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4년 여름. 지구에서 5500광년 떨어진 펠 하리우스 태양계 저궤도.
코로나급 이지스 순양함. 아드미럴 리처드

  붉은 빛을 내뿜는 거성을 배경으로 1마일 정도 크기의 순양함 한 척이 공전궤도를 따라 순항하고 있었다.  전투정보실에서는 교대로 근무하는 레이더 담당사관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마 지금쯤 여가시간을 가지며 함내 어딘가에서 전투에 대비하며 놀고 있을 것이다. 24시간 기준 3교대로 근무하는 그들에게 이 생활은 벌써 2년 째였다. 순양함 측에는 그래도 경순양함에 가까운 이 순양함은 2세대 방공무기통제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 순양함이었다. 기본중량은 2천만 톤에 승무원은 3천명 정도로 전투적인 측면보다는 기동성을 중시해서 그런지 날렵한 선형을 하고 있었다.
레이더 담당 사관인 조니 로고스 중위는 언제나 반복되는 이런 생활이 질리지도 않는지 매 분마다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교대까지는 4시간 정도 남은 상태였다. 시간 때우기는 언제나 괴롭다. 그는 다른 승무원들과 마찬가지로 매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유일한 휴일은 리플렉터 행성을 박살낸 기념으로 생긴 매년 가을 9월 1일에 있는 종전기념일이다. 500년 전 일이라 지금은 저게 왜 휴일인지 모르는 사람도 대부분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올해가 딱 500주년이다. 이번엔 2 ~ 3 주 정도 휴가를 내줄지도 모른다. 당시 리플렉터가 멸망한 이후로 가장 강력한 동맹이었던 세비어 인들마저도 모성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다신 이곳에 오지 않았다. 조니 중위는 레이더 스크린을 보며 커피를 한 모금 삼켰다. 언제나 변함 없는 레이더 스크린… 홀로그램 모드도 있긴 하지만 눈에 부담이 억수로 많이 가기 때문에 안 키고 만다. 스크린은 언제나 정상가동중이다. 미확인물체라던가 뭔가 나타나기라…

삑!!

"엥…?"

  조니 중위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했다. 레이더 스크린에 갑자기 뭔가가 잡혔다. 대체 뭐지?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침착하며 스크린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점점 스크린에서 새롭게 나타난 물체에 대해 정보가 흘러나온다.

[방위 125.26 - 76.15 거리 3020000 미확인 물체 고속으로 접근중. 71초 후 도달.]

"잉…?!"

  거리 300만에서 71초만에 도달한다니? 가능한 건가?
  눈앞에서 비상식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었다. 거리기준은 km다. 그런데 그런 거리를 단 70초만에 도달하면 상당한 속도였다. 물체의 외형과 정체는 곧 레이더가 잡아낼 것이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 조니 중위는 허겁지겁 함장실에 연락했다. 하지만 받질 않는다. 대체 어딜 간 거야? 조이는 어찌할 도리를 찾질 못했다. 이랬다간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할게 뻔했다. 300만 km를 70초만에 주파하는 저 개념을 잃은 물체는 뭐란 말인가? 그는 서둘러 비상경고등을 활성화시키는 버튼을 찾았다. 그리고 곧바로 주먹을 내리 찍는다.

퍽!

비이이이잉!!!!

  요란한 소리와 함께 비상경고등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충돌시간까지 앞으로 30초.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단순한 천체라면 저런 속도로 관성운동을 하는 물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100% 의도적인 것이다. 어느새 남은 시간은 20초. 밖의 상황은 오로지 레이더 스크린으로만 볼 수 있었다. 뒤늦게 함장을 비롯한 장교들이 전투정보실로 들어온다. 함장이 무슨 일이냐는 듯이 매우 언짢은 표정으로 물어본다. 조니 중위는 할 말을 잃은 채 레이더 스크린을 가리켰다. 함장이 레이더 스크린을 바라보고 표정이 굳어버리는데까진 필요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덕분에 반응하는데 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주엔진 최대출력.
능동방탄막 가동.
순간도약 준비.

  함장이란 인간이 뒤늦게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뒤늦게 순양함이 가속하기 시작했지만 미확인 물체는 이미 순양함의 측면 외부장갑과 충돌한 상태였다. 희한하게도 그 미확인 물체는 순양함을 관통하지 못했다. 차라리 관통 당했으면 다행이었을 것이다. 물체가 관통하지 못한 덕분에 충격량으로 내부에 있던 승무원 전체를 피떡으로 만들어버렸으니까. 함선은 이후로도 계속 가속만을 하고 있었다.



반년 후.

『시간이 흐르며 그에 비례해 과학기술이 발전하자 사람들의 생활은 나날이 편해지고 그로 인해 사회적인 능률이나 출산율의 저하 등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더해지자 과거 폭발적인 인구증가를 우려하던 과학자들도 지금은 그들에게 제발 애들 좀 낳으라고 빌기 시작했다. 31세기 초 리플렉터가 모습을 완전히 감추고 멸망했을 거라는 추측아래 인류는 제 3의 번성기를 맞았다. 그래서 나온 게 이 모양. 이 후 몇 백년간 군의 필요성조차 서서히 잊혀지기 시작하고 인류에게는 새로운 존재의 적이 등장하는데…』

"……"

부스럭…

  거실로 추정되는 공간에 한 남자가 바닥에 누워 뭔가를 집중하며 보고 있었다. 한밤이라 그런지 거실 전체의 실루엣을 밝혀주는 빛은 그가 주시하는 한 거대한 스크린에서 나오고 있었다. 스크린에서는 공중파로 수신되는 전자기호들을 영상으로 전환해 보여주고 있었다. 대부분은 이것을 텔레비전, 줄여서 TV라고 부른다. 입체 홀로그램 영상으로 나오는 TV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건 눈이 아프고 거기에 덤으로 전기세가 장난이 아니게 빠져나간다. 지금 스크린 TV에서 방영중인 것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역사 패러디 드라마인 「Spy The Man」 이었다. 리플렉터의 멸망 이후 세계사가 지금과는 다르게 흘러갔다는 가장 하에 한 스파이의 일생에 대해서 감질나게 다룬 드라마인데 최초 방영일 이후 12년 동안 80억 명 이상의 폐인들을 만들어냈다. 지금 스크린 앞에서 초인적인 집중력을 자랑하는 남자도 앞의 경우인 듯 했다. 왼손에는 리모콘, 오른손에는 시퍼런 색의 액체가 담겨져 있는 투명한 용기가 쥐어져 있었으며 용기 뚜껑부분 구멍에서 솟아난 빨대는 그의 입에 물려져 있었다. 순간 용기 속의 액체가 기압변화로 인해 양이 줄어들며 그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주르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스크린에서는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한참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2주만에 나오는 새로운 에피소드이다. 저번 실수 때는 안타깝게도 재방송을 봐야만 했지만 이번에는 절대 그럴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무조건 본다. 반드시!
  스크린에서 현재시간을 알리며 [애들은 자라] 라는 짤막한 경고문이 뜬다. 현재시간은 12시 55분. 누가 뭐라 안해도 애들은 다 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문구가 뜬다는 것은 지금 이 시간에도 자지 않는 애들이 존재한다는 것이겠지. 남자는 남은 액체를 모두 섭취하고는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검은색 머리의 청년은 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바닥에 등을 벽에 기대 쭈그려 앉아 있었다. 의상은 아주 엄청나게 간편한 복장. 단순 폐인이라 하기엔 의상만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관리가 잘 되어있었다. 새로운 에피소드는 십 수개의 광고가 모두 끝나면 시작할 것이다.

-비이이익…!-

  그 때 멀리서 조용했지만 신경 쓰이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왔다는 신호였다. 이 시간에 대체 어떤 놈이지?
  배달이야 아까 했지만 그것은 부엌의 전송기를 통해 올 것이고, 이 근방 주민들과의 마찰이나 경찰관이 들이닥칠 일 또한 만든 기억이 없었다. 다시 말해 향후 1년 간 여기에 올 존재는 없다. 조용히 일어나 현관으로 걸음을 옮긴다.

똑! 똑!

  현관으로 가는 동안 또 다른 소리가 들렸다. 나름대로 깔끔하다. 하지만 뭔가 수상했다. 대체 어떤 인간이 자신에게 볼 일이 있어서 찾아온단 말인가. 현관문에 귀를 대본다. 짐작컨대 2명. 하지만 강도같은 느낌은 아니다. 남자는 조용히 문을 열어보기 시작했다.
  '끼리릭'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그 틈으로 엄청난 한기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순간적으로 남자의 노출된 피부가 경직.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북반구였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뒤늦게 후회한다. 그는 피부의 한계에 도전하며 현관문 밖으로 머리만 빼꼼 내밀었다. 예상대로 2명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신지?"

  그는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들의 키는 185cm 정도였고 2명 모두 검은색 정장에 블랙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얼렁 끝내고 드라마 보러 가야되는데… 시간이 급했다. 대체 무슨 용건으로 온 거냐. 어서 말을 하라고!
  정장차림의 남자 둘은 자신을 보고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갑자기 수상해진다. 남자는 리모콘을 쥔 왼손에 힘을 주었다. 수상한 생각이 확신이 들면 곧바로 문을 박차고 리모콘으로 단번에 제압할 것이다. 그들은 지들끼리 소곤거리는 듯 싶더니 자신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페드릭 포터씨 입니까?"

"……."

  순간적으로 당황.
  저 인간들이 자신의 진짜 이름을 대체 어떻게 아는거지?
  옛날에 윤 준장이 죽은 이후로 페트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다. 이들 기준으로는 거의 400년도 훨씬 지난 일이었다. 적어도 인간 중에는 자신의 정체를 아는 인간은 이름 있는 역사학자들 뿐일 것이다. 검은 양복의 사나이가 다시 물었다.

"설마… 맞습니까?"

대답해줄 의무는 없다.

"정체가 뭐죠?"

"저는 항공우주군 소속 칼 어니스트 대령이고 옆은 부하 사일러 대위입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페드릭은 이들이 공군이라는 말보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놀랐다. 칼 대령은 자신의 표정을 이미 예상한 듯 말을 이었다.

"한밤중에 이런 말 해드리긴 유감이지만…"

"무슨…?"

"리플렉터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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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작하니까 다시 이상해졌습니다 ㄱ-…;;
흑흑 ㅠㅠ
이게 아닌데!!!!!!!!!!!!!!!!!!!!!
본편 시작이니만큼 정성을 조낸 들이려 했는데 반대가 되어버렸군요 ㅠ 주당 한두편씩 올린다는 목적이 점점 깨져가고 있습니다 ㅠ 다음엔 좀더 완성도 있게 해보겠습니다.

이상한 점이 있다면 바로 지적해주세요 확인 즉시 수정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