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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1번전차 운전병 테?상병은 1시방향에서 갑작스레 날아오는 섬광만을 보았고 엄청난 충격에 계기반에 머리를 박고는 그대로 기절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무언가 찝지름하고 비릿한 액체가 입으로 들어오자 테리상병은 그걸을 뱉으며 깨어났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고 손을 대어보았더니 온통 피가 흐르고있었다. 테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전차 내부를 살펴보았다. 붉은색의 경고등때문에 전차 내부는 온통 붉게보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여기저기 널부러진 동료들이 눈에 들어 왔다. 테리는 제일먼저 중사계급을 달고있는 금발의 여성에게 다가가 그를 흔들어 깨웠다.

"린 중사님! 정신차리십쇼!"

"음.."

그녀가 눈을 뜸과 동시에 레이더패널에 고개를 처박고있던 흑인 병사하나가 찢어진 이마를 부여잡고 고개를 들었다. 그 역시 처참하게 부서진 계기반과 내부장치들을 보며 낮게 젠장 이라고 중얼거리곤 위쪽으로 향한 사다리를 타고 포탑쪽으로 올라갔다. 테리는 아직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중사를 계기반에 기대어 앉혀놓고 뒤쪽 미사일 발사통제실로 갔다.그곳에도 역시 두명의 병사가 널부러져있었고 테리가 그들을 흔들어 깨우자 그들 역시 전차 벽에 강하게 부딪힌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났다. 그들을 데리고 다시 조종실로 돌아온 테리는 바닥에 개틀링 사수 셋이 신음을 하며 누워있고 먼저 포탑위로 올라갔던 흑인 병사가 개틀링 사수 하나를 업고 내려오는것을 보고 그를 도와 병사를 바닥에 눕혔다. 테리는 흑인 병사에게 물었다.

"하워드, 다른 사람들은?"

하워드라고 불린 흑인병사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보시다시피 개틀링 사수들은 약간씩 다쳤어. 시드하사님이랑 다른 포수들은 전부 무사해, 아직 주포가 멀쩡하니까 싸우겠다고 하는군, 테리, 먼저 전차가 움직이는지 확인좀 해봐,난 지휘본부랑 통신을 해야겠어. 통신이 된다면."

테리상병은 다시금 운전석으로 다가가 전차의 조종간을 붙잡고 뒤로 당겼다. 피격되기 전의 기분좋은 모터음 대신 귀에 거슬리는 마찰음이 시끄럽게 일었지만 전차는 뒤로 움직였다. 그는 그대로 조종간을 붙잡고 뒤로 후퇴를 시작했다.

"전투지휘본부!! 전투지휘본부!! 여기는 FAT1호 통신상병 하워드 엑슨 상병이다!! 응답하라!!"

통신을 시도하는 하워드의 굵은 목소리가 요란한 소리를 내는 전차 내부를 울렸다. 보이지 않는 적에게 응사를 하는듯 포탑쪽에서 커다란 굉음소리가 울려퍼졌다.

*

T-444A2 13호 MBT 전차장 반스병장은 전차 내부에서 꺼내온 여섯개의 묵직한 캐터필러 패드를 번쩍 들어다 전차밖으로 던지며 이미 전차밖으로 나와있는 세명의 전차부대원에게 말했다.

"서두르자고!! 빨리 캐터필러 패드를 교체하고 여길 뜨자고 1번 FAT가 당한이상 놈들이 다시 몰려올거야!"

반스는 그렇게 내뱉고는 자신도 전차에서 뛰어내려 끊어진 캐터필러 패드 중 망가진 패드를 재빠른 손놀림으로 분해해 빼 내었다. 그러나 그들이 서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근처에 있던 다른 T-444A2 전차들이 천천히 뒤로 후퇴하고있었다. 아군이 뒤로 물러서자 반스와 전차병들은 더욱더 당황하며 더욱더 손놀림을 빨리했지만 캐터필러를 고정하는 너트중 하나가 심하게 찌그러진 패드에 끼어 옴싹 달싹 하지 못했다. 한참을 캐터필러와 씨름하는 사이 아군 전차들은 저만치 멀어져버렸고 적군 주력전차인 T-430전차의 엔진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간신히 패드를 분리해 내고 캐터필러를 재 조립했을때. 아군은 이미 1Km이상 뒤로 물러난 상태였고 그들의 사방은 적 전차로 포위되었다. 반스가 욕지거리를 뱉았다.

"씨펄, 엿됐다. 그냥 아군전차에 타고 토낄껄."

그러나 이제와서 후회해 봐야 부질없는것, 반스와 전차 운용병들은 황급히 전차에 올라탄뒤 전차의 시동을 걸고 급속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런 13호 전차를 놓지 않겠다는듯 적T-430전차의 120mm 고속활강포가 불을뿜었다. 엄청난 기세로 날아온 포탄은 13호 전차 오른쪽 지면을 강타하곤 폭발했다. 강한 진동에 13호 전차의 승조원 전체가 휘청댔다. 이미 아군전차는 4Km정도 뒤로 후퇴하고있었다. 13호 전차의 운전병인 톰 샌더슨이 무어라 욕설을 뱉았지만 전차의 엔진소리와 적 포탄의 폭발음에 묻혀버렸다. 그때, 차장용 관측창으로 밖을 내다보던 반스가 외쳤다.

"토미! 3시방향 500m지점에 아까 피격당한채 회피기동중인 아군 FAT1호가 있다!! 그쪽으로 가! 새드, 너는 빨리 저 전차 전차장이랑 통신 시도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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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664A2 FAT1호 전차는 아직 통신 시도중이었다.

"여기는 FAT1호전차!! 레이더 관제병 하워드 엑슨 상병이다!! 전투지휘본부 나와라!!"

수십번을 외쳤는데도 아무런 대답이 없자 하워드는 신경질적으로 계기반을 내리쳤다. 피격당시 부서져 튀어나간 여러가지 전자 부품들이 하워드의 주먹에 박혔지만 그는 그것도 몰랐다. 다시한번 필사적으로 외치려던 하워드에게 낮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건 그와 동시였다.

-저, MBT여단 제 13호 전차 포수 새드 일병입니다. FAT1호 들립니까?

근처에 아군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하워드는 헤드셋을 움켜잡으며 외쳤다.

"여기는 FAT1호전차 레이더 관제병 하워드 엑슨 상병이다! 무슨일인가 일병? 지원병력은?"

그러나 상대 전차로부터 들려오는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곤란한 말씀이지만 현재 저희 13호 전차와 FAT1호전차만이 적진에 남은 상태입니다. 아군 전차부대는 FAT1호가 피격당한 직후 적이 총공세를 펼치자 후퇴했습니다. 저희는 캐터필러가 빠져서 수리한다고 늦었습니다

답신을 들은 하워드는 절망적인표정을 지으며 헤드셋을 떨어트렸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헤드셋을 주워든 사람이있었으니, FAT 1호 전차의 전차장 린 알렉세이 중사였다. 그녀는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열었다.

"난 FAT 1호 전차 전차장 린 알렉세이 중사다. 귀 전차의 전차장과 통신을 원한다."

그러나 이번엔 다른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필승! 제가 13호 MBT 전차의 전차장 링 반스 병장입니다!

"현재 귀관은 전차와 내 전차가 적진에 포위된것으로 알고있다 맞는가?"

헤드셋 너머로 반스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퍼졌다.

-아직은 아닙니다! 현재 아군전차부대쪽으로 가는 위치는 뚫려있는 상태입니다 그쪽으로 정면 돌파를 감행하실겁니까?

"그렇다. 혹, 귀 전차에 레이더 링크 통제시스템이 건재하다면 우리 전차에게 레이더를 링크시켜주기 바란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빨리 우리 전차 근처에 와서 보호를 받고."

-알겠습니다!!

반스의 대답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을 잃고있던 레이더 모니터가 다시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제 기능을 다시 시작한 레이더에는 빠르게 접근하는 두개의 물체와 상대적으로 느리게 접근하는 수십여개의 물체가 잡혔다. 린 중사가 씨익 웃었다.

"우리 전차의 레이더가 고장난것을 용케 알고 공격기를 보냈군. 그러나 그것뿐이다. 대공미사일로 요격하도록!"

거대한 T-664A2가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왜소하게 보이는 T-444A2전차를 앞에 놓고 보호하는 가운데 T-664A2의 뒤 꽁무니에서 굉음과 함께 불꽃 두개가 솟아올라 허공으로 사라졌다. T-444A2의 레이더 자료를 링크받아 그것을 토대로 공중으로 솟아오른것은 '하늘의 작은 악마'라고 불리는 R-177 스나이퍼 대공미사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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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분량을 따라잡기위해서 하루 5연참을 기본으로 하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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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Ver. 2.0 작업중....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