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폭풍 - 글 : 사이클론(Cyclon)
글 수 65
<게일리오니아력 4369년 8월 17일 루세니아 로아나스 시 23:11>
폐허가 된 도시에 얼마 남지 않은 고층건물 중 하나인, 한때 '로아나스 시의 상징' 이라고 불렸던 거대한 120층짜리 빌딩의 옥상에 두개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한명은 2m 정도의 키에 누더기 천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완전히 감싸 정확한 윤곽조차 보이지 않았으며 길이 2m 정도의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대검을 등에 매고있었고, 다른 한명 역시 1.7m 정도의 키에 지저분한 망토를 두르고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다. 키 차이가 거의 30Cm 이상 나는 둘은 저 멀리서 쫓고 쫓기는 전투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망토를 걸친 쪽이 입을 열었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하아.... 또 저 짓거리네.. 공격하고... 후퇴하고.. 이번이 몇번째지..?"
누더기로 몸을 완전히 가린 그림자가 말했다. 장난기 어린 남자의 목소리였다.
"어.... 글쎄..? 이번이 아마 다섯번 째던가..? 아닌가..?"
그의 말에 여자는 얼굴을 찌푸렸다. 푹 눌러쓴 후드 사이로 보이는 입이 그녀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려줬으니까. 그녀는 키 차이가 거의 30Cm 이상 나는데도 불구하며 오른손을 들어 누더기를 걸친 그림자의 머리쪽에 알밤을 먹였다. 동시에 깡통 울리는 소리가 공허하게 울려퍼졌다.
"장난치지마 이 깡통아. 넌 지금도 저 아래서 생명들이 죽어나가는데 장난칠 기분이 나냐?"
그녀가 그말을 하고 있을때, 후퇴하던 루세니아 전차 한대가 가까이 접근해 공격을 가한 반군의 전차를 미처 방어하지 못하고 포탄을 정통으로 얻어맞고는 주저앉았다. 그리고 공격을 가한 반군 전차 역시 다른 루세니아군 전차의 140mm 주포를 얻어맞고 산산히 부서져 나갔다. 멀리, 그러나 선명하게 보이는 그 광경을 바라보던 누더기 그림자는 한숨을 푹 내 쉬며 말했다.
"어쩌겠냐.... 지들끼리 생각이 안맞아서 저짓하는건데... 서쪽대륙의 얼간이들처럼 말이지.."
여자는 찌푸린 얼굴을 펴면서 마찬가지로 한숨을 푸욱 내 쉬고는 옥상에 다리를 내미는 모습으로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았다. 심지어 다리까지 까닥거리면서.
"하긴... 여기나 거기나...'그때'로부터 2000년이 넘게 지났는데 생각의 변화라곤 전혀 없는 고리타분한 놈들뿐이니... 여기 이놈들은 기술까지 발달해서 전쟁났다하면 나라 하나가 완전히 파탄나버리니... 에구.."
누더기 그림자가 말했다.
"야, 야. 네가 아무리 3000살 넘게 먹은 할머니라도 나한테는 상대도 안돼. 난 그런 꼬라지를 지겹게 봤단 말야. 지금 몇살이나 먹었는지도 기억 안나구만. 그따위 소리 하지말고 프라이언트에나 가 보자, 에리엘 녀석이 그리로 갔댄다. 우리도 한번 가야지 안그래?"
여자는 그 말에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좋지. '창조의 깡통'씨."
"이봐, 이봐.....날 '그녀석' 대하듯 대하지 말라고."
그 말만 남기곤 두 그림자는 아래층 게단을 통해 아래로 유유히 내려갔다. 근처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는 자기들이 아닌것 처럼...
*
무시무시한 폭발음과 함께 반군 T-664전차 한대가 측면장갑이 뻥 뚫린채로 구멍에서 회은색 연기를 맹렬하게 뿜고 있었다. 그러나 전차의 크기가 너무나도 컸고, 포탄이 불발탄이 되어 폭약이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관계로 엔진에는 아무런 타격이 가해지지 않았고 운용병들이 있는 조종실등에는 아무런 타격이 가해지지 않아 T-664전차는 포탑을 돌려 자신을 공격한 루세니아군 T-664A2 전차를 향해 200mm 주포를 발사했다.
폭음과 함께 T-664A2의 포탑 양 측면에 붙어있는 두개의 140mm 부포탑 중 오른쪽 것이 산산조각으로 흩어져 나갔고 그 순간 반군 T-664전차는 T-664A2의 280mm 철갑 고폭탄에 정 중앙이 뻥 뚫리는결과를 낳았다. 잠시후 전차포에 의해 뚫린 두개의 커다란 구멍에서 거대한 불꽃이 어마어마한 폭음을 동반한채 맹렬하게 솟구쳤다. 격파당한것이다.
적 거대전차 한대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T-664A2전차는 루세니아군 T-444전차 3대를 동시에 날려버리는 또다른 T-664 전차를 향해 다시 280mm 주포를 발사했다. 이번엔 정확히 포탑을 가격해 포탑쪽을 완전히 무력화 시켜버렸다.
하나밖에 남지않은 T-664 전차가 대응 사격을 위해 방향을 틀었지만 포의 구경 자체가 너무나 차이나면서 사거리는 이쪽이 비약적으로 높았기에 전차 내부에 자리잡은 거대한 연료탱크쪽에 포탄을 얻어맞고는 막대한 양의 케블라 연료가 처절한 폭음과 함께 폭발하자 흡사 옆구리 터진 깁밥같은 모습이 되며 260톤에 이르는 거대 전차는 무려 수십미터나 밀려나간뒤 정지했다. 포구에서 회은색 연기가 나는것을 보니 완전히 격파당한것 같았다. 선두에서 전투를 벌이던 FAT들이 전멸하자, 반군 전차부대는 황급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교전이 끝난 폐허위에는 이미 고철이 되어버린 거대 전차 두대와 엔진은 살아서 도망가고있는 포탑없는 거대전차, 불타는 수십대의 전차들, 그리고 엔진에 직격당해 정지한채 수리를 기다리는 거대전차 한대와, 오른쪽 부포탑이 완전히 날아가버린 거대전차만이 남아있었다. 엔진이 멀쩡한 한대의 T-664A2 전차를 제외하고는 큰 전차건 작은전차건 더이상 움직일수 있는 전차는 남아있지 않았다.
"젠장!!! 전부 괜찮아?"
"멀쩡합니다."
"에구... 어깨야....."
"큭..!! 다리가 부러졌지만 정신은 멀쩡합니다!!"
후퇴중 포탄에 차륜이 박살나 궤도가 벗겨지며 무너진 건물더미에 처박힌 전차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반쯤 열린 해치를 완전히 들어올리고 나온 남자-반스는 깨어져 피가나오는 뒷머리를 부여잡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움직이는 아군 전차들은 없었다. 살아남아서 전차 밖으로 나오는 승무원 숫자도 얼마 되지 않았다. 사실상 괴멸되어버린것이다. 오른쪽 부포가 날아가버린채로 폐허를 돌아다니는 T-664A2 전차로 부상병들이 몰려가고 있었다. 응급처치용 의료기구를 배급받기 위해서였다.
T-664게열 전차는 덩치가 덩치다 보니 전투식량이나 의료기구등의 보급차량의 역할도 겸할수 있었다. 운전병 톰이 잽싸게 T-664A2로 다가가 부목과 압박붕대팩, 그리고 일반 붕대와 소독액 한통을 받아서 재빨리 달려왔다. 충돌때 찌그러진 장갑판에 끼어 다리가 부러진 딘은 얼굴을 찡그리며 부러진채로 꺾여있던 다리를 원래대로 접골했다. 그리곤 부목과 압박붕대팩을 받아 재빨리 응급조치를 취했다. 반스 역시 전투헬멧을 벗고 톰에게 소독약을 받은뒤 뒷머리에 통재로 붓고는 붕대를 감았다. 소독액이 상처로 스며들어 못견디게 따가웠지만 그는 억지로 참았다. 한쪽에서는 형체를 알아볼수없게된 시체들까지 포함해, 시신 수습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전사자를 담는 시체주머니가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을보며, 새드가 얼굴을 찡그렸다.
전투가 종결된지 15분후에 뒤늦게 나타난 지원부대는 기동불능이 된 전차들을 끌어내 본부쪽으로 견인해 가는 행동밖에는 할게 없었다.
<게일리오니아력 4369년 8월 18일 루세니아 로아나스 시 00:05>
두개의 메크 분대가 조심스럽게 폐허사이를 이동하고 있었다. 메크부대의 선두에 서서 사방을 경계한 클라인은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몇십분전에 전차 대대 하나가 교전끝에 승리는 했지만 완전히 박살난것도 그렇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대장님.. 저기..!!"
그의 분대원중 하나가 나지막하게 그를 불렀다. 클라인은 모두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그것을 자세히 쳐다보다가 몸을 떨었다 분명 그것은 자동 전투로봇이었다. AMBR-20 헬브링어. 분명 그 물건이었다.
전차와 항공기의 성능은 루세니아쪽이 우세했으나, 오직 이 메크나 자동 전투로봇같은 경우, 반군쪽의 기술이 월등하게 좋았다. 방어력이 가장 강력하다는 '레이오나'메크의 장갑을 단 두방의 공격으로 뚫어버린다는 35mm 자동포를 양손에 하나씩 장착하고 어깨 미사일포트에 단거리 플라즈마 미사일, 그리고 오른쪽 몸통엔 대 메크용 중거리 타격미사일, 왼쪽 몸통에 펄스건이 장착된 무시무시한 무장의 이 자동전투로봇은 한대가 아니었다. 무너진 건물에 가려진 좁은 골목에서 헬브링어 일곱대가 더 걸어나왔다.
'저승사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살벌한 무장을 한 이 자동전투로봇을 처음으로 상대한것은 메크부대가 아닌 그들의 뒤에서 따라오던 AMBR-13 쿠거 2개 랜스,12대였다. 그러나 무장보다는 작전거리와 기동성에 중점을 둔 쿠거보다는, 낮은 기동성과 좁은 작전거리를 가지지만 압도적인 화력을 보유한 헬브링어쪽이 유리했다.
35mm 자동포가 폭음을 내며 불을 뿜자 마악 공격을 가하려던 쿠거 한대의 허리부분이 박살나면서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다. 땅바닥에 널브러진 상태에서도 자신을 향해 모든 무기를 동원해 공격을 가하던 하체없는 쿠거에게 다시한번 헬브링어의 자동포 공격이 가해졌다. 정 중앙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채 쿠거 한대가 완전히 동작을 멈추었다.
그렇다고 쿠거들이 완전히 당하고만 있는것도 아니었다. 상대가 위협적이라고 느낀 쿠거의 CPU는 자동적으로 헬브링어들의 자동포 사거리가 닿지 않는곳으로 재빨리 이동을 개시했다. 그 과정에서 또다른 쿠거 한대가 단거리 플라즈마 미사일에 맞아 산산조각이 났지만 성공적으로 후퇴에 성공한 쿠거들이 일제히 대 메크용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10대의 쿠거에게 미사일 세례를 받은 헬브링어 한대가 완전히 기동성을 상실하며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헬브링어라고 중거리 미사일이 없는것도 아니었다.
헬브링어들에게서 쏟아져 나온 미사일들은 쿠거 두대를 형체도 알아볼수 없게 철저하게 박살내 버렸다. 클라인은 헬브링어들의 공격이 쿠거들을 향하고, 가장 후미에서 따라오던 헬브링어까지 모이자 그제서야 명령을 내렸다.
"저놈들을 박살내!!"
그 말과 동시에 주변 건물잔해에 숨어있던 12기의 메크들이 동시에 튀어나왔다. 먼저 중장갑 울버린 메크들이 공격을 개시했다. 헬브링어들의 것보단 다소 격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강력한 20mm 자동포의 포탄들은 여지없이 헬브링어의 후방장갑을 찢고 헬브링어의 내부 회로와 기기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렸다. 세대의 헬브링어가 동작을 정지하며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황급히 공격목표를 메크부대로 돌리던 다른 헬브링어 두대는 쿠거들의 미사일공격에 상체가 완전히 터져나가며 고철덩어리가 되었다. 나머지 두대는 메크부대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는 완전히 제압되었다. 클라인은 쓰러진 헬브링어의 35mm 짜리 자동포의 포구를 바라보며 소름이 돋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여기에 맞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가 그런생각을 하는동안, 다른 메크분대의 분대장이 통신을 하는 소리가 통신망으로 들리고 있었다.
-여기는 타격3대. 적 헬브링어 8기 완파. 아군 메크피해 전무. 아군 자동전투로봇 4기 완전파괴. 임무를 계속하겠다. 통신 끝.
===================================================================================
자... 이번에도 낮익은 이름 등장입니다. 65톤 메크 로키(Loki)의 클랜명이죠?
단, 여기서는 이름은 헬브링어지만 외양은 서머너(토르[Thor])의 것을 따라갑니다.
폐허가 된 도시에 얼마 남지 않은 고층건물 중 하나인, 한때 '로아나스 시의 상징' 이라고 불렸던 거대한 120층짜리 빌딩의 옥상에 두개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한명은 2m 정도의 키에 누더기 천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완전히 감싸 정확한 윤곽조차 보이지 않았으며 길이 2m 정도의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대검을 등에 매고있었고, 다른 한명 역시 1.7m 정도의 키에 지저분한 망토를 두르고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다. 키 차이가 거의 30Cm 이상 나는 둘은 저 멀리서 쫓고 쫓기는 전투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망토를 걸친 쪽이 입을 열었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하아.... 또 저 짓거리네.. 공격하고... 후퇴하고.. 이번이 몇번째지..?"
누더기로 몸을 완전히 가린 그림자가 말했다. 장난기 어린 남자의 목소리였다.
"어.... 글쎄..? 이번이 아마 다섯번 째던가..? 아닌가..?"
그의 말에 여자는 얼굴을 찌푸렸다. 푹 눌러쓴 후드 사이로 보이는 입이 그녀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려줬으니까. 그녀는 키 차이가 거의 30Cm 이상 나는데도 불구하며 오른손을 들어 누더기를 걸친 그림자의 머리쪽에 알밤을 먹였다. 동시에 깡통 울리는 소리가 공허하게 울려퍼졌다.
"장난치지마 이 깡통아. 넌 지금도 저 아래서 생명들이 죽어나가는데 장난칠 기분이 나냐?"
그녀가 그말을 하고 있을때, 후퇴하던 루세니아 전차 한대가 가까이 접근해 공격을 가한 반군의 전차를 미처 방어하지 못하고 포탄을 정통으로 얻어맞고는 주저앉았다. 그리고 공격을 가한 반군 전차 역시 다른 루세니아군 전차의 140mm 주포를 얻어맞고 산산히 부서져 나갔다. 멀리, 그러나 선명하게 보이는 그 광경을 바라보던 누더기 그림자는 한숨을 푹 내 쉬며 말했다.
"어쩌겠냐.... 지들끼리 생각이 안맞아서 저짓하는건데... 서쪽대륙의 얼간이들처럼 말이지.."
여자는 찌푸린 얼굴을 펴면서 마찬가지로 한숨을 푸욱 내 쉬고는 옥상에 다리를 내미는 모습으로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았다. 심지어 다리까지 까닥거리면서.
"하긴... 여기나 거기나...'그때'로부터 2000년이 넘게 지났는데 생각의 변화라곤 전혀 없는 고리타분한 놈들뿐이니... 여기 이놈들은 기술까지 발달해서 전쟁났다하면 나라 하나가 완전히 파탄나버리니... 에구.."
누더기 그림자가 말했다.
"야, 야. 네가 아무리 3000살 넘게 먹은 할머니라도 나한테는 상대도 안돼. 난 그런 꼬라지를 지겹게 봤단 말야. 지금 몇살이나 먹었는지도 기억 안나구만. 그따위 소리 하지말고 프라이언트에나 가 보자, 에리엘 녀석이 그리로 갔댄다. 우리도 한번 가야지 안그래?"
여자는 그 말에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좋지. '창조의 깡통'씨."
"이봐, 이봐.....날 '그녀석' 대하듯 대하지 말라고."
그 말만 남기곤 두 그림자는 아래층 게단을 통해 아래로 유유히 내려갔다. 근처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는 자기들이 아닌것 처럼...
*
무시무시한 폭발음과 함께 반군 T-664전차 한대가 측면장갑이 뻥 뚫린채로 구멍에서 회은색 연기를 맹렬하게 뿜고 있었다. 그러나 전차의 크기가 너무나도 컸고, 포탄이 불발탄이 되어 폭약이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관계로 엔진에는 아무런 타격이 가해지지 않았고 운용병들이 있는 조종실등에는 아무런 타격이 가해지지 않아 T-664전차는 포탑을 돌려 자신을 공격한 루세니아군 T-664A2 전차를 향해 200mm 주포를 발사했다.
폭음과 함께 T-664A2의 포탑 양 측면에 붙어있는 두개의 140mm 부포탑 중 오른쪽 것이 산산조각으로 흩어져 나갔고 그 순간 반군 T-664전차는 T-664A2의 280mm 철갑 고폭탄에 정 중앙이 뻥 뚫리는결과를 낳았다. 잠시후 전차포에 의해 뚫린 두개의 커다란 구멍에서 거대한 불꽃이 어마어마한 폭음을 동반한채 맹렬하게 솟구쳤다. 격파당한것이다.
적 거대전차 한대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T-664A2전차는 루세니아군 T-444전차 3대를 동시에 날려버리는 또다른 T-664 전차를 향해 다시 280mm 주포를 발사했다. 이번엔 정확히 포탑을 가격해 포탑쪽을 완전히 무력화 시켜버렸다.
하나밖에 남지않은 T-664 전차가 대응 사격을 위해 방향을 틀었지만 포의 구경 자체가 너무나 차이나면서 사거리는 이쪽이 비약적으로 높았기에 전차 내부에 자리잡은 거대한 연료탱크쪽에 포탄을 얻어맞고는 막대한 양의 케블라 연료가 처절한 폭음과 함께 폭발하자 흡사 옆구리 터진 깁밥같은 모습이 되며 260톤에 이르는 거대 전차는 무려 수십미터나 밀려나간뒤 정지했다. 포구에서 회은색 연기가 나는것을 보니 완전히 격파당한것 같았다. 선두에서 전투를 벌이던 FAT들이 전멸하자, 반군 전차부대는 황급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교전이 끝난 폐허위에는 이미 고철이 되어버린 거대 전차 두대와 엔진은 살아서 도망가고있는 포탑없는 거대전차, 불타는 수십대의 전차들, 그리고 엔진에 직격당해 정지한채 수리를 기다리는 거대전차 한대와, 오른쪽 부포탑이 완전히 날아가버린 거대전차만이 남아있었다. 엔진이 멀쩡한 한대의 T-664A2 전차를 제외하고는 큰 전차건 작은전차건 더이상 움직일수 있는 전차는 남아있지 않았다.
"젠장!!! 전부 괜찮아?"
"멀쩡합니다."
"에구... 어깨야....."
"큭..!! 다리가 부러졌지만 정신은 멀쩡합니다!!"
후퇴중 포탄에 차륜이 박살나 궤도가 벗겨지며 무너진 건물더미에 처박힌 전차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반쯤 열린 해치를 완전히 들어올리고 나온 남자-반스는 깨어져 피가나오는 뒷머리를 부여잡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움직이는 아군 전차들은 없었다. 살아남아서 전차 밖으로 나오는 승무원 숫자도 얼마 되지 않았다. 사실상 괴멸되어버린것이다. 오른쪽 부포가 날아가버린채로 폐허를 돌아다니는 T-664A2 전차로 부상병들이 몰려가고 있었다. 응급처치용 의료기구를 배급받기 위해서였다.
T-664게열 전차는 덩치가 덩치다 보니 전투식량이나 의료기구등의 보급차량의 역할도 겸할수 있었다. 운전병 톰이 잽싸게 T-664A2로 다가가 부목과 압박붕대팩, 그리고 일반 붕대와 소독액 한통을 받아서 재빨리 달려왔다. 충돌때 찌그러진 장갑판에 끼어 다리가 부러진 딘은 얼굴을 찡그리며 부러진채로 꺾여있던 다리를 원래대로 접골했다. 그리곤 부목과 압박붕대팩을 받아 재빨리 응급조치를 취했다. 반스 역시 전투헬멧을 벗고 톰에게 소독약을 받은뒤 뒷머리에 통재로 붓고는 붕대를 감았다. 소독액이 상처로 스며들어 못견디게 따가웠지만 그는 억지로 참았다. 한쪽에서는 형체를 알아볼수없게된 시체들까지 포함해, 시신 수습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전사자를 담는 시체주머니가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을보며, 새드가 얼굴을 찡그렸다.
전투가 종결된지 15분후에 뒤늦게 나타난 지원부대는 기동불능이 된 전차들을 끌어내 본부쪽으로 견인해 가는 행동밖에는 할게 없었다.
<게일리오니아력 4369년 8월 18일 루세니아 로아나스 시 00:05>
두개의 메크 분대가 조심스럽게 폐허사이를 이동하고 있었다. 메크부대의 선두에 서서 사방을 경계한 클라인은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몇십분전에 전차 대대 하나가 교전끝에 승리는 했지만 완전히 박살난것도 그렇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대장님.. 저기..!!"
그의 분대원중 하나가 나지막하게 그를 불렀다. 클라인은 모두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그것을 자세히 쳐다보다가 몸을 떨었다 분명 그것은 자동 전투로봇이었다. AMBR-20 헬브링어. 분명 그 물건이었다.
전차와 항공기의 성능은 루세니아쪽이 우세했으나, 오직 이 메크나 자동 전투로봇같은 경우, 반군쪽의 기술이 월등하게 좋았다. 방어력이 가장 강력하다는 '레이오나'메크의 장갑을 단 두방의 공격으로 뚫어버린다는 35mm 자동포를 양손에 하나씩 장착하고 어깨 미사일포트에 단거리 플라즈마 미사일, 그리고 오른쪽 몸통엔 대 메크용 중거리 타격미사일, 왼쪽 몸통에 펄스건이 장착된 무시무시한 무장의 이 자동전투로봇은 한대가 아니었다. 무너진 건물에 가려진 좁은 골목에서 헬브링어 일곱대가 더 걸어나왔다.
'저승사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살벌한 무장을 한 이 자동전투로봇을 처음으로 상대한것은 메크부대가 아닌 그들의 뒤에서 따라오던 AMBR-13 쿠거 2개 랜스,12대였다. 그러나 무장보다는 작전거리와 기동성에 중점을 둔 쿠거보다는, 낮은 기동성과 좁은 작전거리를 가지지만 압도적인 화력을 보유한 헬브링어쪽이 유리했다.
35mm 자동포가 폭음을 내며 불을 뿜자 마악 공격을 가하려던 쿠거 한대의 허리부분이 박살나면서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다. 땅바닥에 널브러진 상태에서도 자신을 향해 모든 무기를 동원해 공격을 가하던 하체없는 쿠거에게 다시한번 헬브링어의 자동포 공격이 가해졌다. 정 중앙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채 쿠거 한대가 완전히 동작을 멈추었다.
그렇다고 쿠거들이 완전히 당하고만 있는것도 아니었다. 상대가 위협적이라고 느낀 쿠거의 CPU는 자동적으로 헬브링어들의 자동포 사거리가 닿지 않는곳으로 재빨리 이동을 개시했다. 그 과정에서 또다른 쿠거 한대가 단거리 플라즈마 미사일에 맞아 산산조각이 났지만 성공적으로 후퇴에 성공한 쿠거들이 일제히 대 메크용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10대의 쿠거에게 미사일 세례를 받은 헬브링어 한대가 완전히 기동성을 상실하며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헬브링어라고 중거리 미사일이 없는것도 아니었다.
헬브링어들에게서 쏟아져 나온 미사일들은 쿠거 두대를 형체도 알아볼수 없게 철저하게 박살내 버렸다. 클라인은 헬브링어들의 공격이 쿠거들을 향하고, 가장 후미에서 따라오던 헬브링어까지 모이자 그제서야 명령을 내렸다.
"저놈들을 박살내!!"
그 말과 동시에 주변 건물잔해에 숨어있던 12기의 메크들이 동시에 튀어나왔다. 먼저 중장갑 울버린 메크들이 공격을 개시했다. 헬브링어들의 것보단 다소 격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강력한 20mm 자동포의 포탄들은 여지없이 헬브링어의 후방장갑을 찢고 헬브링어의 내부 회로와 기기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렸다. 세대의 헬브링어가 동작을 정지하며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황급히 공격목표를 메크부대로 돌리던 다른 헬브링어 두대는 쿠거들의 미사일공격에 상체가 완전히 터져나가며 고철덩어리가 되었다. 나머지 두대는 메크부대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는 완전히 제압되었다. 클라인은 쓰러진 헬브링어의 35mm 짜리 자동포의 포구를 바라보며 소름이 돋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여기에 맞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가 그런생각을 하는동안, 다른 메크분대의 분대장이 통신을 하는 소리가 통신망으로 들리고 있었다.
-여기는 타격3대. 적 헬브링어 8기 완파. 아군 메크피해 전무. 아군 자동전투로봇 4기 완전파괴. 임무를 계속하겠다. 통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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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에도 낮익은 이름 등장입니다. 65톤 메크 로키(Loki)의 클랜명이죠?
단, 여기서는 이름은 헬브링어지만 외양은 서머너(토르[Thor])의 것을 따라갑니다.
게이츠 Ver. 2.0 작업중....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