까지 무조건 싸우
죠. 이 놈들은 후퇴를 한다든가 그런 걸 모릅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더 무서운 거고요.

그리드의 후퇴는 에일리언의 전술치고는 너무 영리하게 보입니다. 그리드가 특별한 존재라면 모를까 그냥 일
반적인 전사 계급에 불과한데도 말이죠. 역시 실질적인 주인공이라서 설정을 무시하는 거라고 봐야 할까요.
개인적으로 그리드를 좋아해서 별 불만은 없지만, 에일리언의 특성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본래대로라면, 산을 뿌린 다음에 달려오는 켈틱을 향해 돌진해야 했습니다.

아무튼 바둑이는 생김새로 보든 하는 짓을 보든 참 특이한 녀석입니다. 확실히 일반적인 크리쳐보다 캐릭터라
는 느낌이 강합니다. (제대로 살리질 못해서 탈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