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이런말을 하죠. 미국과 러시아의 전투기 사상은 베트남전이 갈랐다고.
베트남전 무렵, 신병기인 미사일이 등장하면서 미국은 미사일 만능론에 빠져 전투기에 기관포조차 생략하고 미사일만 달아 보냈습니다. 저는 미사일 판타지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인데 그것은 정말 판타지에 지나지 않았죠. 미사일은 예상외로 맞지 않았고, 그렇게 근접해버린 미군기는 소련전투기의 기관포에 의해 절단 당했습니다.

이것을 본 소련은 기관포를 이용한 근접전의 쏠쏠함을 배우게 되었고, 미국은 그래도 기관포가 없으면 안된다는 것을 배웠죠.

그리고 오늘날 보여지는 모습에서 미국의 전투기는 날개의 형상과 동체구조보다는 레이더와 스텔스 성능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러시아의 전투기들은 에어쇼의 단골이 될만큼 재주를 잘 넘죠. 항공역학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겠지만 이 두가지 모습은 양진영 전투기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TVC가 달린 전투기들이 등장하기 전까지 미국의 전투기들은 소련의 전투기들에 비해 비행성능이 열세인 반면 레이더 성능에선 우세로 평가 받아왔습니다.

미군이 레이더를 중요시하는건 미사일을 부각시키기 위함입니다. 더 멀리서 쏠 수 있고, 더 정확히, 더 많은 목표물을 노리게 하기 위함이죠. 스텔스는 역시 미사일의 위협을 줄이기위한 대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러시아 전투기들의 뛰어난 기동성은 근접전에 들어가 치열한 격투 끝에 기관포를 적의 엉덩이에 박아주기 위해서죠.

하지만 그래서 또 한번 서방기체와 동방기체가 제대로 맞붙게될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때는 분명 미국이 승리하게 될 것입니다. 더이상 미사일 판타지는 판타지가 아닙니다. 기술의 발달은 판타지를 현실로 만들어 주었죠. 전투기들의 회피기동은 이제 UFO처럼 날아다니는 미사일의 기동성 앞에 무력하며, 발달해가는 미사일의 영악한 시커는 기만수단을 차츰차츰 압도해나가고 있습니다.

기관총을 들고 미사일을 상대하려 든다면.
아마 기관총을 갈길 여유도 없이, 적기도 보지 못한채 격추되겠죠.

과연 기관포가 아직도 의미가 있을까요?

베트남전의 교훈덕분에 미군에서도 '그래도 있어야한다'라고 생각해왔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럴까요?

일례로 F-35에서는 공군형을 제외한 해병대형과 해군형이 기관포가 삭제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서이죠. 해병대형은 리프트팬때문에, 해군형은 JDAM을 두발 달기 위해 기관포가 삭제되어있습니다. 아쉬우면 건포드를 달면 된다고는 하지만 F-22에서도 필수로 강요되었던 기관포가 차츰 '희생 가능한 옵션'이 된듯한 기분은 지울 수 없죠.

해군이야 미국의 대세인 스텔스기가 전무한 상태에서 F-117의 해군버젼을 요구한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근접지원을 목표로 하는 해병대형에 기관포가 삭제되었다는건 의외입니다.

기관포는 전투기가 처음 하늘에 등장했을때부터 지상공격의 주무장이였고 대표적인 지상타격기인 A-10만봐도 주무장으로써 활약합니다. 또한 저 무지막지한 30m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전투기의 대지 기총소사는 전차를 잡을만큼 강력합니다.

하지만 이게 대지공격용으로 좀처럼 쓰이지 않는 이유는 빨라진 전투기의 속도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제트전투기 시대에 기수를 땅바닥으로 향했다간 삽시간에 맨바닥 헤딩을 하게 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상륙지원을 해야하는 해병대형조차 더이상 지상공격용으로 쓰기 어려운 기총을 옵션으로 전환한게 아닐까요?

이렇게 범용 병기라는 기관포이지만 그 용도가 차츰차츰 수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야 말로 기관포 무용론이 고개를 들법한 시기가 아닌가 싶군요.
나란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지 모르겠지만 글쎄.. 죽지 않았다면 어딘가엔 있겠지만 이제 여기엔 없을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