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COM : The Unknow Enemy (8)

  1999년 12월 25일

  비교적 술에 강한데다, 조금  밖에 마시지 않았지만 어제의  혼란과 더불어 마신 덕분인지 평상시보다 늦게 일어났다. 더군다나 머리도 별로 맑지 않았고…. 토머스는 아직 잠들어 있었지만 별로  깨울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술만 마시면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점심 시간이 지나고도 한참 뒤에나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여하튼 술에는  약한 토머스이니까….


  어찌되었든 나는 매일의 트레이닝을 위해 방을 나섰다. 비록 평상시와 같은 '새벽'은 아니지만 이를 빼먹을수는 없는게 아닌가.  어린 시절부터, 체력 단련의  중요함을 몸을 통해  배워 왔기에, 언제나  '이 일'만은 빼먹지 않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어젯밤의 파티덕분일까? 평상시와는 달리 체육관은  한산했다.(하긴 말로는 불평을 하지만, 항상 열심히 훈련하는 토머스부터 빠진 상태였으니….) 뭐 좋다. 설사 혼자라도 해도 훈련은 해야 하는  법…. 나는 평상시와 같은 순서로 달리기부터 시작했다.

  XCOM의 기지는 지하의 도시를 방불케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물론 체육관도 엄청난 넓이이다.(아마 왠만한  축구경기장 정도는 되지  않을까?) 나는 체육관의 둘레를 천천히 달려 갔다.

  몇 바퀴를 뛰었을까? 역시 오늘은 왠지 머리가 개운하지  않은게 왠지 불편했다.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아침부터 열심이군. 라이너" '윽. 설마 이 목소리는….' 나는 순간적으로 멈추고 뒤를 돌아 보았다.

  그 설마는 사실로 드러났다. 바로 로리스 분대장이 '언제나처럼' 체육복을 입고 역시 훈련을 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설마 어제밤 그렇게 마시고도 말짱하게 일어 났단 말인가. '분대장은  마녀다.'라고 지껄이던 토머스의 말이 갑자기 진실이 아닌가하고 의심될 정도였다.

  "아. 예…. 어쨌든…." 당황했기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사실, 내가 당황한 것에는 어제밤의 일 때문이기도 했다. 로리스 분대장
이 알 수 없는 푸념…. 그리고 결국 테이블 위에 엎드린채  잠들어 버린 분대장…. 왠지 어색한 느낌이 남아 있었기에 사실 어제 침대에 누워서도, 앞으로 분대장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했던 것이다….(물론 지금 이 순간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했다. 사실 나는  아직 이런 경우는 한번도 경험해 본 일이 없었으니까….)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분대장은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왔다.

  "뭐 좋아. 다른  대원들도 이렇게  열심히 해준다면 좋을텐데  말이야." 로리스 분대장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여하튼 오늘은 꽤 늦은 것 같네. 하긴, 나도 오늘은 왠지 피곤해서 평상시보다 늦게 일어 났거든." '당연하지. 피곤하지 않다면  정말 마
녀게.'


  "내가 어제 조금 과하게 마셨나봐." '조금이라고,  위스키 30잔이?' 
  어찌되었든, 분대장은 평소와 별로 다를  바 없이 편하게 말을  했다. 하긴 그러는게 분대장다운 태도겠지만….
  "아. 그런데 혹시 내가 어제 실례되는 일을 하지 않았나?"  로리스 분대장이 갑자기 억양을 낮추며 물었다.
  "네? 아.. 아니. 별로" 나는 조금 당황한 어투로  대답했다. 하지만 분대장은 그 어투에 개의치 않는 듯.
  "흠.. 그래? 그럼 다행이네. 사실 나는 술을 마시면  기억이 끊기거든. 그래서 때때로 같이 술 마신 사람에게 좋지 못한 소리도  자주 듣
고…. 하지만 어제는 별 일 없었다니…."
  '….결국 아무 것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군.'
  그때 분대장이 조금 더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그런데 혹시, 내 체면 때문에  괜찮다고 대답한 거 아냐?"  핵심을 찌르는 질문. 나는 우물쭈물하며 시선을 다른 데로 옮겼다.

  "아.. 별로 특별한 일은, 여하튼 단순한 술  상대였을 뿐이니까요."
그 말을 들은 분대장은 안심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좋아. 좋아. 그럼 운동이나 계속하자고."

  체력 훈련은 언제나처럼 종결되었다.  물론 조금 늦게 시작한  만큼 마지막도 조금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마지막의 유연  체조를 마치고, 샤워를 한 나는 방으로 돌아갔다. 침대 위에는 토머스가  이제야 일어난 듯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제 일어났어?" 토머스는 흐릿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역시 술에 약한 놈은 별 수 없군. 분대장과 이토록 대비되다니.' 나는 이제서야 토머스와 분대장의 다른 점을 찾았다는 느낌에 미소  지었다. 둘다 명랑하고, 술버릇이 나쁘지만 토머스 쪽은 술에 엄청 약한 반면 분대장은 전혀 약하지 않다. 역시 분대장은 마녀인지도 알 수 없었다.

  "으음…. 라이너, 다녀왔냐." 토머스가 졸린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OK. 이제 그만 정신차리는게 어때? 식사도 해야 할텐데."
  "그래야지…. 아참 그런데 어제 술자리는 나쁘지 않았어? 왠지 엄청나게 마신 느낌은 있는데…."
  "글쎄….뭐 별로." 당연히 나는 알 수 없었다. 도중에 자리를 떠서 한스에게 인계했으니까..(덕분에 더 골치 아픈 일을 만나긴 했지만 말
이다.) 나는 어제밤 한스의 모습을 생각하며 빙긋이 웃었다.
  '토머스 녀석, 이번에는 고약한 술버릇의 결말을 확실히 알게  될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을 사랑하는 표도기였습니다...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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