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WAR 요새에 있는 카페 중에서 이름이 '미친 바운티 헌터의 난장판'이라는 곳이 있다. '미친 바운티 헌터의 난장판'이라는 이름은 원래는 빅트라 행성의 수도인 빅트라 시티에 있었던 지하 카페에서 썼던 이름이었다. 그 지하카페는 표도기와 스카이헌터가 노예상인과 그 수하들인 불량배 수십을 쓰러트린 일을 비롯한 알카나이드와 인연이 깊은 곳이었다. 이름 때문에 그런지 이 곳은 요새에 살고 있는 알카나이드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카페이기도 했다.


  "이런 소문을 못들었겠지? 크리스티나가 랜인가 그 녀석과 결혼한다는 것."
  "나는 이미 헌터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어.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
  "쳇. 이미 알고 있어구만. 나는 료칸에게서 들었어. 그런데 크리스티나가 그 독사같은 놈과 ...."
  "어이, 자네 왜 이래? 꼭 뱀만남 쥐 같구만."

   테이블에 앉은 알카나이드 청년이 맞은 편에 앉은 친구가 말을 하다가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비꼬운 말을 했다. 그러나 친구를 비꼰 청년도 곧 놀린 친구처럼 얼굴이 굳어고 말았다. 청년의 눈에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얼굴에 복면을 한 자를 보았다. 검푸른 눈동자는 케노스의 삭풍이 부는 설원보다 더 차가워 보였다. 그 자가 바텐더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고, 후드가 달린 검푸른 망토가 보였다.

  란은 바(Bar) 앞에 있는 의자에 않았다. 란은 자기가 들어서자마자 떠들석하던 분위기가 급격히 케노스의 삭풍이 부는 설원으로 온 것처럼 적막하게 바꿔진 것에 쓴 웃음을 지었다. 물론 얼굴이 복면으로 가려서 란이 쓴 웃음을 짓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었다.

  "손님 무얼드릴까요?"
  "코렐리안 아이스 티."

  머리카락이 갈색인 여점원이 한 말에 란은 짤막하게 주문했다. 란은 점원의 억양이 빅트라인이 말하는 것과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카페 안에서 소근덕 거리는 알카나이드인의 억양과 비슷했다. 아마 여점원은 빅트라에서 살았다가 요새로 온 알카나이드인이라고 짐작했다.

  "손님, 죄송하지만 이 카페에는 코렐리안 아이스 티를 팔지 않습니다."
  "그러면 빅트라산 홍차로.."

  점원은 난처한 목소리로 말하자 란은 빅트라 억양으로 말하다가 멈췄다. 점원은 검은 눈동자로 란의 푸른 눈동자를 마추졌다. 한참 마주치러니 그녀의 얼굴에 난처한 표정이 사라졌다.

  "손님의 의도를 알겠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점원은 란에게 밝은 미소를 짓더니 바 반대편 쪽으로 걸어갔다. 란이 점원의 어깨까지 기른 갈색 머리카락을 보다가 시선을 옆에 있는 남자에게 돌렸다. 그는 마른 체구였고 검은 눈과 머리카락, 약간 황색인 살갗을 가졌다. 그가 눈이 풀어져 있는 것과 술냄새가 약간 나는 것으로 보아 술에 취한 것을 알아냈다.

  "당신을 보니 고향이 생각나요. 고향에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갈 때에는 사막복을 입고 당신처럼 후드 달린 망토를 입고 복면을 했거든요."

  그는 란을 보자 예상했던 대로 술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란은 술취한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곧 그가 리튜어 슈화즈실드(Letture Shwarzshild)라는 탁월한 화물선 조종사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타마르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막행성에서 태어난 것을 떠올렸다.

  "타마르."
  "예. 그 행성이 제 고향이지요. 꺼억. 당신의 고향은 코렐리아인가요?"

  란이 리튜어의 고향행성을 말하자 리튜어는 트림을 하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저한테는 고향이 없거든요."

  란은 이렇게 말하더니 피식 웃었다. 리튜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저는 제가 태어난 행성을 모릅니다. 밀수선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제가 11살 때, 앨더란에 살기 전까지는 그 밀수선에 타면서 이 행성 저 행성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밀수선이 제 고향인 셈입니다."

  란은 말을 마치더니 시선을 점원에게 돌렸다. 그녀는 붉은 액체를 담은 비교적 큰 유리잔을 란에게 건네주었다. 유리잔 위쪽에는 얼음 조각이 둥둥 떠있었고 노란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있었다.

  "빅트란 아이스 티군요."
  "이름 짓는 센스는 영 아니군요. 하지만 손님이 이렇게 말했으니 오늘부터 새로 나온 음료 이름을 이렇게 정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 음료를 처음 마시는 손님이 됩니다."

  점원은 란이 한 말에 재치있게 대답했다. 그리고 바에 서있거나 앉아있는 다른 손님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란은 왼손으로 복면을 아래로 젖혔다. 얼굴은 갸름한 편이었고 약간 창백했다.

  "그 밀수선의 이름은 펜릴이었습니다."
  
  란은 리튜어에게 자기가 태어난 밀수선의 이름을 말하면서 입을 빨대에 대었다. 란은 빅트란 아이스티를 마시면서 리튜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리튜어도 얼마 안 있어 란이 마시고 있는 빅트란 아이스티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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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쓰니 스카이헌터과 리류어님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이 생깁니다. 에피소드란에 올리겠다는 글을 쓰지 못했고, 리튜어를 술취한 모습으로 망가뜨려 나서 그런 것입니다. 더 쓰고 싶었지만 지금 시각이 오전 두 시 반 가까이 되어서 곧 잘 것입니다.

  "랜, 거친 늑대같은 당신과 야생마 같은 크리스티나와 결혼하면 아주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것인데... 꺼억."
  "그녀와 결혼할 일이 없을 것입니다. 리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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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우리가 여기서 어떠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는 그대여, 그대의 기도 속에서 우리를 잊지 마오.>

  - 출처 : 듄 우리말 번역본(출판사 : 황금가지) 제 1권 1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