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AvP>에서 본격적으로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싸우는 장면은 딱 둘뿐입니다. 첫째가 그리드 에일
리언과 켈틱 프레데터의 싸움이고, 둘째가 여왕 에일리언과 (일반) 프레데터의 싸움이죠. 그나마 여왕과
의 싸움은 인간 렉스가 합류했으므로 그리드와 켈틱의 싸움이 진정한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고 할 수 있습
니다. 게다가 이 싸움은 스크린에서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처음으로 마주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지요.

하지만 여기서의 켈틱은 그다지 프레데터답게 싸운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프레데터의 특징이라면, 다양
한 첨단 무기를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설사 그것이 칼이나 창처럼 원시적인 무기라고 해도 말이죠. 또한
프레데터는 나무 사이를 붕붕 뛰어다닐 정도로 근력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몸을 숨길 수 있는 장비가 있
어서 기습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싸워야 프레데터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켈틱은 저렇게 싸우지 않습니다. 산에 녹아내리는 칼 한 자루만 가지고서 힘으로 에일리언을 제압
할 따름입니다. 창을 휘두르거나 공간을 이용해서 싸우는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저 힘으로 그
리드를 집어던지고 때리고 밀칠 뿐이지요. 격렬한 싸움이긴 하지만, 이건 프레데터의 멋이 아닙니다. 이런
싸움은 프레데터말고 다른 캐릭터나 크리쳐도 얼마든지 연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화 <AvP>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쳤다고 봐야 합니다. 그리드와 켈틱의 싸움은 잊을 수 없을 정도
로 강한 인상을 남겼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죠. 그 결과 이 영화에서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제대로 맞붙
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예산 부족 때문이라는 말도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