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크의 멋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사람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공통적인 요소들도 있을 겁니
다. 메크의 종류가 워낙에 많고, 모습도 천차만별이고, 하는 일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메크의 멋이다'
라고 딱 꼬집어서 말하긴 힘듭니다. 그래도 그 중에 겹쳐지는 뭔가가 있다는 뜻이죠.

두서없이 이야기해 보자면, 메크는 육중해야 합니다. 무게가 35t 안쪽의 정찰 메크라고 해도 반드시 육중하게 보
여야 합니다. 무게감 없이 하늘하늘 거리는 메크는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메크는 중후해야 합니다.
중후함이 있으려면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역시 무게감이 필수적이죠. 정신없이 뛰어다니거나 공중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여타의 메카닉과 메크는 차별되야 합니다.

메크는 번쩍번쩍 찬란해서도 안 되고, 깨끗하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메크는 어딘가에 녹이 좀 슬어 있어야 합
니다. 메크의 녹은 중년 남성의 구레나룻이요, 전설적인 용병의 상처와도 같은 것입니다. 잡티 하나 없는 여타의
메카닉들과 달리 메크의 녹은 이 기계를 더욱 사실적이고 실감나게 만들어 줍니다.

메크의 멋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메크는 이제 막 전장에 투입된 신참이 아니요, 그렇다고 늙어서 사라져야 할
노병도 아닙니다. 메크는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인 중견 간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위엄이 있
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터무니없지도 않습니다. 전장에 뛰어들어서는 상대를 노련하게 해치
우고, 석양빛을 배경으로 귀대하는 중견의 모습이 바로 메크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메크의 멋이란 바로 저런 것입니다. 어느 정도 공감하실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