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에나는 집 창문을 통해 루세니아 육군 소속 전차부대가 수송 컨테이너를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그 광경을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케이렌에게 물었다.

"하아...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주력전차구나.. 루크네(감마니아 8 T-664J를 마을사람들은 이렇게 불렀다.)는 많이 봤지만... 저 전차 기종이 뭐였지 케이렌..?"

케이렌은 열대의 루세니아군 전차가 2열로 정렬하는 모습을 바라보다 몸을 홱 돌려 주방쪽으로 가며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T-444A1이었던가... 모양이 약간 틀리긴 해도 아마 맞을거야."


"정확하게 T-444A3랍니다. 동쪽대륙의 기술체계와 무기의 교체 기간은 매우 짧죠."

갑작스럽게 입구쪽에서 낮익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주방쪽으로 가던 루에나와 케이렌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들은 곧 흰색 로브를 입은 흑발의 여성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칼과 눈에 확 띄는 미모를 가진. 케이렌이 반색하며 그녀를 반겼다.

"와앗..? 이게 누구야!! 이거 정말 오래간만인데?"

루에나 역시 미소를 띄며 그녀의 양 손을 붙잡으며 환영했다.

"정말 오래간만이구나. 에리엘."

루세니아에선 '백색의 천사'혹은 '백색의 악마'로 불리던, 그 여성의 이름이었다. 셋은 한동안 서로를 보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밖은 천천히 어둠이 내려오고 있었다.

*

<서기 2010년 8월 16일 캠프[콜럼버스] 이계 표준시 22:20>

"초이. 핰. 큐 지금 그 말응 나포고 믿으라는 컵니카?"

최학규의 분대가 차량을 불렀을때, 미군은 중무장한 브래들리 장갑차 두대를 보냈다. 최학규는 죽고싶어 환장했냐고 붕붕 뛰었지만 한국어를 알아들을리 없는 미군들은 그들을 억지로 끌고가다시피 하며 캠프로 귀환했다. 다행히도 적 프레데터의 기습은 없었지만 캠프에 도착하자 마자 최학규는 미 군 수뇌부로부터 호출을 받았고, 현재 한국군 부대의 총 명령권자는 스콧이라는 미군 장교였기때문에, 그는 어쩔수 없이 캠프 본부 지하에 설치된 취조실에서 파김치가 되 가면서 아직까지 취조를 당하고 있었다. 그는 어색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통역장교를 바라보며 속으로 욕을 한바탕 해 주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생각일뿐. 그는 천천히 입을열었다.

"그러니까, 처음 취조받을때도 말했고 아까도 말했고 지금도 말하지만 우리가 그놈들한테 공격당하는 이유는 우리가 무장을 했기 때문이라구요. 왜 사람을 안믿습니까?"

그랬다. 그는 솔직하게 모든것을 털어놓았지만 그들은 절대로 최학규의 말을 믿지않고 헛소리로 치부해 버렸다. 더러는 한국군이 이번 작전 내용에 불만을 품고 미군들을 몰살시킨뒤 소총을 모으고 수류탄을 그곳에 한꺼번에 터뜨려 증거를 은폐하려 한다는 소리까지 하는 자도 있었다. 알아듣지 못할 영어로 준장 계급장을 단 장교에게 씨부렁대는(어디까지나 최학규의 입장에서)통역장교를 보며 최학규는 탁자 밑으로 내린 양 손의 중지를 치켜세우며 그들에게 내 밀었다. 그러나 그 손을 탁자 위로 꺼낼 용기는 없었던지라 그는 잠시후 도로 손가락을 말아넣고 주먹을 쥐었다.이윽고, 미군 준장에게서 무슨말을 들은 통역장교가 최학규에게 말했다. 무척이나 관대한듯이 보이는 표정을 본 최학규의 얼굴이 일그러진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일탄 내무판으로 톨아가세요. 내일 토 부르켔습니따."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최학규의 맞은편에 우르르 모여 앉아있던 고위급 장교들이 취조실을 빠져 나갔고 그들이 다 나가고 난 다음에 비로소 최학규는 지긋지긋한 취조실을 빠져나올수 있었다. 내무반으로 돌아가는 그의 입에서는 차마 담지못할 상소리들이 계속해서 흘러 나왔다. 욕을 내뱉는 그의 앞으로 그들의 숙소인 12호 내무반이 드러났다.

*

"개같은 양키놈들!!!"

문을 발로 걷어차며, 최학규가 내무반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어째 내무반 분위기가 썰렁했다.분대원 모두가 멍한표정을 지으며 최학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분대원들 사이에는 이광인 대위도 끼어있었다. 경악하는 최학규를 향해, 이광인이 오른손을 들어 이리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최학규가 잽싸게 이광인의 앞으로 달려나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이광인이 피식 웃으며 최학규의 머리를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됐다 임마. 나라도 그랬을 거니. 고생 많았어."
  
쭈뼛쭈볏 일어나는 최학규를 보며, 이광인이 얼굴에 미소를 지우며 그에게 물었다.

"이미 분대원들에게 들었다. 놈들하고 정면으로 마주쳤다며? 그리고 이거..."

이광인이 품속에서 기계뭉치를하나 꺼냈다. 분대원들이 몰래 빼돌린, 프레데터의 오른손 이었다. 그는 손에 들린 기계뭉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무반 내의 모든 분대원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잠시 살펴봤는데.. 대단한 기술이더군. 우리가 쓰는 전자부품들보다는 일곱배정도는 더 정밀하게 만들어졌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와는 회로체계라든지 부품 모양이 거의 비슷해 정말 재미있게 돌아가군. 중세의 기술력을 가지는 판타지 세계라는데서 난데없이 최첨단 전자기술이 집약된 전투로봇이라니.. 후후.."

이광인은 웃으며 그 손을 다시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분대원들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손, 너희가 가졌다는 말도, 내가 가져갔다는 말도 하지마라. 양키들이 눈에 불을켜고 설칠테니. 니네들이 무기를 몽땅 버린탓에 늬들 무기는 내일 새로 지급해준다. 그리고, 모두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고, 고맙다. 최학규 병장. 자네덕에 애들이 살았어."

최학규는 거수경례를 붙이며 소리질렀다.

"아닙니다!! 마땅히 해야할일을 했을 뿐입니다!!"

"소리 지를필요 없다니깐."

이광인은 이말만을 남기고 머쓱한 표정을 짓는 최학규를 바라보지도 않고는 내무반을 나섰다. 이광인이 나가자, 이동천이 최학규에게 물었다.

"그런데 병장님.. 이 대위님은 저 손모가지를 가지고 뭘 하시려는 걸까요?"

최학규는 취조실에서의 피곤함도 잊었는지 담배를 하나 빼 물며 불을붙이며 말했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하시려는거지. 저 손이 양키놈들한테 들어가면 안돼. 이 세계가 가진 첨단 기술력은 우리가 가져가야해. 내가 저 손을 빼돌린것도 그런이유에서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분위기 잡는 최학규를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보던 박상종이 투덜댔다.

"병장님.. 똥폼 그만잡고 담배좀 끄시죠? 내무반 내에서는 금연입니다."

그러자 대뜸 최학규가 도끼눈을 뜨고 박상종을 바라보았다.

"이 짜식이!! 고참이 분위기 잡는데 뭐가 어쩌고 어째?"

그날 밤. 12호 내무반 내에서는 사람잡는 소리가 계속해서 났다고 한다. 순찰을 돌던 미군 초병은 그 소리에 놀라 한때 비상 경게령까지 내리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까지 벌였다고 한다.  그 와중에도 어두컴컴해진 캠프의 중앙에 위치한 시커먼 차원문에선 전차로 보이는 그림자가 차원문을 통해 하나씩 이쪽으로 건너오고 있었다. 2010년이 되어서야 마악 생산이 시작된 한국군 K-2 전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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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Ver. 2.0 작업중....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