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3>를 처음 봤을 때,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는 도그버스터였습니다. 개를 숙주로 해서
태어난다는 점에 꽤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죠. 그래서 그 후로 '왜 하필 개인가?'에 대해서 나름대
로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왜 개일까, 작가와 감독이 개를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개
는 인간의 친구이기도 하니까 뭔가가 있지 않을까 등등….

그리고 나서 한참 후에야 에일리언 4부작 세트가 나왔습니다. 혹시나 개를 숙주로 한 것에 대하여 뭔
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서 봤는데, 이런, 원래는 황소였군요. 그러니까 소를 가지고 촬영했다가 그
냥 이런저런 문제로 인해서 개로 바꾼 것이었습니다. 무슨 심각하고 중차대한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니란 거죠. (만일 황소 모형이 좀 더 그럴 듯했더라면, 카우버스터가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기분이 좀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심도있게 생각했던 그 부분이 결국 촬영상의 에피소드였을
뿐이라니…. 아무 것도 아닌 것에 의미를 부여해 놓고 혼자 고민한 시간을 생각하면 정말…. 영화에 대
해 진지하게 탐구하는 정신도 좋긴 하지만, 너무 쓸데없이 깊게 탐구해도 문제로군요.

※ 어쨌든 극장용 영화에는 도그버스터로 나와서 다행입니다. 제일 빠르고 몸집이 작은 녀석이 황소에
서 나왔다는 건 아무리 봐도 어설프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