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宙易)
글 수 47
“근위소대요?”
철없는 레헤미는 아직 자신이 처한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 듯 똘망똘망한 눈으로 반문했다.
“거기 가면 뭘 합니까?”
“두목 딸 생리대 배달에서 정적 암살.”
걸오의 친절하고 진실된 대답에 테테루는 고개를 돌려 날개 속으로 파묻었고 도리볼은 킬킬댔으며 레헤미는 그들의 눈치를 조심스레 살펴본다.
“저기…걸오 소령님의 표정을 보니 진담 같습니다만.”
“니놈이 나하고 농담 따먹을 짬이 되냐.”
지금 이곳은 타사르막 궤도 엘리베이터에 있는 술집으로 걸오는 담프사에서 묻어온 세 명을 근위소대에 넣으려 하고 있었다. 아직 소속이 공중에 붕 떠 있는 놈들이니 이 기회에 자신의 관할로 해놓으면 따로 인원 차출할 필요도 없고 여러 가지로 편할 것이다.
“흐흠, 그러나 과연 이 나를 근위소대에 집어넣을 수 있을까?”
“입 닥쳐, 도리볼.”
“네, 소대장님아.”
도리볼이야 새로운 놀 건수를 찾은 셈이라 희희낙락하고 있었지만 무늬만 군인이었던 레헤미는 천지분간을 못하고 있었고 테테루는 자신의 콤플렉스 때문인지 머뭇머뭇하다가 간신히 부리를 열었다.
“소령님, 죄송합니다만 저의 부족한 실력으로는…”
“어 그래. 하겠다고?”
“…네.”
“좋아, 그럼 만장일치로 너희들은 근위소대다.
자, 모두 여기 동의서에 서명해라.”
걸오가 자신의 단말기로 모든 일을 결정 지으려고 할 때 도리볼이 잽싸게 딴지를 걸어왔다.
“새꺄, 레헤미는 아직 한다고 안 했어. 그리고 테테루도 반협박이잖아.”
언제나 개망나니 짓을 하지만 중요할 때는 상식인으로 돌아와 믿음직한 도리볼이다.
“그럼 지금부터 잘 알아둬라. 근위소대는 모든 일을 다수결로 결정한다.
그리고 투표권은 나 7표에 너희들 0표. 알겠냐?
덧붙여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나 역시 니놈들의 목숨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
“쉽쉐이. 민주주의의 본질을 너무나도 잘 파악하고 있군. 그러므로 찬성.”
어차피 도리볼은 처음부터 대찬성이었기에 흔쾌히 서명을 했다.
“모자란 실력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어서 테테루가 나름 자신 있는 모습으로 서명을 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마지막은 약간 두려운 눈치로 서명을 한 레헤미. 이렇게 벼락치기로 근위소대를 만든 걸오는 의자에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어찌 만들긴 만들었다만 실력은 걸오와 도리볼 빼고 영 아니올시다여서 앞으로 제법 굴려야 한 사람 몫을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나 갑자기 근위소대를 창설한다냐?”
도리볼이 타사르막의 전통주를 건네주며 물었다. 녀석은 술이란 별의 영혼, 고로 그 별을 알기 위해선 그 별의 술을 마셔야 된다고 주장하는 놈이다. 걸오는 타사르막의 영혼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대답했다.
“이전부터 준비하신 듯 한데, 결정적 계기는 오늘 있었던 듯싶다.”
“오늘?”
“미카 때문에 머리 자른 무어인이 오늘부터 아이사타호로 배속되었다.”
그 말에 도리볼이 육포를 씹다가 퍽하고 기침을 한다.
“야야야, 그거 혹시 락샤헤이론 크루갈레시난 중령 얘기냐?”
“아, 그러고 보니 너도 이미 만났었지?”
도리볼이 씹던 육포를 휘휘 돌리며 미간을 찡그렸다.
“그 정도면 보안과 아니 해병대 관할 아니냐? 게다가 스타파이터와 맥워리어 대장끼리잖아.
함장님께서 가만 놔두실까?”
하긴 무어인 둘이 제대로 싸우겠다고 하면 보통 사건이 아니다. 게다가 처녀들이라면 모를까 애 서넛 낳은 아줌마들끼리 치고 박으면 이건 답도 없다. 걸오도 옛날에 무어인 임산부끼리 대차게 싸우는 것을 직접 본적이 있는데 진압하러 온 해병대는 1차 시도 실패 후 후퇴해서 대전차무장을 하고 재집결, 그리고 잠시 전황을 파악하더니 유리한 쪽 편을 들어 한 쪽을 먼저 박살낸 다음 이긴 쪽 마저 뒤치기 해 사건을 종결 지었다.
이런 이유로 머리 자른 무어인은 집중관리대상에 들어가지만 이번 건은 모우가 직접 관련이 된데다 얽힌 문제도 미묘해서 위에서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다.
“둘이 사적으로 놀겠다고 공표하는 바람에 손대기가 조금 껄그러우시단다.”
“하항~. 그래서 우리 근위소대를 만든 거구나.
사건 터진 다음 방어하느니 선제 공격하란 거겠지?”
“아무렴, 높으신 분들이 쪽 팔리게 손 더럽힐 순 없잖아. 우리가 대신 뛰어야지.”
사실 지휘관의 부대 내에서 근위소대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더구나 배 안이라면 함장권한 대행, 다른 말로는 신의 대행자인 것이다.
“아참, 그러고 보니 조만간 늬들이 엮인 것만큼 맥워리어들도 까일텐데…
그때 아마 우리가 나설지도 모르지.”
걸오가 씨익 웃으며 한 말에 모종의 사건에 엮여 비공식 노예가 되어버린 도리볼이 흉악하게 웃으며 흥분했다.
“조아쓰. 복수다! 보복이다! 맥워리어들이여! 나의 음흉한 시선을 느껴라!”
놈이 담프사에서 이 정도 전의를 불태웠다면 궤도기지는 추락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이를 보던 테테루가 기가 차서 지저귄다.
“근데 이런 사적인 감정으로 근위소대를 움직여도 됩니까?”
“원래 근위소대란 지휘관의 사리사욕을 위해 존재하거든.”
근위소대장의 마음가짐이 이러니 근위소대의 앞날은 실로 창창하다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머리 자른 년은 어딨지?”
잔뜩 흥분한 도리볼의 살기 어린 질문에 걸오는 대답 대신 턱짓을 했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일행은 입구에서 마주쳐 막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한 스타파이터와 맥워리어들을 볼 수 있었다. 방금까지 날뛰던 도리볼의 뒷통수 머리카락이 쫀득하게 일어선다.
“걸오 이색히! 그래서 우리들을 여기로 데려온 거냐?”
“지랄하네. 회의장소를 물색한 건 도리볼 너였어.”
무어인과 담프사인은 대단히 유사한 음주가무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놀러 가는 곳은 대개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게다가 이 곳은 타사르막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술집이니 이들이 마주치게 된 것은 우연이라기 보다 필연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살벌한 상황은 입구에서 미카와 락샤헤이론 그리고 그녀들의 부하들이 서로 마주친 것에서 시작되었다. 미카는 그녀답지 않게 딴청을 피우고 있었지만 락샤헤이론은 대놓고 살기를 풍풍 품어대고 있어서 오히려 영문도 모르는 맥워리어들이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덕분에 술집 분위기는 급냉각, ‘흥분한 단발 무어인’을 본 손님들은 도망칠 곳을 찾아 헤매었고 주인은 황급히 영업정지 팻말을 들고 입구로 달려가다가 도리볼에게 제지 당했다.
“이보쇼, 주인장. 지금 저기 끼이면 죽는다고.”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설치류 종족 샤리기인은 분한 눈물을 삼키며 이를 갈았는데 가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지 아주 칼 가는 소리가 난다.
"미카, 네 년이 여긴 또 무슨 일이지!"
그러나 날이 바짝 선 락샤헤이론의 목소리에 술집주인은 찍소리와 함께 얼어붙었다.
"하웅, 난 애들이랑 밥 먹으러 온 것뿐인데?"
반면 미카의 대답은 자긴 상관없다는 듯이 딴청 부리는 말투다. 한쪽이 이렇게 밍기적대면 화난 쪽은 더욱 열 받기 마련이다.
“그으래? 배가 고프니? 나는 목이 마른걸?”
단말의 무어인이 마시고 싶어하는 것은 단 하나. 락샤헤이론의 이 말과 함께 싸움은 시작되어버렸다. 아직까지는 양쪽 누구도 직접적인 전투 행동은 보이지 않았으나 벽에 기대서는 정도나 발의 무게중심 이동을 보면 당장이라도 치고 박을 준비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순식간에 술집 안까지 퍼졌다.
“걸오야, 아쉽게도 선제공격의 때는 놓친 것 같다.”
죽은 척하는 주인장을 내려놓은 도리볼이 레헤미와 테테루 앞으로 나섰다. 걸오도 남은 술은 한꺼번에 들이킨 후 의자에서 일어섰다.
“내가 어떻게 앵겨볼테니 넌 애들이나 챙겨라.”
“섭섭한데?”
그런데 정작 싸움의 불씨는 엉뚱한 방법으로 꺼졌다.
-삑.
걸오가 주먹을 꽉 쥐는 순간 손목에 찬 개인단말기에서 짧은 경보음이 한번 울리더니 화면이 노란색으로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걸오뿐만이 아니라 근위소대 전원, 그리고 저쪽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에 선 스타파이터와 맥워리어 전원의 단말기도 마찬가지로 짧은 경보음 뒤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그와 동시에 싸움은 끝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항구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까까지 적의를 불태우던 이들이 어깨를 마주하고 함께 달리는 광경은 꽤 희한했지만 아무도 웃을 수가 없었다. 황색 경보가 발령된 것이다.
연방군은 함의 상태를 크게 녹, 황, 적의 세 상태로 나눈다. 녹색 상태는 평상시의 상황으로 무장은 기본경비 수준만 가동되며 선체방어막과 관성제어장치는 통상항해에 대비해 작동된다. 그리고 전투인원은 해당 임무자와 비상대기조만 편성된 상태다.
황색 상태는 비상 사태, 혹은 경계가 필요하거나 전투가 예상될 때 발령되며 선체방어막은 50% 이상 가동되고 관성제어장치와 선체지지대도 능동상태가 된다. 함내 예비 인원들은 모두 지정위치에 대기해야 하며 스타파이터들은 발진 상태로 대기, 함의 무장은 70%이상 장전된다.
마지막인 적색 상태는 현재 전투상황임을 나타내며 함은 완전무장상태로, 모든 전투인원도 각자 위치에서 대기하고 스타파이터는 전투정찰임무를 시작한다.
이러니 긴급 귀환명령이 아니라 바로 황색 경보를 발령한 것만 봐도 현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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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언제 올라올까요.
구연재본에 비해서 너무 달라져 버렸습니다.
섹시다이너마이트 누님계열의 뮤즈가 오지 않는 이상…아악.
아, 이번에는 항간에 흐르는 우마우마송을 들으며 두들겼습니다.
이예이! 웃웃우마우마!
철없는 레헤미는 아직 자신이 처한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 듯 똘망똘망한 눈으로 반문했다.
“거기 가면 뭘 합니까?”
“두목 딸 생리대 배달에서 정적 암살.”
걸오의 친절하고 진실된 대답에 테테루는 고개를 돌려 날개 속으로 파묻었고 도리볼은 킬킬댔으며 레헤미는 그들의 눈치를 조심스레 살펴본다.
“저기…걸오 소령님의 표정을 보니 진담 같습니다만.”
“니놈이 나하고 농담 따먹을 짬이 되냐.”
지금 이곳은 타사르막 궤도 엘리베이터에 있는 술집으로 걸오는 담프사에서 묻어온 세 명을 근위소대에 넣으려 하고 있었다. 아직 소속이 공중에 붕 떠 있는 놈들이니 이 기회에 자신의 관할로 해놓으면 따로 인원 차출할 필요도 없고 여러 가지로 편할 것이다.
“흐흠, 그러나 과연 이 나를 근위소대에 집어넣을 수 있을까?”
“입 닥쳐, 도리볼.”
“네, 소대장님아.”
도리볼이야 새로운 놀 건수를 찾은 셈이라 희희낙락하고 있었지만 무늬만 군인이었던 레헤미는 천지분간을 못하고 있었고 테테루는 자신의 콤플렉스 때문인지 머뭇머뭇하다가 간신히 부리를 열었다.
“소령님, 죄송합니다만 저의 부족한 실력으로는…”
“어 그래. 하겠다고?”
“…네.”
“좋아, 그럼 만장일치로 너희들은 근위소대다.
자, 모두 여기 동의서에 서명해라.”
걸오가 자신의 단말기로 모든 일을 결정 지으려고 할 때 도리볼이 잽싸게 딴지를 걸어왔다.
“새꺄, 레헤미는 아직 한다고 안 했어. 그리고 테테루도 반협박이잖아.”
언제나 개망나니 짓을 하지만 중요할 때는 상식인으로 돌아와 믿음직한 도리볼이다.
“그럼 지금부터 잘 알아둬라. 근위소대는 모든 일을 다수결로 결정한다.
그리고 투표권은 나 7표에 너희들 0표. 알겠냐?
덧붙여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나 역시 니놈들의 목숨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
“쉽쉐이. 민주주의의 본질을 너무나도 잘 파악하고 있군. 그러므로 찬성.”
어차피 도리볼은 처음부터 대찬성이었기에 흔쾌히 서명을 했다.
“모자란 실력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어서 테테루가 나름 자신 있는 모습으로 서명을 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마지막은 약간 두려운 눈치로 서명을 한 레헤미. 이렇게 벼락치기로 근위소대를 만든 걸오는 의자에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어찌 만들긴 만들었다만 실력은 걸오와 도리볼 빼고 영 아니올시다여서 앞으로 제법 굴려야 한 사람 몫을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나 갑자기 근위소대를 창설한다냐?”
도리볼이 타사르막의 전통주를 건네주며 물었다. 녀석은 술이란 별의 영혼, 고로 그 별을 알기 위해선 그 별의 술을 마셔야 된다고 주장하는 놈이다. 걸오는 타사르막의 영혼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대답했다.
“이전부터 준비하신 듯 한데, 결정적 계기는 오늘 있었던 듯싶다.”
“오늘?”
“미카 때문에 머리 자른 무어인이 오늘부터 아이사타호로 배속되었다.”
그 말에 도리볼이 육포를 씹다가 퍽하고 기침을 한다.
“야야야, 그거 혹시 락샤헤이론 크루갈레시난 중령 얘기냐?”
“아, 그러고 보니 너도 이미 만났었지?”
도리볼이 씹던 육포를 휘휘 돌리며 미간을 찡그렸다.
“그 정도면 보안과 아니 해병대 관할 아니냐? 게다가 스타파이터와 맥워리어 대장끼리잖아.
함장님께서 가만 놔두실까?”
하긴 무어인 둘이 제대로 싸우겠다고 하면 보통 사건이 아니다. 게다가 처녀들이라면 모를까 애 서넛 낳은 아줌마들끼리 치고 박으면 이건 답도 없다. 걸오도 옛날에 무어인 임산부끼리 대차게 싸우는 것을 직접 본적이 있는데 진압하러 온 해병대는 1차 시도 실패 후 후퇴해서 대전차무장을 하고 재집결, 그리고 잠시 전황을 파악하더니 유리한 쪽 편을 들어 한 쪽을 먼저 박살낸 다음 이긴 쪽 마저 뒤치기 해 사건을 종결 지었다.
이런 이유로 머리 자른 무어인은 집중관리대상에 들어가지만 이번 건은 모우가 직접 관련이 된데다 얽힌 문제도 미묘해서 위에서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다.
“둘이 사적으로 놀겠다고 공표하는 바람에 손대기가 조금 껄그러우시단다.”
“하항~. 그래서 우리 근위소대를 만든 거구나.
사건 터진 다음 방어하느니 선제 공격하란 거겠지?”
“아무렴, 높으신 분들이 쪽 팔리게 손 더럽힐 순 없잖아. 우리가 대신 뛰어야지.”
사실 지휘관의 부대 내에서 근위소대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더구나 배 안이라면 함장권한 대행, 다른 말로는 신의 대행자인 것이다.
“아참, 그러고 보니 조만간 늬들이 엮인 것만큼 맥워리어들도 까일텐데…
그때 아마 우리가 나설지도 모르지.”
걸오가 씨익 웃으며 한 말에 모종의 사건에 엮여 비공식 노예가 되어버린 도리볼이 흉악하게 웃으며 흥분했다.
“조아쓰. 복수다! 보복이다! 맥워리어들이여! 나의 음흉한 시선을 느껴라!”
놈이 담프사에서 이 정도 전의를 불태웠다면 궤도기지는 추락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이를 보던 테테루가 기가 차서 지저귄다.
“근데 이런 사적인 감정으로 근위소대를 움직여도 됩니까?”
“원래 근위소대란 지휘관의 사리사욕을 위해 존재하거든.”
근위소대장의 마음가짐이 이러니 근위소대의 앞날은 실로 창창하다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머리 자른 년은 어딨지?”
잔뜩 흥분한 도리볼의 살기 어린 질문에 걸오는 대답 대신 턱짓을 했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일행은 입구에서 마주쳐 막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한 스타파이터와 맥워리어들을 볼 수 있었다. 방금까지 날뛰던 도리볼의 뒷통수 머리카락이 쫀득하게 일어선다.
“걸오 이색히! 그래서 우리들을 여기로 데려온 거냐?”
“지랄하네. 회의장소를 물색한 건 도리볼 너였어.”
무어인과 담프사인은 대단히 유사한 음주가무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놀러 가는 곳은 대개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게다가 이 곳은 타사르막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술집이니 이들이 마주치게 된 것은 우연이라기 보다 필연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살벌한 상황은 입구에서 미카와 락샤헤이론 그리고 그녀들의 부하들이 서로 마주친 것에서 시작되었다. 미카는 그녀답지 않게 딴청을 피우고 있었지만 락샤헤이론은 대놓고 살기를 풍풍 품어대고 있어서 오히려 영문도 모르는 맥워리어들이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덕분에 술집 분위기는 급냉각, ‘흥분한 단발 무어인’을 본 손님들은 도망칠 곳을 찾아 헤매었고 주인은 황급히 영업정지 팻말을 들고 입구로 달려가다가 도리볼에게 제지 당했다.
“이보쇼, 주인장. 지금 저기 끼이면 죽는다고.”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설치류 종족 샤리기인은 분한 눈물을 삼키며 이를 갈았는데 가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지 아주 칼 가는 소리가 난다.
"미카, 네 년이 여긴 또 무슨 일이지!"
그러나 날이 바짝 선 락샤헤이론의 목소리에 술집주인은 찍소리와 함께 얼어붙었다.
"하웅, 난 애들이랑 밥 먹으러 온 것뿐인데?"
반면 미카의 대답은 자긴 상관없다는 듯이 딴청 부리는 말투다. 한쪽이 이렇게 밍기적대면 화난 쪽은 더욱 열 받기 마련이다.
“그으래? 배가 고프니? 나는 목이 마른걸?”
단말의 무어인이 마시고 싶어하는 것은 단 하나. 락샤헤이론의 이 말과 함께 싸움은 시작되어버렸다. 아직까지는 양쪽 누구도 직접적인 전투 행동은 보이지 않았으나 벽에 기대서는 정도나 발의 무게중심 이동을 보면 당장이라도 치고 박을 준비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순식간에 술집 안까지 퍼졌다.
“걸오야, 아쉽게도 선제공격의 때는 놓친 것 같다.”
죽은 척하는 주인장을 내려놓은 도리볼이 레헤미와 테테루 앞으로 나섰다. 걸오도 남은 술은 한꺼번에 들이킨 후 의자에서 일어섰다.
“내가 어떻게 앵겨볼테니 넌 애들이나 챙겨라.”
“섭섭한데?”
그런데 정작 싸움의 불씨는 엉뚱한 방법으로 꺼졌다.
-삑.
걸오가 주먹을 꽉 쥐는 순간 손목에 찬 개인단말기에서 짧은 경보음이 한번 울리더니 화면이 노란색으로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걸오뿐만이 아니라 근위소대 전원, 그리고 저쪽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에 선 스타파이터와 맥워리어 전원의 단말기도 마찬가지로 짧은 경보음 뒤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그와 동시에 싸움은 끝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항구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까까지 적의를 불태우던 이들이 어깨를 마주하고 함께 달리는 광경은 꽤 희한했지만 아무도 웃을 수가 없었다. 황색 경보가 발령된 것이다.
연방군은 함의 상태를 크게 녹, 황, 적의 세 상태로 나눈다. 녹색 상태는 평상시의 상황으로 무장은 기본경비 수준만 가동되며 선체방어막과 관성제어장치는 통상항해에 대비해 작동된다. 그리고 전투인원은 해당 임무자와 비상대기조만 편성된 상태다.
황색 상태는 비상 사태, 혹은 경계가 필요하거나 전투가 예상될 때 발령되며 선체방어막은 50% 이상 가동되고 관성제어장치와 선체지지대도 능동상태가 된다. 함내 예비 인원들은 모두 지정위치에 대기해야 하며 스타파이터들은 발진 상태로 대기, 함의 무장은 70%이상 장전된다.
마지막인 적색 상태는 현재 전투상황임을 나타내며 함은 완전무장상태로, 모든 전투인원도 각자 위치에서 대기하고 스타파이터는 전투정찰임무를 시작한다.
이러니 긴급 귀환명령이 아니라 바로 황색 경보를 발령한 것만 봐도 현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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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언제 올라올까요.
구연재본에 비해서 너무 달라져 버렸습니다.
섹시다이너마이트 누님계열의 뮤즈가 오지 않는 이상…아악.
아, 이번에는 항간에 흐르는 우마우마송을 들으며 두들겼습니다.
이예이! 웃웃우마우마!
축하드립니다.