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흔의 전장 (목숨이 붙어있고 생활환경이 보장되는 한 연재는 계속됩니다.) - 08년 10월 27일 공군입대 합니다.
글 수 79
빈 공간. 평균기온 3k에 항성의 가시권에 노출되면 영상 200도 이상으로 급상승한다. 밀도는 1세제곱 미터당 1~2개 정도의 수소분자가 존재한다.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공간. 전 우주공간을 통틀어서 이런 환경이 아닌 곳이 과연 얼마나 많을까...
-번쩍!-
때마침 푸른 행성을 배경으로 은색의 두툼한 항공기 한 기가 붉은 섬광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적인 항공기의 모습과는 달리 주익의 크기가 보조익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대기권에서는 거의 운용될 일이 없는 항공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S-3
연방항공우주군 중 유일하게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게 설계된 S클래스의 항공기 중 3번째 모델이다. 모델명은 기드온. 비록 차세대 기체는 아니었지만 현재 우주군 전체에서 운용중인 3세대 복합 전투기인 F/a-82d 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전투기와 조기경보기의 중간형태의 특징을 뛰고 있다. S는 Single fighter 혹은 Star fighter의 약자이며 일반 군용기보다 비효율적으로 두툼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S-3은 최대 탑승인원이 6명에 S클래스 중에서는 유일하게 수송기능이 있다. 전혀 공기역학적이지 못한 기체의 외형은 우주공간에서의 전투에 최적화되었다. 기체 전체에는 자세변환을 위한 200여 개의 자세제어기가 존재하며 최대가속 상태에서도 관성제어장치의 도움 없이도 손쉽게 방향을 바꿀 수가 있었다.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기능이지만 이거 덕분에 한 때 디코이의 필요성이 사라질 뻔했다. 현재 우주군에서 운용중인 S클래스의 항공기는 공식적으로 5번 모델까지 나왔으며 최초의 3세대형 기체인 6번째 모델이 개발되고 있었다. 2년 후를 기준으로 최초의 프로토타입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밝혀졌으며 밀리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거의 괴물이라 불린다.
"이상한데…"
부조종석의 수평상황표시화면(Horizontal Situation Display)을 보며 어니스트 대령이 중얼거렸다. 기체 조종에만 집중하던 사일러 대위는 대령의 말에 HSD 페이지로 시선을 옮겼다. 검은색 배경의 화면 위쪽으로 회색의 점들이 안개처럼 뿌려져 있었다. 화면은 8인치 밖에 되지 않았으나 초고화질을 자랑했다.
"그렇군요. 소행성일까요?"
"아니. 소행성일리는 없어. 내가 아는한 하나라면 몰라도 이 정도 숫자를 만들만한 소행성벨트는 행성에서 10억 km는 떨어져 있을 거야. 저게 소행성이었으면 미리 메시지를 보냈거나 거리가 이 지경이 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았겠지. 그런데 아까 항성계에 진입했을 때 함대로부터 연락 오지 않았었나?"
"없었습니다. 먼저 시도하기도 했지만 무슨 일인지 조용했습니다. 통신사관이 딴 짓하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 파이콘 기지에서 자동으로 발신된 착륙유도코스에 따라 가고 있는데 유지할까요?"
"아니, 잠깐만 속도좀 늦춰봐. 저게 뭔지부터 알아야겠다."
말없이 바로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일러. 순간 양쪽 주익의 앞부분 아래에서 각각 5개의 분사구가 붉은 색의 기체를 내뿜는다. HUD의 속도계에서 가속도가 -로 바뀌며 기체가 감속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 있어요?"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페드릭이었다. 어니스트 대령은 '별일 없다'라는 투로 대답하며 HSD 페이지를 패시브 레이더모드로 변환시킨 다음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액티브 모드보다 비교적 탐지거리가 짧긴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쓰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함대나 행성방위군이 너무 조용했다. 나름대로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음…? 패널이 옛날이랑 전혀 달라진 게 없네?"
"볼 줄은 아시는지…?"
어니스트 대령이 빙 돌려서 말했다. 도발인지 아닌지 애매하지만 다행히 페드릭은 그의 의도를 너무나 쉽게 무시했다. 만난지 불과 몇 시간만에 사이가 이렇게 된 것이었다.
"회색은 레이더가 자연적으로 생성되었으리라 여기는 것을 뜻하죠. 보아하니 점들 분포도가 몇 일 전부터 뭔가에 박살난 것 같네요."
"어떻게 확신합니까?"
"밀도가 별 비중 없이 쳐다보면 튜브 형태로 분포돼있잖아요. 파편 같은데요? 보통 소행성이었다면 오래 전에 접근하면서 궤도가 적어도 이것보단 많이 밀집하고 길쭉했을 겁니다. 장교교육 받으면서 이런 건 기본일텐데 그 시간에 뭐하셨나요?"
페드릭의 반격. 군 생활 전부를 통틀어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잡힌 어니스트 대령의 입 속에서 '빠드득'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알 수 없는 긴장감.
페드릭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조종석 밖을 구경하고 있었지만 어니스트 대령은 억지로라도 화를 참는 듯 했다. 정곡을 찔린 것이다. 간접적 도발이었기 때문에 먼저 화내는 쪽이 지게 된다. 나이에 안 맞게 어니스트 대령은 혼자 흥분하여 있었다.
"파편 구역에서 전파가 감지되었습니다. 거리 3. 5 그냥 바로 대기권에 진입할까요?"
요상한 분위기 속에서 사일러 대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별로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는 말투였다. 페드릭이 말한 대로라면 파편들이 부분적으로 전파를 발생시키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사일러 대위는 상황을 지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최대한 문제가 없는 쪽으로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그 때 HSD 페이지에서 몇 개의 적색 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초고속 접근체 6기.
그냥 고속도 아니고 초고속이다. 뒤늦게 미사일 경고음이 기내 전체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정면에서 뭔가가 날아옵니다!"
"뭘 일일이 말하고 있어?! 피해!"
어니스트 대령의 반쯤 비명 섞인 목소리에 사일러 대위가 기체를 수직 상승시켰다. 약간의 관성과 함께 본래 기체가 있던 공간으로 푸른 빛줄기가 지나갔다. 0. 1초만 늦었어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사망할 뻔했다.
"방금 뭐였지?"
말할 여유는 아직 그들에게 없었다. 사일러 대위는 파편 더미로부터 추가로 날아오는 빛줄기를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조종간을 최대한 꺾었다. 이번에는 순전히 운이었다. 기체의 레이더조차도 탐지하지 못한 것을 단순히 육안으로 발견한 것이었다. 페드릭은 사일러의 운동시력에 경악했다. 아까 그가 말할 때 거리는 3. 5 다시 말해 35000km라는 뜻. 그런데 단순히 육안만으로 그것을 발견했다는 것은 사람의 눈이 아니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기권에 진입하겠습니다!"
사일러 대위가 누가 들어도 상황이 무진장 다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말했다. 어니스트 대령과 페드릭에겐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격추될 거라는 의미로 들렸다. 파편의 구름 속에서 튀어나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의 속도는 초구탄속만 5천 km를 가뿐히 넘는 것 같았다. 어니스트 대령과 사일러 대위는 저것의 정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 현재 군에서 운용되고 있는 무기 중에 저 정도 가속도를 자랑하는 미사일이나 공뢰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왕 들어갈꺼면 기지 쪽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네. 알겠습니다!"
어니스트 대령의 말에 사일러 대위가 말했다. 현 상황에 겁을 상실한 걸까 아니면 자신이 있어서 그런 건가? 사일러 대위가 자신 있게 말했지만 조종석 밖으로 보이는 행성까지의 거리는 아무리 적게 봐도 1만km는 거뜬히 넘어 보였다.
'낭패다!'
페드릭은 행성과의 거리와 기체의 속도, 수시로 날아오는 양성자탄의 빈도를 멋대로 짐작하고는 3글자로 결론지었다. 다른 인간들은 뭐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생각은 이러했다. 아무리 좋게 봐도 불시착. 그 다음은 사망이다. 대기권 진입 전에 한방이라도 맞았다간 즉석에서 죽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진입 시에 마찰열에 기체가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그저 안 맞기를 바랬다. 대기권에 일단 진입만 하면 외기권에서 접근하는 에너지 계열의 무기들은 명중률이나 파괴력이 형편없어질 테니까 무사할 수 도ㅡ.
콰광!!
옆에서 갑작스런 충격. 온전히 착륙하는 건 물건너갔다. 더도 말고 불시착이다. 기체관제 시스템 전체가 모두 경고성 멘트를 날리며 명멸해갔다. 고작 한방. 정통으로 맞은 것도 아니고 스친 것 같은데 피해가 이렇다. 대체 어딜 맞은 거지?!
사일러 대위가 조종간을 쥔 채 보고한다. 옆에 있던 어니스트 대령은 제어 패널을 만지작거리며 기체관제시스템을 다시 살리려 했다.
우측 주익에 데미지
전기계통 일부 손상
주 추력기 다운
하나같이 암울한 내용뿐이었다. 아직 최악의 경우인 화재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사일러 대위가 보고한 대로라면 주엔진 몇 개가 나가고 남아있는 운동에너지로 순항한다는 뜻인데 지금 이 속도로는 되려 궤도 밖으로 팅겨나가거나 대기권에 진입하자마자 과도한 진입각도 때문에 기체가 몇 초도 안되어 순식간에 박살날게 분명했다.
삐비비비비...
"10초 내로 대기권에 진입합니다! 충격이 장난이 아닐 테니 몸이 날아가지 않도록 고정하세요!"
쿠구구구궁!!!
기체가 요동친다. 자세제어기는 어느새 진입속도를 낮추기 위해 최대치로 출력 중이었고 생전 쓰지도 않던 기체의 보조익에 내장되있던 스피드 브레이크가 상하로 활짝 펴지기 시작했다. 피탄 이후 속도가 꽤 많이 줄긴 했지만 아직은 너무 빨랐다. 페드릭은 조종석 정면으로 빠르게 커져가는 대륙의 모습을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행성의 전체적인 모습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상태. 신기하게도 기체는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가고 있었다. 문제는 비스듬히 접근하는 게 아니라 아예 정면으로 '추락'하고 있었다는 것. 조종석의 계기판의 전원이 하나 둘씩 나가며 기체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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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메탈 필체 따라해봤는데 이상하네요 -ㅂ-ㅋㅋ
매화 필체변경 놀이중;;
-번쩍!-
때마침 푸른 행성을 배경으로 은색의 두툼한 항공기 한 기가 붉은 섬광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적인 항공기의 모습과는 달리 주익의 크기가 보조익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대기권에서는 거의 운용될 일이 없는 항공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S-3
연방항공우주군 중 유일하게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게 설계된 S클래스의 항공기 중 3번째 모델이다. 모델명은 기드온. 비록 차세대 기체는 아니었지만 현재 우주군 전체에서 운용중인 3세대 복합 전투기인 F/a-82d 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전투기와 조기경보기의 중간형태의 특징을 뛰고 있다. S는 Single fighter 혹은 Star fighter의 약자이며 일반 군용기보다 비효율적으로 두툼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S-3은 최대 탑승인원이 6명에 S클래스 중에서는 유일하게 수송기능이 있다. 전혀 공기역학적이지 못한 기체의 외형은 우주공간에서의 전투에 최적화되었다. 기체 전체에는 자세변환을 위한 200여 개의 자세제어기가 존재하며 최대가속 상태에서도 관성제어장치의 도움 없이도 손쉽게 방향을 바꿀 수가 있었다.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기능이지만 이거 덕분에 한 때 디코이의 필요성이 사라질 뻔했다. 현재 우주군에서 운용중인 S클래스의 항공기는 공식적으로 5번 모델까지 나왔으며 최초의 3세대형 기체인 6번째 모델이 개발되고 있었다. 2년 후를 기준으로 최초의 프로토타입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밝혀졌으며 밀리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거의 괴물이라 불린다.
"이상한데…"
부조종석의 수평상황표시화면(Horizontal Situation Display)을 보며 어니스트 대령이 중얼거렸다. 기체 조종에만 집중하던 사일러 대위는 대령의 말에 HSD 페이지로 시선을 옮겼다. 검은색 배경의 화면 위쪽으로 회색의 점들이 안개처럼 뿌려져 있었다. 화면은 8인치 밖에 되지 않았으나 초고화질을 자랑했다.
"그렇군요. 소행성일까요?"
"아니. 소행성일리는 없어. 내가 아는한 하나라면 몰라도 이 정도 숫자를 만들만한 소행성벨트는 행성에서 10억 km는 떨어져 있을 거야. 저게 소행성이었으면 미리 메시지를 보냈거나 거리가 이 지경이 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았겠지. 그런데 아까 항성계에 진입했을 때 함대로부터 연락 오지 않았었나?"
"없었습니다. 먼저 시도하기도 했지만 무슨 일인지 조용했습니다. 통신사관이 딴 짓하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 파이콘 기지에서 자동으로 발신된 착륙유도코스에 따라 가고 있는데 유지할까요?"
"아니, 잠깐만 속도좀 늦춰봐. 저게 뭔지부터 알아야겠다."
말없이 바로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일러. 순간 양쪽 주익의 앞부분 아래에서 각각 5개의 분사구가 붉은 색의 기체를 내뿜는다. HUD의 속도계에서 가속도가 -로 바뀌며 기체가 감속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 있어요?"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페드릭이었다. 어니스트 대령은 '별일 없다'라는 투로 대답하며 HSD 페이지를 패시브 레이더모드로 변환시킨 다음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액티브 모드보다 비교적 탐지거리가 짧긴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쓰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함대나 행성방위군이 너무 조용했다. 나름대로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음…? 패널이 옛날이랑 전혀 달라진 게 없네?"
"볼 줄은 아시는지…?"
어니스트 대령이 빙 돌려서 말했다. 도발인지 아닌지 애매하지만 다행히 페드릭은 그의 의도를 너무나 쉽게 무시했다. 만난지 불과 몇 시간만에 사이가 이렇게 된 것이었다.
"회색은 레이더가 자연적으로 생성되었으리라 여기는 것을 뜻하죠. 보아하니 점들 분포도가 몇 일 전부터 뭔가에 박살난 것 같네요."
"어떻게 확신합니까?"
"밀도가 별 비중 없이 쳐다보면 튜브 형태로 분포돼있잖아요. 파편 같은데요? 보통 소행성이었다면 오래 전에 접근하면서 궤도가 적어도 이것보단 많이 밀집하고 길쭉했을 겁니다. 장교교육 받으면서 이런 건 기본일텐데 그 시간에 뭐하셨나요?"
페드릭의 반격. 군 생활 전부를 통틀어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잡힌 어니스트 대령의 입 속에서 '빠드득'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알 수 없는 긴장감.
페드릭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조종석 밖을 구경하고 있었지만 어니스트 대령은 억지로라도 화를 참는 듯 했다. 정곡을 찔린 것이다. 간접적 도발이었기 때문에 먼저 화내는 쪽이 지게 된다. 나이에 안 맞게 어니스트 대령은 혼자 흥분하여 있었다.
"파편 구역에서 전파가 감지되었습니다. 거리 3. 5 그냥 바로 대기권에 진입할까요?"
요상한 분위기 속에서 사일러 대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별로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는 말투였다. 페드릭이 말한 대로라면 파편들이 부분적으로 전파를 발생시키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사일러 대위는 상황을 지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최대한 문제가 없는 쪽으로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그 때 HSD 페이지에서 몇 개의 적색 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초고속 접근체 6기.
그냥 고속도 아니고 초고속이다. 뒤늦게 미사일 경고음이 기내 전체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정면에서 뭔가가 날아옵니다!"
"뭘 일일이 말하고 있어?! 피해!"
어니스트 대령의 반쯤 비명 섞인 목소리에 사일러 대위가 기체를 수직 상승시켰다. 약간의 관성과 함께 본래 기체가 있던 공간으로 푸른 빛줄기가 지나갔다. 0. 1초만 늦었어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사망할 뻔했다.
"방금 뭐였지?"
말할 여유는 아직 그들에게 없었다. 사일러 대위는 파편 더미로부터 추가로 날아오는 빛줄기를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조종간을 최대한 꺾었다. 이번에는 순전히 운이었다. 기체의 레이더조차도 탐지하지 못한 것을 단순히 육안으로 발견한 것이었다. 페드릭은 사일러의 운동시력에 경악했다. 아까 그가 말할 때 거리는 3. 5 다시 말해 35000km라는 뜻. 그런데 단순히 육안만으로 그것을 발견했다는 것은 사람의 눈이 아니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기권에 진입하겠습니다!"
사일러 대위가 누가 들어도 상황이 무진장 다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말했다. 어니스트 대령과 페드릭에겐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격추될 거라는 의미로 들렸다. 파편의 구름 속에서 튀어나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의 속도는 초구탄속만 5천 km를 가뿐히 넘는 것 같았다. 어니스트 대령과 사일러 대위는 저것의 정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 현재 군에서 운용되고 있는 무기 중에 저 정도 가속도를 자랑하는 미사일이나 공뢰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왕 들어갈꺼면 기지 쪽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네. 알겠습니다!"
어니스트 대령의 말에 사일러 대위가 말했다. 현 상황에 겁을 상실한 걸까 아니면 자신이 있어서 그런 건가? 사일러 대위가 자신 있게 말했지만 조종석 밖으로 보이는 행성까지의 거리는 아무리 적게 봐도 1만km는 거뜬히 넘어 보였다.
'낭패다!'
페드릭은 행성과의 거리와 기체의 속도, 수시로 날아오는 양성자탄의 빈도를 멋대로 짐작하고는 3글자로 결론지었다. 다른 인간들은 뭐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생각은 이러했다. 아무리 좋게 봐도 불시착. 그 다음은 사망이다. 대기권 진입 전에 한방이라도 맞았다간 즉석에서 죽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진입 시에 마찰열에 기체가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그저 안 맞기를 바랬다. 대기권에 일단 진입만 하면 외기권에서 접근하는 에너지 계열의 무기들은 명중률이나 파괴력이 형편없어질 테니까 무사할 수 도ㅡ.
콰광!!
옆에서 갑작스런 충격. 온전히 착륙하는 건 물건너갔다. 더도 말고 불시착이다. 기체관제 시스템 전체가 모두 경고성 멘트를 날리며 명멸해갔다. 고작 한방. 정통으로 맞은 것도 아니고 스친 것 같은데 피해가 이렇다. 대체 어딜 맞은 거지?!
사일러 대위가 조종간을 쥔 채 보고한다. 옆에 있던 어니스트 대령은 제어 패널을 만지작거리며 기체관제시스템을 다시 살리려 했다.
우측 주익에 데미지
전기계통 일부 손상
주 추력기 다운
하나같이 암울한 내용뿐이었다. 아직 최악의 경우인 화재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사일러 대위가 보고한 대로라면 주엔진 몇 개가 나가고 남아있는 운동에너지로 순항한다는 뜻인데 지금 이 속도로는 되려 궤도 밖으로 팅겨나가거나 대기권에 진입하자마자 과도한 진입각도 때문에 기체가 몇 초도 안되어 순식간에 박살날게 분명했다.
삐비비비비...
"10초 내로 대기권에 진입합니다! 충격이 장난이 아닐 테니 몸이 날아가지 않도록 고정하세요!"
쿠구구구궁!!!
기체가 요동친다. 자세제어기는 어느새 진입속도를 낮추기 위해 최대치로 출력 중이었고 생전 쓰지도 않던 기체의 보조익에 내장되있던 스피드 브레이크가 상하로 활짝 펴지기 시작했다. 피탄 이후 속도가 꽤 많이 줄긴 했지만 아직은 너무 빨랐다. 페드릭은 조종석 정면으로 빠르게 커져가는 대륙의 모습을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행성의 전체적인 모습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상태. 신기하게도 기체는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가고 있었다. 문제는 비스듬히 접근하는 게 아니라 아예 정면으로 '추락'하고 있었다는 것. 조종석의 계기판의 전원이 하나 둘씩 나가며 기체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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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메탈 필체 따라해봤는데 이상하네요 -ㅂ-ㅋㅋ
매화 필체변경 놀이중;;
안녕하세요
뭔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대기권으로 드립다 진입하는 것 같지만....
조금 암담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