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WAR 사가 (스타워즈 외전) - 작가 : 스타워즈의 팬들
스타워즈 팬들이 이끌어나가는 독자 세계관의 이야기.
다양한 모험이 펼쳐진다.
다양한 모험이 펼쳐진다.
글 수 519
"왠지 예감이 좋지 않는데."
스카이헌터는 인터컴으로 통화를 마치자 나직하게 말했다. 통화한 상대 - 목소리로 보아 미녀일 것 같은 젊은 여자다. - 가 마지막에 한 <외상은 없어요.>라는 말에 마음이 걸렸다. 헌터는 지갑을 꺼내 보았다. 맙소사. 돈이 땡전 한 푼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급료를 아내인 에이프릴에게 모조리 갖다 바친 기억을 떠올렸다.
"헌터. 마치 딴 여자와 바람피다 들킨 남자같아."
료칸이 헌터에게 비꼬듯이 말했다. 료칸은 결혼하지 못해 아직도 노총각이다. 그러고 보니, 료칸의 여동생인 크리스티나도 결혼하지 못했지. 지금도 그녀와 결혼하고 싶은 알카나이드 남자들이 많지만 크리스티나는 줄곧 란에게 관심을 계속 보여왔다. 헌터와 료칸은 크리스티나에게 란에게 청혼한 모습을 본 일이 있었다. 예상그대로 란은 보기좋게 거절했다. 하크바가 살아있으면, 청혼은 염두도 못 내겠지만. 혹은 그 반대 일 수도.
"어이. 헌터. 자네가 전화한 요리점 말이야. 새로 생긴 요리점이거든."
"요리는 독특하지만, 맛이 아주 뛰어나. 게다가 거기 요리사 딸은 아주 이쁘고. 긴 흑발에 청초한 느낌. 아아."
"그래도 크리스티나가 더 이쁘다고. 랜이라는 하는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녀석에게 콩깍지가 끼어있지만."
"카하하. 내 여동생도 그 녀석한테 반했다고."
디바이슨은 그 요리점에 간 것 같군. 볼프는 크리스티나에게 청혼했다가 차인 적이 있지. 칼레인이 여동생이자 부관인 칼레나 이야기를 하는군. 헌터는 전대장들이 하는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말을 뱉는듯이 말했다.
"배달은 일찍 올까?"
헌터가 한 말에 떠뜰썩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헌터는 그런 분위기를 느끼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헌터 옆에 있는 료칸은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헌터에게 말했다.
"일찍 온다고."
"맞아. 맞어. 일찍 올거야."
"배달부가 엄청나게 빨리 배달한다고."
"심지어 주문 전화를 마치자마자 온 경우가 있거든."
"단, 외상은 받지않아. 외상을 하면 어떻게 하는 줄 알아. 손에서 번개가 나오면서 위협을 하지."
"이렇게 말하면서. <외상은 없습니다.> 그래서 별칭이 번개 배달이야."
헌터는 하이멕스가 배달부의 말투를 흉내낸 말에 몸을 굳어졌다. 료칸이 벌써 눈치챘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왠지 예감이 좋지 않다 했더니. 그러면, 그 배달부는 분명히 그다. 바야테가 한 말은 그가 자신과 표도기처럼 포스를 다룰 줄 아니가 가능할 테고.
"배달 왔습니다."
문이 열리면서 누가 들어왔다. 키는 훤칠하고 호리호리한 체구였다. 가운데에 프로그가 있는 독특한 상의를 입고 있었다. 바지는 색깔이 상의와 같은 파랑이었다. 오른손에는 크고 재질이 금속으로 보이는 은회색 가방을 들고 있었다. 거기 안에 주문한 음식이 있겠지. 길게 기른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단정히 묵었지만, 얼굴은 잊을 수 없는 이였다. 란 솔롱고스. 헌터는 자신이 한 예상이 맞자,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헌터는 평소의 유들유들한 표정으로 솔롱고스를 보았다. 란은 듀로스처럼 무표정한 표정을 유지하고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란은 금속 가방에서 음식들을 꺼내고 있었다.맨 처음 꺼낸 음식은 스파게티와 비슷했다. 다른 점이라면, 소스가 검게 보이고 그 위에 콩이나 달걀이 있으며 면발이 굵다는 점이다. 그 다음은 새우 튀김. 꽤 맛있을 것 같은 냄새가 나는데. 료칸은 벌써부터 침흘리며 쳐다보고 있다. 이어서 란은 다른 음식들을 꺼냈다. 빨리 거냈지만 능숙한 기교로 국물 하나 흘리지 않았다. 경험자인 것 같다고 헌터는 생각했다.
"이봐. 란. 나는 돈이 없거든. 그래서, "
"외상은 없습니다."
란은 헌터가 하는 말을 딱잘라 말했다. 예상했던 말이지만 헌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헌터는 란을 쏘아보다가 오른손을 보았다. 그 녀석과 처음 만나 표도기와 함께 광검 대결을 벌었을 때, 그 녀석의 광검에 잘려졌다. 헌터는 그 때의 치욕스런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그에 대한 원한이 불처럼 활활 타 올랐다. 내면에 있는 하크바의 영향 - 솔롱고스가에 대한 격렬한 증오 - 일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헌터는 란이 광검을 차고 있지 않는 것을 보았다. 헌터는 오른손을 굳게 쥐어 란에게 주먹을 휘둘렸다. 바람이 날 정도로.
"여보세요. 왜 배달이 여태까지 안온 거죠?"
[미안합니다. 손님. 지금 배달부가 다른 손님들과 다투고 있어... 아 지금 왔군요. 오. 세상에.]
아키너스는 식당 주인과 통화하다가 갑자기 어조가 놀란 것에 신경이 쓰였다. 배달부가 온 모양인데 크게 다친 거라고 생각했다. 표도기를 흘긋 쳐다보았다. 그는 편안한 모습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키너스는 표도기의 눈빛을보아도 그의 생각을 알아낼 수 있었다.
[다행히 배달부는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군요. 요리는 이미 만들어졌으니까, 곧 거기고 갈 겁니다.]
[아빠. 잠깐만요. 여보세요. 어머. 옷이 완전히. 음식에다가, 흐음 이 비린내는 피 냄새군. 탄 냄새도 나는군. 옷 갈아입어요. 앗차. 머리도 더러워졌으니까 감아야해요. 샴푸 여기 있어요. 아니지. 목욕도 해야겠어요. 여기 수건.]
갑자기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가 한 말에 아키너스는 피식 웃었다. 아마도 배달부에게 하는 말 같았다. 아키너스는 코루스칸트에서 지냈던 한 기억을 떠올렸다. 우산을 준비하지 않아,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흠뻑 젖은 일이 있었다. 옷이 다젖은 채, 집으로 들어서자 알리사가 보였다. 막 목욕해서 그런지 목욕 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보더니 급히 등떠밀면서 욕실로 밀어버렸다.
[아. 여보세요. 시간이 걸릴 테니까 기다려 주세요. 주문 전화 받으라고요. 알겠어요. 그럼. 앗차. 외상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기다리죠.]
아키너스는 상냥한 어조로 통화를 끝냈다. 아무래도 활발한 여자 같았다. 고개를 숙이면서 콤링크를 로브 안쪽으로 넣었다. 허리띠에 걸려있는 수납함에 콤링크를 넣은 것을 보고, 테이블 맞은 편 의자에 앉아있는 갈색머리 여자를 보았다. 그녀는 이름이 앤 롤린이고, 전에는 시놉스사의 요원이었다. 알카나이드가 소행성지대의 소유권에 대한 재판에서 이긴 시기를 전후로 해서 무역연합은 시놉스사를 인수했다. 시놉스 사는 우주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이지만, 회장인 프로하임 라인의 피살과 주식 대부분이 무역연합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무역연합은 어렵지 않게 시놉스사를 흡수했다.
무역연합은 시놉스사의 대부분을 흡수했지만, 일부는 다른 대기업으로 들어가거나 독립해서 해적이 됐다. 해적이 된 자들 중에는 SFWAR를 오가는 무역선을 습격하는 해적도 있었다. 이들은 치고 빠지는 작전으로 꽤 오랬동안 SFWAR를 괴롭혔다. 하지만, SFWAR가 무역연합의 습격을 물리치고 난 후에는 프랭크 제독이 이끄는 함대가 그 해적들을 모조리 토벌했다.
앤 롤린도 포로로 잡힌 해적 중 한 사람이었다. 해적의 우두머리인 레이날드 라인이 전사해서, 부관인 그녀를 표도기와 아키너스가 심문하고 있던 것이다. 앤 롤린은 레이날드가 눈 앞에서 죽은 광경을 보아 큰 충격을 받았다. 왜나하면, 그는 앤에게 있어 애인이자 오빠와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SFWAR에 있어서는 악랄한 해적두목일지 몰라도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 레이날드가 목이 잘리면서 죽었으니까, 사람 회유하는데 능숙한 아키너스와 표도기도 그녀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잡혀온 지 하루 이틀은 물조차 입에 대지 않았다. 사흘이 지나자 독방에 감금된 앤은 쓰러졌다. 때마침, 아키너스가 이 광경을 보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키너스가 바닥에 쓰러진 앤에 가까이 갔더니 갑자기 그녀가 벌떡 일어섰다. 앤은 몰래 감춰둔 비수로 아키너스를 찔렀다. 다행히 아키너스는 급소가 찔리지 않아 죽지 않았지만, 앤은 그와 같이 들어온 자한테 두들겨 맞았다.
"랜. 그만두세요."
아키너스가 힘겹게 말하며 그를 제지했다. 손으로 감싼 상처에는 앤이 찔린 비수가 박혀 있었다. 그는 아키너스에게 비수를 뽑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상처에 지압해서 지혈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때를 틈타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한테 심하게 맞았다.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았고, 입 밖으로 피가 새가고 있었다. 그가 아키너스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히는 것을 보았다. 이름이 랜이던가. 랜는 자신에게 등을 보이고 서 있었다. 이럴 때, 다트라도 있었으면. 앤은 의식을 잃으며 눈을 감았다. 눈을 떠보니, 박타 탱크에 있었다. 눈 앞에는 녹색의 박타 액체가 어른거렸고, 아키너스와 랜이 보였다.
스카이헌터는 인터컴으로 통화를 마치자 나직하게 말했다. 통화한 상대 - 목소리로 보아 미녀일 것 같은 젊은 여자다. - 가 마지막에 한 <외상은 없어요.>라는 말에 마음이 걸렸다. 헌터는 지갑을 꺼내 보았다. 맙소사. 돈이 땡전 한 푼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급료를 아내인 에이프릴에게 모조리 갖다 바친 기억을 떠올렸다.
"헌터. 마치 딴 여자와 바람피다 들킨 남자같아."
료칸이 헌터에게 비꼬듯이 말했다. 료칸은 결혼하지 못해 아직도 노총각이다. 그러고 보니, 료칸의 여동생인 크리스티나도 결혼하지 못했지. 지금도 그녀와 결혼하고 싶은 알카나이드 남자들이 많지만 크리스티나는 줄곧 란에게 관심을 계속 보여왔다. 헌터와 료칸은 크리스티나에게 란에게 청혼한 모습을 본 일이 있었다. 예상그대로 란은 보기좋게 거절했다. 하크바가 살아있으면, 청혼은 염두도 못 내겠지만. 혹은 그 반대 일 수도.
"어이. 헌터. 자네가 전화한 요리점 말이야. 새로 생긴 요리점이거든."
"요리는 독특하지만, 맛이 아주 뛰어나. 게다가 거기 요리사 딸은 아주 이쁘고. 긴 흑발에 청초한 느낌. 아아."
"그래도 크리스티나가 더 이쁘다고. 랜이라는 하는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녀석에게 콩깍지가 끼어있지만."
"카하하. 내 여동생도 그 녀석한테 반했다고."
디바이슨은 그 요리점에 간 것 같군. 볼프는 크리스티나에게 청혼했다가 차인 적이 있지. 칼레인이 여동생이자 부관인 칼레나 이야기를 하는군. 헌터는 전대장들이 하는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말을 뱉는듯이 말했다.
"배달은 일찍 올까?"
헌터가 한 말에 떠뜰썩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헌터는 그런 분위기를 느끼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헌터 옆에 있는 료칸은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헌터에게 말했다.
"일찍 온다고."
"맞아. 맞어. 일찍 올거야."
"배달부가 엄청나게 빨리 배달한다고."
"심지어 주문 전화를 마치자마자 온 경우가 있거든."
"단, 외상은 받지않아. 외상을 하면 어떻게 하는 줄 알아. 손에서 번개가 나오면서 위협을 하지."
"이렇게 말하면서. <외상은 없습니다.> 그래서 별칭이 번개 배달이야."
헌터는 하이멕스가 배달부의 말투를 흉내낸 말에 몸을 굳어졌다. 료칸이 벌써 눈치챘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왠지 예감이 좋지 않다 했더니. 그러면, 그 배달부는 분명히 그다. 바야테가 한 말은 그가 자신과 표도기처럼 포스를 다룰 줄 아니가 가능할 테고.
"배달 왔습니다."
문이 열리면서 누가 들어왔다. 키는 훤칠하고 호리호리한 체구였다. 가운데에 프로그가 있는 독특한 상의를 입고 있었다. 바지는 색깔이 상의와 같은 파랑이었다. 오른손에는 크고 재질이 금속으로 보이는 은회색 가방을 들고 있었다. 거기 안에 주문한 음식이 있겠지. 길게 기른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단정히 묵었지만, 얼굴은 잊을 수 없는 이였다. 란 솔롱고스. 헌터는 자신이 한 예상이 맞자,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헌터는 평소의 유들유들한 표정으로 솔롱고스를 보았다. 란은 듀로스처럼 무표정한 표정을 유지하고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란은 금속 가방에서 음식들을 꺼내고 있었다.맨 처음 꺼낸 음식은 스파게티와 비슷했다. 다른 점이라면, 소스가 검게 보이고 그 위에 콩이나 달걀이 있으며 면발이 굵다는 점이다. 그 다음은 새우 튀김. 꽤 맛있을 것 같은 냄새가 나는데. 료칸은 벌써부터 침흘리며 쳐다보고 있다. 이어서 란은 다른 음식들을 꺼냈다. 빨리 거냈지만 능숙한 기교로 국물 하나 흘리지 않았다. 경험자인 것 같다고 헌터는 생각했다.
"이봐. 란. 나는 돈이 없거든. 그래서, "
"외상은 없습니다."
란은 헌터가 하는 말을 딱잘라 말했다. 예상했던 말이지만 헌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헌터는 란을 쏘아보다가 오른손을 보았다. 그 녀석과 처음 만나 표도기와 함께 광검 대결을 벌었을 때, 그 녀석의 광검에 잘려졌다. 헌터는 그 때의 치욕스런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그에 대한 원한이 불처럼 활활 타 올랐다. 내면에 있는 하크바의 영향 - 솔롱고스가에 대한 격렬한 증오 - 일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헌터는 란이 광검을 차고 있지 않는 것을 보았다. 헌터는 오른손을 굳게 쥐어 란에게 주먹을 휘둘렸다. 바람이 날 정도로.
"여보세요. 왜 배달이 여태까지 안온 거죠?"
[미안합니다. 손님. 지금 배달부가 다른 손님들과 다투고 있어... 아 지금 왔군요. 오. 세상에.]
아키너스는 식당 주인과 통화하다가 갑자기 어조가 놀란 것에 신경이 쓰였다. 배달부가 온 모양인데 크게 다친 거라고 생각했다. 표도기를 흘긋 쳐다보았다. 그는 편안한 모습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키너스는 표도기의 눈빛을보아도 그의 생각을 알아낼 수 있었다.
[다행히 배달부는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군요. 요리는 이미 만들어졌으니까, 곧 거기고 갈 겁니다.]
[아빠. 잠깐만요. 여보세요. 어머. 옷이 완전히. 음식에다가, 흐음 이 비린내는 피 냄새군. 탄 냄새도 나는군. 옷 갈아입어요. 앗차. 머리도 더러워졌으니까 감아야해요. 샴푸 여기 있어요. 아니지. 목욕도 해야겠어요. 여기 수건.]
갑자기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가 한 말에 아키너스는 피식 웃었다. 아마도 배달부에게 하는 말 같았다. 아키너스는 코루스칸트에서 지냈던 한 기억을 떠올렸다. 우산을 준비하지 않아,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흠뻑 젖은 일이 있었다. 옷이 다젖은 채, 집으로 들어서자 알리사가 보였다. 막 목욕해서 그런지 목욕 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보더니 급히 등떠밀면서 욕실로 밀어버렸다.
[아. 여보세요. 시간이 걸릴 테니까 기다려 주세요. 주문 전화 받으라고요. 알겠어요. 그럼. 앗차. 외상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기다리죠.]
아키너스는 상냥한 어조로 통화를 끝냈다. 아무래도 활발한 여자 같았다. 고개를 숙이면서 콤링크를 로브 안쪽으로 넣었다. 허리띠에 걸려있는 수납함에 콤링크를 넣은 것을 보고, 테이블 맞은 편 의자에 앉아있는 갈색머리 여자를 보았다. 그녀는 이름이 앤 롤린이고, 전에는 시놉스사의 요원이었다. 알카나이드가 소행성지대의 소유권에 대한 재판에서 이긴 시기를 전후로 해서 무역연합은 시놉스사를 인수했다. 시놉스 사는 우주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이지만, 회장인 프로하임 라인의 피살과 주식 대부분이 무역연합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무역연합은 어렵지 않게 시놉스사를 흡수했다.
무역연합은 시놉스사의 대부분을 흡수했지만, 일부는 다른 대기업으로 들어가거나 독립해서 해적이 됐다. 해적이 된 자들 중에는 SFWAR를 오가는 무역선을 습격하는 해적도 있었다. 이들은 치고 빠지는 작전으로 꽤 오랬동안 SFWAR를 괴롭혔다. 하지만, SFWAR가 무역연합의 습격을 물리치고 난 후에는 프랭크 제독이 이끄는 함대가 그 해적들을 모조리 토벌했다.
앤 롤린도 포로로 잡힌 해적 중 한 사람이었다. 해적의 우두머리인 레이날드 라인이 전사해서, 부관인 그녀를 표도기와 아키너스가 심문하고 있던 것이다. 앤 롤린은 레이날드가 눈 앞에서 죽은 광경을 보아 큰 충격을 받았다. 왜나하면, 그는 앤에게 있어 애인이자 오빠와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SFWAR에 있어서는 악랄한 해적두목일지 몰라도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 레이날드가 목이 잘리면서 죽었으니까, 사람 회유하는데 능숙한 아키너스와 표도기도 그녀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잡혀온 지 하루 이틀은 물조차 입에 대지 않았다. 사흘이 지나자 독방에 감금된 앤은 쓰러졌다. 때마침, 아키너스가 이 광경을 보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키너스가 바닥에 쓰러진 앤에 가까이 갔더니 갑자기 그녀가 벌떡 일어섰다. 앤은 몰래 감춰둔 비수로 아키너스를 찔렀다. 다행히 아키너스는 급소가 찔리지 않아 죽지 않았지만, 앤은 그와 같이 들어온 자한테 두들겨 맞았다.
"랜. 그만두세요."
아키너스가 힘겹게 말하며 그를 제지했다. 손으로 감싼 상처에는 앤이 찔린 비수가 박혀 있었다. 그는 아키너스에게 비수를 뽑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상처에 지압해서 지혈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때를 틈타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한테 심하게 맞았다.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았고, 입 밖으로 피가 새가고 있었다. 그가 아키너스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히는 것을 보았다. 이름이 랜이던가. 랜는 자신에게 등을 보이고 서 있었다. 이럴 때, 다트라도 있었으면. 앤은 의식을 잃으며 눈을 감았다. 눈을 떠보니, 박타 탱크에 있었다. 눈 앞에는 녹색의 박타 액체가 어른거렸고, 아키너스와 랜이 보였다.
<오. 우리가 여기서 어떠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는 그대여, 그대의 기도 속에서 우리를 잊지 마오.>
- 출처 : 듄 우리말 번역본(출판사 : 황금가지) 제 1권 1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