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비앙 - 작가 : 월광토끼(moonrabit)
글 수 20
훈련
"허억, 허억, 허억."
약 칠백여명의 군인들이 전투복 바지만을 입은 채 달리고 있다. 녹색의 군복은 이미 땀에 쩔고 흙먼지에 범벅이 된지 오래. 때는 5월 하순, 즉 여름이 매우 가까이 다가와 있는 시기였고, 그에 따라 태양 또한 뜨거웠다. 그 태양이 머리 바로 위에서 내리쬐는 정오 가까운 시각, 군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이 턱에까지 차오르는 것을 참으며 달리고 있었다.
"너무 느리다. 더 빨리 뛰어라. 한명이라도 제 시간 내로 코스 완주 못하면 제3대대에게는 점심배식을 안하겠다."
그리고 그 옆에는 라에비트 소령이 같이 뛰고 있었다. 그의 어조는 격렬한 육체활동에 비해 조용하고 차분했으나, 제 3대대 소속 6백 4십 명의 귀에 들리기 충분할 정도였다. 그가 그 ‘앳된’ 얼굴로 말한 내용은 ‘제3대대’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하-악! 하-악, 안 돼-! 더 이상 굶을 순 없어! 얘들아, 이번 한번만, 한번만 전력을 다하자!!"
어느 병사가 외쳤다.
"한번만? 딱 한번만이라고? 그러면 안 되지. 그럼 앞으로는 전력을 다하지 않겠다는 것 같군, 페터슨 중위. 그러면 참으로 곤란해."
소령의 차분한 말에 제 3 대대병들은 물론이고 연병장 옆에 서서 지켜보던 다른 부대원들도 더위를 잊었다.
"밥좀먹자-!"
또 다른 어느 병사의 처절한 외침에 대대원들은 구호를 외치며 속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밥-좀-먹-자! 밥•좀•먹•자! 밥좀먹자! 밥좀먹자!"
멀리서 지켜보던 젊은 군단장은 수첩을 꺼내 적기 시작했다. ‘인간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요소 : 식욕’
프리디아 주둔지에는 총 6개의 연병장이 있었고, 그중 현재 제3대대가 달리고 있는 연병장은 총 5천 명 정도를 수용, 정렬시킬 수 있는 규모였다. 그에 따라 그 둘레는 0.4 마일에 달했고, 그런 연병장을 지금 제3대대 원들은 28바퀴째 도는 중이었다. 대대원들에게 있어서는 차라리 훈련조교들의 구타를 정신없이 받던 신병 시절이 그리울 상황이었다.
창설 된지 한 달이 되어가는 공화육군 제 7군단은 주둔지를 렌디노어 시 인근의 프리디아로 옮겼고, 그곳에서 군단훈련을 시작했다. 보병을 700명씩 9개 대대로 편성하고, 기병을 600명씩 5개 대대로 편성, 거기에 마법병 200여명을 1개 대대로 편성해 군단 정비를 완료했다. 체스는 전 부대를 한시도 놔두지 않고 훈련을 시켰다. 기병과 마법병들도 언제나 긴장상태에서 훈련을 받아야했고, 보병들의 일과는 특히 힘들었다. 모든 보병은 아침 6시에 기상해 식사 후 이론교육을 받고, 9시부터 각자 대대단위로 정해진 연병장을 뛰기 시작해, 연병장 30바퀴구보 후, 점심식사를 했다. 1시간의 휴식 후, 오후 7시까지 사격훈련과 백병전 훈련을 6시간동안 받았고, 저녁식사 이후에는 2시간 휴식을 취한 다음 야간 군장행군을 실시했다. 그중 제일 힘든 것은 연병장 집단구보였다. 연병장 30바퀴를 1시간 반 이내로 완주하지 못하면 식사배식은 없었다. 그리고 현재 9개의 보병대대중에서 제3대대만이 매번 시간 내 완주에 실패해, 그들은 3일째 점심과 저녁을 굶고 초저녁때 A-샌드를 약간 지급받으며 견디고 있었다.
"끄, 끝이다!!!"
전 대대원들이 무사히 완주지점을 돌파하는 모습에 다른 부대원들까지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대대원들은 아직 얼어붙어 있었다.
"구, 헉, 구십, 헉, 분.. 이상, 헉, 걸렸습니까?"
물론, 대대장도 대대원들과 함께 뛰었고, 그랬기에 제3대대장 베송 대위의 상태도 대대병들과 별 차이 없이 초죽음이 된 상태였다. 숨이 턱에 찬 대대장이 힘겹게 물었다.
"127분 43초. 오늘 점심은 멧돼지 바베큐다. 특식을 즐기도록."
이 말에 대대원들은 기쁨에 겨워 날뛰었다. 그러나 뒤이어진 말에 그들은 축 늘어질 수 밖에 없었다.
"많이 먹어둬야겠지. 저녁 이후에 하는 완전군장행군때 얼마나 빨리 뛰는지 봐서 앞으로의 식사배식여부를 결정하겠다."
라에비트 소령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샤워실로 향했다.
"죽일 놈."
어느 상병의 소감.
"개새끼."
어느 원사가 이어 말했다.
"원사님, 그래도 저놈은 우리랑 같이 뛰지 말입니다. 적어도 단상위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낙하산 새끼보다야 저게 낫지 않습니까?”
“맞어, 맞어.”
“그리고 이 따위 일정을 짠 것도 그 낙하산 장군이잖아?”
어느새 제 2연대장 겸 군단보병대 책임자에 대한 비난은 곧 군단장에 대한 비난으로 바뀌었다. 그 순간 대대병들의 눈길은 연병장 저 멀리에 있는 연단에서 다른 장교들과 대화중이던 군단장에게 향했다.
"야! 애초에 다른 부대는 그냥 중대단위로, 중대장이 알아서 훈련시키잖아! 그런데 우리는 왜 연대장이 직접 대대단위를 통째로 훈련시키냐고!? 말이나 돼, 이게?"
"그렇지 말입니다."
그 말에 군단장을 비난했던 일병이 다시 군단장의 부조리를 따졌다.
“그것보다도, 우리는 국제 장거리 달리기 경주 선수가 아니지 말입니다? 12마일을 1시간 반 만에 뛰게 말입니다?”
"그렇군."
"그러게말야."
"또라이 아닐까?"
사실 실제 장거리 달리기 선수는 7 군단 보병들의 오전 구보 거리의 2배 이상의 거리를 2시간 동안 완주 하지만, 그 사실은 무시되었다.
"아-시팔!"
"나이도 젊지 말입니다아. 저랑 동년배인데 장군이에요!"
나이에 대한 이야기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옆에 있던 원사가 이미 해당 발언의 이병보다 한 살 어렸기 때문이었다.
“새꺄, 나이가 중요해!? 짬밥 먹은 횟수가 중요하지? 옆에 원사님 계시는데 이게 어디서? 박아!”
이병은 마침 자신보다 나이가 더 많은 병장에 의해 모래밭에 머리를 박게 되었다.
"그래도, 20대의 군단장이라니, 말도 안되긴 하지?”
"정부에 ‘빽’이 있는 거 아닐까?"
"생긴건 기생오래비같고."
지휘관의 지나친 젊음은 부하들에게 불신과 불만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빌어먹을, 저녁때는 또 어떻게 뛰라고!?"
구보가 끝났음에도, 점심식사를 알리는 나팔이 울리기 전까지 군단장에 대한 ‘뒷담화’는 계속됐다. 땀에 절은 수백여명의 남정네들이 주저앉아 지휘관 욕이나 하고 있는 모습은 그다지 보기 유쾌한 광경이 아니었지만.
군단장의 손가락은 귀를 긁고 있지 않았다. 그 대신, 손가락은 지도 위에서 몇몇 도시와 도로를 짚으며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네이룬, 트레비아, 아르카디아. 트레비아, 펜토스. 펜토스, 렌디노어. 아피룬, 시슈타인.’ 그 움직임은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중단됐다.
"들어와요."
시데르였다.
"뭐 하러 노크를 다 하나? 그냥 들어오지."
"각하, 참모장은 어디 갔습니까?"
시데르가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없어. 마이오프 참모장에게 할 얘기라도 있나?"
"아뇨, 아닙니다. 그런데, 상황을 즐기고 계시는군요. 아닙니까, 장군님?"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시데르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이미 저들은 신병훈련기간동안 뛰는 일은 죽도록 해보았을 겁니다. 그런데 왜 저렇게 원성을 들으면서까지 훈련을 시키시죠? 그리고, 채찍도 좋지만 가끔은 당근도 필요합니다."
시데르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는 군단병들이 체스를 욕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난 제 7군단을 기동부대로 변화시킬 거야. 보병은 기병처럼, 기병은 기병이상의 무언가로."
체스가 귀를 쑤시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기동성을 중요시할 이유는 어디에 있지요? 공화국의 영토는 그렇게 넓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휘하고 있는것은 ‘군단병’들 이지, 특수부대가 아닙니다. 저들은 RCB 대원들이 아니라고요."
저항제거여단, 즉 RCB는 공화국의 특수부대로, 주로 비정규전에서 게릴라 저항 세력이나 방어 시설 제거 등에 투입되는 부대였다. 대규모 전시 상황에서는 주로 정규군 보다 한발 앞서 전장에 투입되어 초반 적에게 타격을 입히는 역할을 한다. 그 특성에 따라 RCB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동성이었다. .체스와 시데르의 전투 경험은 주로 저항제거여단의 작전에서 나왔다. 그러나, 대등한 규모의 군단병력들이 대거 투입되는 전장에서 RCB는 소용이 없는 병과다.
"아르카디아의 영토는 넓어."
체스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전쟁은 일어나지도 않았습니다."
"자넨 신문도 안보나?"
시데르의 말에 체스는 황당하다는 듯이 답했다.
"신문이요?"
체스는 책상에서 신문을 집어 시데르에게 건네주었다.
"오늘 신문이군요."
"내가 줄쳐 논 부분을 읽어봐."
시데르는 체스가 줄쳐논 부분을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광산 소유권 분쟁 – 제국패배. 네이룬-아르카디아 국경지대에서 대규모로 발견된 집마석 산지에 대한 소유권 분쟁은 네이룬 공화국의 승리로 돌아갔다. 국제연합에서 내린 이번 판결은…."
"그 다음기사도 읽어봐."
"이번 광산 소유권 판결에 대해 아르카디아 제국내 최대 기업 ‘스탠더드 마나 트러스트’사는 큰 유감을 표시했다. SMT(Standard Mana Trust)사의 CEO 제럴드 D. 록케필레르 회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소유권 분쟁을 ‘자사의 이익뿐 아니라 제국 신민 전원의 이해가 걸린 문제’라 표현하며, ‘네이룬 공화국은 매우 부당한 방법으로, 정당하지 못하게 소송에서 승리했다’고 발언했다. 제국정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SMT사가…."
"거기까지. 이제 알겠나? 국제연합은 카라리안 제국에게 이겨 승승장구하는 아르카디아에 제동을 걸고 싶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겠지만, 오히려 자극만 한 꼴이 될 거야. 네이룬 공화국의 운명도 이제 풍전등화지. 건국 된지 1년이 간신히 넘은 나라가 어쩌자고 제국과 실랑이를 벌인건지."
시데르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제 6기병대 마상사격훈련이 이틀 치가 밀린 것 같던데, 오늘 점심식사이후 완료시키도록."
"네에 장군님."
시데르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그랬기에 체스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했다.
"자네 두번째 질문에 관한 건데, 맞아. 즐기고 있었어."
"뛰어-! 더 빨리-!"
헬멧 0.8kg, 가죽갑옷상체 3kg, 가죽갑옷하체 2kg, 일주일치 A-샌드 4kg, 침낭 3kg, 단도 0.9kg, 장검 5kg, 검집 3kg, 에너지 라이플 8kg, 에너지캡슐 12개 3kg, 배낭 2kg, 여벌 군화 2kg, 전투복 3kg, 그리고 야전삽 1.5kg등, 총 38kg의 무게가 한사람에게 실려 있었다. 실제 전투 시에는 그것보다 훨씬 가볍게 장비하겠지만, 군단장은 그야말로 완전군장을 요구했다. 그 많은 장비들을 모두 휴대하느라 군인들의 몸은 비대해져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오전 연병장주행 때의 속도를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더 빨리 뛰어라!! 너희들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제군들은 제 7군단이니까!"
모두들 이를 악물었다.
"요점은 정확도다! 한발 쏘고 나면 다음 기회는 없다! 처음 한발을 맞추어라! 발사!!"
수백정의 에너지 라이플이 푸른빛의 에너지다발을 내뿜었다.
"에에에에이!! 왜 명중 못시키는 거냐! 니들 신병 훈련소는 어떻게 통과했어!? 너희들 밥 먹기 싫어? 다시! 장전! 조준! 음… 과녁을 군단장님 얼굴로 생각해봐!!"
시데르의 마지막 말은 놀라운 효과를 거두었다. 거의 모든 과녁의 중심부가 초토화된 것이다.
"….."
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젊은 군단장은 한숨을 쉬며 수첩에 적었다. ‘인간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요소 : 증오’
"적과의 백병전시 다리를 노려라! 백병전 때는 검술이고 뭐고 소용없어! 속도와 힘이 중요하다! 첫 조우에서 다리를 끊어버려! 그러면 그 상대는 끝이다! 찔러!!!"
라에비트 소령의 구호에 맞춰 수많은 장검들이 빛을 뿜으며 허공을 갈랐다.
"잊지 말도록! 검뿐 아니라 검집도 무기다! 잘 활용하도록!"
보병의 무기는 두가지로, 대검과 에너지 라이플이 그것이다. 적과 조우 후 라이플 사격, 에너지 캡슐이 비거나 거리가 좁혀져 백병전이 시작될 경우에는 라이플을 어깨에 맨 후, 검을 뽑아 싸운다. 연사력이 낮고 반동이 큰 무기인 에너지 라이플은 에너지 소모율도 높기에 탄창 보급률 또한 낮은 편이다. 그렇기에 전투의 승패 자체는 백병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발화!"
불덩이가 허수아비에게 날아가 그 몸을 재로 만들었다.
"문제는 집중력과 빠른 연산이다. 주문을 외우는 게 문제가 아냐! 제군들은 평소에 암산연습을 더 해야겠군. 보고서 작성할 때 계산기 쓰는 사람 있나?"
하크엘 소령의 질문에 거의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손을 들었다.
"…바보들. 다음부터는 절대 암산이다. 쓰는 것도 안 된다. 머리만 사용한다. 만약 계산기를 쓰거나 연필로 께적께적 계산하는 것이 발견되면 그때는 군에서 퇴출시키겠다! 계산오류가 여러 차례 발각되어도 마찬가지다!"
하크엘 소령의 말에 마법병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요즘은 마법사취직대란이 심해서 웬만해선 시내전력공급소같은 (하루 종일 발전기에다가 마력을 공급하고 가로등을 점검해야하는) 곳에 취직하는 것도 힘들었다. 힘들게 군에 들어왔는데 퇴출이면 그걸로 끝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분노를 느꼈다.
"참고로 이건 내 방침이 아니라 군단장님 방침이다."
하크엘 소령은 분노의 열기가 방향전환을 하는 것을 보고 오한을 느꼈다. ‘군단장님, 죄송합니다.’
세지릴은 기분이 매우 안좋은 상태였다. 참모장인 자신은 놔두고 매일 심복 같은 시데르하고만 의논하는 체스의 모습이 그 원인이었다. 그래서 체스가 자신을 호출했을 때 기쁨을 느껴야 할지 의아함을 느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앉지."
체스가 책상앞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냥 서 있겠습니다."
"왜?"
"…."
할 말을 잃은 세지릴은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조금 의논할 일이 있어서 불렀어. 1군 사령부에서 직접 하달한 명령서가 오늘 도착했거든"
군단장의 부드러운 말투를 듣자 세지릴은 다시 화가 나는 것을 느꼈다.
"로크 중령하고 의논하시지 왜 저를 호출하셨습니까?"
그녀의 말에는 짜증이 묻어있었다.
"이런 일은 참모장하고 의논해야 하는 거 아닌가?"
체스의 의아한 표정에 세지릴은 당황했다. ‘그러면 로크 중령과는 사소한 얘기만 했단 말인가.’
"일단 명령서부터 읽어보도록."
참모장은 군단장이 건네준 문서를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네이룬과 아르카디아 교섭 결렬. 트레비아의 중재 실패. 의회 내 주전파 다수. 국경지대 제국군 출몰. 제 1군은 최고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함. 제 7군단은 언제든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요망. 1426년 6월 4일공화육군 제 1군 사령관 나이넨 제킬 대장.’
세지릴은 명령서에서 눈을 떼고 체스를 바라보았다.
"이동준비란 말은 전투준비를 하라는 것이겠군요."
"그렇겠지. 자네 생각은 어때? 먼저 행동하는 것은 누구일까?"
세지릴은 체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르카디아 제국이겠지요. 먼저 네이룬을 칠 것이고, 그 다음은 네이룬의 동맹인 우리나라가 제국에게 선전포고를 하면, 전면전이 시작되지 않을까요. 2달전에 있었던 크라레안과 아르카디아간의 국지전 같은 건 비교도 안될 큰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체스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내가 생각한바와 정확하게 같군. 그럼 우리군단의 다음 행동은 어떻게 될 것같나?"
세지릴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녀는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오고 있었다.
"다른 군단들과 따로 행동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기존 군단들은 대규모 작전에 투입되고, 신설군단들은 본토에 남아 만약에 있을 공격에 대비하게 되겠지요."
"그 공격이 있을 것 같나?"
"분명히 있을 겁니다."
"좋아 참모장. 내 생각엔 자네 생각이 완벽히 들어맞을 것 같군. 그러면 전쟁을 준비하자고. 군단 전체에 경계령을 발령해놔."
"예, 사령관님."
세지릴은 집무실을 날렵하게 빠져나갔다. 그녀의 표정은 그래도 많이 풀려있었다. 하지만 만약 체스의 중얼거림을 들었다면 금새 다시 일그러졌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나한테 짜증내지? 나와 얼굴 볼 때만 여자들의 그날을 경험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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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병장 면적과 둘레 계산하고 구보 거리 계산하고 km를 mile로 환산하고 계산 많이 했네요. 여기에 군장시 무게 계산까지 하니 -_-.
군대가 '존내 빡세' 와 '상관 개시키' 로 표현될 수 있는것은 아니겠지요.
네 물론.
그런데 표현력의 한계와, 상상력의 한계와, 무엇보다 세상경험 부족 -군대경험뿐 아니라- 으로 인하여 이것 밖엔 표현 못했습니다....
"허억, 허억, 허억."
약 칠백여명의 군인들이 전투복 바지만을 입은 채 달리고 있다. 녹색의 군복은 이미 땀에 쩔고 흙먼지에 범벅이 된지 오래. 때는 5월 하순, 즉 여름이 매우 가까이 다가와 있는 시기였고, 그에 따라 태양 또한 뜨거웠다. 그 태양이 머리 바로 위에서 내리쬐는 정오 가까운 시각, 군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이 턱에까지 차오르는 것을 참으며 달리고 있었다.
"너무 느리다. 더 빨리 뛰어라. 한명이라도 제 시간 내로 코스 완주 못하면 제3대대에게는 점심배식을 안하겠다."
그리고 그 옆에는 라에비트 소령이 같이 뛰고 있었다. 그의 어조는 격렬한 육체활동에 비해 조용하고 차분했으나, 제 3대대 소속 6백 4십 명의 귀에 들리기 충분할 정도였다. 그가 그 ‘앳된’ 얼굴로 말한 내용은 ‘제3대대’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하-악! 하-악, 안 돼-! 더 이상 굶을 순 없어! 얘들아, 이번 한번만, 한번만 전력을 다하자!!"
어느 병사가 외쳤다.
"한번만? 딱 한번만이라고? 그러면 안 되지. 그럼 앞으로는 전력을 다하지 않겠다는 것 같군, 페터슨 중위. 그러면 참으로 곤란해."
소령의 차분한 말에 제 3 대대병들은 물론이고 연병장 옆에 서서 지켜보던 다른 부대원들도 더위를 잊었다.
"밥좀먹자-!"
또 다른 어느 병사의 처절한 외침에 대대원들은 구호를 외치며 속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밥-좀-먹-자! 밥•좀•먹•자! 밥좀먹자! 밥좀먹자!"
멀리서 지켜보던 젊은 군단장은 수첩을 꺼내 적기 시작했다. ‘인간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요소 : 식욕’
프리디아 주둔지에는 총 6개의 연병장이 있었고, 그중 현재 제3대대가 달리고 있는 연병장은 총 5천 명 정도를 수용, 정렬시킬 수 있는 규모였다. 그에 따라 그 둘레는 0.4 마일에 달했고, 그런 연병장을 지금 제3대대 원들은 28바퀴째 도는 중이었다. 대대원들에게 있어서는 차라리 훈련조교들의 구타를 정신없이 받던 신병 시절이 그리울 상황이었다.
창설 된지 한 달이 되어가는 공화육군 제 7군단은 주둔지를 렌디노어 시 인근의 프리디아로 옮겼고, 그곳에서 군단훈련을 시작했다. 보병을 700명씩 9개 대대로 편성하고, 기병을 600명씩 5개 대대로 편성, 거기에 마법병 200여명을 1개 대대로 편성해 군단 정비를 완료했다. 체스는 전 부대를 한시도 놔두지 않고 훈련을 시켰다. 기병과 마법병들도 언제나 긴장상태에서 훈련을 받아야했고, 보병들의 일과는 특히 힘들었다. 모든 보병은 아침 6시에 기상해 식사 후 이론교육을 받고, 9시부터 각자 대대단위로 정해진 연병장을 뛰기 시작해, 연병장 30바퀴구보 후, 점심식사를 했다. 1시간의 휴식 후, 오후 7시까지 사격훈련과 백병전 훈련을 6시간동안 받았고, 저녁식사 이후에는 2시간 휴식을 취한 다음 야간 군장행군을 실시했다. 그중 제일 힘든 것은 연병장 집단구보였다. 연병장 30바퀴를 1시간 반 이내로 완주하지 못하면 식사배식은 없었다. 그리고 현재 9개의 보병대대중에서 제3대대만이 매번 시간 내 완주에 실패해, 그들은 3일째 점심과 저녁을 굶고 초저녁때 A-샌드를 약간 지급받으며 견디고 있었다.
"끄, 끝이다!!!"
전 대대원들이 무사히 완주지점을 돌파하는 모습에 다른 부대원들까지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대대원들은 아직 얼어붙어 있었다.
"구, 헉, 구십, 헉, 분.. 이상, 헉, 걸렸습니까?"
물론, 대대장도 대대원들과 함께 뛰었고, 그랬기에 제3대대장 베송 대위의 상태도 대대병들과 별 차이 없이 초죽음이 된 상태였다. 숨이 턱에 찬 대대장이 힘겹게 물었다.
"127분 43초. 오늘 점심은 멧돼지 바베큐다. 특식을 즐기도록."
이 말에 대대원들은 기쁨에 겨워 날뛰었다. 그러나 뒤이어진 말에 그들은 축 늘어질 수 밖에 없었다.
"많이 먹어둬야겠지. 저녁 이후에 하는 완전군장행군때 얼마나 빨리 뛰는지 봐서 앞으로의 식사배식여부를 결정하겠다."
라에비트 소령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샤워실로 향했다.
"죽일 놈."
어느 상병의 소감.
"개새끼."
어느 원사가 이어 말했다.
"원사님, 그래도 저놈은 우리랑 같이 뛰지 말입니다. 적어도 단상위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낙하산 새끼보다야 저게 낫지 않습니까?”
“맞어, 맞어.”
“그리고 이 따위 일정을 짠 것도 그 낙하산 장군이잖아?”
어느새 제 2연대장 겸 군단보병대 책임자에 대한 비난은 곧 군단장에 대한 비난으로 바뀌었다. 그 순간 대대병들의 눈길은 연병장 저 멀리에 있는 연단에서 다른 장교들과 대화중이던 군단장에게 향했다.
"야! 애초에 다른 부대는 그냥 중대단위로, 중대장이 알아서 훈련시키잖아! 그런데 우리는 왜 연대장이 직접 대대단위를 통째로 훈련시키냐고!? 말이나 돼, 이게?"
"그렇지 말입니다."
그 말에 군단장을 비난했던 일병이 다시 군단장의 부조리를 따졌다.
“그것보다도, 우리는 국제 장거리 달리기 경주 선수가 아니지 말입니다? 12마일을 1시간 반 만에 뛰게 말입니다?”
"그렇군."
"그러게말야."
"또라이 아닐까?"
사실 실제 장거리 달리기 선수는 7 군단 보병들의 오전 구보 거리의 2배 이상의 거리를 2시간 동안 완주 하지만, 그 사실은 무시되었다.
"아-시팔!"
"나이도 젊지 말입니다아. 저랑 동년배인데 장군이에요!"
나이에 대한 이야기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옆에 있던 원사가 이미 해당 발언의 이병보다 한 살 어렸기 때문이었다.
“새꺄, 나이가 중요해!? 짬밥 먹은 횟수가 중요하지? 옆에 원사님 계시는데 이게 어디서? 박아!”
이병은 마침 자신보다 나이가 더 많은 병장에 의해 모래밭에 머리를 박게 되었다.
"그래도, 20대의 군단장이라니, 말도 안되긴 하지?”
"정부에 ‘빽’이 있는 거 아닐까?"
"생긴건 기생오래비같고."
지휘관의 지나친 젊음은 부하들에게 불신과 불만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빌어먹을, 저녁때는 또 어떻게 뛰라고!?"
구보가 끝났음에도, 점심식사를 알리는 나팔이 울리기 전까지 군단장에 대한 ‘뒷담화’는 계속됐다. 땀에 절은 수백여명의 남정네들이 주저앉아 지휘관 욕이나 하고 있는 모습은 그다지 보기 유쾌한 광경이 아니었지만.
군단장의 손가락은 귀를 긁고 있지 않았다. 그 대신, 손가락은 지도 위에서 몇몇 도시와 도로를 짚으며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네이룬, 트레비아, 아르카디아. 트레비아, 펜토스. 펜토스, 렌디노어. 아피룬, 시슈타인.’ 그 움직임은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중단됐다.
"들어와요."
시데르였다.
"뭐 하러 노크를 다 하나? 그냥 들어오지."
"각하, 참모장은 어디 갔습니까?"
시데르가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없어. 마이오프 참모장에게 할 얘기라도 있나?"
"아뇨, 아닙니다. 그런데, 상황을 즐기고 계시는군요. 아닙니까, 장군님?"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시데르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이미 저들은 신병훈련기간동안 뛰는 일은 죽도록 해보았을 겁니다. 그런데 왜 저렇게 원성을 들으면서까지 훈련을 시키시죠? 그리고, 채찍도 좋지만 가끔은 당근도 필요합니다."
시데르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는 군단병들이 체스를 욕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난 제 7군단을 기동부대로 변화시킬 거야. 보병은 기병처럼, 기병은 기병이상의 무언가로."
체스가 귀를 쑤시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기동성을 중요시할 이유는 어디에 있지요? 공화국의 영토는 그렇게 넓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휘하고 있는것은 ‘군단병’들 이지, 특수부대가 아닙니다. 저들은 RCB 대원들이 아니라고요."
저항제거여단, 즉 RCB는 공화국의 특수부대로, 주로 비정규전에서 게릴라 저항 세력이나 방어 시설 제거 등에 투입되는 부대였다. 대규모 전시 상황에서는 주로 정규군 보다 한발 앞서 전장에 투입되어 초반 적에게 타격을 입히는 역할을 한다. 그 특성에 따라 RCB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동성이었다. .체스와 시데르의 전투 경험은 주로 저항제거여단의 작전에서 나왔다. 그러나, 대등한 규모의 군단병력들이 대거 투입되는 전장에서 RCB는 소용이 없는 병과다.
"아르카디아의 영토는 넓어."
체스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전쟁은 일어나지도 않았습니다."
"자넨 신문도 안보나?"
시데르의 말에 체스는 황당하다는 듯이 답했다.
"신문이요?"
체스는 책상에서 신문을 집어 시데르에게 건네주었다.
"오늘 신문이군요."
"내가 줄쳐 논 부분을 읽어봐."
시데르는 체스가 줄쳐논 부분을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광산 소유권 분쟁 – 제국패배. 네이룬-아르카디아 국경지대에서 대규모로 발견된 집마석 산지에 대한 소유권 분쟁은 네이룬 공화국의 승리로 돌아갔다. 국제연합에서 내린 이번 판결은…."
"그 다음기사도 읽어봐."
"이번 광산 소유권 판결에 대해 아르카디아 제국내 최대 기업 ‘스탠더드 마나 트러스트’사는 큰 유감을 표시했다. SMT(Standard Mana Trust)사의 CEO 제럴드 D. 록케필레르 회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소유권 분쟁을 ‘자사의 이익뿐 아니라 제국 신민 전원의 이해가 걸린 문제’라 표현하며, ‘네이룬 공화국은 매우 부당한 방법으로, 정당하지 못하게 소송에서 승리했다’고 발언했다. 제국정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SMT사가…."
"거기까지. 이제 알겠나? 국제연합은 카라리안 제국에게 이겨 승승장구하는 아르카디아에 제동을 걸고 싶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겠지만, 오히려 자극만 한 꼴이 될 거야. 네이룬 공화국의 운명도 이제 풍전등화지. 건국 된지 1년이 간신히 넘은 나라가 어쩌자고 제국과 실랑이를 벌인건지."
시데르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제 6기병대 마상사격훈련이 이틀 치가 밀린 것 같던데, 오늘 점심식사이후 완료시키도록."
"네에 장군님."
시데르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그랬기에 체스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했다.
"자네 두번째 질문에 관한 건데, 맞아. 즐기고 있었어."
"뛰어-! 더 빨리-!"
헬멧 0.8kg, 가죽갑옷상체 3kg, 가죽갑옷하체 2kg, 일주일치 A-샌드 4kg, 침낭 3kg, 단도 0.9kg, 장검 5kg, 검집 3kg, 에너지 라이플 8kg, 에너지캡슐 12개 3kg, 배낭 2kg, 여벌 군화 2kg, 전투복 3kg, 그리고 야전삽 1.5kg등, 총 38kg의 무게가 한사람에게 실려 있었다. 실제 전투 시에는 그것보다 훨씬 가볍게 장비하겠지만, 군단장은 그야말로 완전군장을 요구했다. 그 많은 장비들을 모두 휴대하느라 군인들의 몸은 비대해져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오전 연병장주행 때의 속도를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더 빨리 뛰어라!! 너희들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제군들은 제 7군단이니까!"
모두들 이를 악물었다.
"요점은 정확도다! 한발 쏘고 나면 다음 기회는 없다! 처음 한발을 맞추어라! 발사!!"
수백정의 에너지 라이플이 푸른빛의 에너지다발을 내뿜었다.
"에에에에이!! 왜 명중 못시키는 거냐! 니들 신병 훈련소는 어떻게 통과했어!? 너희들 밥 먹기 싫어? 다시! 장전! 조준! 음… 과녁을 군단장님 얼굴로 생각해봐!!"
시데르의 마지막 말은 놀라운 효과를 거두었다. 거의 모든 과녁의 중심부가 초토화된 것이다.
"….."
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젊은 군단장은 한숨을 쉬며 수첩에 적었다. ‘인간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요소 : 증오’
"적과의 백병전시 다리를 노려라! 백병전 때는 검술이고 뭐고 소용없어! 속도와 힘이 중요하다! 첫 조우에서 다리를 끊어버려! 그러면 그 상대는 끝이다! 찔러!!!"
라에비트 소령의 구호에 맞춰 수많은 장검들이 빛을 뿜으며 허공을 갈랐다.
"잊지 말도록! 검뿐 아니라 검집도 무기다! 잘 활용하도록!"
보병의 무기는 두가지로, 대검과 에너지 라이플이 그것이다. 적과 조우 후 라이플 사격, 에너지 캡슐이 비거나 거리가 좁혀져 백병전이 시작될 경우에는 라이플을 어깨에 맨 후, 검을 뽑아 싸운다. 연사력이 낮고 반동이 큰 무기인 에너지 라이플은 에너지 소모율도 높기에 탄창 보급률 또한 낮은 편이다. 그렇기에 전투의 승패 자체는 백병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발화!"
불덩이가 허수아비에게 날아가 그 몸을 재로 만들었다.
"문제는 집중력과 빠른 연산이다. 주문을 외우는 게 문제가 아냐! 제군들은 평소에 암산연습을 더 해야겠군. 보고서 작성할 때 계산기 쓰는 사람 있나?"
하크엘 소령의 질문에 거의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손을 들었다.
"…바보들. 다음부터는 절대 암산이다. 쓰는 것도 안 된다. 머리만 사용한다. 만약 계산기를 쓰거나 연필로 께적께적 계산하는 것이 발견되면 그때는 군에서 퇴출시키겠다! 계산오류가 여러 차례 발각되어도 마찬가지다!"
하크엘 소령의 말에 마법병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요즘은 마법사취직대란이 심해서 웬만해선 시내전력공급소같은 (하루 종일 발전기에다가 마력을 공급하고 가로등을 점검해야하는) 곳에 취직하는 것도 힘들었다. 힘들게 군에 들어왔는데 퇴출이면 그걸로 끝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분노를 느꼈다.
"참고로 이건 내 방침이 아니라 군단장님 방침이다."
하크엘 소령은 분노의 열기가 방향전환을 하는 것을 보고 오한을 느꼈다. ‘군단장님, 죄송합니다.’
세지릴은 기분이 매우 안좋은 상태였다. 참모장인 자신은 놔두고 매일 심복 같은 시데르하고만 의논하는 체스의 모습이 그 원인이었다. 그래서 체스가 자신을 호출했을 때 기쁨을 느껴야 할지 의아함을 느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앉지."
체스가 책상앞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냥 서 있겠습니다."
"왜?"
"…."
할 말을 잃은 세지릴은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조금 의논할 일이 있어서 불렀어. 1군 사령부에서 직접 하달한 명령서가 오늘 도착했거든"
군단장의 부드러운 말투를 듣자 세지릴은 다시 화가 나는 것을 느꼈다.
"로크 중령하고 의논하시지 왜 저를 호출하셨습니까?"
그녀의 말에는 짜증이 묻어있었다.
"이런 일은 참모장하고 의논해야 하는 거 아닌가?"
체스의 의아한 표정에 세지릴은 당황했다. ‘그러면 로크 중령과는 사소한 얘기만 했단 말인가.’
"일단 명령서부터 읽어보도록."
참모장은 군단장이 건네준 문서를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네이룬과 아르카디아 교섭 결렬. 트레비아의 중재 실패. 의회 내 주전파 다수. 국경지대 제국군 출몰. 제 1군은 최고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함. 제 7군단은 언제든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요망. 1426년 6월 4일공화육군 제 1군 사령관 나이넨 제킬 대장.’
세지릴은 명령서에서 눈을 떼고 체스를 바라보았다.
"이동준비란 말은 전투준비를 하라는 것이겠군요."
"그렇겠지. 자네 생각은 어때? 먼저 행동하는 것은 누구일까?"
세지릴은 체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르카디아 제국이겠지요. 먼저 네이룬을 칠 것이고, 그 다음은 네이룬의 동맹인 우리나라가 제국에게 선전포고를 하면, 전면전이 시작되지 않을까요. 2달전에 있었던 크라레안과 아르카디아간의 국지전 같은 건 비교도 안될 큰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체스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내가 생각한바와 정확하게 같군. 그럼 우리군단의 다음 행동은 어떻게 될 것같나?"
세지릴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녀는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오고 있었다.
"다른 군단들과 따로 행동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기존 군단들은 대규모 작전에 투입되고, 신설군단들은 본토에 남아 만약에 있을 공격에 대비하게 되겠지요."
"그 공격이 있을 것 같나?"
"분명히 있을 겁니다."
"좋아 참모장. 내 생각엔 자네 생각이 완벽히 들어맞을 것 같군. 그러면 전쟁을 준비하자고. 군단 전체에 경계령을 발령해놔."
"예, 사령관님."
세지릴은 집무실을 날렵하게 빠져나갔다. 그녀의 표정은 그래도 많이 풀려있었다. 하지만 만약 체스의 중얼거림을 들었다면 금새 다시 일그러졌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나한테 짜증내지? 나와 얼굴 볼 때만 여자들의 그날을 경험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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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병장 면적과 둘레 계산하고 구보 거리 계산하고 km를 mile로 환산하고 계산 많이 했네요. 여기에 군장시 무게 계산까지 하니 -_-.
군대가 '존내 빡세' 와 '상관 개시키' 로 표현될 수 있는것은 아니겠지요.
네 물론.
그런데 표현력의 한계와, 상상력의 한계와, 무엇보다 세상경험 부족 -군대경험뿐 아니라- 으로 인하여 이것 밖엔 표현 못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월광토끼입니다. 공상과학물에 관심이 있다보니까 이곳까지 흘러들어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