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COM : The Unknow Enemy (22)

2000년 2월 3일 (5)

  돌 벽 너머로부터 진동과 함께 굉음이 울려 퍼졌다. 수없이 반복되는 폭발 소리는 땅을 울리고 안개를 흩어 시계를 혼란시켰다. 우리들로부터 불과 100여 미터 떨어진 잔디밭의 중앙은 거대한 물체에서 뿜어내는 연기와 폭연으로 안개보다 자욱한 시계를 안겨주었다.

  "휴. 휴. 이거 오랜만에 겪어보는 포화로군. 진즉 이렇게 해 주면 누가 잡아먹기라도 한다나?"

  토머스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쇨로스 빌헬름쇠엔. 빌헬름쇠엔 가의 성 아래에 펼쳐진 잔디 위는 3기의 스카이레인저에서 쏟아내는 포격으로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목표는 UFO 주변에 매복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적 외계인, 물론 숲 속으로 달아난 놈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이미 제 1, 제 5 분대가 모두 소탕했기에 이제 남은 것은 우리 눈앞에 위치하고 있는 적기 내부의 존재들뿐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 지형은 그다지 쉬운 지형이라곤 할 수 없었다. 적기까지는 거의 100미터 가까운 평지를 달려가야만 했고, 언제 적의 반격이 시작될지 몰랐다. 장점이라면 역시 분대장이 말한 안개 효과를 기대할 뿐. 안개와 연기, 그리고 매캐한 폭연이 섞인 이 공기는 우리들의 납탄과는 달리 적 무기의 위력을 확실히 줄여줄 것으로 예상되었다. 게다가, 숲 속에 대기 중인 제 1, 제 5 타격 분대는 로켓포와 기관포 등의 중화기로 적기 입구를 난사하여 적이 기체 내부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해 줄 것이다. 물론, 적기 내부로 침투하는 어려움은 있겠지만, 적기까지 평지를 달려가는 동안 일방적인 반격을 받는 것보다는 나을테니까.

  "정확히 1분 후 포격을 멈춘다. 그 직후 적기의 정면 입구를 향해 약진하도록. 그린팀을 정면으로 브라보와 찰리팀이 뒤를 지원한다. 반대쪽 입구는 에코 팀을 중심으로 나머지 팀이 접근하여 교란시키도록."

  컴링크 너머로 분대장의 목소리는 바로 나와 토머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 팀은 2인을 1 팀으로 각각 미군 제식 명칭에 따라 불려지고 있었는데 새로 편입된 스베틀라냐와 린의 부대도 에코(E)로 불리는 반면 우리는 아직 그린 팀으로 불리고 있었다. 어째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입에 익어서 부르기 쉽다고 하던가?

  여하튼, 이 번 전투에서는 바로 토머스와 내가 중심이 되어 돌입하도록 되어 있었다. 적기의 정면에서 가장 처음 돌입하는 것 그것은 엑스컴에서 가장 위험한 일인 동시에 가장 명예로운 일이었다. 과연, 분대장은 어느 쪽을 생각하고 우리에게 이 임무를 맡긴 것일까? 아니, 분대장의 성격을 생각하면 역시 '단지 부르기 쉬우니까.'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포격 중지!"

  분대장의 목소리가 끝나고 마지막 폭탄이 적기의 바로 앞에서 폭발했다. 굉음과 함께 외계인의 비명 소리가 들린 듯 했지만, 이 거리에서는 제대로 확인이 되지 않았다. 그보다, 지금은.

  "약진! 약진! 약진!"

  로리스 분대장의 목소리가 재촉하듯 울렸다. 그리고, 좌측 계단에 있던 토머스와 나는 게오르그의 브라보 팀, 맥스의 찰리팀의 지원을 받아 적기의 사각 지대 쪽으로 돌진했다. 목표인 정면 입구 쪽을 향해 1번 팀이 기관포를 난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적기의 벽에 도달한 우리는 적기의 외벽에 등을 대고 정면 쪽을 경계하는 자세로 들어갔다. 등으로부터 전해지는 묘하게 싸늘한 감촉이 UFO의 현실감을 더해 주었다. 그렇다. 나는 지금 지구 밖 문명이 창조한 비행체에 바로 붙어 있는 것이다.

  우리의 도착을 확인한 브라보, 찰리팀은 두 사람 씩 차례로 우리가 있는 곳으로 접근해 왔다. 모두가 도착하고 제 1 분대의 지원 사격이 중지되었다.

  "도어인 클리어."

  제 1 분대로부터 연락과 함께, 나는 정면으로 열려있는 입구 바로 옆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문득 올려다본 기체에서는 연기가 나오고 있었지만, 수많은 포격에도 불구하고 그 외형은 별로 큰 상처를 입지 않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입구 쪽을 살짝 바라보니, 폭음과 함께 들린 괴성이 환청이 아님이 입증되었다. 입구 바로 앞 공간에는 수많은 파편으로 갈가리 찢겨진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주변에 흐른 녹색의 피가 그것의 정체를 알려주었다.

  "고르곤. 여기는 그린. 적 1 체 제거 확인."

  마이크를 통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는 에코. 적 2 체 제거 확인."

  컴링크에서 무미건조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기체 후방에 위치하고 있는 또 하나의 문을 향해 접근한 에코팀의 여성, 스베틀라냐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것이 단순한 통신문이건 아니면 식사 때의 잡담이건(그녀가 잡담을 한다면).

  하지만, 작전에서는 자신이 해야 할 기본 통신은 명확히 해 주었기에 그에 있어 문제가 되는 사항은 없었다. 모든 동료를 기계적으로 대하는 태도를 제외하면.

  "여기는 고르곤. 제 1, 제 5 분대의 전투 결과에 따르면 적은 아직 3 명 정도 남은 것으로 고려된다. 그러나, 적의 숫자는 명확하지 않으니 주의하여 돌입하라. 10초 후, 수류탄을 투척하여 입구를 청소하고 돌입하도록."

  분대장의 통신이었다. 그녀는 스스로 ' 마녀 '라는 별명을 가진 것을 알고 자신의 통신 명을 '고르곤(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마녀 자매)'이라고 붙였다. 별명 따위엔 관심도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별명대로 확실하게 마녀로서 활동하겠다는 의미일지도 몰랐다.(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녀의 통신을 들은 직후, 나는 입구 안쪽을 경계하면서 입구를 지나 반대쪽으로 이동했다. 재빠른 행동 덕분일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1층을 지키는 것을 포기하고 사령실 쪽으로 가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형체는 알 수 없지만 이 안에 있는 놈들이 어떤 종족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비록 제 1 팀과 5팀에서 사살한 것이 가장 약한 섹토이드였지만. 이 안에 숨어있는 것이 그들일지 아니면 거꾸로 사냥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 뮤톤일지는 눈 앞에 나타나기 전엔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문 양 쪽에서 경계 태세를 취한 토머스와 나는 서로 수화로 정보를 알렸다. 나도, 토머스도 실내의 어디에 적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왠지 모를 살기가 그들의 존재를 느끼게 해 주었다. 나는 신호를 보내고는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았다.

  '1001, 1002, 1003'

  셋을 세고 안쪽으로 굴린 수류탄은 적당한 위치에서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째지는 듯한 비명이 최소한 하나의 적을 처치했음을 알게 해 주었다. 이윽고, 반대쪽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 아마 에코팀(스베틀라냐와 린 레이첼)이 처리한 일이리라. 외계인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적은 없었던 것 같지만, 어쩌면 비명을 지를 새 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좋아. 돌입.'

  토머스에게 신호한 나는 약진 자세로 적기 안으로 돌입했다. 들어온 입구 바로 옆에 등을 대고 주변을 경계했다. 안쪽 벽에 대고 있는 등에서 기묘한 울림이 전해지면서 마음이 극도로 긴장되기 시작했다. 마치 며칠 전에 시작했던 사격 때와 같은 긴장과 함께 감각이 몇 배로 향상된 느낌이 들었다.

  '이 곳에는 없다.'

  이렇게 확인한 후에야 짧게 휘파람을 불어 토머스에게 알렸다. 철판을 두드리는 듯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토머스가 안쪽으로 들어왔다.

  '이거, 난생 처음 있는 일이나 정말 흥분되는데.' 토머스는 우리끼리만 통하는 수화로 이렇게 말했다.

  '짜식. 항상 유원지에 놀러온 기분이지? 여하튼 주변을 경계하고 다음 팀에게 연락하자.' 나는 이렇게 응답했다.

  'OK.' 토머스는 마지막으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왼손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아 Ok 사인을 보였다. 그리고 그 손을 입에 넣어 짧게 두 번 휘파람을 불었다.

  게오르그와 맥스 일행이 뒤따라 들어오고, 그들의 엄호 하에 토머스와 나는 오른쪽과 왼쪽 방향으로 각각 나뉘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 UFO는 -특별히 파손되지 않았다면- 기체 옆 구획에 각각 1개씩의 중력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그 주변에는 적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보통의 무기로는 부술 수도 없을 만큼 단단한 내부를 갖고 있는 UFO에서 유일한 통로는 바로 외계인이 사용하는 중력 엘리베이터뿐이었으며 결국 그 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온 몸의 감각을 최대한 높이고 천천히 이동을 시작했다. 문득, 동남아시아 어딘가에서 만난 중국 출신의 용병의 말이 떠올랐다. 인간에겐 누구나 타고난 감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잘 활용하면 눈을 가리고도 격투를 벌일 수 있다는…. 그래서, 그 용병은 감각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두꺼운 군복 대신 셔츠만을 입고 전장에 나서곤 했다. 그리고 그 것이 옳은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어떤 위험한 상황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다.

  물론, 그와 같은 동물적인 감각과는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나 또한 오랜 기간 전장에서 길러진 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이 경고하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내게, 아니 인류 전체에게 살의를 품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적이라는 것을.

  중력 엘리베이터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반대쪽에서 들어온 한 명의 대원이 접근해오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나를 겨냥했던 그녀는 이윽고 나라는 것을 확인하고 총을 거두었다. 물론 언제라도 싸울 수 있는 자세를 취한 채.

  철모 아래로 짧은 갈색 머리가 비쳐 보였다. 그녀와 나는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묘한 적대감을 느꼈기 때문일까? 아니 어쩌면 동질감을 느낀 것인지도 몰랐다.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아무런 표정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 또한 주변에 대한 경계를 거두지 않은채 지나가는 시선으로 그녀를 잠시 쳐다보았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전장의 감각이 내게 경고 신호를 보내 온 것이다. 어디지? 위다! 순간 내 시선에는 중력 엘리베이터 저편에서 나타난 회색의 물체가 들어왔다.

  무의식중에 팔에 무게가 걸리고 총구가 그 쪽으로 향하는 순간. 좁은 통로 가득 굉음이 울려퍼졌다. 매캐한 탄연이 얼굴을 스치고 반짝이는 탄피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쇳소리를 내었다. 잠깐 동안의 강렬한 느낌. 정신이 들고 보니, 그녀 또한 나와 같은 자세로 서 있었다. 적의 감각을 느낀 순간 그녀와 나는 동시에 같은 목표를 향해 연사했던 것이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탄알집이 반쯤 빈 것을 확인하고 일단 갈아 끼기로 했다.

  그러나 스베틀라냐는 왠지 내 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얼굴 표정은 평소 볼 수 없었던 의혹의 표정-아니 어쩌면 멍한 표정일지도 모른다-이 담겨 있었다. 그때, 내 뒤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야. 꼬마. 갑작스런 총성은." 분대장의 보좌역으로 브라보팀을 맡고 있는 게오르그였다. 나는 대답대신 중력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그 곳에는 녹색으로 물든 회색의 물체가 공중에 떠 있었다.

  "이런. 화려하게 해치운 모양인군. 그렇다곤 해도 이걸 타고 올라가긴 조금 거리낌 한데 그래?" 게오르그의 말에 미소지어 보인 후, 정면을 바라보았을 때, 스베틀라냐의 얼굴은 이미 평소와 같이 아무 감정도 없는 느낌으로 돌아와 있었고, 그녀를 따라온 페트로프를 무시한채 탄알집을 갈아끼고 있었다. 역시 그녀도 같은 생각-위험한 상황에선 탄알집은 가득차 있는게 좋다-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때, 컴링크에서 친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이, 그 쪽은 뭔가 있었나 보지? 여긴 아무리 봐도 꽝인데 말야."

  토머스는 지금 이 상황을 예상한 듯 그렇게 말했다. 물론, 실적 면에서는 플러스가 되겠지만 외계인의 시체와 피가 고인 중력 엘리베이터를 올라가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차라리 꽝인 편이 나은 게 아닐까?

  "그럼. 나랑 바꿀까? 마침 머리를 물들이고 싶다고 했지? 녹색 어때?"

  어째서일까?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농담 같은 말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반대쪽에서 토머스가 낄낄대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 같으면 남을 웃기면 웃겼지 먼저 웃지 않는 녀석이 그것도 이런 위험한 장소에서 웃다니...

  나 스스로도 내 입에서 나온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스베틀라냐의 얼굴에서 다시금 의아한 표정이 스쳐 지나가는 듯이 느껴졌다. 하지만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예의 감정없는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좋아. 일단 엘리베이터를 떨어뜨려서 저 것을 내리고 올라가도록 하지. 과히 유쾌한 광경은 아니니까. 나와 게오르그가 먼저 올라가겠다."

  페트로프가 중력 엘리베이터 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게오르그는 그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와 스베틀라냐는 둘 다 조금 멍한 기분에 그들의 상황에 신경쓸 여지가 없었다.

  이상했다. 이건 뭔가. 그녀가 느낀 의아함이 내게도 전염된 듯 나 또한 내 스스로 어딘지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게오르그가 '중력 엘리베이터의 스위치를 작동시켜'라는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자 멍한 기분에도 스위치에 손을 대었다.

  순간 차가운 느낌과 함께 무언가 끈적거리는 액체가 내 위에 떨어져 내렸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을 때, 내 시선에 들어온 스베틀라냐의 상의는 녹색의 액체로 물들어 있었다.

  "이봐 라이너. 거기서 비켰어야지. 토머스 녀석에게 머리를 물들이라고 하더니 스스로 시범을 보이려고 했냐?"

  페트로프의 목소리에 순간 정신이 들었다. 이런, 역시 말은 함부로 할게 아니었다. 조금 전 내가 꺼냈던 엉뚱한 농담, 결코 내게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농담이 현실로 들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유쾌한 광경은 아니었다. 헬밋으로부터 상의. 거기다 머리 일부까지 녹색의 피와 고기조각으로 범벅이 된 모습. 마치 희극 속의 어릿광대와 같은 모습의 내가, 거기에 서 있었던 것이다.(더구나 중력 엘리베이터 바로 아래에 있던 나는 눈 앞의 그녀-스베틀라냐-에 비해 더욱 확실한 상황이기도 했다.)

  그리고, 스베틀라냐도 정신이 든 듯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때 나는 보았다. 그녀의 입술에 살짝 미소가 생기는 것을. 그것은 어쩌면 나 혼자만 본 환상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그녀는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웃는 표정을 지어보인 것이다.

  "뭘, 그렇게 멍하고 있냐. 꼬마."

  게오르그가 내 어깨를 툭툭치며 말했다. 나는 그를 향해 미소지어 보이고는 다시 감각을 가다듬었다.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여하튼 지금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으니 말이다. 지금 내 현실에 대한 생각이 조금 전까지의 조금 황당-이라기보단 참담-했던 기분을 순식간에 날려보냈다. 그래, 나는 지금 전장에 있는 것이다.

  스베틀라냐의 얼굴에서도 표정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평소의 차가운 표정.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외계인의 피로 초록색으로 얼룩져있어 평소의 지나치게 냉혹한 모습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도 내게서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스베틀라냐와 내가 후방 경계 태세에 들어가자 게오르그와 페트로프는 중력 엘리베이터 위에 올라섰다. 그들은 서로 반대쪽을 바라본 상태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 중력 엘리베이터에서 올라가는 것, 그것은 입구로 들어가는 것 이상의 위험한 상황을 의미했다. 그 입구를 외계인의 총구가 노리고 있을 수도 있었고, 또는 무언가 다른 위험한 덫이 설치되어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위험을 그들 고참병은 -조금 정신이 나가있는 신참 대신에-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엘리베이터 작동 준비."

  게오르그가 반대편에 있을 동료들에게 연락을 보냈다. 양쪽의 엘리베이터를 동시에 작동시켜 만약의 위험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그들 둘은 우리를 바라보았다. 페트로프가 고개를 끄떡이자, 나는 다시 스위치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을 사랑하는 표도기였습니다...컴

--------------------------------------------< PYODOGI >-------
profile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SF&판타지 도서관 : http://www.sflib.com/
블로그 : http://spacelib.tistory.com
트위터 : http://www.twitter.com/pyodogi  (한글)    http://www.twitter.com/pyodogi_jp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