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일리언들>에는 '뉴트'라고 하는 소녀가 나옵니다. 식민지 행성 Lv 426에 거주하는 연구원의
딸인데, 에일리언들의 습격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죠.

저는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 뉴트가 제일 인상 깊었습니다. 여전사의 대표로 불리는 리플리나
용기있는 해병의 모습을 보여준 힉스, 개성 넘치는 허드슨도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이지만, 뉴트가 더
기억에 남더군요. 이 소녀야말로 그 누구보다 고생을 심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뉴트는 자기 가족들이 죽어나가는 광경을 눈 앞에서 봤을 겁니다. 사랑하는 아빠, 엄마,
오빠의 죽음을 면전에서 목격한 거죠. 게다가 도움을 청할 만한 곳은 아무 데도 없고, 의지할 사람도 하
나 없었습니다. 인간들은 모두 죽임을 당했고, 에일리언들만 사방 천지에 득실거렸죠. 뉴트는 이러한 가
운에서 살았습니다. 일분 일초가 지옥 같았겠죠. 눈 뜨고 악몽을 꾸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겁니다. 1편
의 리플리도 비슷한 경험을 하긴 했지만, 뉴트는 사춘기가 시작되지도 않은 어린애입니다. 이 끔찍한 현
실을 맞딱드린 충격이 훨씬 컸을 겁니다.

게다가 뉴트는 나이가 어리지만, 행동이 어른스럽습니다. 탈출로가 없어져서 미안하다고 하는 리플리에
게 리플리 잘못이 아니니가 괜찮다고 하거나 에일리언들이 습격해오자 침착하게 빠져나갈 길을 안내하
죠. "엄마는 세상에 괴물이 없다고 하셨지만, 그것들은 있어요."라고 말하는 걸 보면,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는 생각도 들고요. (한창 꿈을 키우며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괴물 운운 하다니요) 폐쇄된 상
황에서 자포자기하는 허드슨에 비해 담담하게 대처하기도 하고…. 아마 엄청난 시련을 겪고 나자 나이
에 걸맞지 않은 행동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이겠죠.

만약 뉴트가 나오지 않았다면, <에일리언들>의 긴장감이나 인간미는 좀 떨어졌을 겁니다. 이런 아이가
<에일리언 3>에서는 비참하게 죽어버리니, 말미가 참 쓸쓸합니다.

※ 그런데 뉴트, 꽤 귀엽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자식 농사에는 관심 없지만, 이런 딸아이 하나 있으면 괜
찮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떻게 크냐가 문제이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