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the fearless need apply...apply가 여기서 무슨 뜻이람.

렐릭의 홈월드는 근사한 RTS 게임이었습니다. 반대하시는 분 손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홈월드 류의 RTS는 대세를 타기는 힘든 물건이었습니다. 한 작품이 나와서 유명해지긴 하지만 그걸 계승할 물건은 쉽게 나타나기 어려운 물건이었죠. 3차원 이동 같은 개념은 RTS에서 써먹기는 꽤 골치아픔이 있었고, 홈월드가 이걸 완벽히 해결하면서 플레이어들에게 친숙하게 만들었다고 부르기에도 조금 어려움이 있었죠. 홈월드 2에서의 보다 전통적인 RTS 형태로의 변화는 더욱 그런 걸 강조했고요.

흠, 그럼 정말로 그 근사한 게임인 홈월드를 따라한 게임이 하나도 없었을까요? 아뇨. 있습니다. 러시아의 듣도 보도 못한 제작사인 X-Bow에서 2004년에 만든 스타울브즈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fsize=8]]스타울브즈 2지만 1편과 거의 같은 게임이니까...[[/font]]

근데 사실 위의 스포츠 신문 찌라시 낚시 기자가 쓴 듯한 문장에는 하나의 문제점이 있으니, 스타울브즈는 전략게임이 아니라는 겁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제작사가 전략시뮬로 개발하다가 잘 안돼서 중간에 갈아엎어버렸다고 하는데, 그래서 스타울브즈는 전략시뮬레이션의 인터페이스와 느낌을 가진 RPG(?)가 되었지요.


[[fsize=8]]자꾸 듣다보면 귀 아픈 인터미션 음악.[[/font]]

플레이어는 스타울브즈라는 썰렁한 이름의 우주 용병 조직에 들어가서 늘 그렇듯이 제국과 독립연합이 전쟁을 벌이고 해적이 들끓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돈을 벌게 됩니다. 사실 RPG라곤 하지만 기본적으론 전략시뮬이 그렇듯 미션 단위로 벌어지는 게임이고, 미션 내에서는 소수의 아군 전투기와 모선을 가지고 황폐한 맵을 돌아다니며 우주정거장 따위에 들러서 간단한 대화를 하고 적을 없애며 배달 퀘스트를 수행하는 정도죠. 전투가 벌어지면 RTS가 그렇듯 공격할 적 찍어주면 알아서 치고받고 잘 싸우고, 플레이어는 가끔 미사일 발사나 저격이나 난사 같은 스킬 정도 써주면 됩니다.


[[fsize=8]]용병단 기지가 되는 모선이 파란색 원에 둘러싸인 아이템을 줍고 있습니다. 이상한 게, 모선에 명령 주면 여자 목소리로 답변이 돌아오는데 누가 타고 있는지는 게임상에서 전혀 언급조차 되지 않습니다. 귀신인가?[[/font]]

RPG적 요소래봐야 미션 사이에는 적이 떨군 장비를 팔아 돈 벌어서 기체를 새로 사거나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거나, 혹은 레벨업시에 디아블로처럼 스킬 트리를 찍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프라이버티어와 비슷하게 정보창에서 뉴스를 읽고 다음 미션이 될 의뢰를 받을 수 있습니다……뭐 의뢰래봐야 분기나 종류가 다양하거나 한 건 아니고 조금 밍밍한 스토리를 따라 대부분 직선적으로 진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어 보이지만...스토리 자체는 분기이나 반전도 조금 있고 하지만 드라마틱하다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죠.


[[fsize=8]]인터미션, 장비 사고팔기.[[/font]]

장르가 다르니 홈월드와 비슷하다는 건 순전히 게임이 주는 느낌의 문제입니다. 꼭 센서 매니저하고 다를 게 없게 느껴지는 레이다 화면, 원 가장자리에 수직선분을 올려서 수직이동 명령을 주는 방법 또한 홈월드와 완벽히 동일한데다가, 도킹 명령을 주면 모선 옆에서 나란히 서 있다가 한 대씩 들어가 도킹되는 전투기들, 전투기들이 엔진 뒤에 긴 꼬리를 달고 적과 교전하면서 앞뒤로 왔다갔다 하는 분위기도 홈월드의 스트라이크 크래프트들과 무척 비슷해서, 이건 아류를 한 건지 소스를 따와서 분석을 한 건지, 아니면 아예 그냥 팬이 만든 홈월드의 모드 중 하나인지 의문을 갖게 되죠. 이대로 전략게임을 만들었다면 진짜 완전한 아류로 쳐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예요.


[[fsize=8]]이렇게 보면 딱 전략게임이죠.[[/font]]

물론 대부분의 아류가 그렇듯 원작을 넘어서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전투는 꽤 재밌지만 애초에 다룰 수 있는 캐릭터가 최대 6개 뿐이니 대규모 전투는 못하죠. 레이다 화면은 불편하기 그지없고, 아군이 다룰 수 있는 전투기는 고작 6대 뿐인데 그걸 수리 및 재보급을 하기 위해 모선에 죄다 도킹 명령 줘놓으면 일렬로 줄 서서 나란히 한 대씩 천천히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그게 반나절(-_-)은 걸립니다. 그게 겁나서 도킹 명령을 못 주겠어요. 또한 적기를 격추시키면 각종 장비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느려터진 모선으로 이걸 줍는 데도 역시 반나절은 걸리지요. 대책없이 넓고 황량한 맵에 이동속도는 느려터졌으니 4배속까지의 시간가속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동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심지어는, 우주라서 필요 없으리라 생각되는 길찾기 인공지능조차 부실해서 어딘가 장애물에 걸리면 움직이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죠.


[[fsize=8]]확대시 디테일은 대충 이 정도.[[/font]]

그래픽과 사운드는 아주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최적화가 좀 무리가 있어서 그 수준에 맞는 프레임레이트를 보여주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 그리고 성우들은 끔찍합니다. 제가 끔찍하다고 했나요? 진짜 끔찍합니다. 딱 남자 한 명하고 여자 한 명, 두 사람이서 게임의 모든 목소리를 다 처리했지요. 스피커를 끄고 싶은 충동이 들게 만드는 게임들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죠.


[[fsize=8]]붉은 칠의 해적들. 웬지 튜라닉 레이더스나 그런 게 생각나는군요.[[/font]]

어쨌건 잘 만들었다기도 그렇고, 형편없다고 치부하기도 그런 좀 애매한 수준의 게임이긴 합니다. 게다가 홍보도 지명도도 없으니 아마도 별 관심 못 끌고 조용히 잊혀질 법한 물건이라고 봐야겠죠...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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