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컴 유에프오 디펜스(X-COM UFO Defense) - 글 : 전홍식(pyodogi)
마이크로 프로즈의 고전 게임 X-COM의 팬픽.
엑스컴에 소속되어 활약한 한 대원의 일기로 엑스컴의 여러 이야기를 연출한다.
글쓴이의 말 : 계속 쓸 생각이었지만, 연재를 중지한지 한참이 흘러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항상 마음 속에는 있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는군요. 연재라는 것은 항상 시작하고 빨리 끝내는게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되네요. 아아.. 아쉽다...
엑스컴에 소속되어 활약한 한 대원의 일기로 엑스컴의 여러 이야기를 연출한다.
글쓴이의 말 : 계속 쓸 생각이었지만, 연재를 중지한지 한참이 흘러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항상 마음 속에는 있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는군요. 연재라는 것은 항상 시작하고 빨리 끝내는게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되네요. 아아.. 아쉽다...
글 수 44
XCOM : The Unknow Enemy (20)
2000년 2월 3일 (3)
이번 작전이 실전 최초로 적기의 내부 조사를 겸한 것이라는 점을 제외하면-그리고, 그런 이유에선지 로리스 분대장의 설교가 늘어난 것도 제외하면- 이번 작전의 내용 또한 이전과 큰 차이는 없었다.
우리가 상대할 것은 그다지 크지 않은 중형 AFC(UFO는 UN에서 적기로 인정함과 동시에 이 명칭으로 바뀌었다.)이었으며, 전투는 적기의 내부보다는 주로 적기가 떨어진 지역 주변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게다가 다행히도 그 지역은 특히 인구가 많은 독일 중부 지역에서도 상당히 한적한, -거기다 비교적 교전이 쉬운- 장소였다. 물론, 나름대로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없지 않았지만 특히 우리의 활동에 나쁜 평가를 줄지도 모르는 민간인이 없다는 사실은 그만큼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고 할까?
사실, 얼마 전에도 출동했던 팀에서 실수로 민간인을 쏘는 바람에 발생한 사태로 최근에는 작전에 있어 민간인의 유무에 상당히 신경을 쓰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 사건을 일으킨 대원의 이름은 불문에 붙여졌지만 엑스컴에 속해있는 모든 용병들에게 있어 그의 불행한 결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에 불과했다.
제 8번 팀에 속해있던 그는 번화한 -이라고 하기 보단 너무 혼잡한- 함부르크의 지저분한 시가지에서 외계인의 테러 진압 임무에 참여하고 있었다. 작전은 상당히 순조로운 것처럼 생각되었지만, 비좁은 거리 곳곳을 뒤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작전은 3시간이 넘게 지속되었다. 그리고, 계속된 긴장이 극에 달한 순간 그 사건은 발생한 것이다.
당시, 그 지역에는 대피 방송을 무시하고 어두워진 거리 한 구석에서 상점을 약탈하고 있던 청소년들이 있었다. 그들은 외계인이라는 존재를 무서워하기에는 너무 대담했고 어떻게 말하면 아무 생각도 없는 이들이었다.(소문에는 그들이 마약에 취해있었다고도 한다.)
게다가 변전소가 파괴되어 어둠에 잠긴 거리에서 날뛰는 무리들은 언뜻 외계인처럼 보일 수도 있는 괴상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나중에 들은 바로는, 이들은 UFO를 신봉하는 종말론에 빠져 있으며, 그런 옷을 통해 외계인에게 살해당하지 않고 유대감을 얻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들이 외계인으로 오인 받아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들이 대원의 눈앞에 갑자기 뛰쳐나왔을 때, 그 대원은 너무도 긴장했던 나머지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방아쇠를 당겨 버렸다. 둔탁한 총성과 함께 발사된 납탄은 그 물체를 꿰뚫었고 사방에 흘러 넘치는 피가 붉은 색이라는 것을 확인한 시점에선 이미 사건은 일어난 이후였다. 이 사고로 10대 청소년 3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 사고 '로 인식되었던 이 사건은 가판대에서 파는 3류 연애 신문의 과장 보도로 사회 문제화되기 시작했다. ' 평화 애호 연합 '이라 칭하는 단체가 엑스컴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간밤의 테러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함부르크 시민들의 분노는 외계인이 아닌 엑스컴에 집중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구해낸 도시에서 영웅이 아닌 범죄자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특히 다른 나라와는 달리 마약이 합법화될 정도로 완전한 자유 방임 주의를 표방하는 네델란드에서는 외계인과의 전쟁에 대해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았기에 이 곳에서 언론은 앞다투어 엑스컴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던 엑스컴은 이 사건을 ' 사고 '로 무마했고 당시 출동했던 대원을 방출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그러나, 약속했던 보수를 전혀 받지 못하고 사회적으로는 ' 살인자 '라 매도당한 대원은 며칠 후, 작은 호텔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사회적인 질책과 '민간인을 해쳤다.'는 자책 속에 자살을 하고 만 것이다.
" 영웅을 자처했던 살인자. 스스로의 죄를 인정하다. "
처음에 여론을 몰아갔던 신문에서는, 이러한 표제로 조롱하는 기사를 실었지만 그 밖의 모든 여론은 그 대원에게 호의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죽음 앞에선 무엇보다 동정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처음에 그를 살인자로 몰았던 신문사는 이번에는 그를 불행한 순교자로 바꾸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결국, 엑스컴 수뇌부에서는 뒤늦게 그의 가족에 대한 연금 지급을 약속했지만 죽은 이에게 있어 그 어떤 보상이 소용있을까...
그리고, 사건의 결말이야 어떻든 이 사건은 엑스컴 전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었다. 엑스컴의 대원들에게 있어 언론에 대한 불만과 분노도 쌓여가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엑스컴 조직 자체가 ' 외계인 열 마리보다 민간인 하나가 무섭다 '는 농담처럼 외계인과의 작전 그 자체보다는 정치, 사회적인 영향을 더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질되어 가기 시작하는 것이 더 문제였다.
이에 따라, 적기를 도심지에서 외각으로 유인하기 위해 전투기 조종사들의 업무는 더욱 힘들어지고, 보다 밝고 인간에게 유리한 도시보다는 외계인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한적한 지역에서 전투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결국, 최근 얼마간의 출동에서 대원들의 피해는 늘어났지만 정치가들, 그리고 정치가의 입김에 신경을 쓰고 있는 엑스컴 수뇌부들은 용병의 손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단지 민간인과 경제적인 피해에만 관심을 둘 뿐이었다.
사실, 오늘의 전투에서 상대를 할 AFC도 본래는 통일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 근교에 나타난 것이었다. 본래라면, 최대한 빨리 격추시켜 전투를 벌여야 했겠지만 베를린 근교에서 파괴 활동이 있다면 그 정치적 여파가 크리라 판단한 엑스컴 상부에서 적기를 다른 지역으로 몰아내도록 명령한 것이다.(이 사실은, 공중 요원과 지상 대원 양쪽 모두와 친근한 관계인 스카이레인저의 조종사가 귀띔해 주었다.)
이 와중에 아군기 한기가 격추되었지만, 그들은 최선의 노력으로 임무를 마쳐 비교적 인구가 집중되어 있지 않은 지역에 적기를 떨어뜨리는데 성공했다. 더욱 다행인 점은 그들이 적기를 떨어뜨린 곳이 울창한 숲 속이 아니라 구 동독 국경에 가까운 중소 도시, 케셀의 한 지역이었고 쉴로스 빌헬름쇠엔(Schloss Wilhelmsh ne:빌헬름쇠엔가의 성)이었다는 점이다. 독일은 특히 숲이 많은 나라였지만, AFC가 추락한 지점은 산줄기 한 가운데 세워진 이 성의 정면에 위치한 잔디밭 한 가운데였다. 만약, 우리가 매복하는 입장이었다면 이 지형은 최악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번의 우리는 공격하는 입장이었으며 주변에는 중화기를 사용하는데 방해가 되는 민간인이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성 앞 미술관에 약간의 경비원이 있기는 했지만, 이미 외계인에게 살해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내가 작전에 참가한 이래 처음으로 로켓포와 유탄 발사기,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한 스카이레인저의 공격 지원이 준비되었다.
이미 '암살자(Assassin)'라는 별명을 얻은 AX-1 레이저 라이플은 아직 실전에 투입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중화기는 그 역할을 메우고도 남을 것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이번 작전에는 중형 AFC를 상대로 하기에는 조금 많은 인원이 준비되어 있었다. 16명으로 구성된 우리 분대 외에도, 외계인이 동쪽의 도심지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미 1 분대와 5 분대가 포위선을 구축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단지 산 위의 성으로부터 포위선을 향해 몰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잔디밭 한가운데에 추락해 있는 거의 파괴되어버린 AFC를 향해서….
"잠시 후, 작전 지역에 도착한다. 이번 작전은 이미 말한 대로, 제 1, 제 5 분대와 협동으로 적을 포위해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정찰기의 보고에 따르면, 추락에서 살아남은 적은 약 7,8 명 정도가 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중 일부는 적기 내부에 매복하고 있는 듯 하다. 중화기 및 스카이레인저의 지원이 있는 이상 비교적 손쉬운 임무로 인식할 수도 있으나. AFC에 돌입하는 첫 작전이므로 결코 얕보지 말도록 주의하라."
로리스 분대장의 목소리에 일순 동료들이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어째서인지 토머스도 이번만큼은 별로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잠시 대원들을 둘러본 분대장은 미소와 함께 이렇게 덧붙였다.
"아. 그리고, 여유가 생기면 주변의 파괴는 최소화하도록. 뭐라 해도 이번 작전 지역은 독일이 자랑하는 유적이고, 꽤 유명한 관광지니 말이다."
분대장의 말에 대원들은 조금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뭐, 성이 무너진다고 해서 돌들이 불평이라도 한답니까? 뭐, 누가 불평한다면 외계인이 그랬다고 뻥치면 되는 거죠."
그 때를 기다렸다는 듯 토머스가 입을 열었던 것이다. 분대장은 잠시 얼굴을 찡그렸지만 곧 밝은 표정으로 바뀌어서는 말을 이었다.
"토머스. 오늘은 웬 일이지. 평소와는 달리 제대로 된 대답을 하고."
"당연하죠. 저야 항상 옳은 말만 하지 않습니까?"
"아하. 그래? '항상'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극히 없는'이라는 뜻으로 바뀌었다지?"
항상 토머스에게 당하기만 하던 한스의 응수에 모두들 낄낄대고 웃음으로서 일순 긴장했던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토머스는 이렇듯 아군에 있어 든든한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을 완수해내기도 했던 것이다. 멋쩍은 듯이 웃는 토머스를 바라보던 내 시선이 문득 그 뒤쪽에 앉아 있는 한 여성에게 옮겨졌다. 다른 대원과는 달리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 얼굴.(아니 어쩌면 찡그리는 표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너무 짧은 순간의 일이었으니까.)
스베틀라냐라 불리는 신규 편입 대원은 모두와 함께 웃고 있는 또 다른 여성-린 레이첼-과는 달리 마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처럼 그렇게 차가운 표정으로 무기를 점검하고 있을 뿐이었다.
내 시선을 눈치챈 것일까? 그녀는 잠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런 감정을 담고 있지 않은 -언젠가 훈련에서 시체 역이 된 나를 바라볼 때와 같은- 시선을 느끼고 순간적으로 내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왠지 알 수 없는 느낌. 뭔가 표현하기 어려운 -아니 어쩌면 기묘한 친근감일지도 모르는- 감정이 일순 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 탑승칸에 장착된 스피커를 통해서 작전 지역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잠시 스피커를 바라본 내가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때 스베틀라냐는 이미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나도 함께 일어났지만 내 시선은 스베틀라냐의 옆얼굴에 잠시 머물러 있었다. 아무런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적어도 그 순간은 내게 그렇게 느껴졌다.- 그녀의 옆모습에….
그때, 누군가의 화난 듯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라이너! 뭐하고 있나? 무기를 들고 준비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재빨리 자세를 정비하고 소총을 들었다. 내 파트너가 언제나 빨간 머리 마녀로 부르는 그녀가 얼굴을 약간 찡그리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숙이고 한스의 뒷머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토머스가 어깨를 치며 내게 속삭였다.
"킬킬. 하여튼 앞으로 네 고생길이 훤~하다. 잘 해보라고."
녀석이 말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왠지 로리스 분대장과 관련이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와 함께, 그의 목소리로부터 불길함을 상징하는 듯한 한기가 온 몸에 전해져왔다.
그 순간, 체중이 줄어드는 느낌과 함께, 우리는 하강하기 시작했다. 함정에 걸린 그러나, 아직도 치명적인 무기를 갖고 있는 맹수를 사냥하기 위하여….
★∼을 사랑하는 표도기였습니다...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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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2월 3일 (3)
이번 작전이 실전 최초로 적기의 내부 조사를 겸한 것이라는 점을 제외하면-그리고, 그런 이유에선지 로리스 분대장의 설교가 늘어난 것도 제외하면- 이번 작전의 내용 또한 이전과 큰 차이는 없었다.
우리가 상대할 것은 그다지 크지 않은 중형 AFC(UFO는 UN에서 적기로 인정함과 동시에 이 명칭으로 바뀌었다.)이었으며, 전투는 적기의 내부보다는 주로 적기가 떨어진 지역 주변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게다가 다행히도 그 지역은 특히 인구가 많은 독일 중부 지역에서도 상당히 한적한, -거기다 비교적 교전이 쉬운- 장소였다. 물론, 나름대로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없지 않았지만 특히 우리의 활동에 나쁜 평가를 줄지도 모르는 민간인이 없다는 사실은 그만큼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고 할까?
사실, 얼마 전에도 출동했던 팀에서 실수로 민간인을 쏘는 바람에 발생한 사태로 최근에는 작전에 있어 민간인의 유무에 상당히 신경을 쓰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 사건을 일으킨 대원의 이름은 불문에 붙여졌지만 엑스컴에 속해있는 모든 용병들에게 있어 그의 불행한 결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에 불과했다.
제 8번 팀에 속해있던 그는 번화한 -이라고 하기 보단 너무 혼잡한- 함부르크의 지저분한 시가지에서 외계인의 테러 진압 임무에 참여하고 있었다. 작전은 상당히 순조로운 것처럼 생각되었지만, 비좁은 거리 곳곳을 뒤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작전은 3시간이 넘게 지속되었다. 그리고, 계속된 긴장이 극에 달한 순간 그 사건은 발생한 것이다.
당시, 그 지역에는 대피 방송을 무시하고 어두워진 거리 한 구석에서 상점을 약탈하고 있던 청소년들이 있었다. 그들은 외계인이라는 존재를 무서워하기에는 너무 대담했고 어떻게 말하면 아무 생각도 없는 이들이었다.(소문에는 그들이 마약에 취해있었다고도 한다.)
게다가 변전소가 파괴되어 어둠에 잠긴 거리에서 날뛰는 무리들은 언뜻 외계인처럼 보일 수도 있는 괴상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나중에 들은 바로는, 이들은 UFO를 신봉하는 종말론에 빠져 있으며, 그런 옷을 통해 외계인에게 살해당하지 않고 유대감을 얻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들이 외계인으로 오인 받아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들이 대원의 눈앞에 갑자기 뛰쳐나왔을 때, 그 대원은 너무도 긴장했던 나머지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방아쇠를 당겨 버렸다. 둔탁한 총성과 함께 발사된 납탄은 그 물체를 꿰뚫었고 사방에 흘러 넘치는 피가 붉은 색이라는 것을 확인한 시점에선 이미 사건은 일어난 이후였다. 이 사고로 10대 청소년 3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 사고 '로 인식되었던 이 사건은 가판대에서 파는 3류 연애 신문의 과장 보도로 사회 문제화되기 시작했다. ' 평화 애호 연합 '이라 칭하는 단체가 엑스컴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간밤의 테러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함부르크 시민들의 분노는 외계인이 아닌 엑스컴에 집중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구해낸 도시에서 영웅이 아닌 범죄자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특히 다른 나라와는 달리 마약이 합법화될 정도로 완전한 자유 방임 주의를 표방하는 네델란드에서는 외계인과의 전쟁에 대해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았기에 이 곳에서 언론은 앞다투어 엑스컴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던 엑스컴은 이 사건을 ' 사고 '로 무마했고 당시 출동했던 대원을 방출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그러나, 약속했던 보수를 전혀 받지 못하고 사회적으로는 ' 살인자 '라 매도당한 대원은 며칠 후, 작은 호텔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사회적인 질책과 '민간인을 해쳤다.'는 자책 속에 자살을 하고 만 것이다.
" 영웅을 자처했던 살인자. 스스로의 죄를 인정하다. "
처음에 여론을 몰아갔던 신문에서는, 이러한 표제로 조롱하는 기사를 실었지만 그 밖의 모든 여론은 그 대원에게 호의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죽음 앞에선 무엇보다 동정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처음에 그를 살인자로 몰았던 신문사는 이번에는 그를 불행한 순교자로 바꾸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결국, 엑스컴 수뇌부에서는 뒤늦게 그의 가족에 대한 연금 지급을 약속했지만 죽은 이에게 있어 그 어떤 보상이 소용있을까...
그리고, 사건의 결말이야 어떻든 이 사건은 엑스컴 전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었다. 엑스컴의 대원들에게 있어 언론에 대한 불만과 분노도 쌓여가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엑스컴 조직 자체가 ' 외계인 열 마리보다 민간인 하나가 무섭다 '는 농담처럼 외계인과의 작전 그 자체보다는 정치, 사회적인 영향을 더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질되어 가기 시작하는 것이 더 문제였다.
이에 따라, 적기를 도심지에서 외각으로 유인하기 위해 전투기 조종사들의 업무는 더욱 힘들어지고, 보다 밝고 인간에게 유리한 도시보다는 외계인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한적한 지역에서 전투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결국, 최근 얼마간의 출동에서 대원들의 피해는 늘어났지만 정치가들, 그리고 정치가의 입김에 신경을 쓰고 있는 엑스컴 수뇌부들은 용병의 손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단지 민간인과 경제적인 피해에만 관심을 둘 뿐이었다.
사실, 오늘의 전투에서 상대를 할 AFC도 본래는 통일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 근교에 나타난 것이었다. 본래라면, 최대한 빨리 격추시켜 전투를 벌여야 했겠지만 베를린 근교에서 파괴 활동이 있다면 그 정치적 여파가 크리라 판단한 엑스컴 상부에서 적기를 다른 지역으로 몰아내도록 명령한 것이다.(이 사실은, 공중 요원과 지상 대원 양쪽 모두와 친근한 관계인 스카이레인저의 조종사가 귀띔해 주었다.)
이 와중에 아군기 한기가 격추되었지만, 그들은 최선의 노력으로 임무를 마쳐 비교적 인구가 집중되어 있지 않은 지역에 적기를 떨어뜨리는데 성공했다. 더욱 다행인 점은 그들이 적기를 떨어뜨린 곳이 울창한 숲 속이 아니라 구 동독 국경에 가까운 중소 도시, 케셀의 한 지역이었고 쉴로스 빌헬름쇠엔(Schloss Wilhelmsh ne:빌헬름쇠엔가의 성)이었다는 점이다. 독일은 특히 숲이 많은 나라였지만, AFC가 추락한 지점은 산줄기 한 가운데 세워진 이 성의 정면에 위치한 잔디밭 한 가운데였다. 만약, 우리가 매복하는 입장이었다면 이 지형은 최악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번의 우리는 공격하는 입장이었으며 주변에는 중화기를 사용하는데 방해가 되는 민간인이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성 앞 미술관에 약간의 경비원이 있기는 했지만, 이미 외계인에게 살해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내가 작전에 참가한 이래 처음으로 로켓포와 유탄 발사기,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한 스카이레인저의 공격 지원이 준비되었다.
이미 '암살자(Assassin)'라는 별명을 얻은 AX-1 레이저 라이플은 아직 실전에 투입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중화기는 그 역할을 메우고도 남을 것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이번 작전에는 중형 AFC를 상대로 하기에는 조금 많은 인원이 준비되어 있었다. 16명으로 구성된 우리 분대 외에도, 외계인이 동쪽의 도심지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미 1 분대와 5 분대가 포위선을 구축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단지 산 위의 성으로부터 포위선을 향해 몰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잔디밭 한가운데에 추락해 있는 거의 파괴되어버린 AFC를 향해서….
"잠시 후, 작전 지역에 도착한다. 이번 작전은 이미 말한 대로, 제 1, 제 5 분대와 협동으로 적을 포위해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정찰기의 보고에 따르면, 추락에서 살아남은 적은 약 7,8 명 정도가 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중 일부는 적기 내부에 매복하고 있는 듯 하다. 중화기 및 스카이레인저의 지원이 있는 이상 비교적 손쉬운 임무로 인식할 수도 있으나. AFC에 돌입하는 첫 작전이므로 결코 얕보지 말도록 주의하라."
로리스 분대장의 목소리에 일순 동료들이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어째서인지 토머스도 이번만큼은 별로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잠시 대원들을 둘러본 분대장은 미소와 함께 이렇게 덧붙였다.
"아. 그리고, 여유가 생기면 주변의 파괴는 최소화하도록. 뭐라 해도 이번 작전 지역은 독일이 자랑하는 유적이고, 꽤 유명한 관광지니 말이다."
분대장의 말에 대원들은 조금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뭐, 성이 무너진다고 해서 돌들이 불평이라도 한답니까? 뭐, 누가 불평한다면 외계인이 그랬다고 뻥치면 되는 거죠."
그 때를 기다렸다는 듯 토머스가 입을 열었던 것이다. 분대장은 잠시 얼굴을 찡그렸지만 곧 밝은 표정으로 바뀌어서는 말을 이었다.
"토머스. 오늘은 웬 일이지. 평소와는 달리 제대로 된 대답을 하고."
"당연하죠. 저야 항상 옳은 말만 하지 않습니까?"
"아하. 그래? '항상'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극히 없는'이라는 뜻으로 바뀌었다지?"
항상 토머스에게 당하기만 하던 한스의 응수에 모두들 낄낄대고 웃음으로서 일순 긴장했던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토머스는 이렇듯 아군에 있어 든든한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을 완수해내기도 했던 것이다. 멋쩍은 듯이 웃는 토머스를 바라보던 내 시선이 문득 그 뒤쪽에 앉아 있는 한 여성에게 옮겨졌다. 다른 대원과는 달리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 얼굴.(아니 어쩌면 찡그리는 표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너무 짧은 순간의 일이었으니까.)
스베틀라냐라 불리는 신규 편입 대원은 모두와 함께 웃고 있는 또 다른 여성-린 레이첼-과는 달리 마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처럼 그렇게 차가운 표정으로 무기를 점검하고 있을 뿐이었다.
내 시선을 눈치챈 것일까? 그녀는 잠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런 감정을 담고 있지 않은 -언젠가 훈련에서 시체 역이 된 나를 바라볼 때와 같은- 시선을 느끼고 순간적으로 내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왠지 알 수 없는 느낌. 뭔가 표현하기 어려운 -아니 어쩌면 기묘한 친근감일지도 모르는- 감정이 일순 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 탑승칸에 장착된 스피커를 통해서 작전 지역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잠시 스피커를 바라본 내가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때 스베틀라냐는 이미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나도 함께 일어났지만 내 시선은 스베틀라냐의 옆얼굴에 잠시 머물러 있었다. 아무런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적어도 그 순간은 내게 그렇게 느껴졌다.- 그녀의 옆모습에….
그때, 누군가의 화난 듯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라이너! 뭐하고 있나? 무기를 들고 준비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재빨리 자세를 정비하고 소총을 들었다. 내 파트너가 언제나 빨간 머리 마녀로 부르는 그녀가 얼굴을 약간 찡그리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숙이고 한스의 뒷머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토머스가 어깨를 치며 내게 속삭였다.
"킬킬. 하여튼 앞으로 네 고생길이 훤~하다. 잘 해보라고."
녀석이 말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왠지 로리스 분대장과 관련이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와 함께, 그의 목소리로부터 불길함을 상징하는 듯한 한기가 온 몸에 전해져왔다.
그 순간, 체중이 줄어드는 느낌과 함께, 우리는 하강하기 시작했다. 함정에 걸린 그러나, 아직도 치명적인 무기를 갖고 있는 맹수를 사냥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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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SF&판타지 도서관 : http://www.sflib.com/
블로그 : http://spacelib.tistory.com
트위터 : http://www.twitter.com/pyodogi (한글) http://www.twitter.com/pyodogi_jp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