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는 민준하고 오전 내내 뒹굴 거리다가 점심 때가 되어서야 하숙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재함은 양치질 한 이후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건 뭐 닌자야?

"닌자는 아니어도 대충 그런 비스무리한 거 맞을 걸? 맨날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바람처럼 나타나거든. 옛날에도 재함이 형은 좀 그런 기질이 있었어. 동생은 귀여워해줬지만.”

민준이 조이패드의 버튼들을 신나게 연타하며 말했다. 세나의 펭귄이 민준의 돼지가 걸어오는 머신건 펀치를 블로킹 한 뒤에 덮쳐서 그라운드 기술을 걸었다.

"동생? 동생이 있어?"

그러고 보니 재함의 가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아니, 그보다는 재함의 가족이라는 것 자체를 상상한적도 없다. 차라리 손오공처럼 바위에서 튀어나왔다고 하는 게 오히려 더 어울리겠다. 세나는 돼지에게 길로틴 촙으로 피니쉬를 먹인 뒤 민준에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요 몇 년간 가끔씩 재함이 형이 여자애를 데리고 올 때가 있더라고. 나보다 나이는 한 살쯤 많더라. 정말 귀엽고 재미있는 애였어. 그런데 재함이 형 말이 친동생은 아니라더라."

"흐음, 친동생이 아니라고? 일단 재미있으니까 최소한 너구리하고는 아무 상관 없나 보네."

세나는 게임의 2라운드가 시작하자마자 돼지에게 드롭킥을 날리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속마음은 재함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닌데도 세나는 입만 열면 재함이를 까고 있었다. 쑥스러운 것은 오히려 세나 쪽일지도 모른다.

"실재로 두 사람의 흐름의 냄새가 완전히 다르니까 친남매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어. 재함이 형이 정갈한 느낌이었다면 재함이 형 부록은 맡을 때 마다 신호등처럼 냄새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더라고. 그러고 보니까 요 몇 달 동안은 그 녀석을 본적이 없군. 재함이 형이 예전에 살던 곳도 특별지구라던데 그 녀석은 잘 있나 몰라."

세나는 조이스틱을 내려놓았다. 뭔가 의문이 떠오른다.

"재함이는 왜 이곳에서 지내는 거야? 어차피 특별지구에 살면 굳이 이런 시끄러운 동네 올 필요 없이 거기서 지내면 되는 거 아냐? 유사는 한 지역에 오래 살면 오래 살수록 그 지역의 '흐름'에 익숙해지는 거잖아."

민준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글쎄? 유사 속을 누가 알겠어? 정식 유사 자격증을 얻고 난 뒤로는 그냥 여기서 살겠다고 하더라고. 집세도 내고 우리 집 일도 도와주고 하니 우리 가족에게는 정말 고마운 손님이지만."

세나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정식 유사자격증? 그걸 얻은 놈이 왜 유술 학원을 다니는 건데?"

민준은 도리어 놀란 얼굴이다. 민준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한 뒤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재함 형이 학원에 다녔어? 뭐 하려고? 그 형 독특한 뭔가가 있어서 강의하기가 힘들 텐데. 수업은 잘 하고 있어? 그 사람 마주치기 싫어하는 인간이 왜 선생질이람."

"아니 그게 아니라, 너구리는 우리 학원 학생인 뎁쇼."

민준의 입이 쩍 벌어진다. 척 봐도 '이게 뭔 귀신이 엿 바꿔먹는 소리랍디까?"라는 표정이다.

"말도 안 돼!"

세나가 콧바람을 흥 불고 나서 다시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 인간 나하고 같은 반이야. 전공은 추적술이고. 그다지 잘 하지는 않던데?"

민준의 이마에 주름이 두 줄 그어졌다.

"재함이 형은 싸움질의 대가야, 추적은 전문이 아니라고. 왜 추적술을 배우고 있는 걸까? 뭘 잡으려고?"

"글쎄다. 아무튼 추적사들은 실습만 죽어라고 하니까 다른 유술에 비하면 빨리 배우는 편이지. 정말 잘 하는 사람이 되려면 그냥 노력만으로는 부족하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민준은 진지한 얼굴로 먼 곳을 처다 보고 있었다.



삼치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