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우웅!

전송실에서 밝은 섬광과 함께 한명이 더 모습을 들냈다. 붉은 머리가 인상적인 소년이었다. 그 소년은 전송빔에 의한 공간이동이 평소에도 많이 해봤는지 곧바로 일어나 주위를 쳐다보았다. 붉은 머리의 그 소년은 페드릭이었다.

"여긴 내가 올때 타고온 배가 아닌걸...?"

  아무리 자신이 기억력이 구리다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공간의 규모가 아까 있었던 카르나드 함과 별 차이가 없었다. 페드릭이 카르나드에 갈때 타고간 구조선의 스펙은 만제중량이 500톤도 안넘어가는 페트롤쉽을 개조한 함선이었다. 500톤 짜리 함선에 이런 규모의 공간을 가진 전송실은 없다. 그리고 분명 카르나드의 동력원은 리플렉터들에게 넘어갔을텐데 대체 어떻게 귀환한건지... 원래 전송시에는 전송하는 함선과 전송받는 함선의 전력이 모두 필요했다. 하지만 일방적 전송의 경우 전송하는 함선의 스펙이 상당히 커야만 했다. 일단 함선의 크기가 커지면 발전기의 힘도 그에 비례하기 때문이었다.

"소령님 무사히 오셨군요."

  페드릭이 막 깊게 생각하려는 순간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을 한 군인이 다가와 자신을 반겼다.

"노턴 중위. 여긴..."

  반기는건 좋은데 뭔가 수상했다. 페드릭은 고개를 들며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나이차에 의한 키차이가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페드릭이 쳐다보자 노턴은 미안했는지 자세를 낮춰 그의 눈높이에 맞춰주었다.

"소령님 이상하게 여기시겠지만 여기는 인컴브릿지드 입니다. 우리가 아까 이륙했던 구조선은 소령님을 보내고 대기중에 어디선가 날라온 리플렉터 파편에 맞아 타격을 입고 이동불능이 되버렸습니다. 소령님도 리플렉터가 가장먼저 노리는 곳이 엔진이라는 것을 아실겁니다. 어쨋든 저는 구조선이 먹혀버리기 전에 탈출 방법을 찾아봤지만 없었습니다. 그때는 전송빔이 살아있었지만 근처에 아군함선이 없었고 카르나드도 동력원까지 모두 막혀버려서 이래저래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10분 지나니까 갑자기 함교에서 전송되더군요. 일단 전…."

"그래서 결론이 뭔데?"

  노턴은 페드릭이 중간에 말을 끊자 순간적으로 이마에 실핏줄이 솟았다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그는 애써 표정을 유지하였다.

"결론은 윌리언 제독님에 의해 작전이 변경되어 시간을 앞당기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저와 소령님, 그 외 승무원들이 살아있는 …?"

  노턴은 계속 말하다가 페드릭의 오른팔을 보고는 말을 멈췄다. 뭔가 어색하면서 허전했다. 페드릭은 노턴이 시선을 옴기자 그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오른팔을 바라보았다. 출혈은 이미 멎었지만 오른팔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팔이 잘려나간걸 깨달았을때 페드릭은 의식이 흐려지는 느낌과 함께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후 주위를 요란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위생병! 절단상 환자다!!"

  그 소리를 마지막으로 페드릭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카르나드에 구조하러 간 팀 모두 전송 성공했습니다. 총 인원은 저를 포함해 팀에 소속된 3명과 카르나드 승무원 4명입니다. 다들 하나같이 극적인 순간이었다고 하더군요. 조금만 더 늦었다면 그들이 아직도 살아 서있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회의실에서는 한명의 사내가 앞에서 앉아있는 몇몇 장교들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사내는 자신을 흥미로운 듯이 쳐다보는 장교들 때문에 기분이 나빴지만 지금 이자리에 그들이 없다는 사실을 속으로 강조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장교들은각각 다른곳에 있는 장교들의 홀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노턴 메토프 중위였다.

"이번 구조임ㅁ무는 리플렉터들의 전략적인 수준이 상당량 상향됬다는 것을 본 계기였습니다. 리플렉터가 보통 선체에 침입해 동화시킬때는 가장먼저 엔진을 노려 선체를 무력화시키고 최대 동화속도로 먹어치워 그들 소유로 만들어 버립니다. 하지만 이번 카르나드같은 경우에는 무슨 의도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접근해 그(페드릭)을 전송시킬때까지 동력원만은 남겨뒀습니다. 그리고 그를 보내자마자 바로 동력원을 먹어버렸고 구조선까지 노렸습니다."

노턴이 잠시 말을 멈추자 장교들 중 하나가 살짝 손을 들며 질문했다.

"그렇다면 지금 리플렉터가 단순히 지능만을 가지고 있다는게 아닙니까? 분명 함장님께서는 당신들에게 구조임무를 맡겼을 때 다른 가능성이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약 45년간 그들과 전투를 했지만 항상 똑같은 패턴이었습니다."

(참고로 세비어인 기준 1년은 가이아인 기준 11년 6개월이다.)

"유감이지만 리플렉터도 단순한 지능 이상의 수준으로 진화한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게 아니라면 다른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장교들은 노턴의 말에 다소 놀란듯 자신들끼리 웅성거렸다. 노턴은 그들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어쩌면 그들은 저희 구조침ㅇ 소속되있던 한 장교를 노렸을 지도 모릅니다. 이해가 되지 않긴 하지만 만약 이게 맞다면 리플렉터들이 유일하게 30명의 카르나드 승무원들을 살려둔게 설명이 됩니다."

...

  장교들이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았다. 말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리플렉터가 처음 노토르인들과 조우했을때 노토르인들은 위험의식을 못느꼈고 그것들을 그냥 내버려둔채 관찰했다. 당시 가장 강력한 수준의 어뢰 기술을 보유했던 그들은 어느 순간 노토르인의 모성에 소행성개념으로 충돌해버린 리플렉터들에 의해 간단히 멸망했다. 그것도 아주 간단한 패턴에 의해...
  그 패턴이란 세계에 존제하는 모든 생물들의 기본원칙인 생존욕구였다. 리플렉터들은 단지 종족보존을 위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만한 존재들을 제거하여 먹어치운다. 그리고 먹어치운 후에는 그 먹은 양만큼을 그대로 복제시킨다. 이게 그들의 패턴이었다. 그런데 45년간 이어져왔던 그 패턴이 변했다니...
  지금 세비어인은 리플렉터때문에 거의 파탄이 날 지경이었다. 그들자신을 지키기 위해 배치한 수많은 우주선들이 리플렉터에 의해 먹혔기 때문이었다. 보통 순양함 수준의 우주선을 한척 건조하는데 드는 자금은 평균 133억 코르였는데 이정도 금액은 보통의 중산층 5인가족이 최고급 요리에 최고급 주택사고 세금도 최대로 낭비해서 500년동안 생활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이런 수준의 배들이 1년에 평균 60여 척이나 먹혀 사라져갔다. 이제 리플렉터가 진화했다는 가능성까지 나왔다니 그들로써는 환장할 지경이었다. 그 때 몇몇 장교중 하나가 뭔가 떠오른듯 노턴에게 질문했다.

"막상 물어볼게 생겼는데 누굴 노렸다는 건가?"

  한 장교의 질문에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그럴까.' 하고 말이다. 또 다른 관점은 '뭐하러 그를 노릴까' 였다.
  노턴은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막상 그럴이유를 못느낀듯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는 페드릭 포터 소령입니다."

"...?"

  누군지 몰랐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장교들은 계속 노턴을 쳐다봤다. 생각보다 별로 대단치 않은 인물인거 같았다. 노턴은 그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는 221 함대 소속 영관급 장교이며 이 함대에서 단 2명뿐인 에스퍼입니다. 그의 나이는 15세이며 그…."

"뭐… 뭣이라? 15살? 방금 내가 잘못들은건 아니겠지?"

  이런 결과가 나올것이라 예상했다. 처음엔 자신도 안믿었으니까….
  갑자기 노턴의 말을 끊고 턱털(턱수염)이 인상적인 장교 하나가 그의 말을 끊고 다시 물었다. 거짓이 아니라고서야 어떻게 저런! 하지만 노턴은 있지도 않을 이유를 말할 수는 없었다. 모두가 경악한 가운데 노턴은 그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가족사항이 어떻고 어쩌다 그렇게 됬는지… 어쩌구 저쩌구…. 거의 10분간에 걸친 성의있는 노턴의 설명에 그들은 대충은 이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세삼 그의 국어적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수 있었다. 한명이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런데 그는 지금 어디있나? 보통 임무보고는 그 임무의 총 책임자가 해야될텐데…?"

"소령님은 지금 수술중이십니다."

  노턴은 아까 그가 전송될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약간의 말다툼이 일어날뻔했지만 뒤늦게 알아버린 그의 상태를 보고는 황급히 군의관들을 불렀다. 절단면에는 이미 누가 조치를 취했는지 더이상의 출혈은 없었지만 이미 상당량의 출혈이 있었던건지 그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조셉이라는 의무병이 그에게 지혈조치를 해놨다고 들었다. 일단 그를 데려간 군의관중 하나가 자신에게 다가와 그가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순간적으로 느낀 감정이라면 의료기술이 얼마나 발전했으면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을까 라는 것이다.

"아……."

  순간적으로 불길한 느낌이 엄습해온다. 그가 왜 오른팔을 잃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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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갈수록 이상해집니다 ㅠ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