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흔의 전장 (목숨이 붙어있고 생활환경이 보장되는 한 연재는 계속됩니다.) - 08년 10월 27일 공군입대 합니다.
글 수 79
“…모든 레이더 시스템의 통제력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별다른 징조는 없습니다.”
“좌현 항공갑판은 어떤가.”
“차폐막에 문제가 있어서 수리 중이지만 막상 모두 수리가 된다 하더라도 다시 쓰는데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개식키들!”
“대령님?”
“아… 미안, 못 들은 걸로 해주게. 우현 항공갑판은 아직 멀쩡하지? 초계기 띄워서 반경 10만 킬로미터 내에서 정찰시켜. 이상한 거 발견되면 즉시 보고하라고 하고. 만약을 대비해서 3개 공격편대 이륙시키고 보충 편대도 출격 대기시켜놔.”
“알겠습니다.”
얼떨결에 작전참모가 되어버린 한 장교는 칼의 명령을 각 부서에 급히 전하기 시작했다. 그런 광경을 칼은 무기력하게 지켜보았다. 일단 예방조치라 할 것은 취했지만 부족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단순한 심리적 문제일 뿐. 더 이상 또 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없는 것은 확실했다. 어차피 적들이 다시 이곳으로 오더라도 믿을 것은 밖에 있는 수십 명의 조종사들뿐이었다.
칼은 아까 페드릭이 한 말을 떠올렸다.
(싫어.)
딱 한마디. 신기하게도 그의 말은 건방지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페드릭은 자신마음 속에 있었던 말을 간단하게 표현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C. I. C에 있던 모두가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 당연하다 여기게 되었다. 만약 그가 긍정했다면 나중에 곤란한 일이 엄청나게 많아졌겠지. 다른 뜻으로 해석해보면 ‘귀찮으니까 니들이 알아서 해.’ 라는 말이 되었을 법도 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는 지금 이 곳에 있지 않았다.
딱! 딱! 따다다닥! 콰광!!
전원이 나간 어두운 공간에서 자극적인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간간히 섬광도 눈에 띄었다.
“저기다!”
따다닥! 따다다닥!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욕설과 함께 라이플의 방아쇠를 사정없이 당겨댔다.
“상황 보고해!”
갑작스러운 총격에 깜짝놀란 콜린 D 델론 대위는 혹시나 해서 무전기의 주파수를 전체채널로 맞추었다. 뒤이어 각 소대장들이 상황을 보고하기 시작하지만 도움이 될만한 것은 없었다. 간간히 비명소리도 들려왔다. 하지만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이 함선에 침투한 적은 정말 치밀했다. 피해자는 계속 나오는데 아직까지 적의 존재를 직접 본 인간은 단 한명도 없었다.
체열감지스캔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것으로 보아 생명체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분명 행성을 탈출하기 전에 교전했던 그 기계와 같은 종류였겠지. 콜린은 잔뜩 긴장한채 쓸데없는 움직임을 없애고 주위를 조심히 둘러보았다. 장담컨대 적은 확실히 자신과 자신의 부하들을 유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허점이 보이면 한명 한명씩 외과적인 방법으로 제거했다. 외과적인 방법이란 암살을 뜻한다. 콜린은 이 곳에 오고나서 군데군데 흉부 밑쪽에 작은 구멍이 난 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수리병들을 보았다. 모두 처음보는 얼굴이었지만 얼마나 어처구니없게 생을 마감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콜린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그가 여기 올때는 상황실로부터 간략하게 ‘32-58 구역에 수리 및 보수작업을 하러 간 수리병력들로부터 교신이 끊어졌으니 확인해달라. FAST(Fleet Anti-terrorism Security Team : 함내테러진압부대) 요원들도 금방 그곳으로 갈 것이다.’라는 명령을 받고 온 것이었기에 함선의 정교한 컴퓨터체계가 침투당한 상황이라는 것은 전혀 알 도리가 없었다. 주위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강습대원들은 다들 소총을 쥐어잡고 각자 맡은 지역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바로 앞쪽에서 뭔가 굴러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데구르르르…….
쳐다보자 볼링공보다 조금 큰 규모의 금속구가 굴러왔다. 왠지 모르게 그 금속구는 전체적으로 은빛을 띄고 있었다. 뭔가 수상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볼링공 하나가 떡하니 굴러올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순간. 금속구에서 수많은 균열이 생기고 순식간에 특정 곤충의 모양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니. 변화라기보단 변신이라는 말이 훨씬 적합했다. 아까 수리병들을 없애버린 그 메타모포시스였다.
콜린은 뒤늦게 눈치채고는 노성과 함께 방아쇠를 당겼다. 다른 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총성과 비명, 그리고 소음이 콜린이 있던 구역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등장한 메타모포시스는 군데군데 빛이 닿지 않는 곳을 스쳐가며 탄환을 피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메타모포시스가 지나간 궤적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탄환이 벽에 박히고 있었다. 아무리 지속적인 운동력에 거의 제한을 받지 않는 호루스가 창조한 기계 생명체라 하더라도 초구탄속만 수 십 킬로미터를 넘어가는 탄환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그렇다쳐도 메타모포시스는 도를 넘어설 정도로 그 속도가 빨랐다.
따다다다다!!!
투다다닥……!
퍼억!
“으악.”
도발하듯 변친적인 회피운동을 하던 메타모포시스가 어느새 앞을 막고 있던 강습대원을 몸으로 박아버리자 충격이 엄청났는지 그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콜린은 메타모포시스의 예상을 벗어난 행동에 즉시 사격중지명령을 내렸다. 생각지도 못한 행동이었다. 게다가 대원을 박아버린 메타모포시스는 직후에 잽싸게 방향을 바꿔 순식간에 어둠속으로 녹아들었다. 콜린은 메타모포시스가 잠시 사라진 틈을 타 대형을 재정비하려 했다. 하지만 그 계획은 곧바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퍽~ 치이이익…….
다시 총격전이 시작되려 할 때 대원 중 한 명이 가슴팍에 꽂혀있던 달걀형태의 발광탄(發光彈 : 조명탄과 비슷한 개념의 탄환이다.)을 터트리자 순식간에 내용물이 기화하며 형체가 없는 밝은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주위가 낮처럼 밝아졌다. 콜린은 발광탄을 터트린 대원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다가 곧바로 그를 덮쳤다. 그리고 그들의 자세가 무너지려 할 때 본래 서있던 공간으로 뭔가 아주 예리한 금속 날이 지나갔다. 아마 그대로 서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안봐도 뻔했다. 콜린은 그의 어깨를 탁탁 친 후 잽싸게 다시 등장한 메타모포시스를 향해 조준하고 주저없이 발사했다. 사방에 있던 강습대원들이 또다시 일제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탄환은 궤적을 따라 박혔지만 간혹가다 한두방씩은 맞기도 했다. 발광탄의 영향이었다. 지금 사방은 온통 발광탄이 내뿜는 빛으로 인해 낮처럼 밝아 그림자가 거의 없어져서 메타모포시스가 치고 빠지는 형식의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조명탄과는 달리 발광탄은 내부에 있던 기체 자체가 기화하면서 빛을 내뿜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작동시키는 순간 기체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상승했다. 게다가 이건 조명탄보다도 더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던 도중 그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따다다다다… 뻑! 끼릭!?
부지런히 탄환을 피하던 메타모포시스가 전부다 피하지는 못했는지 다리 쪽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난 것이었다.
“맞았다! 움직이지 못할때까지 계속 갈겨!”
콜린은 그렇게 명령하고는 부하 대원들과 함께 기동성을 잃고 쓰러져 그 자리에서 거칠게 저항을 하고 있는 메타모포시스에게 계속해서 사격을 가했다. 그가 사격중지명령을 내린 것은 풀오토사격으로 예비탄창을 6개나 모두 비우고 나서였다.
쾅!!
강습대 소속으로 보이는 사병 둘이 기괴한 모양의 쇳덩어리들을 힘겹게 들고와 거대한 테이블 위에 두자 귀가 울릴 수준의 충격음이 퍼졌다. 그 방안에 있던 모두가 순간적으로 귀를 만지작거리며 그들을 쳐다보았지만 사병 둘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 곳에서 나가버렸다.
“…….”
잠시동안의 침묵. 하지만 그 곳에 있던 사람 중 유난히 젊어보이는 장교 한명이 한 손에 들려있는 종이 쪼가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콜린이었다.
“사망 6명, 중상 1명, 경상 20명입니다. 생포하려고 했지만 워낙 저항이 심해서 일찍이 단념했습니다. 만약 무리해서 생포하려 했다면 더 많은 대원들이 희생됐을 겁니다. 일단 저 앞에 널려있는 쇳덩어리는 메타모포시스입니다. 지금 내무실에서 박살난 뼈들 다시 위치잡느라 고생 중인 제 부하가 ‘직접’ 지어준 이름이지요. 그리고 지상에서 습격했던 리플렉터와는 전혀 다른 종류이며, 기존의 리플렉터보다 훨씬 빠르고 개별 셀(Cell)간의 방탄력도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일단은 제거하는데는 성공했으니 더 이상 함선의 시스템에 침투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는 간단하게 자기 할 말을 마친 후 팔짱을 끼며 다시 침묵했다. 사실 이 방 안에 있는 사람들 중 유일한 군인은 콜린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알티미리스에서 콜로수스의 정비를 돕거나 X-701 프로젝트에 소속되어 있던 과학자들이었다. 물론 군에 소속되있는 과학자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전투 훈련같은 것을 받은 ‘전투’에 능한 병사가 아니었다. 그들도 계급장을 달고 있었지만 그것은 거의 쓸 일이 없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테이블 위에 거의 토막나다 싶히 널려있는 메타모포시스와 무표정으로 팔짱을 낀채 앉아있는 콜린 대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던 중 그들은 콜린 대위와 방금 메타모포시스를 놓고 나간 병사들과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무표정이다.
움직임에 허점이 없다.
눈 빛에서 약간의 살기가 느껴진다.
그런 것 치고는 자신들에게 불만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 곳에 있던 모든 과학자들이 그렇게 생각을 할 때 쯤 칼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습관적으로 엉덩이를 툭툭 털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또다시 긴장상태. 칼은 조용히 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테이블 위에 널려있는 메타모포시스를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브리핑이 있어서 먼저 갑니다. 참, 뭐 이상한거 있으면 전투정보실로 전해주세요. 아… 그리고 저 고철덩어리는 절대 안 깨어날테니 걱정 안하셔도 될겁니다. 확인사살 한답시고 레일건 탄환을 몸체에 정확히 쑤신것만 3천발은 훨씬 넘어갈테니 제아무리 기계라도 멀쩡히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할겁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부르십시오. 제 부하들이 전보다 더 후하게 총알을 먹여줄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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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열심히 쓰다보니까 왠지 끝마무리가 어설퍼서 도중에 가장 적당한 부근에서 잘라버렸습니다. 나름대로 반전도 준비해보려 했지만 이건 뭐...;
일단은 죄송하단 말부터 하겠습니다. 요즘따라 소설의 전개속도가 희한하게 빨라지는 바람에 틀좀 잡으려고 노력 중인데 말입니다. 흠흠...;
변명할 여지가 없군요. 딱히 정말 죄송하단 말밖에는 ㅠㅠ
그럼 벌써부터 날아오는 돌을 피하러 전 이만.. 다음 주에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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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리플렉터 장갑을 뚫을 정도의 중화기를 수천발이나 난사하면...
함선의 외벽이 걸레가 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