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폭풍 - 글 : 사이클론(Cyclon)
글 수 65
<서기 2010년 8월 18일 캠프 콜럼버스 이계 표준시 14:18>
캠프 콜럼버스 내부에 자리한 특수작업실은 현재 폭약 전문가인 미 해병대 장교 두명이 달라붙어서 M1A2 전차 한대가 가지고온(사실상은 전차에 박혀있던것을 뺀 것일 뿐이지만)정체불명의 포탄을 해체하고 있었다.
"콜. 조심해야 돼. 무슨 폭약장치가 되어있는줄도 모르잖아."
"걱정마 지미. 이건 그냥 포탄일 뿐이야. 시한폭탄처럼 부비트랩같은건 전혀 없다구... 자아, 이제 다 됐다. 열어보자구."
그들은 천천히 포탄의 외부를 들어냈다. 뜻밖에도 안에는 알수없는 전자장치 하나와 폭약통으로 보이는 큼직한 붉은색 플라스틱통, 그리고 폭약통과는 반대방향으로 전자장치와 연결된 알수없는 재질의 금속탄두로 이루어진, 의외로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콜은 포탄의 가운데 위치한 전자장치를 살짝 살펴보더니 말했다.
"이거.. 구조로 봐서는 분명 압전장치야.... 그런데.... 정말 정교하군.. 자 그러면 먼저 압전장치를 해체 해 볼까..?"
그는 니퍼를 들고는 폭약통과 압전장치 사이의 전선 두가닥을 조심스럽게 잘라냈다. 지미는 그런 콜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말없이 다가가 붉은색 폭약통을 양 팔로 안듯이 들어올렸다. 20Kg은 족히 될것같은 폭약통의 무게에 지미는 얼굴을 찌푸리며 폭약통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한숨을 푸욱 내 쉬고는 폭약통을 주시하더니 손에 들고있던 칼로 폭약통 일부를 오려내었다. 플라스틱같이 보이는 붉은색 폭약통은 쉽게 오려졌고 오려진 구멍으로부터 황적색의 가루가 새어나오자 그는 그 가루를 샬레에 충분한 양을 담고는 그 구멍을 테이프로 막았다. 그와 동시에 콜이 압전장치를 완전히 들어내었다.
이제는 재질을 알수없는 포탄의 껍데기와 탄두만 남은 포탄을 뒤로한채, 그들은 특수작업실을 빠져나왔고, 그들의 뒤를 병사 한명이 붉은색 폭약통을 들고 따라갔다. 그들이 나간 직후, 감식반이 와서 포탄의 남은 껍질과 탄두를 챙겨 그곳을 빠져나갔다.
<게일리오니아력 4369년 8월 12일 프라이언트 정글: 루이센트 마을 14:18>
루이센트 마을은 미군의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마을 내 가옥의 4분의 1이 손실되었다. 한가지 웃긴 사실은 적의 장갑차가 파괴한 가옥의 갯수보다 마을을 공격하는 장갑차들을 노리고 발포한 루크와 켈리의 T-664J전차가 장갑차와 함께 박살내 버린 가옥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한 여기저기에 군복을 입은 사람의 시체와 불타는 장갑차가 널브러져 있어 을씨녀운 분위기까지 풍겼다. 아니, 풍길뻔 했다. 마을 주민들이 몰살당했다면 말이다. 마을 골목길에 머리없는 시체의 다리를 잡아 질질 끌고 마을의 화장터로 가면서, 반스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것을 참을수 없었다. 그와는 멀리 떨어지지 않은곳에서는 반스들의 전차와 전차 승무원들 몇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역시 시체를 치우고 있었다.
"젠장.. 왜 우리가 시체 처리까지 해야 되는거야? 누가 전쟁터 아니랄까봐! 좀 쉬고싶었는데!"
"군인여러분들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그리고 저희들도 마냥 놀고있지는 않답니.. 흡!!"
불평하던 그의 목소리를 들었던지, 맏은편 골목길에서 일하던 리자드맨 청년 하나가 대꾸했다. 그는 마을을 침략했던 자들의 무기로 보이는 소총과 기타 잡다한 무기들을 챙기고 있었는데 반스가 머리없는 시체를 아무렇지도 않게 끌고가는 모습을 보자 사색이 되었다. 완전히 퍼렇게 질린 그의 얼굴과 양쪽 어깨에 무겁게 주렁주렁 매달린 소총을 본 반스는 언제 화를 냈냐는듯 씩 웃으며 답했다.
"후후.. 그럼 수고들 하세요.!"
그 리자드맨 청년과 헤어지면서, 반스는 문득 머리없는 사람의 시체를 아무렇지도 않게 끌고가는 자신이 괴물같다는 생각을 하며 몸서리쳤다. 그 역시 오랫동안 지속된 내전때문에 전쟁에 길들여진 전쟁 피해자였다. 반스가 끌고가는 방향과는 반대방향으로, 잘려나갔는지 깨져 나갔는지 모를 머리가 있었던 부분에서는 붉은색 실선이 길게 그어져 나가고 있었다. 리자드맨 청년은 아직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표정으로 반스와 머리없는 시체가 남긴 붉은 실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
WPO의 T-664J전차와 루세니아군의 T-664A2 전차가 합동으로 구축한 지휘본부도 나름대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악 WPO 정찰위성에서 촬영한 사진 몇장과 함께 담당 장교의 음성 메세지가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루크와 켈리는 얼굴을 굳히며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현재는 마을로부터 1Km 정도 떨어진곳에 자리잡은 루세니아군 T-664A2 전차도 마찬가지였다.
-자네의 말을 듣고 급히 켈베로스 정찰위성으로 그 근방지역을 스캔해 봤네. 뭐.. 정글 주민들의 항의가 좀 있겠지만 그들의 사생활 침해로 그들의 목숨을 구할수 있다면 충분히 욕들어먹을 가치는 있을거라고 생각되네. 자, 그러면 첫번째 사진을 주목하게.
이전에 루크와 통신을 한적이 있던 그 장교의 목소리였다. 루크는 모니터에 사진 한장이 떠오르자 시선을 집중해 사진을 살펴보았다. 장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퍼졌다.
-이게 놈들의 본거지의 전경이야. 아마도 올해 구축된것같더군. 작년 정기 스캔때에는 없던 시설이거든. 위치는... 자네들이 위치한 루이센트로부터 동북쪽으로 약 121Km정도 떨어져있네. 그러면 이제는 상세 사진들이네. 주목해 주게.
다음 사진이 떠올랐다. 수십대의 전차와 십여대의 자주포 그리고 어림잡아도 약 30여채의 숙소가 선명하게 보였다. 루크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건 놈들의 전차부대를 스캔한 사진이네. 규모는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야. 물론, 몇시간전의 전투로 그들의 전투력을 알아낸 이상, 현재 파견된 루세니아군의 증원군이라면 적 섬멸은 물론이고 적의 괴멸까지 충분히 가능하네. 자 그러면 다음사진으로 넘어가지....
.
.
.
약 10여분 분량의 자료를 열람한 뒤, 두 전차 내부에서는 양쪽의 장교들이 화상회의를 가졌다. 먼저 루세니아군의 통합 지휘관인 룩슨 상사가 말했다.
"이제 놈들의 본거지를 알아 냈으니 당장 가서 박살 내버리는게 어떻습니까?"
켈리가 고개를 저으며 반론을 냈다.
"안됩니다. 현재 장병들은 마을 임시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을 더 피곤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출전은 내일이나 모레쯤으로 잡는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의 말을 듣고 룩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켈리의 말이 끝나자, 룩슨의 옆에 서있던 중사계급의 여성 장교가 말했다.
"전차부대 지휘관 린 알렉세이 중사입니다. 이번 작전은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입니까?"
루크가 그녀의 말을 받았다.
"아마도... 정면에서 전차부대가 적의 시선을 끌면서 적의 '두부'전차(이들은 미군과 한국군 혼성부대의 전차를 '두부'전차라고 부르고 있었다.)들을 박살내는 동안 후방에서 메크와 쿠거부대의 합동공격을 펼쳐야겠죠."
그의 말을 끝으로, 모두 고개만 끄덕였을뿐 더 이상의 반론이나 제안은 나오지 않았다. 딱히 작전을 세울필요도 없었다. 그저 압도적인 화력으로 밀어붙이면 그만인 것이었다. 형식적인 회의가 끝나자 화상통신기를 끈 루크와 켈리는 전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군데군데 불타는 건물과 아직 치워지지 않은 시신들을 보곤 얼굴을 찌푸리며 케이렌의 집으로 향했다. 차후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것이었다. 케이렌의 집 쪽으로 향하면서 루크가 켈리에게 넌지시 말했다.
"그런데 켈리, 넌 그자들의 정체가 뭐라고 생각하니?"
켈리는 루크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며 퉁명스럽게 내뱉았다.
"뭐긴. 재수없는 살인자 자식들이지."
직설적이고 거친 그의 대답에, 루크는 실소를 터뜨렸다.
"후후.. 그래. 네 말이 맞아."
*
-어디 생존자는 없을까..?
-글쎄... 다 죽여버리지 않았나..?
-그런가...? 조금 아쉬운데. 한놈쯤 잡아서 족쳤으면 좋겠어.
"흐읍!!"
어디선가, 누군가가 알아듣지 못할 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에 윌슨 카펜더 상병이 비명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그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불타는 장갑차와 시커먼 재가 되어버린 목조건물, 그리고 사방에 널브러진 전우들의 시체. 그는 그제서야 의식을 잃기전 기억을 되새길수 있었다.
.
.
.
마을은 이미 텅 비어있었다. 완전히 비어버린 마을을 보며 멍청한 표정을 짓고있던 미군들은 곧 마을을 완전히 불태워 버리라는 명령을 받고 사방으로 흩어져 마을에 불을 지르려 했다. 그러나 그들이 5채 정도의 가옥에 불을 질렀을 때였다. 3층 건물과 맞먹는 높이에 30미터는 족히 되어보이는 길이의 어마어마한 덩치를 지닌 황당무계한 전차 한대와 쌍검을 든 여자 하나. 그리고 장창을 든 도마뱀 인간이 마을 중앙에 자라를 잡고 있었다.
생각하지도 못한 적 출현에 멍한 표정을 짓는 미군들을 향해 거대한 전차가 포탑을 돌리며 거대한 덩치에 걸맞는 무시무시한 구경의 주포를 들이댔고 곧 말로써는 형용이 불가능할만큼의 거대한 폭음소라와 함께 멍청하게 모여있던 브래들리 장갑차 두대를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다. 그제서야 상황을 제대로 인지한 미군들이 아우성을 치면서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으나 그들을 막아선것은 쌍검을 든 여자와 도마뱀 인간이었다. 미군들은 미친듯이 그들에게 사격을 퍼 부었으나 그들은 귀신같은 몸놀림으로 죄다 피해버리고는 일방적으로 미군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무기는 심지어 장갑차의 장갑판마저 찢었고 장갑차 승무원의 목숨을 빼앗았다. 미군들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고 사방으로 도망다니기만 했다. 그 과정에서 윌슨은 혼자 떨어져 도망치다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었다.
.
.
.
짧은 회상이 끝나자, 윌슨은 재빨리 일어섰다 다행히도 그의 소총과 탄창은 별 문제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무기를 들며 중얼거렸다.
"젠장.. 빨리 도망쳐야겠군. 잡히면 살아남을수가... 허억?"
막 도망치려던 윌슨은 전방에 누군가가 나타나자 기겁을 하고 소총을 겨누었다. 그러나 소총을 겨누기 무섭게 그는 다시한번 뒤통수에 강한 충격을 느끼며 다시 기절해 버렸다.
"이거... 한놈이 살아남았었네?"
루크가 뒤통수를 쳐 기절시킨 병사의 얼굴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적의 앞에 나타나 시선을 끌었던 켈리가 루크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젠장.. 그렇다고 날 미끼로 쓰다니.. 너란녀석은..쳇!"
루크가 어깨를 으쓱 하며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뭐, 어때. 이로서 심문할 포로는 한녀석 잡았잖아?"
그들은 기절한 윌슨의 팔다리를 붙잡고는 원래 향하고 있던 케이렌의 집으로 발검을을 다시 옮겼다.
============================================================================================
자.. 드디어 '콜럼버스 캠프의 최후' 챕터가 시작되려 하는군요.
원래 진행내용이 이렇습니다. 미군이 너무 빨리 밀리는것이 제 설정의 미숙이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닷 ~(-_-)~
캠프 콜럼버스 내부에 자리한 특수작업실은 현재 폭약 전문가인 미 해병대 장교 두명이 달라붙어서 M1A2 전차 한대가 가지고온(사실상은 전차에 박혀있던것을 뺀 것일 뿐이지만)정체불명의 포탄을 해체하고 있었다.
"콜. 조심해야 돼. 무슨 폭약장치가 되어있는줄도 모르잖아."
"걱정마 지미. 이건 그냥 포탄일 뿐이야. 시한폭탄처럼 부비트랩같은건 전혀 없다구... 자아, 이제 다 됐다. 열어보자구."
그들은 천천히 포탄의 외부를 들어냈다. 뜻밖에도 안에는 알수없는 전자장치 하나와 폭약통으로 보이는 큼직한 붉은색 플라스틱통, 그리고 폭약통과는 반대방향으로 전자장치와 연결된 알수없는 재질의 금속탄두로 이루어진, 의외로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콜은 포탄의 가운데 위치한 전자장치를 살짝 살펴보더니 말했다.
"이거.. 구조로 봐서는 분명 압전장치야.... 그런데.... 정말 정교하군.. 자 그러면 먼저 압전장치를 해체 해 볼까..?"
그는 니퍼를 들고는 폭약통과 압전장치 사이의 전선 두가닥을 조심스럽게 잘라냈다. 지미는 그런 콜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말없이 다가가 붉은색 폭약통을 양 팔로 안듯이 들어올렸다. 20Kg은 족히 될것같은 폭약통의 무게에 지미는 얼굴을 찌푸리며 폭약통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한숨을 푸욱 내 쉬고는 폭약통을 주시하더니 손에 들고있던 칼로 폭약통 일부를 오려내었다. 플라스틱같이 보이는 붉은색 폭약통은 쉽게 오려졌고 오려진 구멍으로부터 황적색의 가루가 새어나오자 그는 그 가루를 샬레에 충분한 양을 담고는 그 구멍을 테이프로 막았다. 그와 동시에 콜이 압전장치를 완전히 들어내었다.
이제는 재질을 알수없는 포탄의 껍데기와 탄두만 남은 포탄을 뒤로한채, 그들은 특수작업실을 빠져나왔고, 그들의 뒤를 병사 한명이 붉은색 폭약통을 들고 따라갔다. 그들이 나간 직후, 감식반이 와서 포탄의 남은 껍질과 탄두를 챙겨 그곳을 빠져나갔다.
<게일리오니아력 4369년 8월 12일 프라이언트 정글: 루이센트 마을 14:18>
루이센트 마을은 미군의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마을 내 가옥의 4분의 1이 손실되었다. 한가지 웃긴 사실은 적의 장갑차가 파괴한 가옥의 갯수보다 마을을 공격하는 장갑차들을 노리고 발포한 루크와 켈리의 T-664J전차가 장갑차와 함께 박살내 버린 가옥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한 여기저기에 군복을 입은 사람의 시체와 불타는 장갑차가 널브러져 있어 을씨녀운 분위기까지 풍겼다. 아니, 풍길뻔 했다. 마을 주민들이 몰살당했다면 말이다. 마을 골목길에 머리없는 시체의 다리를 잡아 질질 끌고 마을의 화장터로 가면서, 반스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것을 참을수 없었다. 그와는 멀리 떨어지지 않은곳에서는 반스들의 전차와 전차 승무원들 몇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역시 시체를 치우고 있었다.
"젠장.. 왜 우리가 시체 처리까지 해야 되는거야? 누가 전쟁터 아니랄까봐! 좀 쉬고싶었는데!"
"군인여러분들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그리고 저희들도 마냥 놀고있지는 않답니.. 흡!!"
불평하던 그의 목소리를 들었던지, 맏은편 골목길에서 일하던 리자드맨 청년 하나가 대꾸했다. 그는 마을을 침략했던 자들의 무기로 보이는 소총과 기타 잡다한 무기들을 챙기고 있었는데 반스가 머리없는 시체를 아무렇지도 않게 끌고가는 모습을 보자 사색이 되었다. 완전히 퍼렇게 질린 그의 얼굴과 양쪽 어깨에 무겁게 주렁주렁 매달린 소총을 본 반스는 언제 화를 냈냐는듯 씩 웃으며 답했다.
"후후.. 그럼 수고들 하세요.!"
그 리자드맨 청년과 헤어지면서, 반스는 문득 머리없는 사람의 시체를 아무렇지도 않게 끌고가는 자신이 괴물같다는 생각을 하며 몸서리쳤다. 그 역시 오랫동안 지속된 내전때문에 전쟁에 길들여진 전쟁 피해자였다. 반스가 끌고가는 방향과는 반대방향으로, 잘려나갔는지 깨져 나갔는지 모를 머리가 있었던 부분에서는 붉은색 실선이 길게 그어져 나가고 있었다. 리자드맨 청년은 아직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표정으로 반스와 머리없는 시체가 남긴 붉은 실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
WPO의 T-664J전차와 루세니아군의 T-664A2 전차가 합동으로 구축한 지휘본부도 나름대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악 WPO 정찰위성에서 촬영한 사진 몇장과 함께 담당 장교의 음성 메세지가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루크와 켈리는 얼굴을 굳히며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현재는 마을로부터 1Km 정도 떨어진곳에 자리잡은 루세니아군 T-664A2 전차도 마찬가지였다.
-자네의 말을 듣고 급히 켈베로스 정찰위성으로 그 근방지역을 스캔해 봤네. 뭐.. 정글 주민들의 항의가 좀 있겠지만 그들의 사생활 침해로 그들의 목숨을 구할수 있다면 충분히 욕들어먹을 가치는 있을거라고 생각되네. 자, 그러면 첫번째 사진을 주목하게.
이전에 루크와 통신을 한적이 있던 그 장교의 목소리였다. 루크는 모니터에 사진 한장이 떠오르자 시선을 집중해 사진을 살펴보았다. 장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퍼졌다.
-이게 놈들의 본거지의 전경이야. 아마도 올해 구축된것같더군. 작년 정기 스캔때에는 없던 시설이거든. 위치는... 자네들이 위치한 루이센트로부터 동북쪽으로 약 121Km정도 떨어져있네. 그러면 이제는 상세 사진들이네. 주목해 주게.
다음 사진이 떠올랐다. 수십대의 전차와 십여대의 자주포 그리고 어림잡아도 약 30여채의 숙소가 선명하게 보였다. 루크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건 놈들의 전차부대를 스캔한 사진이네. 규모는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야. 물론, 몇시간전의 전투로 그들의 전투력을 알아낸 이상, 현재 파견된 루세니아군의 증원군이라면 적 섬멸은 물론이고 적의 괴멸까지 충분히 가능하네. 자 그러면 다음사진으로 넘어가지....
.
.
.
약 10여분 분량의 자료를 열람한 뒤, 두 전차 내부에서는 양쪽의 장교들이 화상회의를 가졌다. 먼저 루세니아군의 통합 지휘관인 룩슨 상사가 말했다.
"이제 놈들의 본거지를 알아 냈으니 당장 가서 박살 내버리는게 어떻습니까?"
켈리가 고개를 저으며 반론을 냈다.
"안됩니다. 현재 장병들은 마을 임시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을 더 피곤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출전은 내일이나 모레쯤으로 잡는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의 말을 듣고 룩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켈리의 말이 끝나자, 룩슨의 옆에 서있던 중사계급의 여성 장교가 말했다.
"전차부대 지휘관 린 알렉세이 중사입니다. 이번 작전은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입니까?"
루크가 그녀의 말을 받았다.
"아마도... 정면에서 전차부대가 적의 시선을 끌면서 적의 '두부'전차(이들은 미군과 한국군 혼성부대의 전차를 '두부'전차라고 부르고 있었다.)들을 박살내는 동안 후방에서 메크와 쿠거부대의 합동공격을 펼쳐야겠죠."
그의 말을 끝으로, 모두 고개만 끄덕였을뿐 더 이상의 반론이나 제안은 나오지 않았다. 딱히 작전을 세울필요도 없었다. 그저 압도적인 화력으로 밀어붙이면 그만인 것이었다. 형식적인 회의가 끝나자 화상통신기를 끈 루크와 켈리는 전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군데군데 불타는 건물과 아직 치워지지 않은 시신들을 보곤 얼굴을 찌푸리며 케이렌의 집으로 향했다. 차후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것이었다. 케이렌의 집 쪽으로 향하면서 루크가 켈리에게 넌지시 말했다.
"그런데 켈리, 넌 그자들의 정체가 뭐라고 생각하니?"
켈리는 루크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며 퉁명스럽게 내뱉았다.
"뭐긴. 재수없는 살인자 자식들이지."
직설적이고 거친 그의 대답에, 루크는 실소를 터뜨렸다.
"후후.. 그래. 네 말이 맞아."
*
-어디 생존자는 없을까..?
-글쎄... 다 죽여버리지 않았나..?
-그런가...? 조금 아쉬운데. 한놈쯤 잡아서 족쳤으면 좋겠어.
"흐읍!!"
어디선가, 누군가가 알아듣지 못할 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에 윌슨 카펜더 상병이 비명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그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불타는 장갑차와 시커먼 재가 되어버린 목조건물, 그리고 사방에 널브러진 전우들의 시체. 그는 그제서야 의식을 잃기전 기억을 되새길수 있었다.
.
.
.
마을은 이미 텅 비어있었다. 완전히 비어버린 마을을 보며 멍청한 표정을 짓고있던 미군들은 곧 마을을 완전히 불태워 버리라는 명령을 받고 사방으로 흩어져 마을에 불을 지르려 했다. 그러나 그들이 5채 정도의 가옥에 불을 질렀을 때였다. 3층 건물과 맞먹는 높이에 30미터는 족히 되어보이는 길이의 어마어마한 덩치를 지닌 황당무계한 전차 한대와 쌍검을 든 여자 하나. 그리고 장창을 든 도마뱀 인간이 마을 중앙에 자라를 잡고 있었다.
생각하지도 못한 적 출현에 멍한 표정을 짓는 미군들을 향해 거대한 전차가 포탑을 돌리며 거대한 덩치에 걸맞는 무시무시한 구경의 주포를 들이댔고 곧 말로써는 형용이 불가능할만큼의 거대한 폭음소라와 함께 멍청하게 모여있던 브래들리 장갑차 두대를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다. 그제서야 상황을 제대로 인지한 미군들이 아우성을 치면서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으나 그들을 막아선것은 쌍검을 든 여자와 도마뱀 인간이었다. 미군들은 미친듯이 그들에게 사격을 퍼 부었으나 그들은 귀신같은 몸놀림으로 죄다 피해버리고는 일방적으로 미군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무기는 심지어 장갑차의 장갑판마저 찢었고 장갑차 승무원의 목숨을 빼앗았다. 미군들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고 사방으로 도망다니기만 했다. 그 과정에서 윌슨은 혼자 떨어져 도망치다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었다.
.
.
.
짧은 회상이 끝나자, 윌슨은 재빨리 일어섰다 다행히도 그의 소총과 탄창은 별 문제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무기를 들며 중얼거렸다.
"젠장.. 빨리 도망쳐야겠군. 잡히면 살아남을수가... 허억?"
막 도망치려던 윌슨은 전방에 누군가가 나타나자 기겁을 하고 소총을 겨누었다. 그러나 소총을 겨누기 무섭게 그는 다시한번 뒤통수에 강한 충격을 느끼며 다시 기절해 버렸다.
"이거... 한놈이 살아남았었네?"
루크가 뒤통수를 쳐 기절시킨 병사의 얼굴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적의 앞에 나타나 시선을 끌었던 켈리가 루크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젠장.. 그렇다고 날 미끼로 쓰다니.. 너란녀석은..쳇!"
루크가 어깨를 으쓱 하며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뭐, 어때. 이로서 심문할 포로는 한녀석 잡았잖아?"
그들은 기절한 윌슨의 팔다리를 붙잡고는 원래 향하고 있던 케이렌의 집으로 발검을을 다시 옮겼다.
============================================================================================
자.. 드디어 '콜럼버스 캠프의 최후' 챕터가 시작되려 하는군요.
원래 진행내용이 이렇습니다. 미군이 너무 빨리 밀리는것이 제 설정의 미숙이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닷 ~(-_-)~
게이츠 Ver. 2.0 작업중....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