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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전 훈련 2일째.

밤 늦게까지 훈련을 해서인지는 몰라도 시간이 7시가 넘었는데도 군의 훈련장으로 쓰이는 야산구석에 자리잡은, 지은지 10여년은 족히 되어보이는 허름한 막사안에서는 코고는 소리만 요란할뿐 움직이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조용한 막사를 향해 흔히 '두돈반'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군용트럭이 특유의 요란한 엔진음과 함께 옆구리에서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다가오자 그 고요는 깨졌다.

"야, 짬차온다! 그만 자고 빨랑 나와서 짬이나 먹어!"

제대가 10여일 남은, 때문에 훈련에서 열외하고 대신 당직근무를 섰던 소대 왕고참인 이수혁의 일갈에 군기발랄한 이등병들이 가장먼저 눈을 번쩍 뜨고 벌떡 일어나 번개같이 자신들의 모포를 개기 시작했다. 눈을 비비며 약간 늦게 일어난 일병들 역시 기계적인 몸놀림으로 모포를 개고 있었고 종종 잠에 취해 일어나지 못한 일병 한둘이 왕고참이 휘두르는 국자에 머리통을 얻어맞고는 불에 덴듯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 모포를 개기 시작했다. 일어는 났되 자리에 앉아 눈을 반쯤 감고 멍하니 있는 상병들은 곧 달려들다시피 다가오는 이등병들의 도움을 받아 모포 한쪽 끝을 잡고 미적거리며 이부자리를 정리했고 병장들은 아예 누운채로 옆으로 데구르르 구르더니 그대로 잠들었다. 물론 그들의 잠자리를 정리하는것은 일,이병들 이었고... 그러나 그렇게 옆으로 굴러가 계속해서 잠자는 병장들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야!! 김철용이! 곽진갑이! 최학규! 이놈의 쉐키들 안일나고 뭐해~!!!"

전투모에 달린 번쩍거리는 다이아몬드 계급장 하나, 둘,셋. 이런 쉬펄 악마같은 중대장이다!!! 바닥에서 뒹굴거리던 병장들은 군기발랄하게 벌떡 일어나던 이등병의 몸놀림으로 번개같이 일어났다. 그들의 눈가에서 졸음은 찾아볼수 없었다. 30대 중반의 대위는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 거렸다.

"개노무 쉬키들. 저기 저쪽에 이수혁이가 그러고 있으면 내가 이해를 한다 이거야!! 근데, 이수혁이는 저렇게 애들 짬 퍼주고 있는데, 네노무 쉬키들은 지금 뭐하냐? 하나같이 제대 석달 이상씩은 남은것들이 벌써부터 빠져가지고.... 빨랑 세면장 가서 정신부터 차리고와서 밥이나 처먹어!!"

"넷!!"

중대장은 잠시 내무실을 한번 돌아보다가 문쪽으로 다시 걸어나갔고 그러던 중에 무엇인가 생각난듯 다시 몸을 돌렸다.

"아, 최학규. 박상종이!."

중대장의 부름에 대답은 금방 나왔다.

"병장 최학규."

병장이라는 계급을 언급하지 않아도 뻔히 알수있는 저 작은 목소리. 그리고 군기라고는 찾아볼수도 없는 어눌한 톤의 최학규와,

"일뼝! 빡!쌍!쫑!"

일병 3호봉의 군기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군대 특유의 '악'기어린 박상종의 관등성명. 가지각색의 관등성명을 대는 둘을 잠시 바라보던 중대장은 씨익 웃었다.

"새끼들... 어제 레인저 다섯마리 잡았다며? 그것때문에 어제 양놈 대대장이 빡돈거 아냐? 일반 땅개한테 특수부대가 당하니까 자존심에 상처입은 모양이더라. 뭐.. 우리 대대장은 좋아서 죽을려고 하더만... 니네들 어제 한건 했다 짜식들. 내가 힘한번 써주마."

최학규와 박상종은 서로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았고 이내 그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중대장이 그 말을 남기고 사라진 직후, 곳곳에서 부러움 섞인 야유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 최학규 병장님 조~오흐시겠습니다?"

고참에게 들이대는 것으로 유명한 김용현 상병은 최학규를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빈정거리다 최학규가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자 이내 시선을 돌려 딴청을 피우다 괜시리 헤벌쭉 웃고있는 박상종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그 바람에 넋놓고 헤헤거리며 웃고있던 박상종이 앞으로 고꾸라졌고 김용현은 뜨끔했던지 자리를 슬쩍 피해 세면장으로 사라졌다. 최학규는 도망치듯 세면장으로 사라지는 김용현의 뒤통수를 잠시 노려보다 피식 웃으며 한창 배식준비를 하고있는 배식대로 다가가 식판 한개를 집어들었다. 배식대에는 일병하나 상병하나, 그리고 왕고참 이수혁이 있었다. 그는 이수혁을 향해 씨익 웃으며 말을 걸었다.

"이수혁 병장님. 배식 애들 시키고 좀 쉬시지.."

이수혁은 최학규의 말에 씨익 웃으면서 밥을 한가득 퍼서 최학규의 식판에 얹어주었다.

"어차피 난 훈련 열외잖아. 할게 없어서 그래. 니들 조금이라도 도와주면 니들도 좋을거 아냐. 아, 그나저나 새벽에 소대장님이 그러시든데 오늘 아침먹고 1시간 휴식한후에 8시 반부터 훈련 브리핑 시작한다더라. 밥 빨리먹고 조금이라도 더 쉬어둬."

최학규는 그 말에 이마를 찌푸렸다. 맙소사 아침부터 바로 훈련 시작하면, 대체 언제끝난단 소리야. 이건 모의전 훈련이라 중간 휴식같은것도 없을것 같은데.... 최학규는 갑자기 없던 모의전 훈련을 만들어낸, 딱 4번, 그것도 잠깐 본적있는 대대장에게 완전군장을 주고 사병들처럼 훈련을 빡세게 굴려보고 싶다는 잡생각을 하다가 힘없이 대답했다.

"네에~"

"자식."

최학규의 김빠진 표정을 본 이수혁이 작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에...그러니까 이번 훈련의 시나리오가 뭐냐면..."

최학규는 소대원들 앞에서 열변을 토하는 소대장의 브리핑을 듣는둥 마는둥 하면서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제는 아무생각없이 지나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3일전에 박상종과 함께 야간 경계근무를 나갔을때나 어제나. 분명 철조망으로 사방을 둘러쳐 외부로부터 출입이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들어왔었다. 그리고 어제만난 그 여자의 탈을 쓴 괴물이 말했던것처럼 그 둘은 서로를 알고있는것 같았다.

"..야!"

응? 뭐라고 하는거지?

''최학규 병장님.''

응? 누구?

''최학규 병장님 소대장님께서 부르십니다.''

에엑?

"인마 최학규!"

이번에는 확실히 들렸다. 이 목소리는...!!

"병장 최학규!"

외출나간 정신이 순간적으로 귀환한 최학규는 자신도 모르게 관등성명을 크게 대며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마를 찌푸린 소대장이 서 있었다.

"학규야! 니가 잘 들어야지! 분대장이라는 짜식이 멍 때리고 있으면 어떡하냐!"

브리핑 중에 최학규가 멍하니 딴생각을 하고있는것을 본 소대장 김민규 중위가 그를 다그쳤으나 더 이상은 무어라 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간부들과는 달리 소대원들에게 크게 태클을 걸지 않았고 오히려 세심하게 소대원들을 챙겨주는 극히 보기 힘든 '착한'간부였기 때문에 소대원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최학규가 딴생각을 멈추자 김민규 중위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야, 아가씨 생각은 제대 하고 나서 해라. 아직 제대도 많이 남은놈이 벌써부터 무슨.."

소대장의 그 말에 최학규가 혀를 찼다. 쳇, 그러고 보니 여자 생각 맞네. 그 여자라는게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을 어떻게 들어왓는지, 그리고 정예훈련을 받은 미군 레인저를 가지고 놀던 무시무시한 여자라는것을 빼면.. 에라 모르겠다, 설마 무슨 일 있겠냐.

"넷. 알겠습니다."

최학규의 그 대답에 소대장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특유의 부드러운미소를 지었다. 저인간은 뼈도 없나, 부하가 자기 말을 무시하고 딴생각을 하고 있었는데도 화한번 안내는구만.. 하긴 그게 좋은점이지. 진짜 빡돌면 그 악마같은 중대장마저 소대장을 무서워 하는것만 빼고.

"학규는 진갑이한테 브리핑 내용 잘 듣고 철저하게 외워둬. 이번엔 2인1조가 아니라 분대단위로 움직이니까 분대 지휘는 니가해야할거야. 자 그러면 다들 거만한 미군놈들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는거야!!! 화이팅!"

"아잣!!"

소대원들의 기합성이 산을 쩌렁쩌렁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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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성실 연재입니다.... 그나저나 이 이후의 내용을 어떻게 전개시킬지 머리가 굴러가지 않는군요. 때에 따라서는 장기간 잠수를 탈지도 모릅니다 ㅠ.ㅠ

에효.. 이놈의 머리도 업그레이드를 좀 해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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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Ver. 2.0 작업중....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