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10년 8월 18일 캠프 콜럼버스 이계 표준시 13:43>

"늦는군.."

이광인 대위가 초조한 표정으로 손목시계와 캠프 입구를 번갈아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행동을 하는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의 모든 미군과 한국군들은 캠프입구를 주시하고 있었다. 3시간 전, 최초로 보고된 교전통신에 이어 단 20여분만에 참패소식까지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전투에는 참가하지 않았던 한국군 해병대원들 역시 마찬가지로 캠프 입구를 주시하고 있었다.

"최 병장님.... 이제 우리 어쩝니까?"

분대의 막내, 이동천이 겁에질린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최학규는 그런 이동천을 바라보며 인상을 구기더니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어쩌긴... 아마 혼쭐이난 양키놈들 이번에는 공중폭격을 신나게 해 대겠지. 토마호크고 폭탄이고 전부 때려부을거야. 우리는 별탈 없을거야. 그러니 제발 쫄지좀 마."

최학규가 이동천의 뒤통수를 툭툭 두들기면서 그렇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김용현 상병은 피식 웃으며 다시 시선을 캠프 입구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잠시후, 미군들이 무어라 영어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부대가 돌아온다는 소리였다. 먼저 붉은색 십자마크가 선명한 10여대의 미군 험비들이 미친듯이 달려오고 있었고 그들을 위해, 군인들은 캠프 입구에서 몸을 피했다. 험비들이 재빨리 캠프 내부에 도착해 부상자들을 후송할 무렵, 곧  초라한 규모의 기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초라한 모습을 본  유홍만 일병이 소리쳤다.

"맙소사..!!!! 저...저게 뭐야!!"

처음에 40대나 되었던 전차는 고작 14대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게다가 선두에 서서 달려오는 K2 전차의 상부에는 안테나 하나만 달랑 달려있을뿐, 아무것도 없었다. 포탑 상부구조물이 다 날아가버린 K2전차 바로 뒤에서 따라오는 미군 M1A2 전차는 더 가관이었다. 전차의 전면장갑에 포탄으로 보이는 무엇인가가 깊게 박혀있었다. 계속해서 털털거리는 소리를 내던 그 전차는 결국 70톤 가까이 되는 그 거대한 몸을 길가로 바짝 붙여선 채로 멈추어버렸다. 미군 넷이 전차밖으로 기어나와 전차에 발길질을 해댔다. 그 전차 옆을 스치듯이 움직이며 캠프로 귀환하는-군데군데 부서진 자국이 남은- 미군 전차 3대가 선두에 선 K2의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전차 14대가 캠프 정문으로 들어서자, 이번에는 후미에서 장갑차들이 접근하기 시작했다. 선두에 선 장갑차 12대는 멀쩡한 모습이었지만 후미에서 따라오는 6대의 장갑차는 엉망진창이었다. 포탑이 없는것도 있거니와 측면장갑이 흉하게 찢어져 장갑차 내부가 다 보이는것도 있었다. 이미 대충은 감을 잡았었지만 생각보다 더 엉망으로 당한 모습에 놀란듯, 이광인 대위는 입을 쩍 벌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기만 했디.

*

-아아... 돌아왔습니다.... 돌아왔다구요 소대장님!!

안도감 섞인 운전병 마동석의 목소리가 백두산 1호 전차 내부통신기로 울려퍼졌다. 포수 한상수의 한숨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 최일용 역시 전차가 캠프에 무사히 도착해 정지하자 비로소 마음을 놓을수 있었다. 그는 힘없이 전차에서 빠져 나왔다. 곧, 마동석과 한상수도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왔다. 작전에 참가하지 않았던 미군과 한국군들이 무사히 귀환한 자신들에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부상자들의 응급처치와 치료때문에 시끌벅적했다.

불쾌감과 안도감이 반씩 섞인 표정을 하고 전차에서 내려오던 최일용의 앞에, 대위게급장을 단 한국군 장교 하나가 다가왔다. 캠프 콜럼버스 내부 모든 한국군의 부 책임자인(우습게도 한국군의 책임자는 미군 장교였다.) 이광인 대위였다. 최일용이 지친 표정으로 말없이 경례를 붙였다. 이광인은 말없이 그의 경례를 받으며 7대가 되어버린 국군 K2 전차들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그에게 물었다.

"한대는... 어떻게 되었나."

최일용은 그의 질문을 가볍게 받았다.

"앞뒤로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렸습니다. 엔진까지 나가는 바람에 귀환할수 없었습니다. 아, 전차 승무원들은 모두 무사하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불발탄에 맞은것 같더군요."

이광인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불발탄..? 불발탄이라니?"

최일용이 말을 이었다.

"분명 적 포탄은 백두산 3호의 전면장갑을 가볍게 뚫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내부에서 탄심이 연소된다거나 폭발하지 않고 그대로 후방장갑을 뚫고 밖으로 나가 버렸습니다. 결국엔 전차가 못쓰게 되었지만 승무원들은 가벼운 상처만을 입고 무사히 살아 남았습니다. 저길 보시죠. 저 미군전차도 포탄이 깊게 박혔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하게 움직였었죠. 지금은 주저앉아 버렸지만 말이죠."

이광인은 최일용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길 한쪽에 처박힌채 정지한 미군 M1A2전차의 전면장갑에는 분명히 깊이 틀어박힌 포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차 승무원들은 멀쩡하 살아남아 전차에 발길질을 해대고 있었다. 곧 구난전차가 달려와서 땅바닥에 퍼질러진 전차를 견인해 가고 있었지만.

그 장면을 보며 괴상하다는 생각을하던 이광인을 미군 하사관 하나가 불렀고 그는 황당한 감정을 지우지 못한 표정으로 지휘본부로 걸어 들어갔다. 지휘본부로 들어가는 이광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최일용에게 병장계급을 단 한국군 해병대원 하나가 조심스레 다가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 중사님?"

최일용이 그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왜 그러나 최학규 병장.. 어? 나랑 성이 같네? 너 어디 최씨냐?"

최학규가 쭈뼛거리며 대답했다.

"경주 최씨입니다만..?"

자신과는 다른 본적을 대자 최일용이 혀를차며 말했다.

"에이... 난 전추 최씬데... 쯧... 하여간, 왜그러지?"

최학규가 잠시 망설이다가 품속에서 작은 디지털 카메라 한개를 꺼내들고는 최일용에게 내 밀었다. 제법 높은곳에서 떨어뜨렸던지, 외부 케이스가 약간 깨져있었지만 카메라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보였다. 최일용이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그것을 다시 최학규에게 돌려주며 물었다.

"이건 왜?"

최학규는 말없이 디지털 카메라를 다시 받아들고선 잠시 무엇인가를 조작하더니 다시 최일용에게 내 밀었다. 최일용은 그제서야 디지털 카메라로 재생되는 동영상 화면을 지켜볼수 있었다. 아주 낮익은 장면이었다.

"어...어라...? 이건.... 조금전에 우리 전투 기록같은데? 자네 이거 어디서 났나? 해병대는 이번 작전에 참여하지 않은걸로 알고있는데?"

최학규가 말했다.

"그게... 이번 전투때 전차가 피격된 백두산 3호에서 찍었습니다. 병실로 옮겨지기 전에 전차병 하나가 저에게 이것을 넘겨주며 최 중사님께 가보라고 했거든요."

그는 디지털 카메라를 받아들고선 화면을 주시했다. 처음으로 미군 전차 한대가 파괴당하고 잠시후 충격음과 철판 찢어지는 소리가 동시에 나면서 화면히 심하게 흔들렸고 카메라가 땅으로 떨어졌는지 화면이 빙빙 돌다가 퍽 소리와 함께 화면이 한쪽으로 고정되었다.

카메라의 렌즈가 향한 방향은 묘하게도 적 전차와 혼정부대 전차의 전면전이 시작된 지역이었다. 최일용은 화면을 주시하며 전투 장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몇분이 안되어 무시무시한 기세로 공격하는 적 전차의 기세에 혼성부대 전차가 후퇴한직후, 카메라는 한참을 공터만을 비추었다.잠시 후, 카메라가 들어올려지는지 화면이 위쪽으로 올라갔고 카메라가 꺼졌다. 기록은 여기서 끝이었다. 최일용은 그 카메라를 잠시동안 바라보다가 그것을 들고온 최학규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고맙군, 난 이것을 이 대위님께 드리고 올테니 자네들도 이제 내무반에 들어가 쉬도록 해."

최학규가 구령과 함께 경례를 했고 최일용 역시 경례를 받고는 지휘본부쪽으로 달려갔다. 지휘본부 입구를 지키던 미군 둘이 막아섰지만 그가 무어라고 말하자 황급히 문을 막아섰던 총을 치우고는 그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런 최일용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최학규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욕설을 내뱉았다.

"썅... 뭐가 판타지 세계야 판타지가...? SF로구만.. 씁... 하여간 양놈들 전부 회를 떠버려야해. 사기를 쳐도 정도가 있지.... 아아... 망했다..어무이... 아들놈 죽게 생겼수.."

그는 그 말만을 남기곤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자신들의 내무반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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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Ver. 2.0 작업중....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