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P>는 영화이기 이전에 팬무비(fanmovie)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팬들의 요구에 의해서 만들어
진 영화라는 겁니다. 이 영화에는 원작이 없는 대신 원작의 괴물들을 간직한 영화들이 있습니다. 상당히
특이한 경우이죠. <Aliens>와 <프레데터>란 영화가 나왔고, 사람들은 이 둘을 싸움 붙였으며, 그 결과 영
화가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AvP>가 우선적으로 노린 관객층은 AvP 팬이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일반적인 SF 팬들이나
다른 관객들까지 끌어들이면 성공으로 이어지는 거죠. 하지만 (아쉽게도) <AvP>는 일반적인 SF 영화로
서는 실패작입니다. 극중의 논리성이나 이야기의 신선함, 과학적 사유 등이 상당히 부족하거든요. 그렇다
면 단순한 영화가 아닌 팬무비로서의 <AvP>는 어떨까요.

이건 어디까지나 팬의 한 사람으로서 말하는 건데, <AvP>는 팬무비로서도 실망스럽습니다. 이야기라든
가 논리성은 뭐, 그렇다고 합시다. 어차피 팬이라면 누구나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AvP>
에는 팬무비가 보여주어야 하는 새로움이 없습니다. 가령 프레데일리언 같은 경우, 그 실체가 공식적으로
드러난 적은 없습니다. 팬이 만들었다면 당연히 이런 걸 보여줬어야죠.

<AvP>는 기존의 시리즈들 즉, 에일리언 4부작과 프레데터 2부작이 보여준 것을 반복할 뿐입니다. 오랜만
에 에일리언과 프레데터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뻤지만, 그것도 잠시 뿐. 이건 팬무비가 아니라 그저 그
런 짜집기에 불과합니다. 사상 최강의 우주 괴물들이 격돌한 것치고는 충격의 여파가 너무 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