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COM : The Unknow Enemy (7)

  1999년 12월 24일 (2)

  "제길. 우리 분대장은 마녀다."
  훈련을 마친 뒤, 언제나처럼 샤워를 하던 토머스는 이렇게 내뱉었다. 하긴, 그 말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훈련을 받는 부대는 우리 부대 뿐이었으니까…. 게다가 파티 시간을 2시간 앞두고 치르어진 훈련이었으니 말이다.
(근래에 들어, 1주일 전의 '작전'을 끝으로, 적어도 우리 부대 영역에서의 외계인의 활동은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 사실, 외계인은 왠지 추위에 약한 듯 겨울에는 활동이 급격히 감소되곤 했으며, 때때로 UFO의 비행 외에 특별한 테러 등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유럽은 결코 '더운' 지역은 아니었고, 올해의 겨울은 유난히 추웠기에 외계인의 활동도 12월을 분기점으로 거의 없다시피 했던 것이다. 물론 때때로 요격기가 출동하는 일은 있었지만, 다행히도 격추된 UFO에서의 '보물 찾기'는 우리 부대의 소관은 아니었고, -연구원들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소형 UFO뿐이었기에 미사일 한 방에 재가 되어 버리곤 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정이 있었기에 12월의 휴일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우리 부대의 크리스마스는 종교에 무관하게 '파티'를 목적으로 치르어졌다.(그런 면에서 12월에 이 곳에 편입된 우리들은 매우 운이 좋은 셈이다.) 심지어 매일 '의식'를 빼먹지 않을 정도로 골수 이슬람 신자인 알 세르비도 크리스마스 파티에는 참석한다고 한다. 모든 것이 넉넉한 XCOM이지만, 아무래도 즐거운 일은 별로 없었으니까….

  물론 나도 이런 파티에는 빠질 수 없었다. XCOM에는 모든 물자가 풍족하고 물론 크리스마스 파티용 음식이나 술도 남아 돌았다. 특히 지난 8일의 작전에 출동했던 '샹파뉴'에서 프랑스 정부를 통해 1982년산 '진짜' 고급 샴페인을 보내옴으로서 올해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더욱 멋진 것으로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래도, 작전을 하면 이런 보람은 있어야지" 샴페인을 유달리 좋아하는 토머스는 아까의 '분노(?)'가 사라진 듯, 연신 잔을 들이켰다.(사실 X-COM내에서나 이렇게 마시지 평상시에 거품 포도주가 아닌 진짜 샴페인을 이렇게 마신다면 우리는 벌써 파산했을 것이다.)
  "글쎄. 나쁘지는 않지"
  내 대답에 토머스는 불만이라는 듯이 말을 했다.
  "나쁘지 않지라고? 어이. 라이너. 너는 너무 완곡한 표현을 쓰는게 흠이라고. 이게 겨우~ 나~쁘~지~ 않~~은 수준이야?"
  '윽. 벌써 취한 모양이군.' 토머스는 술을 좋아하지만, 결코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샴페인은 결코 알코올이 적은 술은 아니었으니까….

  "이봐. 라이너."
  토머스가 말을 걸어 왔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이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토머스가 저렇게 말을 걸어 올때, 특히 취한 상태로 말을 걸어 올때는….
  "아. 잠시. 화장실에…."
  "에…. 또 화장실? 거참….."
  등 뒤에서 무언가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이 들려 왔지만, 그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자리를 피한 나는, 토머스가 전혀 보이지 않는 장소까지 마치 달리듯 빠져 나왔다. 분명 누군가가 나대신 잡혔을리라 상상하면서….

  그리고 이제 안심해도 좋을 거리라 생각하며 돌아 보았을 때, 나는 그만 앞에 있던 사람과 부딛치고 말았다. 그 사람은 넘어져 버렸고, 순간적으로 당황한 내 입에서 이제는 거의 잊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국어(한국어)가 튀어 나왔다.
  "죄송합니다." (*참고로 X-COM내에서는 일반적으로 영어를 쓰는 것이 상식이다.)
  "이봐, 풋내기. 도대체 파티장에서 그렇게 달려가는 이유가 뭐야?"
  윽. 매우 많이 들어본 목소리. 잠시 후 내 눈 앞에는 평상시와는 '약간' 달라 보이는 로리스 분대장의 모습이 들어 왔다.(그러나 결코 많이 다른 것은 아니었다. 분대장은 다른 여성 대원들과는 달리 드레스나 정장을 입지 않고, 제복 차림이었으니….)
  "앗. 분대장."
  내가 놀란 목소리로 말을 하자. 분대장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왜? 내가 뭔가 이상한가?"
  "아….아닙니다. 단지…."
  "단지?"
  분대장이 이렇게 쏘듯이 추궁했기에 나는 '어째서 이런 파티에 제복을 입고 왔는지'에 대해서 물어 볼 수가 없었다. 내가 당황하여 말을 잇지 못하자. 분대장이 마치 내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말을 했다.
  "하긴, 파티장에 왜 이런 옷을 입고 왔는지 궁금하겠지."
  "아!"
  나는 분대장의 대답에 놀라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글쎄. 나는 별로 이런 파티에는 어울리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드레스가 어울리는 편도 아니고…."
  이렇게 말하는 분대장의 목소리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 같은 것이 서려 있었다. 내가 제대로 느꼈다면 말이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어쩌다- 같이 술을 마시게 되었다. '파티에 어울리고 싶지 않다'던 분대장은 테이블에 앉아 열심히 술을 들이키고 있었고, 나는 그 옆에서 멍하니 앉아 분대장이 마시는 술잔 수를 세어볼 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술이 7잔째에 달했을때 분대장이 무어라 말을 꺼냈다.
  "네?"
  정신을 딴데 팔고 있던 나는 그 말을 못 알아 들었기에 이렇게 반문했다.
  "네는 무슨 네야? 멍청이."
  '윽.' 분대장의 말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보니…. 그녀도 취한 것인가? 자세히 살펴 보았지만 분대장의 뺨이 약간 붉어졌다는 정도밖에는 알 수 없었다.
  "왜? 내 얼굴에 뭐가 있나?"
  그러나, 말투나 행동은 확실히 취한 사람의 그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나는 토머스가 떠올랐다. 항상 생각하던 일인데 분대장의 행동은 왠지 그녀석과 비슷한 느낌이 들곤 했다. 그런데 설마 술에 대한 반응도 비슷할 줄이야. 문득 나는 이 자리를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좋아. 좋아. 뭐 열심히 하는게 좋은거지."
  술이 9잔째에 달했을때, 분대장의 말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게 변했다. 그리고,
  "제길. 그 자식들을…."
  그 순간 갑자기 분대장의 말투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왠지 울음을 참는 듯한 목소리로…. 아니 화내는 목소리였나. 여하튼 무언지 알 수 없는 존재를 향해 욕을 퍼붓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봐, 라이너. 알아?"
  갑작스럽게 나에게 말을 걸었기에 나는 분대장이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네….?"
  순간 분대장은 얼굴을 찡그렸다.
  "뭐, 됐어. 됐어. 풋내기가 뭘 안다고."
  '뭐. 뭐야!'
  시시각각 변하는 로리스 분대장의 행동은 내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 버렸다. 한순간 '그냥 이 자리를 떠 버릴까'하고 계속 생각하기도 했을 정도로….
  "잠시…."
  나는 분대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어섰다. 그리고 분대장의 자리로부터 떨어져 잠시동안 다음의 행동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단순히 동료였다면 간단히 자리를 뜰 수 있겠지만, 그녀는 우리 분대의 분대장이다. 그뿐이 아니라, 어째서인지 지금은, 그녀의 상대를 해야만 할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쳤다.
  "어이. 라이너. 이번엔 자네 차례인가?"
  그는 우리 팀의 실력자 중 한 사람이었던, 게오르그였다. 그는 군복 차림 그대로였지만, 손에는 맥주잔을 들고 있었고, 흥겨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
  "흠. 모르겠나? 빨간머리 아가씨의 술안주감 말이지."
  게오르그의 대답에 나는 당황하여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래도 좋아. 버틸 수 있다면 버티는게…."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나는 용병계에서도 한참 고참인 그에게 실례가 되지 않도록 정중히 질문했다. 내 질문을 받은 게오르그는 맥주잔을 들어 한 번 마시고는 대답했다.
  "글쎄. 같이 있다 보면 알게 될거야…."
  그 말을 마치고 그는 어딘가로 가 버렸다. 나는 그의 대답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왠지 분대장에게는 누군가 대작할 상대가 필요하다는 것 만은 알 것 같았다.

  내가 테이블로 돌아갔을때, 분대장은 왠지 침울한 표정으로 술잔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순간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흐릿해진 눈동자 한 편으로 무언가 알 수 없는 기분을 뿌리면서….

  나는 분대장의 옆자리에 앉았다. 분대장은 여전히 술잔을 들이켜고 있었고(아마 20잔은 되지 않았을까?) 나는 가끔 술을 마시고 있었을뿐. 그러나 그 것만으로도 왠지 부대장이 안심한 듯이 느껴졌다.
  그날 하루. 크리스마스 파티는 그렇게 지나갔다. 토머스의 푸념을 수없이 들은 한스의 분노에 가득찬 외침(?)과 -사실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왠지 오늘만큼은 보통의 여성으로 생각되었던 로리스 분대장의 느낌만을 내게 남긴채….

                            ★∼을 사랑하는 표도기였습니다...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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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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