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괴물의 파도

<게일리오니아력 4369년 9월 14일 이계, 제 433점령지[미 동부 표준시] 14:15>
(서기 2010년 9월 13일 유타주 밀퍼드 시[미 동부 표준시]  14:15)

시 외곽에 자리잡은 한제국 육군소속 기갑차량들이 대기하고 있는곳은 제법 시끌벅적했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기갑병들은 각자 자신의 전차와 보병전투차들을 점검하느라 점심을 제 3종 극한생존식인 '고압축 라면'으로 때운채 바쁘게 움직였다. 즐비하게 늘어선 H-1전차들중, 포탑 내부에서 차장용 개틀링 펄스건을 점검하던 전차장이 포탑밖으로 머리를 내밀고는 주포를 점검하는 운전병에게 외쳤다.

"주포 이상 없나?"

"예! 문제 없습니다!"

운전병의 그 말에도 불구하고, 차장은 아직 믿을수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단단히 점검하도록 해! 잘못해서 주포가 파열되면 우리는 작살나는거야!!"

운전병은 그런 차장을 보며 피식 웃어보였다.

"걱정 마시라니까요!"

*

바쁜것은 H-1전차부대뿐만이 아니었다. 전차들 뒤에 나란히 서 있는 수십대의 H-3 보병전투차량들도 정신없는것은 매한가지였다. 34호 보병전투차 역시, 최종점검을 하느라 분주했다. 단차장 정창준 하사는 포탑 내부에서 계기반들을 만지작거리며 포탑 밖에다 대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다.

"야..!! 창수야! 동축코일건 상태는 어때?"

"문제 없습니다!"

"주포는?"

"그것도 문제 없습니다!"

창준은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는 헤드셋의 마이크를 입가에 가져다대었다.

"34호 보병전투차, 점검완료. 이상 무."

그의 무선에, 본부에서는 바로 명령을 했다

-34호 보병전투차 발차

"34호 보병전투차 발차준비..!!"

그의 외침에 대기중이던 하차보병 여덞명이 바쁘게 탑승하기 시작했고, 운전병과 포수 역시 재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차장은 한번 피식 웃은뒤 자신도 포탑 안으로 몸을 밀어넣고 해치를 닫았다.

"34호 보병전투차 발차합니다."

-접수 완료, 34호차는 17호차,3호차 78호차와 한 소대를 이루도록 한다. 그들도 곧 발차 예정이다. 자네들은 먼저 출발한 3,4,11,29호 전차와 같이 행동한다.

"접수 완료."

H-3보병전투차의 2200마력 엔진이 요동침과 동시에 34호 보병전투차는 주둔지를 벗어나, 저만치 보이는 네대의 H-1 전차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를, 마악 출발한 3대의 다른 H-3 보병전투차가 뒤따랐다.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남서쪽. 로스앤젤레스였다.

*

최초로 미드가츠군이 진출한 이래, 몬태나주와 와이오밍주,콜로라도주,유타주는 이미 미드가츠-한제국 연합군에 의해 완전히 장악되어있었고, 네바다주는 반쯤 장악된 상태였다. 그다지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이들은 완전장악을 목표로 움직이기때문에 이들의 점령지 내부에는 단 하나의 미군도 남아있질 않았다.

한국 방송단의 최초 방송 송출뒤, UN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미드가츠-한제국 군과 접촉을 가지고 미국 침공을 중단둘것을 종용했지만, 이들은 이런 세계의 목소리를 무시한채, 계속해서 전쟁을 진행해 나갔다, 지금까지만해도 몇개의 미군 비밀 핵사일로가 장악되었으며 미드가츠군은 미군이 핵무기라는, 이들로써는 상상도 할수 없을만큼의 야만적인 무기였기때문에, 이들은 핵무기를 보유한 악의 국가를 제거한다는 일념에 불타며 계속 전쟁을 감행해 나갔다.

게일리니아에서는 핵반응을 이용한 핵무기를 사용후, 장기간에 걸쳐 남는 잔류 방사능 때문에 '초특급 금지병기'로 지정해놓고 이들 무기에 대한 사용과 제작을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파괴력만으로는 핵무기를 능가하는 -우습게도 이 무기는 WPO의 허용 하에 사용과 제작이 가능했다- '플라즈마 블래스터'라는 초대형 폭탄을 보유하고 있기도 했지만 이들은 유독 핵병기에 대한 강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다.

UN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과 대화하는것을 포기해 버렸고, 미국은 전 세게에 지원을 호소했지만, 그 어느 국가들도 미국을 도우려 하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성능을 가진 무기로 무장한, 이계 군대를 맞서 싸울만한 배짱이 없는탓이기도 했지만, 참전할 명분이 없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게 남은 희망이라곤 오직 하나, 핵병기 밖에는 없었다.

*

<게일리오니아력 4369년 9월 14일 이계, 제 464 공격지역[미 동부 표준시] 19:44>
(서기 2010년 9월 13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미 동부 표준시]  19:44)

화려한 네온사인. 엄청난 숫자의 도박장으로 대표되는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침묵과 암흑만이 이 도시에 남아있었다. 다른 세계에서, 엄청난 숫자의 군대가 쳐들어왔는데 어느 누가 여기 있겠는가..? 침묵하던 도시는 멀리서 들려오는 굉음에, 잠에서 깨어났다. 거대한 빌딩 사이로 난 4차선 도로에서 네개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선두에 선 네대의 기갑차량은 한제국군 소속 H-1 전차였다. 네대의 전차는 거칠것이 없는지 제법 빠른 속도로 도로는 내달리고 있었다. 그때, 완전히 침묵에 싸인 도시에서 갑자기 폭음과 함께 선두게 서서 움직이던 H-1전차의 전면장갑에서 거대한 화염이 솟구쳐올랐다. 전차는 움찔하며 잠시 비틀거리다 적탄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포탑을 돌렸고, 그 와중에도 전면장갑에 다시 한발의 포탄이 작렬했다. 이번 포탄은 거대한 공명음과 함께 불꽃을 뿜으며 공중으로 튕겨져 나가버렸다.그러면서도, 그들의 주위로는 엄청난 숫자의 포탄이 날아들고있었다. 이들은 미군을 너무 얕본 나머지 매복작전에 걸려들고 만것이다.

"썅..!! 기습이다!"

3호전차의 운전병 초신황 상병이 욕설과 함께 전차의 방향을 약간 틀었다. H-1전차의 화기제어 컴퓨터는 그 와중에도 빠르게 목표물을 찾아내 조준했고, 차장의 외침과 동시에 3호전차의 160mm 매스드라이버 캐논이 초속 4.8Km의 무시무시한 속도로 고폭탄 한발을 허공에 내던졌다.  자기장 가속 고폭탄은 약 800m를 날아가 건물 사이에 숨어있던 주방위군 M-60전차의 전면장갑을 관통하고 들어가 전차 내부에서 폭발했고 전차는 그자리에서 형체도 남기지 못하고 파편덩어리가 되었다. 그러나, 사방에서 이십여대의 M-60전차와 M-1,M-1A1전차등이 단 네대의 H-1전차를 향해 무차별 포격을 가하고 있었다.

-여기는 4호차. 놈들의 저항이 거세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전차를 끌고온거지?

-여기는 11호차. 항공지원을 불러야해!! 여기는 우리들로는 부족하다! 사방에 적이야!

-29호차. 후미의 보병전투차들이 곧 합류한다고 한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

신황은 전차내부를 울리는 폭음과 진동에 얼굴을 있는대로 찌푸리고는 불만을 터뜨렸다.

"젠장!!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그놈들은 아직 도시 외각에 있잖아!"

평원이라면 최대속력으로 움직이며 저들의 포탄을 회피할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는 도시 한복판이었다. 비좁은 공간에서는 아무리 용을 써봐야 제대로 피할수 없었다. 네대의 H-1전차들은 둥글게 진형을 짠 채로 계속해서 포격을 퍼부었다. 이미 십여대의 미군 전차가 박살났지만, 어디서 나타났는지 미군전차들은 계속해서 나타났다.

"끈질긴놈들..!! 그렇게 뒈지고 싶으냐..!!!"

짜증이 솟구친 신황은 조종간 옆에 부착된 붉은 버튼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주포 옆에 부착되어있으면서도 차장이 아닌 운전병이 통제권을 가지는 무기, 동축코일건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탄을 내뿜기시작했고, 차장은 포탑을 좌우로 돌리기 시작했다. 한번에 수십발씩 날아드는 자기장 가속탄에 관통당한 미군전차들은 침묵해버렸다. 개중에는 운없게도 포탄에 명중해 탄약 유폭으로 박살난 전차도 있었다. 3호전차를 시작으로, 나머지 세대의 전차들도 동축코일건으로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더이상 버티지 못한 미군들은 슬금슬금 후퇴하기 시작했다.

H-1전차와 같은 대대에 배속된 여덟대의 H-3 보병전투차들은 최대한 빨리 달려왔지만, 수십군데씩 흉물스럽게 긁여져나간 동료의 전차들만을 바라보아야 했다.

아직까지는 이들에게 유리한 싸움이었고 방금도 승리했지만, 그것이 영원하게 지속될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를것 같다는 기분이, 이들의 머리속을 어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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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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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Ver. 2.0 작업중....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