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단편 SF를 본 일이 있습니다. 제목이 '마지막명령'이었는지 확실치는 않네요.

소설의 배경은 미국의 달기지입니다. 달에 핵무기를 배치해 놨다가 비상시에 소련을 향해 발사한다는 것이죠.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군인들은 어느날 지구와 연락이 두절되자 불안에 휩싸입니다. 여러 통신을 감청하고 지구를 관측한 결과, 이미 소련이 발사한 수백기의 핵미사일에 미국은 완전히 초토화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잔뜩 흥분한 병사들은 어서 소련을 향해 보복공격을 하자고 난리를 치고, 기지 사령관은 지구와의 연락이 두절된 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열어보게 되어있던 명령비디오를 켭니다.
비디오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나와 병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립니다.
"여러분들이 이 명령을 듣게 된다는 것은 이미 미국이 적의 공격에 의해 국가로서의 기능이 사라진 것을 의미합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분노에 휩싸여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가족, 연인, 친구들이 당한, 그리고 앞으로 겪을어야 할 고통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 여러분들에게 저는 마지막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핵무기를 발사하지 마십시오.
달기지가 세워진 것은 미국의 적에게 압박을 가해서 미국에 대한 적대적인 행위를 막아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여러분들이 보호해야 할 미국은 사라졌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달기지의 위력은 인류의 존재 자체에 대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다시한번 말하겠습니다. 핵무기를 발사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소련군 사령관에게 보고한 후 그의 명령에 따르십시오. 이것이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명령입니다."

물론 실제의 명령은 좀더 길고 감동적이었는데 제 기억력이 따르질 못하네요..^^;
여기서 미국 대통령(미국이란 것이 걸리시는 분은 미래의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의 결단으로 인해, 최선인 '상생'은 이루지 못했지만 최악인 '공멸'은 피하게 됩니다. 보복한다고 핵무기를 발사하면 지구에 남아있는 반수의 인간들조차 사라질 수 있으니까요.

얼마전에 ㅎ아무개교수의 망언을 시작으로 일본관련 망언이 나오고 있을 때 어느 인터넷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본 일이 있습니다. '반공을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어느 극우인사의 인터뷰를 실은 적이 있었죠(이 신문이 사실 진보성향이긴 합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김정일이 사라지는 것이 절대적 정의다. 만약 미국이 김정일을 없애준다면 나는 친미파가 될 것이고 일본이 김정일을 없애준다면 나는 친일파가 될 것이다"라구요. 만약 일본이 "김정일을 없애줄 테니까 대한민국의 주권을 다시 일본으로 넘겨라"라고 제안을 한다면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더군요.
그런 사람들에게 최선은 '같이살자'가 아니라 '나만살자', 차선은 '같이죽자'인 것 같더군요. 같이 죽어봐야 웃을 사람은 주위 다른 나라들뿐인데 말입니다.(오해하실까봐 말하는데 내가 죽으면서 상대방을 살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나와 상대방 둘다 살 길이 있는데 그 길을 마다하고 상대를 죽이는 길만을 찾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그 길이 상대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같이 죽는 길임을 모르고 말이죠)

비단 남북한관계뿐이 아닙니다. 여야관계부터 노사관계, 각종 이익단체들 사이의 관계까지 많은 부분에서 '내가 죽어도 네가 사는 꼴은 못본다'는 식으로 싸우는 사람이 많이 보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렇게 어지러운 것이 아닐지요.

ps 1. 이 사이트에서는 덜합니다만 다른 사이트에서 이런 글을 올리면 따라붙는 댓글이 있습니다. '북한도 똑같은데 왜 북한 이야기는 안하냐?'
맞습니다. 북한도 똑같습니다. 양쪽이 똑같이 '나만살자'고 대립하고 있으니 통일이 안되는 것이겠죠.

ps 2. 얼마전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더군요. 명나라 사신들끼리의 대화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조선 따위야 어찌되든 무슨 상관입니까? 왜군들이 명나라로 들어오지만 않으면 됩니다.' 지금 미국.일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았을지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