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 솔롱고스는 여느 때와 달리 제다이 로브를 입고 있었다. 원래 제다이에 대한 심한 반감으로 제다이 로브를 입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알리사가 입어보라고 계속 권유 했기 때문에 그 권유에 굴복해 이 옷을 입게 되었다. 그 제다이 로브는 그녀의 악혼남이 코스튬 플레이를 위해 재단한 것이었다. 키가 약간 차이가 나는 것을 빼고는 체격이 아주 비슷했기 때문에 몸에 딱 맞았으며, 예상했던 것과 달리 거부감이 거의 없없다.

란은 우거진 숲을 보다가 콘솔 링을 주시했다. 곧, 다른 알리사와 홀로그램 통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란과 대학교 후배 사이였으며, 졸업하고 나서 아우터 림에 있는 빅트라에 있다고 했다.

  "제다이? 설마 시스?"
  "란 솔롱고스입니다. 알리사 디도양. 웨이트리스 옷인가요? 이렇게 입으니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습니다."

  란은 이렇게 말하며 홀로그램에 나타난 알리사를 눈여겨보았다. 그녀가 입고 있는 웨이트리스 옷은 단순하면서도 날씬한 몸매와 쾌활한 분위기를 돋보이게 했다. 앨더란 대학에서 제다이 로브와 같은 옷을 입으며 공부에 열중해온 모범생과 동일 인물이었는가를 의심할 정도였다.

  "피이. 선배가 이런 옷을 입으면 칭찬을 할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이 아름다워서입니다. 대학에서 보았던 모습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란은 후배가 하는 핀잔에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앨더란 대학에서 알리사 디도를 처음 보았을 때를 떠올렸다. 귀족 가문 출신인 그녀는 제다이에 대한 관심과 동경이 깊었다. 그래서 직접 재단한 제다이 로브를 입고 다녔으며, 특이하게 보는 동문의 시선과 언행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제다이의 숙적인 시스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지 않았다. 대학 도서관에 제다이와 시스에 대한 자료를 찾는 것이 그녀의 일과 중 하나였다. 어느 날, 대학 도서관의 도서 대출실에서 서재에 등을 기대며 책을 보는 그녀를 보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읽고 있는 책 제목이 이랬다.

  <카라얀 솔롱고스. 시스의 검은 늑대.>

  그 때, 자기도 모르게 늑대와 같은 웃음소리를 냈다. 이 소리를 들은 그녀는 자신을 어리둥절하게 보았다. 그녀를 보자 자신은 웃음을 멈췄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을 보다가 책을 몇 장 더 보고 나더니 말문을 열었다. 그녀가 한 말에 그런 웃음소리를 다시 낼 뻔했다.

  "눈이 잿빛이 아니고 진홍이라면 이 책에 나타난 그와 판박인데."

  이게 대학교에서 그녀와 같이 지내는 계기가 되었다. 웃음을 참으면서 자신은 '란 솔롱고스'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그녀는 혹시 당신이 이 책에 나타난 시스의 후손이라고 묻자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그 때, 자신을 살아있는 화석처럼 보는 시선을 잊을 수 없었다.


  “선배가 입고 있는 옷은 제다이 로브네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어울려요. 제다이 보다는 시스에 가깝지만요. 아. 그러고 보니 선배를 처음 만났을 읽고 있었던 그 책에 나온 선배의 조상이 떠오르네요. 어쩌면, 조상과 후손이 환생한 것처럼 똑같을 수가 있지요?”
  “글쎄요. 입고 싶어서 입은 옷이 아닙니다.”

  란은 그녀가 자신이 입고 있는 제다이 로브에 대한 감탄어린 평가에 한 귀로 흘리듯이 말했다. 그러자 홀로그램에 나타난 그녀의 얼굴에서 눈썹이 치켜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면 왜 제다이 로브를 입고 있는 것이에요? 아마 딴 여자가 입으라고 해서 있은 것이겠지요. 제다이를 증오하는 선배가 스스로 입을 리는 만무할 테니까, 어떤 사연이 있겠지만요.”

  란은 알리사가 감정이 격양될 거라는 것을 알았다. 홀로그램으로 나타나는 영상을 보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었다.

  “그 때, 제다이 로브를 입지 않은 것이지요? 선배의 졸업식 있기 전날, 제가 직접 재단했으니 한 번이라도 입어보기 바란다고 건네줬던 로브요. 그 때, 선배는 로브를 펼치지도 않은 채 저한테 건네주었죠. 저보다 이 옷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 거라면서. 그 말이 없었으면 당장이라도 찢었을 것이에요. 제가 얼마나 정성을 들여 만들었는지 선배는 모를 것이에요.”

  알리사는 이렇게 말하니 눈물을 흘렸다. 흐느끼지 않았지만, 그녀의 슬픔이 고스란히 보였다. 란은 아무런 말없이 그녀가 눈물을 흘리다가 손수건을 꺼내 닦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제가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제가 당신이 그런 정성을 쏟은 줄 모르고, 그 간절한 부탁을 거절한 게 미안합니다.”
  “선배가 말하는 어투를 계속 들으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나, 제다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녀는 어두운 대화 분위기를 밝게 하기 위해 자신의 말투를 꼬투리 잡았다. 란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방금 전까지 눈물 흘리며 말했던 것을 언제 했나 듯이 쾌활한 어조로 대화를 이었다.

  “미안해 할 것 없어요. 아참, 선배는 어디에 있지요? 아마 제 생각에는 카시크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 카시크에 있습니다.”

  란은 그녀가 찍은 문제가 정답이 된 것처럼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의 눈이 휘둥그래지더니 놀란 어조로 말했다.

  “어머. 선배가 그런 위험한 데에 있다니. 그 곳의 생태계가 아주 끔찍한데. 우키야 선배 집안과 친하니까 해칠 리가 없지만, 그들과 사이가 험악한 트렌도샨 때문에 가장 위험하다고요. 트렌도샨이 선배에게 현상금을 건 것을 알고 얼마나 경악한 줄 아세요?”
  “그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아버지를 비롯해 솔롱고스가는 우키에게 갚을 수 없는 빚을 졌고, 저는 그 빚을 상속 받았으니까요. 또한, 트렌도샨에 대한 악연도 이어 받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란은 눈을 감았다. 아버지인 얀 솔롱고스는 우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고, 제다이와 알카나이드에게 몰락한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얀은 우키에게 위험에 처할 때 반드시 돕겠다고 맹세했다. 그 맹세를 지키기 위해 우키를 침략하는 트렌도샨과 끊임없이 싸웠으며 알카나이드를 파멸시킬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그리고 맹세를 지키기 위한 싸움 중 마지막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그 치명상을 입고 난 뒤의 후유증이 앨더란에 도착하자마자 알카나이드 암살자에게 죽은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선배가 눈을 감으니 누구와 비슷하더라. 표도기. 앗. 그래요. 표도기와 비슷해요. 요새 빅트라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제다이에요.”

  란은 그녀가 한 말에 눈을 떴다. 표도기. 그는 알카나이드인 제다이인 조디악의 파다완이었다. 란은 알리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표도기에 대해 훨씬 많이 알고 있었다. 조디악이 그를 파다완으로 삼은 계기와 제다이 평의회가 표도기를 파문한 까닭도 알고 있었다. 파문된 이후, 그가 코루스칸트를 떠나 빅트라에 오기까지 겪었던 삶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타투인에서 정체를 숨긴 채, 터스켄 레이더로부터 그를 구하기도 했다.

  “아키너스도 표도기 못지않게 인기를 많이 끌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머. 빅트라 같은 데에는 무관심하다고 생각했는데.”
  ‘무관심할 수 없습니다.’

  란은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빅트라는 오래전부터 알카나이드와 혈맹과도 같은 관계였다. 여느 행성 사이보다 교류가 많았으며, 알카나이드와 피가 섞인 빅트라인이 많았다. 알카나이드가 철저하게 몰락한 이후 적지 않는 수의 알카나이드인이 빅트라에 피신했다. 이렇게 빅트라에 정착한 알카나이드인들은 알카나이드 해방전선의 가장 중요한 자금원이자 정보원이 되었다. 그런 만큼, 얀 솔롱고스가 살아있을 때부터 빅트라에서 하는 첩보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었다. 알카나이드와 직접 부딪치는 싸움이 멈춘 지가 오래되었어도.

  “아키너스도 인기가 상당히 많아요. 재치가 뛰어나고 선배보다는 못하지만 표도기처럼 잘 생긴 얼굴이고요. 특히 그에게는 슬픈 사연이 있어 동정이 크게 가요. 원래 코루스칸트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건축설계사라고 하는데 세네카라고 하는 코루스칸트 시의원의 보좌관이 됐다고 했어요. 그런데 얼마 안 있어, 그 의원이 저지른 뇌물 수수 같은 혐의가 드러나자 아 키너스가 그 혐의를 뒤집게 되었고, 숙부는 자살했대요. 그의 약혼녀는 아키너스와 맺은 약혼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다고 들었고요. 약혼녀 이름이 저와 같더군요. 알리사 자스민 조나단.”

란은 알리사가 한 말에 동의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속으로 쓴 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말하는 아키너스의 비극에는 자신이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세네카 의원이 저지른 비리를 낱낱이 파해, 아키너스에 씌어있는 누명을 풀고 세네카를 자살하게 했지만.

  
  “이 두 청년이 제가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카페의 손님이었다는 것에 뿌득함이 느껴요. 요새 손님들이 많이 몰려와서 바쁘기도 하지만요. 이런, 제트 아저씨가 저를 부르고 있어요. 곧 끝내야 하지만, 빅트라에 올 수 있어요? 선배와 얘기하고 싶은 게 많은데요.”
  “네. 얼마 안 있어 빅트라에 갈 일이 있습니다.”

  란은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가 빅트라에 온다고 하는 말에 알리사는 신이 난 어조로 대답했다.

  “그래요? 빅트라에 오면 반드시 여기부터 들러야 해요. 이건 후배가 하는 약속이에요. 선배는 반드시 이 약속을 지켜야 해요. 지금 가요, 제트 아저씨. 그럼. 포스와 함께 하기를.”
  “포스와 함께 하기를.”
  “이렇게 말하니 제다이 같군요.”

  알리사의 홀로그램이 이렇게 말하며 사라졌다. 란은 의자에 앉으면서 콘솔 링의 가장가리에 있는 서류를 집었다. 서류에는 빅트라 성계 중간 지역에 있는 소행성 지역에 대한 소유권을 두고, 알카나이드와 시놉스사의 소송 분쟁에 관해 상세하게 나타나 있었다. 두 진영에서 파견하는 변호인과 그 논거, 채판에 참관할 청중과 배심원의 신상 명세와 지지 성향 이외. 물론, 아키너스와 표도기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었다. 이 서류에는 시놉스사가 우세할 것 같지만, 결국 알카나이드. 정확히는 아키너스가 승소할 거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이미 다 보았지만,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란은 서류를 다 읽자 콘솔 링의 가장자리에 다시 두었다. 일어서니 초록빛 제복 위에 회갈색 망토를 두른 여자와 마주 쳤다. 망토에는 가슴 위쪽에 두 문장이 보였다. 왼쪽에는 카삭을 나타나는 푸른 늑대가 오른쪽에는 그녀의 가문을 나타내는 자스민꽃이 새겨 있었다.  그녀는 알리사 자스민 조나단이다. 아키너스와 약혼했지만, 그녀의 부모가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아키너스 대신 자신과 결혼할 것이지만, 서로 결혼을 미루고 있었다.

  “아마란스. 이제 아키너스를 볼 수 있다는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네.”

  란은 그녀가 위협적으로 하는 말에 짤막하게 대답했다. 란은 그녀가 짧은 기간에 놀라울 정도로 성장한 것에 남몰래 감탄하고 있었다. 직접 그 동기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녀가 괄목상대한 까닭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알리사를 카시크로 보내기 위해 냉동시키기 직전, 절망에 빠진 모습이 역력한 그녀에게 자신이 아키너스를 만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그녀는 희망을 본 듯한 표정을 짓고 곧바로 냉동되었다.
  카시크에서 해동되자마자 그녀는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 했고, 오로지 아키너스를 볼 수 있다는 일념으로 묵묵히 견뎌냈다. 그런 모습에 교관인 리나와 낼 후타에서 돌아온 뒤에 그녀에 대한 훈련을 맡은 란조차 놀람을 금치 못했다.


  란과 알리사는 서로 거리를 두며 아무런 말없이 마주보고 있었다. 한쪽이 말하거나 눈을 돌리는 지는 것으로 여기는 것처럼 있었다.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이 지났을까. 알리사가 한 숨을 쉬면서 먼저 말문을 여겼다.

  “당신은 분명히 사악한 악마지만,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믿고 있습니다.”

  란은 속으로 안도하는 한숨을 쉬었다. 알리사가 경고가 담긴 어조로 말했어도, 거기에는 란에 대한 믿음이 내포한 것을 재빨리 알아챘다. 란은 서류를 집어 알리사에게 건네주었다. 알리사는 서류를 훑어보면서 란이 건넨 의도를 알아차렸다.

  “이 서류에는 아키너스가 소유권 재판에 승소할 거라고 나타나 있군요. 하나, 패소한 측은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지요. 무력을 써서라도 그 소행성 지대를 차지하려 할 것이고, 결국 아키너스는 알카나이드의 반대를 무릅쓰고 카삭에게 도움을 청하겠지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란은 알리사의 날카로운 통찰력에 감탄하면서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의 갈색 눈동자는 매처럼 날카롭게 빛나며 자신을 보고 있었다.

  “자스민. 그대가 알카나이드와 있을 협상을 맡기 바랍니다.”
  “왜 제가?”
  “그대가 그 일에 가장 적합해서입니다. 협상에도 뛰어난 재능이 있으며, 아키너스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와 협상하는데 다른 사람보다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여깁니다.”
  “마치 제가 아키너스와 협상하는 것처럼 단정하는군요. 알카나이드에게는 아키너스 말고 표도기와 비나가 있습니다. 이 두 사람도 협상에 뛰어나며, 아키너스만이 협상에 뛰어들 리는 없습니다.”

  알리사가 한 반론에 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알리사가 언급한 표도기와 비나도 협상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하나, 이 두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표도기와 비나 카르마 양도 협상에 참석할 것입니다. 하지만, 알카나이드 측에서 협상을 주도할 사람은 아키너스입니다. 표도기는 포스로 통한 마인드 트릭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에, 그 능력을 무력화하거나 저지시키면 됩니다. 또한, 카르마양은 시놉스사의 첩자라 협상을 알카나이드에게 유리하게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녀가 우리가 애써 만들어온  협상을 깨트릴까봐 걱정됩니다.”

  란은 차분한 어조로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알리사는 은은한 표정을 지은 것을 보았다. 곧, 알리사의 뒤에 두 여자가 나타났다. 하나는 란처럼 제다이 로브를 입은 인간이고, 다른 하나는 푸른 피부에 감청색 제복을 입은 트윌렉이었다. 알리사는 뒤에 나타난 두 여자를 보더니 란을 바라보며 말했다.

“용의주도한 당신이라면, 표도기와 비나를 상대할 사람을 같이 보내겠지요. 제다이인 크리스티나 튜엑과 제 교관이었던 리나 세큐라 솔롱고스. 크리스티나는 표도기의 마인드 트릭을 어느 정도 저지할 테고, 리나는 협상을 불리하게 혹은 깨려는 비나를 막는데 가장 적합한 이로군요. ”
“네. 또한, 협상의 목적과 세부 사항은 리나가 말할 것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알리사가 크리스티나와 리나가 여기에 온 까닭을 말하자 란은 지체 없이 물러난다는 말을 하고 돌아섰다. 이 때, 뒤에서 알리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아키너스에게 넘어가 협상이 불리하게 채결된다면......”
  “괜찮습니다. 그렇게 되어도, 저는 자스민을 믿습니다.”

  란은 뒤돌아서 신뢰가 가득 담긴 어조로 말했다. 또한, 누가 듣더라도 피로에 젖은 목소리였다. 알리사는 복잡한 눈빛으로 란을 보다가 뒤로 돌아섰다. 크리스티나는 걱정스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오라버니.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누이가 말한 것이 옮습니다. 하나 제가 짊고 있는 짐을 다른 사람에게 짊어지게 할 수 없습니다.”

  란은 친동생에게 말하듯이 따뜻하게 말했다. 비록 친동생이 아니지만, 그녀가 태어났을 때부터 남매처럼 지내왔다. 어찌된 일이지 란과 크리스티나 사이에 남다른 유대 관계가 있었고, 그녀가 제다이로 가면서도 여전히 그 관계는 끊어지지 않았다. 그 관계에 있기 때문에, 제다이 평의회가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그녀를 보낸 것이지만.

  “괜찮아. 저 애는 쉴 때는 쉰다고. 초공간에 들어서면 푹 자겠지. 걱정 하지 말라고.”

  리나가 크리스티나에게 위로 하듯이 말했다. 란은 그 둘에게 포근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돌아서서 자신의 방이 있는 데로 걸어갔다. 그리고 알리사가 자신을 보는 시선을 느꼈다. 자신에 대한 애증과 연민이 섞인.


걸어가면서, 란은 앞으로 올 알카나이드와 협상 말고 그 뒤에 올 전투를 생각했다. 협상을 채결하고 박타를 운송하기 위해서라도 시놉스사와 싸운다는 것은 불가피했다. 시놉스사가 투입할 전력과 여기에 대항할 전력을 비교하고 작전을 짜는 것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여기에 적의 허를 찌르는 속임수가 필요했다. 너무나 절묘해 시놉스와 알카나이드는 물론 동료 와 자기 자신조차 속이는 수가 필요했다. 이 속임수를 생각할 무렵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흰 뱀은 그들과 결탁했을지도 모른다.’

  란은 이 생각을 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전율을 느꼈다. 희박하긴 했어도 가능성이 없지 않는 것이다. 시놉스사는 공식석상에서는 공화국을 지지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첩보를 계속하면서 여전히 무역연합과 긴밀한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소행성 지대’

  그 소행성 지대의 가치를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엄청난 양의 박타가 매장이 된 것 뿐만 아니라 우주선을 만든 질 좋은 광물들도 셀 수 없을 만큼 매장 되어있다. 운석이나 간간히 생기는 자기 폭풍으로 들어가기 힘들어 그렇지 안으로 들어가면, 의외로 규모가 큰 우주 정거장이나 조선소를 세울 만큼 운석과 운석 사이의 빈 공간이 넓은 지역이 몇 군데가 있었다. 직접 그 소행성 지대에 가서 조난되면서까지 알아낸 정보였다. 만일 소유권 재판에 시놉스사가 패소한 경우는. 분리주의자 군대라도 끌어들여 소행성 지대를 차지한다면. 이렇게 되면, 상상을 초월한 재앙이 틀림없다.

  직접 그렇게 될 가능성과 증거는 없다. 하지만, 마음속에 그렇게 될 거라는 느낌이 이미 자리 잡았다. 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공화국과 분리주의자 간에 일어나는 전쟁을 떠올렸다. 지오노시스에서 생긴 불길은 은하계 곳곳을 태우고 있었다. 조국인 앨더란도 그 불길에 휩싸였다. 분리주의자 함대가 앨더란을 급습했던 것이다. 다행히 앨더란 군대가 드로이드 강습 부대로부터 행성 차폐막 발생장치를 끝가지 지겨내 적함의 상륙을 저지했다. 란은 그 때 앨더란에서 떠오르기 싫은 악몽을 겪었다. 그 악몽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그 분과 얘기를 해야겠어.’

  란은 이런 생각하며 여느 때보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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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우리가 여기서 어떠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는 그대여, 그대의 기도 속에서 우리를 잊지 마오.>

  - 출처 : 듄 우리말 번역본(출판사 : 황금가지) 제 1권 1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