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평론가들은 영화 <에일리언>을 공포 영화로 분류합니다. 시종일관 지속되는 음침한 분위기,
공포영화의 전형을 따르는 연출, 핏빛 화면으로 인해 관객을 졸도하게 만들거나 구토를 일으켰다
는 사실 등을 이유로 들면서 말이지요. 게다가 <에일리언>을 SF 호러 영화로 부르는 경우도 많고,
SF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공포영화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너무 극의 분위기만을 중시한 결과입니다. 무섭다는 감성에 사로잡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 거죠. <에일리언>이 어떤 영화입니까? 이건 인
간과 미지의 외계 생명체의 접촉을 그린 영화입니다. 여기에서 진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미지와
의 조우입니다. 그런데 이 만남이 결국 공포로 이어지게 된 거죠. 먼저 만남이 생긴 후에 공포가 부
차적으로 따라온 것입니다. 따라서 <에일리언>은 공포보다 외계 생명체가 우선시되는 SF 영화라
고 할 수 있습니다.

비단 <에일리언>뿐만 아니라 다른 SF 작품들도 종종 이런 오해를 받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상상
과학으로 인해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에만 몰두한 나머지 SF를 안주에 두지 않는 거죠. SF
작품을 평가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라고 봅니다. <에일리언들>이 액션을 강조했어도, <에일리언 3>
가 종교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어도 이들은 모두 SF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