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달린 인간들

제임스 패터슨이 지은 <맥시멈 라이드>는 날개 달린 사람들이 나와 창공을 가로지르는 속도감 넘치는 소설입니다. 홍보 문구는 무슨 판타지 소설처럼 해놨지만, 사실은 과학자와 유전 공학 등이 넘치는 SF 소설에 속합니다. (물론 안에 담긴 내용은 지극히 판타지에 가깝지만요) 주인공 맥스를 비롯한 6명의 주인공 소년소녀들은 유전자 실험실에서 태어난 아이들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들 몸에 새의 유전자를 섞었고, 그래서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날개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실험실 생활은 비인간적이었고, 아이들은 과학자들의 마수를 피해 탈출해 자유를 찾고 싶어합니다.

<맥시멈 라이드>의 가장 큰 형식상 특징이라고 하면, 장면 전환이 상당히 짧다는 겁니다. 장소와 장소, 인물과 인물, 사건과 사건 사이를 전환하는 호흡이 굉장히 짧습니다. 너무 짧아서 읽다가 숨이 다 찰 정도입니다. 그래서 미처 어떤 일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으로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초를 넘기지 않고 장면을 갈아치우는 MTV 뮤직비디오나 할리우드 예고편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제임스 패터슨이 쓴 다른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어서 원래 이렇게 쓰는 건지 아니면 <맥시멈 라이드>만 이렇게 썼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진득하게 앉아서 오랫동안 책을 붙잡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꽤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황당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신선한 방식이더군요)

내용이라면 그렇게 대단할 것은 없습니다. 주요 등장인물은 날개 달린 아이들과 이레이저라고 불리는 늑대인간들(역시 유전자 실험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실험실 과학자들입니다. 아이들은 계속 과학자들에게 벗어나려 하고, 과학자들은 이레이저를 시켜서 계속 아이들을 추적합니다. 실험실과 돌연변이야 뭐, 뻔한 소재이긴 하죠. 하지만 성격이 각기 다른 아이들이 뭉쳐서 사건을 해결하고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개성이 뚜렷한 아이들은 생동감이 넘치고, 그런 개성이 부딪히고 마찰을 일으키다 결국 화합하는 모험담은 숨막히는 스릴과 가슴 뭉클한 감동도 만들어냅니다.

더욱이 아이들은 친구라기보다 가족 같은 유대감으로 엮여 있어 그런 갈등과 화합이 더 깊이 와 닿습니다. 맥스와 팽은 제일 나이가 많은 아이들(그래 봤자 아직 10대지만)로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 역할을 합니다. 사실은 지도자라기보다 엄마와 아빠 같은 존재에 더 가깝지요. 제일 막내인 엔젤은 그야말로 막내딸입니다. (맥스는 실제로 언젤을 보며 막내딸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중간층인 이기, 너지, 개지는 부모 말도 안 듣고 말썽 피우는 형제자매입니다. 이렇듯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 유사가족이라는 점도 모험을 더욱 뜻 깊게 합니다. 맥스와 팽이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단순한 연인의 입맞춤을 넘어서 마치 힘겹게 고난을 이겨나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는 듯하더군요.

<맥시멈 라이드>는 시리즈물입니다.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건 제1탄 천사실험실이고, 이후 시리즈는 아직 안 나왔습니다. 하지만 1편은 시발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설정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2편이 더욱 궁금해지죠. 국내에는 언제나 나올는지 모르겠습니다. (흠, 어쩌면 아예 안 나올지도?)

※ <엑스맨 3>에 나왔던 날개 달린 돌연변이 엔젤을 이 책의 광고로 써먹었다는 일화도 있더군요. 뭐, 이미지가 꽤 비슷하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