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폭풍 - 글 : 사이클론(Cyclon)
글 수 65
이번챕터는 뭐랄까, 약간의 외전성격이 좀 강합니다.
때문에 '전쟁소설'이 아니라 약간의 판타지적인 느낌을 넣었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주세요..
어차피 원래 기획할때부터 '[[B]]순수 이계난입 깽판 전쟁소설[[/B]]'이라기 보단
'[[fcolor=#ffff00]][[B]]이계난입 깽판 SF 판타스틱 전쟁소설[[/B]][[/FONT]]' 이었으니까요.. [[emot=23]]
어차피 이 무시무시한 두 아가씨들께서 이렇게까지 전면에 나서서 깽판(-_-)치는건 이번챕터가 유일 할거니 내용이 산으로 간다고 걱정하실일도 없지 말입니다.(나왔다! 군바리 말투!!)
그럼.. 잡설은 이만하고 시작합니다...
===========================================================================
서기 2012년 5월 30일 오후 08 :12 <일본. 미나미 사코우 도립 고등학교>
"이거 뭐야.. 설마 설마 했는데 어째서 '델컨'이....?"
전등이 모두 꺼진 어두운 복도에는 몸뚱이가 반으로 갈라져 제각각으로 흩어진 엘프의 시체가 널브러져있었다. 파랗게 발광하면서 주위를 은은한 빛으로 밝히고 있는 무형의 검날을 가진 막대를 손에 든 레미아는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이 두쪽으로 갈라버린 시체를 바라보았다. 토막을 내도 잘린 신체부위의 숫자만큼 개채수가 불어날 정도로 엄청난 재생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에 의해 토막난 그것은 토막난 직후 완전히 죽어버린듯 손가락 하나도 꿈쩍하지 않았다.
"불안정... 시간뒤틀림... 아스트럴 게이트... 역시 그건가?"
알수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눈썹을 찡그린채로 한참동안 적황색 체액을 뿜어내는 두쪽의 고깃덩이를 바라보던 그녀는 이윽고 눈을 돌려 멀찌감치 널브러져있는 40대 남자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미안, 아저씨. 우리가 좀 심하게 늦어버렸네."
히라가 타카요시라는 이름을 가진, 한때는 이 학교의 교사였던 이 남자는 절망과 분노, 의혹이 가득 담긴채 부릅떠진 눈은 더이상 감길줄을 몰랐고 엘프에 의해 잔혹하게 파헤쳐진 몸은 제대로 된 장기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레미아는 천천히 더이상 숨을 쉬지 않는 남자에게 다가가서는 그의 눈을 감겨주었다. 그 직후, 깨어진 2층 복도 창문을 통해 그림자가 나타났다.
"레미아.. 그 사람은....?"
어느샌가 다가온 에리엘의 말. 레미아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없이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레미아가 들고있는 빛의 검이 뿜어내고있는 희미한 청색광에 흐릿하게 비친 둘의 얼굴은 알수없는 감정으로 경직되어있었다.
"우리가 너무 안일했군요. 설마 이곳 사람들이 오리콘을 이용할줄은.."
"그것도, 몹시 불안정해. 연결된건 현재가 아닌 과거의 게일리니아야."
에리엘의 말을 등진채 무기를 거두고 숨이 끊어진 남자의 시신을 똑바로 뉘여주면서 그녀의 말에 대꾸하던 레미아가 무엇인가 느낀듯 하던일을 그만두고 다시금 빛의 검을 꺼내었다.
"그것보다, 에리엘. 또 있어... 얼라?"
그러나 레미아가 뒤를 돌아봤을땐 이미 검은색 머리칼의 여성은 사라지고 없었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표정을 짓던 그녀는 피식 웃음지었다.
"하긴, 바보같아 보여도 나보다 능력은 위였지."
방금전, 이 건물에 들어왔던 방법과 마찬가지로 2층 창문을 통해 밖으로 훌쩍 뛰어내린 그녀는 단 세번의 뜀뛰기만으로 너비가 100 미터는 족히 되어보이는 운동장을 가로지르더니 운동장 가장자리에 쳐 놓은 철조망을 훌쩍 넘어 그대로 산 아래로 뛰어내렸다. 모든 물리법칙을 무시하듯, 100여미터 가까이 되는 높이의 산중턱에서 단숨에 뛰어내렸다고는 볼수 없을정도로 도로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레미아는 재차 뛰어오르며 곡예를 부리듯 가로수의 나뭇가지들 사이로 뛰어다니면서 빠른 속도로 질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와 같은 방법으로 앞서나가던 에리엘을 따라잡을수 있었다.
"레미아!! 저기에요! 숫자는 어림잡아서 이백..!!"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들의 눈에 들어온것은 해안가 외딴곳에 자리잡은 거대한 규모의 건물이었다. 건물 주위로 쳐진 높은 방음벽. 그리고 그 안쪽에서 들려오는 총성들. 건물 밖으로 아우성치며 빠져나오는 일단의 무리들과 그들을 뒤쫒는 괴물들. 자연스럽게 얼굴에 떠오르는 쓴웃음.
"헹, 뭐야. '델컨의 숲'에다가 연결이라도 했나? 이거 막나가는데?"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된 채로 울부짖으며 도망치는 여성 연구원의 목을 물어띁으려던 엘프의 목이 하늘로 솟구쳤다. 단칼에 상대방의 목을 따버린 레미아는 양 손에 두자루의 광검을 든채 엘프들 사이를 휘저으면서 폭풍처럼 검을 휘둘렀고 단숨에 엘프 다섯이 시체로 변하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엘프들이 뿜어낸 적황색 체액으로 엉망이 된 그녀가 시체들 사이에서 함성을 질렀다.
"좋아!! 무려 천 이백년 만이야!! 다시 한번 붙어보자! 이 지긋지긋한 벌레들!!!"
"레미아, 다른건 다 괜찮은데 너무 흥분하시는건 보기엔 그다지 좋지 않답니다."
그녀보다 한발 늦게 도착한 에리엘은 화려한 움직임의 레미아와는 정 반대로 긴 창을 이용하여 최소한의 동작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며 깔끔하게 엘프들을 하나 둘 처리해 나갔는데 기괴하게도 에리엘이 베어버린 엘프들은 푸른 불꽃에 휩싸이는듯한 모습을 하더니 이내 파란 잔광을 남기면서 급속도로 부스러지더니 흔적조차 찾을수 없게 되어버렸다.
서로에게 여유가 듬뿍 묻어나오는 어조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
"느려! 느려! 느려!!!"
황적색 체액을 뿜으며 엘프의 신체부위들이 사방에 널브러진다. 그리고 그에 비례하듯 레미아의 눈빛이 점점 더 알수없는 무엇인가에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먹이'를 쫒아 건물 밖으로 튀어나왔던 일단의 엘프들은 단숨에 십수의 동료들이 도륙당하자 그제서야 눈앞에 서 있는 두사람의 정체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기척은 원래의 그것에 한참 못미쳤지만 확실했다.
'학살자'다.
"호오? 이제서야 알아본거냐? 벌레들아! 있어서는 안될 쓰레기들아!"
엘프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그러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황적색 피로 온몸이 엉망이 되어버린 레미아가 소름끼치는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짖궂은, 그러나 밝은 미소를 짓던 장난기 많은 소녀의 얼굴이 아닌, 광기에 물든 광소를 머금은 그녀의 모습을 슬쩍 훔쳐본 에리엘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또 시작이군...
".... 간만에 보네... 저런 모습"
다시 엘프들을 향해 뛰어나가려던 레미아의 앞으로 기다란 창이 내질러졌다. 자신의 진로가 막히자마자 그녀는 예의 광기어린 눈으로 옆에 서 있는 여성을 노려보았고 양 손에 든 광검은 금방이라도 내려칠듯한 위치에서 멈추어 있었다.
"에리엘!! 뭐하는거야! 치워!"
칠흑같은 검은 눈동자가 말없이 자신을 쏘아본다.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무형의 기운에 자신도 모르게 흠칫 뒷걸음질친다. 에리엘이 입이 무겁게 열린건 그 직후였다.
"레미아는 그만두세요... 나머지는 제가 정리합니다. 그러니 진정하세요. 저들은 현세엔 이미 멸종한 몸. 과거에 얽매이는건 그만두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일그러졌던 표정이 풀어지기 시작한다.
언제부터인지 시퍼런 안광을 뿜어내던 눈빛도 원래대로 돌아온다.
"아....?"
치켜들었던 두자루의 광검을 거둔 레미아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한쪽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동시에 그녀의 옷을 물들이고 있던 엘프의 피가 거짓말처럼 옷 표면으로 다시 빠져나오더니 옷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리며 그녀의 발 아래에 적황색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마지막으로 머리칼에 묻은 혈액을 한손으로 털어낸 레미아가 씁쓸하게 웃었다.
"이런... 너무 오랫만에 저것들을 다시 봤더니, 또 정신이 나가버렸구나..."
그녀들이 대화를 나누는 틈을 타 엘프들이 자신들의 천적을 피해 다시 건물 내부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마지막 엘프까지 건물 내부로 도망친것을 확인한 에리엘이 레미아로부터 등을 돌리며 건물 내부로 천천히 걸어들어가며 한마디를 남겼다.
"먼저 돌아가세요. 이곳의 정리와 게이트의 안정화, 제가 하고 가겠습니다."
"에리엘.. 미안. 그리고 고마워. 그럼 가볼게, 여기 계속있다간 또 아까처럼 그럴것 같아서.."
멋적은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하는 레미아를 돌아보며 에리엘이 웃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후훗. 미안하면 여기에 적당히 머무를수 있는 방법이나 생각해 두세요."
방금전까지 광기에 물든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었다고는 믿을수 없을정도로 그늘하나 없는 표정으로 맑은 에메랄드색 눈동자를 동그랗게 뜬 레미아의 반문.
"응? 그냥 적당히 산속 어디에 처박혀서 숨어있으면 되는거 아냐?"
정말로 멍청하게 느껴지는 레미아의 대답에 언제나 평정을 유지할것만 같던 에리엘의 무거운 표정이 무너져 내렸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입을 있는대로 내민채 코맹맹이 소리로 불평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우스꽝스러웠다.
"....레미아.. 우린 최소 1년 이상 여기 있어야 할텐데.. 1년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면서 적당히 산속에 '처박혀'있고 싶으세요..? 뭐, 우리가 못씻는다고 더러워지는것도 아니거니와 먹지 못한다고 굶어 죽는것도 아니지만.. 기분이라는게 있잖아요.."
그녀의 불평에, 마치 오랫동안 무엇인가를 잊어버리고 있다가 갑자기 깨달은 사람처럼, 그제서야 레미아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헉..? 그것도 그렇네?!!"
"그러니까, 여긴 이제 그만 제게 맡기고 먼저 마을로 내려가셔서 여기서 정식으로 머무를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요. 규모가 작은섬인데다 1년 이상 머물거니 관광객 운운하는건 힘들것 같고, 알았죠?"
그말을 마지막으로 에리엘의 모습은 연구소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레미아 역시 올때와는 정 반대의 아주 느긋한 걸음걸이로 연구소 정문을 '걸어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러한 두 여인의 행동을 지켜본 사람들이 있었다.
"뭐... 뭐야 저 여자들...?"
"오.. 맙소사..."
생사의 기로에 서서 살기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예닐곱명의 연구원들은 만화속에서 튀어나온듯한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머릿속이 오만가지 생각들로 뒤엉키고 있었다. 그러나 오만가지 감정이 섞여 엉망이 되어버린 이들의 표정도 두 여인이 제각각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녀들에 대한 기억은 저번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사라지고 의문과 공포만이 남았다.
"뭐.. 뭐죠? 좀전까지 우리 쫒기던것 같았는데 이건..?"
"누군가가 쓸어버린 것은 기억나는데...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나요.."
"안쪽의 사람들은 무사할까요....?"
그러나 누가 뭐랄것도 없이 마악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말로만 안쪽의 사람들의 생사를 염려할뿐, 감히 들어갈 용기를 내지 못한채 안타까운 눈빛으로 연구소 입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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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음편(혹은 다다음편)으로 챕터 3는 끝납니다.
챕터 4부터는 본격적인 두 세계간의 조우이니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ㅠ_ㅠ [[emot=32]]
때문에 '전쟁소설'이 아니라 약간의 판타지적인 느낌을 넣었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주세요..
어차피 원래 기획할때부터 '[[B]]순수 이계난입 깽판 전쟁소설[[/B]]'이라기 보단
'[[fcolor=#ffff00]][[B]]이계난입 깽판 SF 판타스틱 전쟁소설[[/B]][[/FONT]]' 이었으니까요.. [[emot=23]]
어차피 이 무시무시한 두 아가씨들께서 이렇게까지 전면에 나서서 깽판(-_-)치는건 이번챕터가 유일 할거니 내용이 산으로 간다고 걱정하실일도 없지 말입니다.(나왔다! 군바리 말투!!)
그럼.. 잡설은 이만하고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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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12년 5월 30일 오후 08 :12 <일본. 미나미 사코우 도립 고등학교>
"이거 뭐야.. 설마 설마 했는데 어째서 '델컨'이....?"
전등이 모두 꺼진 어두운 복도에는 몸뚱이가 반으로 갈라져 제각각으로 흩어진 엘프의 시체가 널브러져있었다. 파랗게 발광하면서 주위를 은은한 빛으로 밝히고 있는 무형의 검날을 가진 막대를 손에 든 레미아는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이 두쪽으로 갈라버린 시체를 바라보았다. 토막을 내도 잘린 신체부위의 숫자만큼 개채수가 불어날 정도로 엄청난 재생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에 의해 토막난 그것은 토막난 직후 완전히 죽어버린듯 손가락 하나도 꿈쩍하지 않았다.
"불안정... 시간뒤틀림... 아스트럴 게이트... 역시 그건가?"
알수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눈썹을 찡그린채로 한참동안 적황색 체액을 뿜어내는 두쪽의 고깃덩이를 바라보던 그녀는 이윽고 눈을 돌려 멀찌감치 널브러져있는 40대 남자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미안, 아저씨. 우리가 좀 심하게 늦어버렸네."
히라가 타카요시라는 이름을 가진, 한때는 이 학교의 교사였던 이 남자는 절망과 분노, 의혹이 가득 담긴채 부릅떠진 눈은 더이상 감길줄을 몰랐고 엘프에 의해 잔혹하게 파헤쳐진 몸은 제대로 된 장기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레미아는 천천히 더이상 숨을 쉬지 않는 남자에게 다가가서는 그의 눈을 감겨주었다. 그 직후, 깨어진 2층 복도 창문을 통해 그림자가 나타났다.
"레미아.. 그 사람은....?"
어느샌가 다가온 에리엘의 말. 레미아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없이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레미아가 들고있는 빛의 검이 뿜어내고있는 희미한 청색광에 흐릿하게 비친 둘의 얼굴은 알수없는 감정으로 경직되어있었다.
"우리가 너무 안일했군요. 설마 이곳 사람들이 오리콘을 이용할줄은.."
"그것도, 몹시 불안정해. 연결된건 현재가 아닌 과거의 게일리니아야."
에리엘의 말을 등진채 무기를 거두고 숨이 끊어진 남자의 시신을 똑바로 뉘여주면서 그녀의 말에 대꾸하던 레미아가 무엇인가 느낀듯 하던일을 그만두고 다시금 빛의 검을 꺼내었다.
"그것보다, 에리엘. 또 있어... 얼라?"
그러나 레미아가 뒤를 돌아봤을땐 이미 검은색 머리칼의 여성은 사라지고 없었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표정을 짓던 그녀는 피식 웃음지었다.
"하긴, 바보같아 보여도 나보다 능력은 위였지."
방금전, 이 건물에 들어왔던 방법과 마찬가지로 2층 창문을 통해 밖으로 훌쩍 뛰어내린 그녀는 단 세번의 뜀뛰기만으로 너비가 100 미터는 족히 되어보이는 운동장을 가로지르더니 운동장 가장자리에 쳐 놓은 철조망을 훌쩍 넘어 그대로 산 아래로 뛰어내렸다. 모든 물리법칙을 무시하듯, 100여미터 가까이 되는 높이의 산중턱에서 단숨에 뛰어내렸다고는 볼수 없을정도로 도로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레미아는 재차 뛰어오르며 곡예를 부리듯 가로수의 나뭇가지들 사이로 뛰어다니면서 빠른 속도로 질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와 같은 방법으로 앞서나가던 에리엘을 따라잡을수 있었다.
"레미아!! 저기에요! 숫자는 어림잡아서 이백..!!"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들의 눈에 들어온것은 해안가 외딴곳에 자리잡은 거대한 규모의 건물이었다. 건물 주위로 쳐진 높은 방음벽. 그리고 그 안쪽에서 들려오는 총성들. 건물 밖으로 아우성치며 빠져나오는 일단의 무리들과 그들을 뒤쫒는 괴물들. 자연스럽게 얼굴에 떠오르는 쓴웃음.
"헹, 뭐야. '델컨의 숲'에다가 연결이라도 했나? 이거 막나가는데?"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된 채로 울부짖으며 도망치는 여성 연구원의 목을 물어띁으려던 엘프의 목이 하늘로 솟구쳤다. 단칼에 상대방의 목을 따버린 레미아는 양 손에 두자루의 광검을 든채 엘프들 사이를 휘저으면서 폭풍처럼 검을 휘둘렀고 단숨에 엘프 다섯이 시체로 변하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엘프들이 뿜어낸 적황색 체액으로 엉망이 된 그녀가 시체들 사이에서 함성을 질렀다.
"좋아!! 무려 천 이백년 만이야!! 다시 한번 붙어보자! 이 지긋지긋한 벌레들!!!"
"레미아, 다른건 다 괜찮은데 너무 흥분하시는건 보기엔 그다지 좋지 않답니다."
그녀보다 한발 늦게 도착한 에리엘은 화려한 움직임의 레미아와는 정 반대로 긴 창을 이용하여 최소한의 동작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며 깔끔하게 엘프들을 하나 둘 처리해 나갔는데 기괴하게도 에리엘이 베어버린 엘프들은 푸른 불꽃에 휩싸이는듯한 모습을 하더니 이내 파란 잔광을 남기면서 급속도로 부스러지더니 흔적조차 찾을수 없게 되어버렸다.
서로에게 여유가 듬뿍 묻어나오는 어조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
"느려! 느려! 느려!!!"
황적색 체액을 뿜으며 엘프의 신체부위들이 사방에 널브러진다. 그리고 그에 비례하듯 레미아의 눈빛이 점점 더 알수없는 무엇인가에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먹이'를 쫒아 건물 밖으로 튀어나왔던 일단의 엘프들은 단숨에 십수의 동료들이 도륙당하자 그제서야 눈앞에 서 있는 두사람의 정체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기척은 원래의 그것에 한참 못미쳤지만 확실했다.
'학살자'다.
"호오? 이제서야 알아본거냐? 벌레들아! 있어서는 안될 쓰레기들아!"
엘프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그러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황적색 피로 온몸이 엉망이 되어버린 레미아가 소름끼치는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짖궂은, 그러나 밝은 미소를 짓던 장난기 많은 소녀의 얼굴이 아닌, 광기에 물든 광소를 머금은 그녀의 모습을 슬쩍 훔쳐본 에리엘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또 시작이군...
".... 간만에 보네... 저런 모습"
다시 엘프들을 향해 뛰어나가려던 레미아의 앞으로 기다란 창이 내질러졌다. 자신의 진로가 막히자마자 그녀는 예의 광기어린 눈으로 옆에 서 있는 여성을 노려보았고 양 손에 든 광검은 금방이라도 내려칠듯한 위치에서 멈추어 있었다.
"에리엘!! 뭐하는거야! 치워!"
칠흑같은 검은 눈동자가 말없이 자신을 쏘아본다.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무형의 기운에 자신도 모르게 흠칫 뒷걸음질친다. 에리엘이 입이 무겁게 열린건 그 직후였다.
"레미아는 그만두세요... 나머지는 제가 정리합니다. 그러니 진정하세요. 저들은 현세엔 이미 멸종한 몸. 과거에 얽매이는건 그만두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일그러졌던 표정이 풀어지기 시작한다.
언제부터인지 시퍼런 안광을 뿜어내던 눈빛도 원래대로 돌아온다.
"아....?"
치켜들었던 두자루의 광검을 거둔 레미아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한쪽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동시에 그녀의 옷을 물들이고 있던 엘프의 피가 거짓말처럼 옷 표면으로 다시 빠져나오더니 옷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리며 그녀의 발 아래에 적황색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마지막으로 머리칼에 묻은 혈액을 한손으로 털어낸 레미아가 씁쓸하게 웃었다.
"이런... 너무 오랫만에 저것들을 다시 봤더니, 또 정신이 나가버렸구나..."
그녀들이 대화를 나누는 틈을 타 엘프들이 자신들의 천적을 피해 다시 건물 내부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마지막 엘프까지 건물 내부로 도망친것을 확인한 에리엘이 레미아로부터 등을 돌리며 건물 내부로 천천히 걸어들어가며 한마디를 남겼다.
"먼저 돌아가세요. 이곳의 정리와 게이트의 안정화, 제가 하고 가겠습니다."
"에리엘.. 미안. 그리고 고마워. 그럼 가볼게, 여기 계속있다간 또 아까처럼 그럴것 같아서.."
멋적은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하는 레미아를 돌아보며 에리엘이 웃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후훗. 미안하면 여기에 적당히 머무를수 있는 방법이나 생각해 두세요."
방금전까지 광기에 물든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었다고는 믿을수 없을정도로 그늘하나 없는 표정으로 맑은 에메랄드색 눈동자를 동그랗게 뜬 레미아의 반문.
"응? 그냥 적당히 산속 어디에 처박혀서 숨어있으면 되는거 아냐?"
정말로 멍청하게 느껴지는 레미아의 대답에 언제나 평정을 유지할것만 같던 에리엘의 무거운 표정이 무너져 내렸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입을 있는대로 내민채 코맹맹이 소리로 불평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우스꽝스러웠다.
"....레미아.. 우린 최소 1년 이상 여기 있어야 할텐데.. 1년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면서 적당히 산속에 '처박혀'있고 싶으세요..? 뭐, 우리가 못씻는다고 더러워지는것도 아니거니와 먹지 못한다고 굶어 죽는것도 아니지만.. 기분이라는게 있잖아요.."
그녀의 불평에, 마치 오랫동안 무엇인가를 잊어버리고 있다가 갑자기 깨달은 사람처럼, 그제서야 레미아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헉..? 그것도 그렇네?!!"
"그러니까, 여긴 이제 그만 제게 맡기고 먼저 마을로 내려가셔서 여기서 정식으로 머무를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요. 규모가 작은섬인데다 1년 이상 머물거니 관광객 운운하는건 힘들것 같고, 알았죠?"
그말을 마지막으로 에리엘의 모습은 연구소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레미아 역시 올때와는 정 반대의 아주 느긋한 걸음걸이로 연구소 정문을 '걸어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러한 두 여인의 행동을 지켜본 사람들이 있었다.
"뭐... 뭐야 저 여자들...?"
"오.. 맙소사..."
생사의 기로에 서서 살기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예닐곱명의 연구원들은 만화속에서 튀어나온듯한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머릿속이 오만가지 생각들로 뒤엉키고 있었다. 그러나 오만가지 감정이 섞여 엉망이 되어버린 이들의 표정도 두 여인이 제각각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녀들에 대한 기억은 저번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사라지고 의문과 공포만이 남았다.
"뭐.. 뭐죠? 좀전까지 우리 쫒기던것 같았는데 이건..?"
"누군가가 쓸어버린 것은 기억나는데...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나요.."
"안쪽의 사람들은 무사할까요....?"
그러나 누가 뭐랄것도 없이 마악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말로만 안쪽의 사람들의 생사를 염려할뿐, 감히 들어갈 용기를 내지 못한채 안타까운 눈빛으로 연구소 입구를 바라보았다.
=============================================================================
자, 다음편(혹은 다다음편)으로 챕터 3는 끝납니다.
챕터 4부터는 본격적인 두 세계간의 조우이니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ㅠ_ㅠ [[emot=32]]
게이츠 Ver. 2.0 작업중....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