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COM : The Unknow Enemy (18)

2000년 2월 3일 (1)

  귓전을 때리는 강렬한 폭발음과 함께 온 몸에 진동이 전해진다. 화염과 폭연의 소용돌이, 그리고 수류탄의 굉음을 뚫고, 찢어지는 외침이 울려 퍼진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괴성.

  마치, 공포 영화 속의 괴물 소리와도 같은 그것은, 두려움이나 긴장과는 다른 종류의 감정을 마음속에 불어넣어 주었다. '안도'라는 느낌의, 정 반대의 감정을….

  폭발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귓전에는 친숙한 느낌을 가진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올 클리어(All Clear). 잘 했어, 라이너. 오늘은 컨디션이 꽤 좋은 모양이지? 전사하지 않은 것만이 아니라, 최후의 마무리를 직접 해 내다니 말이야."

  며칠전과는 달리 매우 밝고 명랑한 느낌의 목소리. 그것은 바로, 우리 분대의 분대장, 빨간 머리 마녀는 별명을 가진 로리스 로렐라이엔 중위의 것이었다. 그녀는 오늘의 훈련 결과-특히 나의 결과-에 특히 만족한 듯, 평소와는 달리 훈련에 대해 어떤 비판도 하지 않았다. 하긴, 오늘의 실적은 단 1명 전사라는 매우 좋은 성적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UFO 공격 훈련이래 내가 유일하게 전사하지 않은 -그것도 가장 좋은 점수를 올린- 훈련이었으니까…. 더구나 이번 훈련은 나흘 전의 '그 일' 이래 있었던 첫 번째 시뮬레이터 훈련이라는 점에서 내게는 더욱 큰 의미를 갖는 셈이었다.

  나흘 전. 그러니까 1월 30일. 나는 평소처럼 전사한 후 우울한 상황에서 홀로 사격 연습을 했다. 그런데 이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뒤에서 다가온 로리스 분대장에게 총구를 겨누는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고 그 처벌로, 로리스 분대장과 단 둘이서 UFO 훈련을 세시간이나 반복해야 했던 것이다. 그날의 훈련은 도중에 쓰러진 분대장을 내가 억지로 쉬게 한 것으로서 종결되었는데, 그날은 명랑한 표정으로 용서해준 분대장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다음 날엔 분대장의 기분이 급속히 악화되었다.

  결국, 그후 3일간 계속된 AX-1a 레이저 라이플 채용 훈련 동안, 나를 비롯한 많은 분대원들은 평소보다 강렬한 질책을 수없이 들어야만 했다.(특히 토머스는 나와 함께 도매금으로 질책을 들었다. 물론, 그런다고 기분 상할 토머스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분대장의 기분과 함께 며칠간 분대 전체의 분위기도 어두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을 기해 레이저 라이플을 사용한 최초의 UFO 공격 훈련이 시작된 것이었다. 오늘도 제대로 못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식의 조금은 무시무시한 협박과 함께….


  그러나, 훈련을 마치고, 모든 것을 정리하여 분대장 앞에 도착한 순간, 무언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선 며칠 동안 보았던 어두운 표정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오늘은 정말 잘 해 주었다. 다만, 앞으로는 더욱 주의하여 내일 있을 훈련에서는 전사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도록. 이만 해산."

  로리스 분대장은 평소와는 달리 매우 짧고도 간단한 메시지로 말을 마쳤다. 그것은 '빨간 머리 마녀'니, '훈련 마귀'니 하는 악명이 붙은 그녀에게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평상시라면 -아니 아무리 기분이 좋은 때라도- 그녀는 한 회의 훈련으로 만족하는 법이 없었다. 결과가 나쁜 경우엔 재차 반복 훈련을 실시했고 결과가 좋더라도 문제가 있는 부분은 하나하나 지적하며 질책을 하지 않았던가? 그러던 분대장이 전사자가 '한 명씩이나' 있는데도 그냥 넘어가다니 이건 뭐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한 상황이었다.

  분대장의 '변모'에 당황한 탓일까? 다른 분대원들도 영문을 모른 채 해산 명령의 이행을 잊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겨우 정신을 차린 게오르그가 해산 명령을 반복 구령함으로서 그 날의 훈련은 '유례없이 무사하게' 종료될 수 있었다. 모두에게 조금은 묘한 기분을 남기며….


  얼마 후, 나는 장비를 정리해서 락커에 넣은 후 토머스와 함께 샤워실로 향했다. 토머스나 나나, 분대장의 태도에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토머스는 아까부터 뭔가 골몰하게 생각하며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결국 스피커 사나이인 토머스의 침묵으로 나또한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설마 이 녀석이 충격으로 말을 잃은 건가?'라는 의문을 담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샤워실로 들어설 즈음. 갑자기 토머스가 나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이봐, 라이너, 너 혹시 분대장하고 무슨 일이 있었냐?"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나는, 더듬더듬 거리면서 며칠전의 일을 이야기했다. 일단은 내 실수로 인한 잘못이었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토머스는 샤워실 앞에 서서 훨씬 더 진지한 표정으로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음…. 그래…. 그 일도 그렇고, 또 그 그전 일도…."

  결국, 골몰히 생각에 빠진 토머스 옆에서 나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서 있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맞아. 그랬구나. 이렇게 간단한 것을!"

  갑자기 토머스가 큰 소리를 지르며 웃기 시작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 내가 이유를 물어보자.

  "킥킥. 별거 아냐. 어차피 너같이 둔한 녀석은 백 번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으니까. 하긴, 이 몸처럼 날카롭고 천재적인 센스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겠지만"이라며 지껄이는 토머스. 그리고는,

  "후후. 우리 마녀 분대장도 의외로 귀여운 면이 있는걸. 이런 재미있는 경우라니."라며 중얼거린다. 무슨 소린지 아무리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낄낄대기만 하는 토머스.

  "짜식.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여하튼 네 앞길이 평탄하지는 않겠구만. 덕분에 이 몸께선 당분간 따분하지는 않겠고 말야. 하긴 뭐 죽지는 않을 테니까."

  계속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샤워실로 들어가는 토머스. 그리고 나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조금 당황해 하면서 그를 따라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일단은 훈련과 함께 갑작스러운 당혹감들로 인한 피로를 풀기 위하여….

                            ★∼을 사랑하는 표도기였습니다...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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