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국경이 근처에 있는 허름한 집은 창문하나없어서 어두컴컴했다. 다만 보이는것이라고는 두개의 그림자뿐, 간단한 가구조차 없는 집 바닥에서 두개의 그림자는 마주보고 앉아 무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암흑속에서 두런거리는 두 사람의 시선을 문쪽으로 돌리게한 소리가 있었다. 녹슬은 경첩이 내지르는 비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것이다. 열린 문으로 눈부신 햇빛이 들어오면서 두 개의 그림자를 더 비추었다. 집안에 있던 그림자들은 그들을 바라보았고 정체를 확인하자 손짓하여 그들을 불러들였다. 넷은 바닥에 둥글게 모여 앉았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제 오는군."

무감각한 남자의 목소리가 조용해졌던 집안을 다시 울렸다.

"말도 마, 오는길에 몇번이나 싸웠는줄 알아? 저 멍청한 녀석이 위장복을 다 벗어제끼는 바람에 너도나도 총들고 달려드니까..."

약간은 신경질이 난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느긋한 남자의 목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야, 내가 옷을 벗어던졌냐? 총에 맞아서 걸레가 되는거 다 봤으면서."

"시끄러 멍청이. 넌 리바이어던 그 바보보다 더 멍청해"

아까전의 여자 목소리가 다시한번 톡 쏘는 소리를 내기 무섭게, 조용한, 그러나 무엇인지 모를 싸늘함이 흐르는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미아, 리바이어던을 그런식으로 이야기 하지마."

싸늘한 그녀의 목소리에 레미아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쳇, 알았다 뭐. 누가 둘이 커플 아니랄까봐 치사하게...."

그 말에 싸늘하던 여자의 목소리에 당황함이 묻어났다.

"뭐...?"

그리고, 그녀는 무언가 말을 더 하려 했지만, 무감각한 남자의 목소리가 집안울 울리며 그녀가 말 하는것을 막아버렸다.

"말장난할 시간 없다. 레미아. 그리고 에리엘."

'레미아'는 분위기를 깨 버린 그를보며 혀를차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쳇, 알았습니다요."

"그럼, 가지."

남자는 그 말만을 남기곤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나머지 셋도 그의 뒤를 따라 나섰고, 곧 빛이 그들의 모습을 비추었다. 로봇을 연상시키는 '가디언'의 모습을 한 둘과 17세 가량의 간편한 여행복차림의 녹색머리칼 소녀, 그리고 20세 가량의,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디 긴 머리칼을하고 역시 발목까지 내려오는 흰색 로브를 입은 여성. 넷은 아무런 말 없이 팔레스타인 국경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들이 걸어오자, 팔레스타인 국경 바로 앞에 초소를 구축하고 있던 이스라엘군 몇명이 소총을 들이대며 다가왔다.

"너희들은 뭐냐..!! 여기는 팔레스타인 국경이다."

"귀찮군."

'가디언' 중 하나가 쥐고있던 오른손을 펼쳤다. 그러자마자 연하늘색 빛이 그의 손을 중심으로 앞으로 길게 뻗어져 나왔고 곧 형상을 갖추었다. 폭이 15Cm는 되어보일듯한 무식한 디자인의 태도였는데 그는 그 태도를 단 한번 휘둘러서 이스라엘군 다섯을 두토막 내어버렸다. 순식간에 비상신호가 울리고 국경에 배치되어있던 장갑차와 병력이 그들에게 달려왔다. 그러나 더 황당한 일이 벌어진것은 그때였다. 무엇인가 번쩍 하더니 무식하게 생긴 태도를 든 '가디언'은 어느새 달려오던 장갑차중 한대의 뒤에 서 있었고 빛이 번쩍임과 동시에 그가 '통과했던' 장갑차는 반쪽으로 나뉘며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또다른 장갑차 한대는 동료 장갑차가 괴상하게 당하자 한동안 멍청하게 서 있다가. 전면장갑을 뚫고 파고들어온 거대한 창날에 운전병이 도륙당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창날은 운전병을 도륙하고도 계속해서 장갑차를 관통해나갔고 드디어 연료탱크를 뚫자 창날부분에서 강렬한 스파크와 열이 발산되었다. 연료가 한꺼번에 발화해버리자 장갑차는 산산히 부서져 나가며 파편을 사방으로 흩날렸다.

붉은 화염과 시커먼 연기가 어느정도 걷히자, 길이가 7m는 족히 되어보이는 거대한 창을 든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순백색의 로브에 검고 긴 생머리, '에리엘'이라고 불렸던 여성이었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그 길다란 창을 이용해 반쯤 얼이 빠진 이스라엘군 병사의 머리를 박살내버렸다. 버리가 박살난채 바닥에 주저앉는 이스라엘 병사를 마지막으로, 국경수비대는 전멸해 있었다. 에리엘이 들고있던 창은 은색빛과 함께 길이가 점점 줄어들기시작하더니 잠시후 약 1.5m 정도의 단창으로 변해버렸다. 양손에 빛을뿜는 흰색 막대기를 들고있던(신기하게도 그 무기는 '광선검'처럼 생겼다.)녹색머리칼 소녀, 레미아는 피식 웃으며 에리엘을 바라보았다.

"이거.... 너무 재미 없잖아?"

레미아의 물음에 그녀는 슬쩍 웃으며 무어라 답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찬기운이 풀풀날리는 무신경한 남자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뭐가 재미있는거지. 쓰레기는 처치했으니 이만 이동한다."

제일 먼저, 거대한 태도로 장갑차를 반쪽낸 그 가디언이었다. 레미아는 인상을 있는대로 찡그리며 먼저 앞서서 걷는 가디언의 뒤통수에대고 군밤을먹이며 쫑알거렸다.

"쳇쳇..!! 하여튼 재미없는 사이클론녀석따위..!!!"

그러나 '사이클론'이라구 불린 가디언은 여전히 무뚝뚝뚝하게 입을열었다.

"뒤에서 남 욕하면... 재미있나?"

그 말에, 레미아는 허망한표정을 지었고 그녀의 뒤에 서 있던 에리엘은 고개를 숙이고 쿡쿡 웃기시작했다. '사이클론'과는 성격이 틀린 다른 가디언은 -그는 길이 1.8m정도의 대검을 들고있었다.- 그런 레미아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툭툭 치면서 장난을걸었다.

"너도 멍청하구나, 저녀석 성격저런거 한두번 겪어보냐?"

"세노베르 너도 닥쳐."

레미아는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두 다리에 힘을 주고는 일부러 쿵쾅거리는 소리를 내며 사이클론을 따라나섰고, '세노베르'라고 불린 가디언은 그녀가 갑자기 자신에게 화를내자 당황하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레미아가 쿵쾅거리며 지나간 땅은 약 10Cm가량 푹푹 꺼져있었다.

"어..어라..? 왜 나한테 시비야..?"

잠자코 그들의 대화를 듣고있던 에리엘이 웃으며 말했다.

"갑자기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들었던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이유가 뭘까요?"

세노베르는 잠자코 자신의 오른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금속끼리 마찰하는 끽끽거리는 소리가 거슬렸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이 아닌데도 인간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세노베르를보며 에리엘은 다시 웃어버렸다.

"웃지마..!!"

세노베르의 처절한외침을 끝으로 넷은 국경을 넘어 팔레스타인쪽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들이 떠나고 남은자리에는 박살난 두대의 장갑차와 삼십여구의 시체만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살육의 현장을 뒤돌아보지도 않고 '화기애애하게' 장난을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팔레스타인의 수도, 라말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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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연참놀이 끝....(-_-) 좋은 하루 되세요  
[이제 비축분이 5편 남았습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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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Ver. 2.0 작업중....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